여름의 마지막 더위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던 지난 9월 3일, 화창한 햇살 속에 세류동에 위치한 버드내노인복지관에서 누구나 학교 오픈 파티가 있었다.
오픈 파티 진행요원으로 처음 참석하는 날이라 긴장 아닌 긴장을 하며 갔다. 우선 버드내노인복지관의 규모와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의 수에 놀라움을 금하지 읺을 수 없었다. 정말 많은 어르신들이 버드내 노인복지관을 이용하고 계셨고, 진행 중인 프로그램과 강의들도 상당했다.
누구나 학교 오픈 파티에는 30여분의 어르신들이 참석하셨고, 상냥하고 푸근한 인상의 관장님의 소박한 인사말로 시작하였다. 수원 평생학습관의 박은미 선생님이 누구나 학교가 무엇인지, 어떤 취지를 갖고 개설되기 시작했는지 안내를 하자, 점차 누구나 학교 오픈 파티에 대해 이해하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오프너는 권지현 선생님이었다. 강의를 들어가기에 앞서 오늘 강의가 이루어지는 장소인 버드내복지관 홈페이지를 사전에 방문해 보고 어떤 곳인지 홈페이지 속 화면들을 PPT에 담아왔다. 화면에 등장하는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신 여러 어르신들이 겸연쩍어 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권지현 선생님은 오픈 파티를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하신 모습이 역력했다.
지현샘은 어르신들에게 친근함으로 다가서기 위해 자신에 대한 소개를 참과 거짓으로 퀴즈를 내었다. 여섯 개의 문장을 통해 강사에 대해 알게 되는 재미있고, 기억에 쏙쏙 남는 시간이었다. 지현샘이 세류동에서 살았었기에 오늘 버드내복지관을 오는 길이 설레었다는 것, 사실은 낯가림도 심하다는 것, 피아노를 배우다 말았다는 것, 그리고 수지침을 배우셨다는 등등의 소개를 어르신들은 재미있게 들으며 웃고 떠들면서 친근함이 형성되었다.
강사에 대한 친근함,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로 어르신들은 모둠별로 조를 만들어 앉아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바로 왼손 엄지손가락에 자신의 얼굴을 싸인 펜으로 간단히 그려보고 내가 누구인지 세 가지 문장으로 소개하는 방법이다. 서로 어색해 하던 어르신들은 한두 분씩 서둘러 펜을 잡으시더니 자신들이 그린 얼굴에 서로 웃음이 번져간다. 시간이 좀 지나니 점점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보여 주시며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들도 계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세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까지 갖고 보니 모둠별로 만나게 된 낯선 어르신들 사이에 마음이 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모둠별 공통점을 찾아 소개하기를 했다. 그 사이 많이 친해진 어르신들은 모둠원들과 같은 점들을 찾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셨다. 액세서리를 좋아하시는 것, 일일 드라마를 꼭 빠뜨리지 않고 보시는 것, 좋아하시는 색, 노래와 춤과 커피를 좋아하시는 것 등등.... 공통점을 찾아 나열해 보니 참으로 재미있는 점들도 다소 황당한 점들도 있기는 했다. 한 모둠은 모두가 펌을 한 헤어스타일이 공통점이라고 하셨는데, 한 분은 백발의 노신사 분이셨다. 쓰고 계신 모자를 벗어 보여주시는데, 주변 어르신들이 예전에 하셨던 펌이 풀어져서 그러신 것이라고 주장하신다. 다른 어르신들도 모두가 한바탕 웃게 되는 순간이다.
한 시간을 웃고 즐기다 보니 어르신들이 피곤하시지는 않을까 염려한 지현샘은 잠깐 몸을 풀고 가는 시간을 준비하셨다. 퐁당퐁당 동요에 맞춰 왼쪽 귀에서 코를 지나 오른쪽 귀로 손을 옮겨가는데 쉽지 않은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따라하시며 또 다시 웃음꽃이 피어난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학교의 축소판인 LETS를 안내했다. 배우고 싶은 것에는 주로 운동과 악기, 컴퓨터에 관한 내용이 많았고 가르칠 수 있는 것에는 붓글씨, 일본어, 좋은 친구 사귀는 법 그리고 식이요법 등 좀 더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다.
그 중에 컴퓨터를 배우는 팀과 식이요법을 배우는 팀으로 작은 누구나 학교가 열렸는데, 나는 식이요법 강의를 들었다. 40여년이 넘게 현미와 잡곡을 섞어 지은 밥과 다시마와 무에 다양한 채소를 넣어 끓인 물을 20여 년 동안 드셔 오신 어르신의 강의를 들으며 오랜 기간 동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숨은 비법을 잘 전수받을 수 있었다.
두 시간의 누구나 학교 오픈 파티를 통해 나의 작은 삶릐 지혜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귀한 시간이 되었고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기쁨을 맛보았다.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신 어르신들이 지현샘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시며 즐겁게 돌아가시는 모습에 시작할 때는 긴장과 부담을 갖고 있던 나의 마음도 가벼워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