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기획] 누구나학교, 마을을 만나다(1): 매탄 4동 누구나학습마을

posted Oct 30, 2014

 

 

[기획] 누구나학교, 마을을 만나다(1): 매탄 4동 누구나학습마을

by 수원시평생학습관 posted 2014-10-25
[기획] 마을을 만난 누구나학교, 누구나학교를 만난 마을(1): 매탄 4동 누구나학습마을

‘누구나학교’와 ‘마을’이 만나 ‘누구나학습마을’을 꾸린 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누구나학교의 운영원칙에 따라 주민 스스로 마을 안에서 필요한 지식을 학력, 나이, 직업, 자격증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비용의 부담 없이 누구나 배우는 과정에서 이웃과 삶을 소통하고 지역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달려온 시간입니다.

1년 동안 누구나학습마을에서는 어디서나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연결했습니다. 이웃끼리 알고 지내는 관계가 점차 늘어갔습니다. 잊고 있었던 주민의 재능에 잠을 깨우니 ‘이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분들도 점점 더 나타납니다. 아직은 소소하지만 지식의 전수나 교환을 넘어 삶의 공유를 통한 지역 변화의 가능성도 조금씩 움트고 있습니다.  

지역신문이나 누구나학습마을 카페를 통해 마을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마을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펼쳐지고 있는 소박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자 합니다. 
매탄 4동, 조원 1동, 화서 1동. 세 마을을 찾아가 주민을 만나고 배움과 소통의 모습을 보고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1탄 매탄 4동 누구나학습마을
아름드리 고목같이 마을에 뿌리 내린 사람들

산들래미, 나무가 산이 되어 사람을 모으다 
매탄 4동에 가면 ‘산들래미(‘산둘레미’라는 의미로 추정)’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우리를 맞이한다. 근대화로 산은 사라졌지만, 언어가 산을 기억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언어를 나누며 시간을 기억하고, 다시 누구나 함께 하는 새로운 시간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공원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졌던 날도 그랬다. 나무 근처에 가자 솔솔 음식 냄새가 풍겨왔고, 장용옥 통장님을 통해 마을 행사를 위해 한창 음식 준비 중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을 행사의 음식을 직접 준비하신다니! 해가 갈수록 싸고 편리하게 음식을 준비할 방법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변함없이 함께 음식을 준비하신다고 하니 그 과정이 곧 함께 하는 마음을 빚는 과정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장용옥 통장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본 마을의 모습은 다른 주택단지들과는 조금 달랐다. 간판 이름들도 정겨웠고, 가게들의 모습도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삶이 이루어지는 곳’같은 느낌이 들었다. ‘품’이라는 단어가 있을 만큼 서로 나누는 문화가 자연스러운 민족이기는 하지만, ‘농업’이라는 구심점을 잃은 현대에서는 그런 일이 쉽지 않은데, 평범하면서도 어딘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마을의 분위기에 궁금증을 느끼며 장용옥 통장님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애정과 신뢰, 누구나학교의 원동력이 되다 
10년.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십 년은 긴 시간이다. 그런데 장용옥 통장님이 마을 일을 하신 시간은 무려 15년 정도. 사람도 아닌 자연이 변하고 절반을 또 변한 시간. 그래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여쭤보았다. 어떻게? 왜? 그러실 수 있었는지 말이다. 통장님의 대답은 간결했다. 어릴 때 환경 때문이실 거라고. 공무원이신 아버지와 포목점을 하시는 어머니 아래서 성장하면서 지역 공무원의 딸인 만큼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포목점의 딸인 만큼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셨단다. 하지만 통장님의 활약상을 보면 같은 배경을 가졌다고 누구나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944459e51890ce4ae6d84f80172cb55f.jpg 누구나학교 기사를 기획하면서 장용옥 통장님을 만나게 된 계기는 통장님이 하셨던 치매예방 그림치료 때문이었다. ‘8학년 미술시간’이라고도 불리는 그 수업이 열리게 된 과정은 이렇다. 어느 날 신현옥 치매협회장님을 통해 그림치료를 알게 되셨고, 마을 어르신들이 떠오르셨단다. 통장님 말씀에 따르면 전공자도 아닌데 덜컥 그렇게 수업을 여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라면 엄두가 안 나셨겠지만, 통장 일을 하시다보니 마을 분들의 삶을 가깝게 알고 계셨고, 어르신들은 개별방문을 해야 하는 때가 많아 가깝게 지내시다보니 ‘그 분들’께 라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셨다는 것이다. 대상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그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라는 표현은 재미있고도 절묘하다. 문법적으로는 ‘아무’가 정해지지 않은 대상을 뜻하고, ‘누구’는 알지 못하는 대상을 뜻한다. 알지 못하면서 ‘누구’라고 가리킨다는 것은 대상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대상이 마음 속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대상을 아직 알지는 못한다는 점에서는 개방적이지만 마음 속에 들어왔다는 점에서는 관계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장용옥 통장님의 경우 그 관계에서 쌓인 애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여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셨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매탄 4동 인터뷰 초반에는 전통과 현대의 관계를 의식하며 누구나학교를 살폈지만, 인터뷰 끝으로 갈수록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전통이 끊어졌다, 사회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전통과 사회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가 문제인 것. 결국 애정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누구나 학교를 비롯하여 한 사람의 삶과 사회 구성원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재미와 모험이 가득 찬 제2의 인생을 열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누구나 언젠간 젊은 시절에 하던 일을 그만 두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계기로 평생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거나 평생 염원했던 무엇인가를 누군가에게 가르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김연수 선생님과의 만남은 그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나이 먹는다는 게 얼마나 모험적일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 주셨다. 
선생님의 젊은 시절 직업은 언론사 엔지니어. 말하기, 글쓰기 강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거기서 글을 많이 접하셨기 때문이란다. 일의 특성상 보도 자료의 중요성도 잘 알고 계셨고, 잘 쓰지는 못해도 좋은 글이 어떤 것인지는 자연스럽게 알 수 있으셨다고 하셨지만, 그 ‘말과 글’로 강의를 여시고 더불어 제2의 인생을 여시게 될 거라고는 아마 모르셨을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는 선생님의 환한 미소를 보면 단박에 느껴지고, 그것이 얼마나 모험적인지는 당장 내가 절대 못할 것들의 목록을 적고 60대 이후에 내가 그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칠 정도가 된다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학교를 처음 접하실 당시에는 퇴직 직후였기 때문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누구나학교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되셨고, 그것으로 제2의 인생을 열게 되셨다는... 선생님은 지금 수원 시민 전체의 시민기자화를 꿈꾸신다. 기사를 쓸 수 있는 시각과 사고력이 사회를 새롭게 변화해 나가는 힘이 될 것! 
사실 강사님과 인터뷰 내용 중에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많이 들었던 말들이 있었다. 바로 즐거움과 희망. ‘누구나’라고 하니 ‘아무나’ 같지만 그 ‘아무나’가 ‘누구나’가 되면서 자신감을 갖고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들일 것 같다. 

두레밥상: 밥을 푸고 글도 푸고 마음도 푸다
코디네이터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학습관을 통해서였다. 그랬기 때문에 학습관 밖에서, 그것도 딱히 공간이 정해지지 않은 곳에서 그 분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는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인터뷰에 앞서 류명화 코디네이터님보다는 직업에 대해서 궁금증이 더 많았던 것이다. 
c5b5e4e36180c79d21e071bb127777ae.jpg 인터뷰 중에 류명화 코디네이터님과 두 번의 만남을 가졌는데, 두 번 모두 마을 분들과 식사를 하시거나 독서토론을 하고 계셨다. 언뜻 보기에는 일상적인 풍경일 수 있지만, 사실 그 자리들은 매우 중요한 자리일 수 있다. 라틴어 어원에 따르면 ‘공공(푸베스,Pubes)’의 어원은 개인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 벗어나 전체를 볼 수 있는 성숙성을 의미하며, 개인(Private)은 박탈을 의미하는 라틴어 프리바투(Privatus)에서 유래한단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로서는 ‘공공’의 장이 인간에게 그만큼 본질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정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고 그것은 마을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다. 각자 생각은 있지만 꺼내놓기 쉽지 않고, 꺼내놓아도 잘 듣고 나누는 사람도 적고, 사실 얼굴 맞대고 그런 얘기를 꺼내놓을 자리 또한 만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매일 도시락을 나눈다는 것, 매 주 좋은 책을 정해 함께 읽어내려간다는 것은 밥과 글을 통해 마음도 푸는 일이고 그런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서 마음이 모이고 그러면서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류명화 코디네이터님이 계셨다. 

커다란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나무가 커서가 아니라 그 아래 거대한 뿌리, 그리고 그 거대한 뿌리를 이루며 받치고 있는 작은 뿌리들의 단단한 얼개 관계라고 알고 있다. 시대가 변해 산은 사라지고 나무만 남았지만, 매탄 4동의 누구나학교는 사람을 둘러쌓던 나무를 사람이 둘러싸면서 도시 속의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시민 중심의 누구나학교가 전통의 색채와 어떻게 어우러질까 고민하며 시작한 인터뷰였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얽혀가며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글_이소영(평생학습아카이브 필진)

 

 

원본출처 : /suwon/ourschool/68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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