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수 많은 약속은 다 어디로 갔을까_세월호 유가족 임종호

글작성자 신청일 Sep 23, 2015

인터뷰_세월호 유가족 임종호씨


잊지 않겠다는 수 많은 약속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단장의 미아리 고개와 세월호

삼도수군 통제영이 있던 한산도. 어느 달 밝은 밤 홀로 수루에 앉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애잔한 피리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자 충무공은 신음하듯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남의 애를 끊나니’.

는 창자를 뜻하는 순 우리말인데 애를 끊는다는 것을 한자로 표현하면 단장(斷腸)이 됩니다. 이와 관련한 가장 대중적인 노래는 아마 단장의 미아리고개일 것입니다. 철삿줄로 꽁꽁 묶여 북으로 끌려가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도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겪었을 것입니다. 단장의 고사성어를 웹을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진나라 환온이 촉나라를 치기 위해 양자강 계곡을 배로 지날 때의 일이다. 배에 탄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를 사로잡아 데려가자 어미 원숭이가 자식을 되찾기 위해 비통하게 울며 죽을힘을 다해 그 뒤를 쫓았다. 필사적으로 배를 쫓아 100여리 쯤 쫓아 온 원숭이는 배가 강기슭에 닿자마자 배에 뛰어 올랐으나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어미 원숭이의 배가 이상해 갈라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다 끊어져 있었다.’

위 내용은 팩트라기 보다는 극화되었을 개연성이 높지만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질 내용입니다. 저항의 무기라곤 울음밖에 없는 새끼 원숭이. 어미가 함께한다한들 목숨을 구해낼 별다른 방법은 없지만 어미는 가파른 산등성이를 뛰어 넘으며 백릿길을 내달려 갑니다. 잠시라도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 두 눈은 배에 고정시키고 혹시라도 뒤쳐질까 숨 고를 새도 없이 달리다 보니 숨이 턱턱 막혀 심장이 터질 듯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내달려도 결코 구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새끼에 대한 애정으로 심장보다 창자가 먼저 끊어지고 맙니다. 창자 부위가 더 약해서가 아니라 심장이 멎으면 새끼에게 갈 수조차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물며 원숭이도 그럴진대 사람임에랴. 그런데 이 기막힌 고사성어가 21세기 대명천지에 집단적으로 재현되었고 그것도 풀칼라 TV를 통해 생생히 중계되었습니다. 돌발적 사고나 천재지변이라면 하늘을 원망하고 말았을 텐데 사고 직후 구조 단계에서 드러난 국가의 무능력과 비상식적 태도는 그렇지 않아도 애간장 타는 부모의 몸과 마음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해 유가족이 되지 못한, 유가족이 되기만을 염원하는 유가족 아닌 유가족이 아직도 통곡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기억은 가뭇없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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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령전에서 개최된 2015휴먼라이브러리수원 행사장 전경


지난 912(), 작년에 이어 2015년에도 수원에서 휴먼라이브러리 행사가 열렸습니다. 편견이나 오해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16명의 사람책 중에 세월호 유가족 임종호씨도 있었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사람책과 최대 5명이 넘지 않는 소수의 독자가 지근거리에서 조단조단 이야기를 나누는 특성이 있습니다. 전파력을 놓고 보면 수백 명이 참가하는 대형 강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눈을 맞추고 함께 호흡하는 밀도를 기준으로 보면 휴먼라이브러리만한 감응 플랫폼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내밀한 감정과 여린 속살을 드러내야 하는 유가족의 이야기라면 휴먼라이브러리가 제격이다 싶기도 합니다. 이 행사를 마친 후 임종호씨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집회나 간담회는 자주 가봤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었습니다. 참가자 중 한분의 정부나 언론이 전하는 잘못된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고 이해했는데 이렇게 직접 당사자에게 들으니 지금까지 자기가 편견을 가지고 대한 것 같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편견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더 자주, 언제든 갈 생각입니다.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본 행사와 사람책 평가회까지 마친 후 카페 후미진 곳에서 임종호씨와 둘이 마주 앉았습니다. 맨 먼저 단원고 2학년 9반이었던 딸 세희양에 대해 물었습니다.

세희는 학교 선생님이 FM이라고 할 정도로 올곧고 바른 아이였어요. 엄마 아빠 걱정 시키는 일도 안하고 맞벌이 하는 형편이라 두 살 터울의 동생도 잘 보살펴서 부모보다 더 좋다고 할 정도로 큰 의지가 되는 누나이기도 했습니다.”

질문을 할 때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극적 최후를 맞은 딸의 이름을 스스로 호명하고 애써 봉인한 그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로 인해 정서적 불안이나 물기 묻은 음성이 나오면 어쩌랴. 하지만 세희아빠는 담담히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유명 메이커, 화려하고 예쁜 것, 비싼 것,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데 세희는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했어요. 그리고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의젓하고 식사를 할 때도 어른 먼저 챙기고 맛있는 것 있어도 어른들 챙기고... 그렇게 착하고 바르기 때문에 더 가슴이 아프죠. 조향사(調香師)를 목표로 공부도 열심히 했죠. 12시 넘어 들어오는 딸이 너무 불쌍해 보였어요. 제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힘든 시간만 보내다 갔으니...”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새살이 돋아나 상처가 아물어서가 아니라 비통하게 스러져간 딸을 위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싸우는 증언자, 시대의 고발자가 본인의 몫이라 여겨 애써 태연함을 보이려 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아마 홀로 있는 시간이라면 차마 세희야라고 불러보지도 못할 것이고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을 보고 왈칵 눈물 쏟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깊은 한숨을 내쉬긴 했으나 줄곧 또렷하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세월호 전과 후로 생활이 많이 달라졌을 텐데요.


같이 해주지 못한 것이 많아 정말 미안해요. 너무 생각날까봐 사진 보기도 두렵고요. 세희는 아빠 말을 잘 들었어요. 고집이 있으니까 자기 뜻대로 했다가도 결국 아빠 조언이 옳았다는 경험을 하다 보니 제 경험과 의견을 많이 존중해요. 그런데 이번 수학여행 때 배 타고 가기 싫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배를 타고 가는 긴 시간 동안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고 설사 사고가 나더라도 그렇게 큰 배라면 지휘통제만 잘 따르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얘기해줬죠. 그런데... ... 죄책감이 들죠. 그 말 했던 게 얼마나 후회되던지. 그런 말이 나오면 미칠 것 같아요. 몸도 마음도 많이 상했죠. 이젠 아들한테도 어른 말 잘 들으라고 얘기 할 자신이 없어요. 아빠 말, 어른들 말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잖아요.

그런 큰 아픔을 겪고 나니 엄마랑 아이랑 셋이 식사를 하더라도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아요. 수다스럽진 않아도 정겨운 대화가 있었는데 이젠 완전히 조용한 가족이 되어 버렸죠. 아들은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리거나 제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렇게 들어가면 나오질 않아요. 저도 가치관이 바뀐 게 예전엔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이젠 일체 그런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진짜 원하는 것 찾아서 하라고 해요. 공부 잘해서 대기업간다고 행복한 인생이 되겠어요. 그런 인생이 좋은지 잘 모르겠고 아빠로서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요.


유가족이라는 것 때문에 스스로 조심하거나 엄숙주의에 가두는 것도 있을 듯한데요.


1.JPG 많죠. 사고 초기부터 그랬습니다. 평소 스타일을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유가족은 눈이 아주 부셔도 선글라스를 안 낍니다. 머리도 제대로 꾸미지 못하고 옷도 노란 옷을 주로 입어야 하고. 유가족도 사람이니까 웃고 떠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해요. 그러니 이제는 스스로 규제를 하죠. 술 한 잔 먹고 싶어도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고. 회사 생활도제약이 있으니까 직장 그만두는 사람도 많이 생겼습니다.


19931010일 오전. 여객선이 출항해서는 안 되는 악천후 상태였지만 정원 221명의 페리호는 무려 141명을 초과한 363명을 태우고 격포항으로 출항. 수화물은 갑판부분에 적재되어 배의 상부가 무거웠고 자질이 부족한 선장과 휴가 중인 항해사를 대신한 갑판장, 그리고 제대로 된 구명장비를 갖추지 못한 여객선. 이런 조합의 종착지는 결국 비극. 292명의 사망자를 낳은 페리호를 두고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후진국형 인재(人災)’라고 성토했지만 이십여년이 흐른 2014, 한국은 후진국에서 단 한발자국도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임종호씨는 당시 전주에서 의경으로 근무하면서 이 현장을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내가 서해 페리호 사고를 의경을 하면서 옆에서 지켜본 사람인데... 21년 후 세월호 사건을 겪은 거지. 내가. 그때 우리가 방패 들고 있으면 유가족들이 와서 때리고... 그러면서도 유가족들 보면 진짜 슬펐어요. 어떤 심정일까 싶은 거지.”(금요일엔 돌아오렴, 창비, 임종호씨 인터뷰, 274쪽에서 인용)


서해 페리호 사건과 겹치면서 회한도 많겠네요.


그때 먼 바다도 아닌 군산인데 왜 구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사람 목숨과 관련된 것은 심사숙고해야 하는데 규제완화 해야 경제가 잘된다고 해서 너무 많이 풀어버렸잖아요. 그걸 누가 했습니까. 정치인, 관료들. 거기에 부정이 있고 청탁이 끼어 들고... 크게 보면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빠진 어른들 책임이 크죠. 하지만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것들이 국민이 아니라 정부를 위해 일하고 있고, 공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를 위해 사용되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겪고 보니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의식과 시선이 참 많이 바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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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브러리수원 행사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현재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활동은 어떻습니까.


많은 국민이 요구해서 만든 특별법이니까 정부가 잘 해주기를 바랬는데 평범한 사람의 인식이 무너졌습니다.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부와 싸우게 됐으니... 특조위가 만들어졌지만 시행령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마무리되어 사실 제대로 조사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산집행도 제대로 안되고 활동범위도 축소 제한되었으니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유가족들이 세월호 인양작업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모니터링팀을 꾸려 동거차도에 내려갔는데 바지선을 뒤로 돌려서 작업 모습이 안보이게 한 거예요. 정부는 감추기에 급급한 것 같아요.


416 이후 충격에 빠진 국민들은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송강호씨를 비롯한 문화예술인들 뿐 아니라 전국의 장삼이사 600여만 명의 요청으로 20141119일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시행령입니다. 국회는 입법만할 뿐 실제 집행은 행정기관에서 하는데 추상적 법률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시행령입니다. 그런데 대통령령으로 만든 시행령을 두고 사달이 난 것입니다. 엄정한 조사를 위해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총 12개 조항으로 되어 있는 시행령 6조에는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이라는 업무분장이 나오는데 이는 특조위의 독립적 조사분석보다는 기존 정부조사 안을 분석하라는, 결국 업무 폭의 제한을 두는 규정입니다. 게다가 특조위 핵심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에 정부에서 파견한 공무원을 앉히려 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과 집권당 원내대표마저 날아가는 마당에 파견 공무원의 중립성과 책임성을 신뢰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습니다. 세월호 초기 적폐해소국가개조론을 결연하게 말씀하신 박대통령이었기에 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입니다.


지금 유가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편견이죠. 보상에 대한 오해와 편견. 정부에서는 4억이다 8억이다 발표를 하는데 저희는 1원 한푼 받은 것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받을 생각도 없고요. 저희는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려고 합니다. 아마 일부 사람들은 자식 때문에 돈 벌었네’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그러냐비아냥댈지 모릅니다만 저희가 소송한다고 해서 정부 배상안보다 더 받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해요. 사고 초기에 박대통령은 많은 것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만 실제 한 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이번 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명문화시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합니다.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두고 정부와의 대립이 격화되고 유가족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416시간 농성을 벌이던 4. 유가족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동조단식과 각계각층의 참여가 이뤄졌고 더 안전한 나라라는 국민적 기대와 요구로 인해 정부당국은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42. 대부분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세월호 희생 단원고생에 배보상금 평균 82천만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희생자 가족에 대한 각종 지원책 발표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천암함 유가족과의 금액 차이를 예쁜 표를 통해 정리한 언론사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로또’ ‘자식 장사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오비이락일 순 있겠으나 돈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을 고립시키는 것, 어쩌면 이것만큼 효과적으로 유가족과 국민을 분리시킬 방안도 없을 듯합니다.

얼마 전 집권여당의 김무성 대표는 강성노조 아니었으면 벌써 3만 불 넘었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3만 불이 넘으면 대한민국은 안전한 나라, 정의로운 나라가 되는 것인지. 삶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숫자는 우리를 현혹시키는 지독한 레토릭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배금주의야말로 결국 세월호 참사를 잉태한 요인이기에 강성노조 3만 불론은 또 다른 세월호를 낳을 것만 같아 매우 걱정이 됩니다.


어쩌면 잊혀진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일 것 같은데요.


사고 이후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인데 초기 그 많던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지금은 잘 안보입니다. 국민들도 이미 끝난 일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고요. 마음속으로야 지지하시겠지만 행동하겠다는 분들은 안보입니다. 유가족들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를 수 있는데 일반 국민이야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저희들이 싸우는 것은 단지 유가족 잘되자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죠. 사실 저희는 가족도 해체되고 희망도 없고 행복했던 과거로 절대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일조하려고 싸우고 있습니다. 오히려 아직 사고를 당하지 않은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나서야하잖아요.


시민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요.


저희들 집회할 때 옆에서 음식 싸들고 폭식투쟁하는 사람들, 괜히 시비 걸고 욕하는 사람들. 참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 어른들 보면 너무 실망스럽죠. 우리는 빠른 시간 안에 기적적으로 발전한 나라잖아요. 하지만 그에 걸맞은 시민의식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돈보다 생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저희들한테 로또 맞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지금 정부에서 밝힌 보상금, 정말 큰 금액이죠. 하지만 그게 생명에 비할 수 있나요. ‘그 돈 받고 자식 바다에 빠져 죽는 모습 볼 수 있겠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지만 차마 얘기 못하죠. ? 죄인이니까. 죄인이라는 생각에 얘기 못합니다.

얼마 전에 박래군(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편집자 주)씨가 잡혀갔잖아요. 국민들 관심이 떨어지니 그리 된 거죠. 아마 조금 있으면 유가족들 잡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때 되면 누가 이야기하고 누가 싸우나요.

유가족 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변했습니다. 집회와 투쟁하면서 평소 안하던 욕도 하고 말씀도 너무 잘하고, 싸움 속에서 투사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그러세요. ‘내가 세상 모르고 살아서 당했구나’. 다 내 일처럼 싸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응원하고 힘을 보태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배보상 금액은 부풀려지기도 했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정부의 예산은 없습니다. 정부는 단 1원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최종심은 아니지만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이 징역 4년을 받았기 때문에 유죄가 확정될 경우에는 국가도 책임 범위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보상금 신청기간은 특별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329~928)이며, 신청일로부터 120일 이내에 배상금 지급여부 및 금액을 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월호 관련 최종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특조위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만일 배보상금을 이미 받았는데 국가의 책임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16보상금, 위로지원금 지급 결정에 동의할 때 국가와 신청인(피해자)이 민사소송법상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민사소송을 떠나 참사의 원인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유가족 입장에서 어떻게 국가와 화해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참고로 서해 페리호 사건의 결과를 말씀 드리면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유가족에 대해 법원은 국가를 불법행위자로 인정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얼마 전 KBS ‘도전 골든벨에 출연한 학생의 세월호 관련 발언이 편집 과정에서 삭제되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삭제된 발언의 일부를 옮겨 적으며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삼촌은 작년 2014416일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삼촌 생각을 하면 저와 제 친구들처럼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인데 펴보지도 못하고 진 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아파요. 제가 삼촌을 잃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금방 잊혀진다는 거예요. 그래도 아직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을 보면 괜히 울컥하고 고마워요.

사고 후 지금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는 않아요. 외고모 할머니는 삼촌의 마지막 체취만이라도 잃기 싫어 쓰던 물건들도 그대로 두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사망신고도 하지 못하고요.

국민 모두가 유가족처럼 평생 잊지 않고 살 순 없을 거예요. 언젠가는 잊혀지겠죠.

그래도 가능한 한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삼촌과 희생자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제 수능이 끝나고 몇 달 후면 저도 어른이 되잖아요. 제가 어떤 꿈을 이루고 어떻게 살게 될 진 아무도 모르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모른 척 하고,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못 본 척 하는 비겁한 어른은 되지 않을 거예요.

삼촌에게 한마디 해도 될까요?

애기삼촌! 이 세상 모두가 삼촌을 잊어도 우리는 삼촌의 억울함을 절대 잊지 않을게. 사랑해.“


&인터뷰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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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원데이) 매주 금요일:10시~12시
    강사 이정희
    장소 수원시 권선구 세류로 분당선 매교역 근처 (세부주소:신청자 개별연락/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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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1396
    이작가! 칼라링수채화(토요반/외부진행)
    기간 2023-03-18~2023-05-27
    시간 매주 토요일 10:00~12:00
    강사 이정희
    장소 수원시 권선구 세류로 분당선 매교역 근처 (세부주소:신청자 개별연락/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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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1395
    라탄 차롱 도시락 만들기
    기간 2023-02-23~2023-02-23
    시간 12:00~16:00
    강사 김은숙
    장소 2관 거북이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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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1392
    와펜으로 나만의 에코백 만들기
    기간 2023-01-13~2023-01-13
    시간 14:00-15:00
    강사 -
    장소 2관 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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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1394
    기(氣)체조. 통찰명상
    기간 2023-02-13~2023-02-27
    시간 매주 월,수,금 오후 7시~ 8시 40분
    강사 신 순 옥
    장소 2관 예체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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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1393
    학습동아리와 함께 하는 현대낙화(인두화)
    기간 2023-01-31~2023-01-31
    시간 10시30분~12시
    강사 조혜성
    장소 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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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1391
    민체 캘리그라피 기초 (저녁반)
    기간 2023-02-13~2023-02-13
    시간 월 19:00-21:00
    강사 허성희
    장소 2관 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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