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배당? 청년수당? 와우~

마흔일곱 늦깎이로 석사 과정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관 교수 한 분이 물었다. 직장생활 하면서 공부할 시간이 있겠습니까? 어떻게든 만들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운 좋게 합격하여 그 분 수업 첫 시간에 들은 명언 하나. 공부는 노동과 같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하루 8시간은 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생각해도 명언이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시간으로 하는 거다.

스웨덴에서 학위를 받고 그 곳 대학교수를 하는 분에게 들은 다른 얘기 한 토막. 제가 석사 과정에 들어가니까 말이죠, 월급을 주지 뭡니까. 거기 대학원생들은 공무원 봉급에 준하는 급여를 받습니다. 심지어 박사 과정 때 자료조사 차 미국에 몇 개월 체류해야 한다니까 항공료, 숙박비 포함해서 출장비까지 챙겨 주더라니까요.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스웨덴 대학생들도 학생수당을 받는다. 1인당 연간 558만 원 선이란다. 게다가 스웨덴은 대학 등록금도 없다.) 다시 확인하는 명언. 공부는 노동이다.

서울시가 지난 9월10일 ‘청년수당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경향신문 9월11일, “서울시, ‘사회활동’하는 청년들에 ‘수당’”) 청년수당제란 서울시와 활동이행 계약을 맺은 청년들이 일정 기간 동안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면 현금으로 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일’이 아니라 ‘활동’을 해도 수당을 준다고? 그렇단다. 집안의 경제사정 때문에 알바 등을 하느라 사회활동이 원천봉쇄 된 청년들에게 ‘시간’을 보장해 주겠다는 뜻이다. 어떤 활동에 얼마를 지급할는지 지금으로서는 알려진 바 없지만, 귀추가 주목되는 흥미로운 발상이다.

이에 앞서 성남시는 지난 6월 ‘청년배당’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시장이 직접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 자리에서 이에 관한 정책연구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밝혔다.(아시아경제 6월22일, “이재명표 보편복지 이번엔 ‘청년배당’으로 옮겨 붙나?”) 청년배당이란 성남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소득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본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배당’? 한신대 강남훈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청년배당은 청년기본소득의 다른 이름이다. 기본소득이라는 이름 대신 배당이라는 이름을 쓴 것은 청년들이 토지, 환경 및 인적·물적·사회적 공유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한 부분을 배당으로 향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천명하는 의미가 있다.” (「녹색평론」 144호, “성남 청년배당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청년배당 역시 어느 연령대에게 얼마를 줄 것인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3년 이상 성남에 거주한 19~24세 청년에게 일률적으로 10만 원 씩 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연령에 따라서만 차등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한다. 강남훈 교수가 적절히 지적하듯이, 7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포기)는 언제나 정책 사각지대에 있었다. 영유아와 어린이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교육을 받고, 노인들에게는 노령연금이 주어지지만, 청년들에겐 눈높이를 낮춰 ‘쬐끄만’ 기업에도 취업하고, 사우디에도 가라고 다그치기만 할 뿐이다.

왜 학생이 아니고, 청년에게 주나? ‘부자 청년’보다 ‘가난한 청년’에게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따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곧 뒤따라오지만, 청년배당, 청년수당은 제대로 된 청년정책, 그것도 지방자치단체가 정부보다 앞장 서 추진하는 신선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대고 싶다. 알바 때문에 ‘활동’할 시간도, ‘공부’할 시간도 없이 쫓기는 청년들을 너무 많이 본 탓이다. 그들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해 주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 게 민주국가다. 내가 사는 도시에도, 아니 전국 지자체에 이런 바람이 경쟁적으로 불기를…….

글_양훈도(한벗지역사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