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능력향상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워크 아카데미>에서 독립출판을 다룬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인디자인 툴에 관한 스킬만 배운다고 좁은 범주에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직무능력이라는 것이 험한 세상에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했고, 스킬에 머무르지 않고 수강생 개개인의 힘 있는 콘텐츠가 담긴 책이 탄생하는 수업이 되길 원했다. 디자인이 전문적인 사람만이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이며,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김은영 선생님은 그런 의도를 잘 살려서 수업을 해주실 분이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선생님과 강좌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막상 좋은 선생님을 모시고 나니 수강생들이 8주간의 강좌에 충실히 임해줄까 잠시 걱정도 하긴 했다, 기도집에 어울리는 레이아웃과 디자인을 만들어 온 정준교씨, 200페이지의 책을 준비하다가 촉박한 마감 때문에 짧은 군산여행기로 책을 만든 임규희씨 또한 멋진 한권의 책을 완성하셨다. 책의 완성여부를 떠나 충실히 수업에 임해주신 모든 수강생들께 감사드린다. 지금에서 멈추지 마시고, 앞으로도 나만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세상에 내주시길, 나만의 책을 통해 또 살아가고 또 일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지시길 바란다.     수원시평생학습관 권수정 연구원

 

나를 표현하는 도구를 얻는다는 즐거움

판타스티코 멕시코! 그리고 판타스틱 인디자인 워크숍

글 조윤희

사람들이 음악, 그림 또는 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들이 자신을 표현해 주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저도 항상 기회가 된다면 나의 기억과 생각 혹은 미미하게나마 알고 있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이런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독립출판을 기획부터 작업물 출판까지 배워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그것도 안그라픽스의 편집디자이너이기도 한 김은영 선생님의 강의로 개설된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과 함께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는 생각보다 어르신 분들이 많아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인디자인이라는 컴퓨터 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다 30대 초반인 저와 비슷한 나이이거나 20대일거라 짐작했는데 그 역시도 저의 편견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학습능력은 나이가 아니라 호기심에 좌우되는 것인데 말이죠.

무엇보다 수업이 즐거웠던 이유는 강사님이 단순히 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주신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의 중요성과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인상과 메시지에 따른 편집 디자인 기본이론들을 차근차근 알려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표현의 도구를 찾고자 했던 저로서는 매주 토요일을 정말 알차게 보내는 기분이었습니다.

인생의 첫 번째 책에는 4년 전 떠났던 3개월간의 멕시코 여행 기간 동안에 머물렀던 멋진 장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보통 사람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 많이 떠올리는 나라 멕시코가 아니라 내가 직접 보고 온 아름다운 나라 멕시코를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되어갈 때쯤 출판사 없이 개인적으로 책을 출판하는 이들을 위한 독립출판 전문 서점들이 다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혹시 나도 그런 경로를 통해 극소수의 독자들에게나마 멕시코를 소개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독립서점들을 찾아보던 중 홍대 지역에 여행을 테마로 하는 독립서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책 내용을 검토한 후 돌아온 답변은 소량 입고 및 위탁판매가 가능하고 또 감사하게도 입고 기념으로 멕시코 사진전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 책을 만들어 본 적이 전혀 없던 저에게 이렇게 작지만 특별한 기회가 왔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작업임에도 이번 교육을 통해서 책을 만드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잊고 있었던 여행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과 기억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는 최초 기획했던 16페이지가 아닌 무려 40페이지의 소책자 『판타스티코 멕시코』가 완성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인쇄된 책을 처음 펼쳐보았을 때의 뿌듯함과 기쁨은 쉽게 잊지 못할 거구요.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엮어내는 독립출판 활동! 쭉 이어가고 싶습니다.

삶을 기록하는 책을 만들다

글 박임자

경험을 좋아하고, 경험만큼이나 기록도 좋아하는 저의 습관은 2002년에 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중국 단둥에 파견되어 2년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 시간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외국에서 혼자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경험들을 기록해 나갔고, 그 기록은 활동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기획자와 편집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저의 글이 『젊음, 나눔, 길 위의 시간』이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렇게 책 만드는 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2015년 4월. 우연히 동네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서 수원시평생학습관 홍보물을 보다가 ‘인디자인’ 특강이 4월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으나 이미 접수 마감이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담당자에게 전화번호를 남기고 혹시라도 포기하는 분이 생기면 꼭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해 놓았는데 며칠 후 결원이 생겨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즉시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수업시작을 일주일 앞두고 ‘척수종양’이 발견되었고, 병원에서는 종양의 크기가 너무 커서 신경을 눌러 지금 당장 수술을 해도 하지마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여 급하게 수술 날짜를 잡게 되었는데, 수업 개강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업이 눈에 들어올까 싶어 고민을 하다가 듣고 싶었던 수업이라 아쉬움이 남아 일단 첫 수업에 참석하였습니다.

첫 시간에는 인디자인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해주었고, 과정이 끝나는 날 책 한권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그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책의 주제를 정해 어떤 내용들을 담을 건지를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저의 관심은 온통 척수종양 수술에 있었으니 자연스레 수술기를 책으로 만들기로 하고 주제와 목차 등을 정해 보았습니다. 이어진 각자 생각한 책의 주제를 발표하는 시간에 2주 정도는 참석하지 못하겠지만 수술 잘 받고 와서 꼭 책을 완성하고 싶다고 발표를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수술 잘 하고 오라고 응원해주셨고, 6시간 동안 진행된 척수종양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수술 후 3주 만에 저는 다시 인디자인 강의를 들으러 올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작은 계기일지 모르지만, 다시 와서 책을 완성하고 싶다는 저의 작은 바람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밑거름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인디자인 프로그램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차분하게 이론과 실습을 적절히 섞어 꼼꼼하고 친절하게 진행과정을 살펴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책을 들고 강의를 들으러 가는 날은 수술에 성공한 날 만큼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을 기록한 책을 그 순간을 함께 해준 선생님과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선물하며 그 시간을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경험의 순간들이 찾아올 테고, 그 경험의 순간들을 직접 책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런 멋진 지식을 알려주신 김은영 선생님과 서울에서 수원까지 선생님을 모셔와 주신 수원시평생학습관 담당선생님에게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8주간 이어졌던 <독립출판 인디자인 워크숍>. 콘텐츠 구성부터 편집디자인, 인디자인 사용법, 가제본과 서로의 출판물을 공유하는 시간까지, 자신을 표현하고 또 다른 삶의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