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이반 일리치① : 소박한 자율의 삶을 추구한 일리치의 삶과 생각

글작성자 신청일 May 06, 2015

<와 배움터>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관련 책을 읽으면서, 강의 등을 통해 우리는 많은 교육학자, 그들의 사상, 철학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저 막연히 알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학자나 이론, 철학적 배경을 모른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앎이 없으면, 스스로의 학습이 없으면 쉽게 한계에 부딪힙니다.
<와 배움터>에서는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교육 이론들을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짧지만 본 지면을 통해 함께 학습하기를, 학습의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부터 4회에 걸쳐 만날 학자는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26~2002)입니다. 학교, 병원, 교회 등 제도화된 것들을 비판하고 소박한 자율의 삶을 추구했던 이반 일리치는 교육학자로만 불릴 수 없는 전인적 지식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 지면에서는 일리치가 생각하고 쓰고 주장했던 것 중 교육, 배움과 관련된 부분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의 삶과 철학이 오늘날의 평생학습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요.(편집자주)


일리치의 삶과 생각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전인적이라고 할 정도로 폭이 넓고 근본적이라고 할 정도로 깊이가 있으며 따뜻한 관용과 날카로운 비판을 겸비한 교양인으로서의 부드러움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관심과 통찰의 사람이다. 그는 일찍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가톨릭 사제로서의 자신을 냉철하게 자각하고 가톨릭 세계를 떠났다. 그 뒤에는 가장 자유롭고도 비판적인 전인적 지식인의 태도로 대학 밖에서 스스로 돈을 내고 가르치며 사람들과 함께 공부했다. 돈을 받고 가르친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가르쳤다다. 누구나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바가 있기에 서로 사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비판하나 모든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


2002년 일리치는 암으로 죽었다. 살아있을 때 아무리 고통이 심해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 않았고 대체로 스스로 만든 아편 가루를 먹으며 이겨냈다.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서양의학은 물론이고 동양의학, 한의학 또는 대체의학 등등 어떤 의학의 전문가에게도 가지 않았음을 말한다. 그러나 병원을 전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모든 의학의 과도화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기본적인 치료나 전염병 예방 정도가 갖는 긍정적인 효과는 당연히 인정했다. 그 자신 암에 걸렸을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병원에 갔다. 다만 엄청난 치료비를 요하는 상업적 고급(?)의술을 비판하고 그 이용을 거부했을 뿐이었다.

일리치는 마찬가지로 학교를 부정했지만 사람들이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공부하는 것을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학교에는 대학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가 교수를 지낸 미국이나 독일의 대학이 우리 대학보다는 더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해도 그곳의 대학들도 그가 학교 없는 사회에서 기존의 학교를 대신하는 곳으로 묘사한 곳과는 다르다. 그러나 그가 교수라면 누구나 바라는 종신직을 거부하고 평생 시간강사로 자유스럽게 살았음은 사실이다.

일리치는 자동차를 비판했으나 무조건 부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가용을 운전했고 자동차보다 더 문제가 많은 교통수단인 비행기도 자주 탔다. 소위 국제적 인사로 여러 나라를 자주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 여행을 하는 경우 제공된 운전사가 딸린 자동차도 물론 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에게 가능한 가장 절제된 소박한 생활을 하고자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말이다.


아나키즘을 추구했던 현대사상가


일리치는 하나의 범주로 구분될 수 없는 사상가다. 그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고, 그가 정통하지 않은 학문이 없다. 그가 신부였다는 이유에서 가톨릭 사상가로 바라보는 견해도 있고, 학문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명성을 얻은 분야가 교육이라는 이유에서 교육학자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기도 하나 그 어느 것이나 일면적이다. 그는 신부였으나 일찍부터 가톨릭을 문화제국주의로 비판하여 파문당했고, 교육론은 현대의 산업문명비판이라고 하는 그의 일관된 주제의 지엽일 뿐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우상화된 모든 이념과 제도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비판자다.

굳이 그를 분류한다면 그는 자본주의는 물론 사회주의에도 반대하는 아나키즘의 지도적인 현대사상가라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부당하게도 무정부 폭력투쟁으로 오해되고 있는 아나키즘의 본질인 소박한 자율의 삶을 가장 철저하게 사색하고 구현하는 그는 제3세계의 고유문화와 중세적 자연법사상 위에서 현대문명을 비판한다. 곧 교육과 문화, 의료와 교통, 자연과 환경, 성과 언어, 학문과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의 개인의 자율을 주장하며 국가, 자본 및 전문가들의 지배에 철저히 반대한다. 그는 그 통치기구로 인간 위에 군림하는 국가법을 부정하나 자연법을 신봉하는 아나키스트다.

여기서 자율이란 협소한 의미의 개인주의적 자율과는 구별된다. 그것은 타인과 함께 자율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자치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삶은 스스로 행하는 활동이어야 하므로 국가 등의 간섭이나 상품의 소비에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대인은 스스로 행하는 기쁨을 잃고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도록 강요받는다. 그렇게 몸은 병원, 머리(정신, 공부)는 학교, 이동은 교통에 맡기는 것을 우리는 진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그러한 제도나 기관에 대한 의존욕구가 마치 인간의 권리인양 법제화된다. 그러나 그것은 노예가 되는 권리, 마비환자가 되는 권리일 뿐이다. 그것을 일리치는 빈곤으로 부르며 그것을 낳는 희소성을 역사적으로 탐구하여 12세기를 그 출발점으로 규명한다.


일리치 사상의 전개


일리치의 사상 전개는 그 삶의 전개와 마찬가지로 두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전기는 제3세계 고유문화의 관점에서 현대문명을 비판한 것이고, 후기는 12세기 이전의 중세문화의 관점에서 현대문명을 분석한 것이다. 전기의 일리치를 사회사상가라고 한다면 후기의 일리치는 역사가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눈에 보이는 제도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희소성이라고 하는 문제로 관심이 이동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그 두 관점은 일리치에 있어서 반드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소박한 자율의 삶을 추구한 점에서 동일시되고 있다. 전후기 구분의 분수령이 되는 시점은 1976, 그의 나이 50세 전후이다.

전기의 그는 현대의 경제발전을 수요와 희소성의 진보적 지배로 보지 않고, 과거의 자율적 생존주체였던 민중이 그들의 고유한 기술을 박탈당하여, 건강을 의사에게, 공부를 교사에게, 교통을 자동차에, 놀이를 텔레비전에, 생존을 임금노동에, 고유한 성차를 중성화된 경제적 섹스에 의존하게 된 과정으로 본다. 그에 의하면 경제발전은 수요에 의한 노예화이지 희소성으로부터의 자유화가 아니다. 이와 같이 그는 경제발전이 인간에게 더욱 큰 자유를 부여한다는 명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여 1968년 학생운동 이후 서구의 소비풍요사회, 더 중요하게는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으로 생겨난 잘못된 수요로부터 민중의 자율적 능력을 지키고자 한 제3세계의 발전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상의 기반이 된 기독교에 대한 비판


일리치는 죽기 4년 전인 1998년에 했던 인터뷰에서 40년 동안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을 물었는데 강연을 할 때면 언제나 기독교 신앙인의 입장에서 말한다고 했다. 그는 유대인이었지만 기독교(가톨릭)를 믿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이런 출신이 그의 삶과 생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에리히 프롬이나 리 호이나키 같은 친구들 또는 데이비드 케일리 같은 대담자도 유대인이거나 유대인 기독교도였다.

일리치는 43세가 된 1969년까지 공식적으로는 가톨릭 사제였고, 그 뒤로 죽을 때까지도 기독교 신앙을 버리지 않은 기독교인이었다. 그 자신 자신의 모든 사상이 성서를 읽고 기독교의 순수한 전통으로 되돌아간 결과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굳이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해도 이는 우리가 그의 사상을 읽는 경우 당장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다른 이야기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말이다. 그는 스스로 선택한 청빈과 무권력과 비폭력은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예수는 그 사회의 지배적 가치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지탱되는 사회 자체를 공격했다. 그러나 현실 기독교 교회는 예수가 악마라고 비판한 같은 생산소비지향의 유혹에 넘어가 타락했다. 교회는 잦은 건축, 신도 회원제, 직업화, 전문화, 대량화, 관료화에 젖어 신도와 목회자는 계급화됐고 특히 국가이익을 교회목표와 동일시해왔다. 일리치는 그런 현실 교회에서 벗어나 원시 기독교의 친밀한 신앙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앙과 교회에 대한 이러한 생각이 학교, 병원, 교통, 교도소, 정신병원 등등에 응용된 것이 일리치 사상이다.

이러한 일리치의 견해가 해방신학을 비롯하여 기독교에 대한 여러 진보적인 입장과 같은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리치는 인간이 신의 자유로운 창조물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그가 꿈꾼 새로운 세상은 이미 철저히 제도화된 지상에는 없는, 은총을 받아 그 신비를 알 수 있는 왕국, 전문기술사회에 반대하고 스스로 가난을 강구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일리치는 교회의 도덕적 권위 행사는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권력 행사에는 반대했음을 주의해야 한다. 이 점에서 일리치는 해방신학이나 프레이리와는 구별된다.


에리히 프롬은 일리치 사상을 휴머니즘적 근원주의(humanist radicalism)이라고 불렀다. 그의 근원적 비판이 항상 인간을 위해 인간에게 더욱 큰 활기와 기쁨을 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천부적 인간성에 대한 믿음과 그것에서 나오는 자유와 평등이라고 하는 민주주의적 이념이다. 학교 없는 사회마지막 7장에서 그가 이상적인 것으로 말한 에피메테우스적 인간상은 인간의 본성과 인격이 선하다는 것을 믿는 희망의 존재로 재물보다 인간을 사랑한다. 반면 프로메테우스적 인간상은 희망이 아니라 기대하는 존재로 인간보다 재물을 사랑하고 제도에 기대한다. 프로메테우스적 인간상은 과학, 기계, 전자계산기, 컴퓨터에 의존한다. 일리치가 희망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존의 생활양식을 극복하고 진실한 인간의 욕구와 본성에 더욱 깊이 감동할 줄 아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창조함에 있어서 인간의 자유와 능력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_박홍규(영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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