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인터뷰_권두승 교수(명지전문대학 청소년교육복지과)
한국사회의 변화와 평생학습 패러다임의 발전방향
인터뷰를 할 때는 사전에 이슈에 대해 큰 방향을 정한 후 인터뷰이의 저서, 강연이나 논문, 사회적 발언 내용을 조사하여 질문 내용을 추리게 됩니다. 따라서 참고할 만한 텍스트가 많으면 짧은 시간 안에 질문지 정리가 끝나지만 반대의 경우 시간과 노력이 다소 소요됩니다. 이번 권두승교수님 인터뷰 사전 준비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저희가 찾은 권교수님의 발표 자료 내용도 좋았고 그 안에 질문거리가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께서는 2011년에 경남발전연구원에 기고하신 「평생교육의 뉴패러다임과 발전방향」이라는 글에서 한국사회의 변화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 후 그것에 기반하여 한국 평생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 방향에 대해 언급을 하셨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 다섯 가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먼저 교수님이 지적하신 한국사회 변화의 흐름은 1)지식기반경제 체제로의 전환 2)인구구조의 질적, 양적 변화의 심화 3)세대별 교육격차의 심화 경향 4)정보와 지식 등의 공유화/복합화가 확대되고 있고, 고유의 개념도 변화 5)노동시장의 구조변화와 그에 따른 노동의 유동화 현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정성원 :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권두승 :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예전 80년대 구로공단 지역의 사람들에 대한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잠시 동안 직장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대학원에서 평생교육 쪽으로 공부를 하고 학교로 오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고려대학교 사회교육원 객원교수, 일본 동경대학 객원교수,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도 했고, 한국평생교육학회장을 맡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했죠. 학교에서는 교무처장도 8년 정도 하고 부총장도 했고요. 요즘에는 현장 기관들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사회기반을 만드는데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야로 책도 쓰고 글도 쓰고 있습니다.
정성원 : 기관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 이런 것에 대해서 고민이 있으시고 집필중이시라는 것이죠? 교수님께서 현장 경험을 해보셨다고 했는데 어떤 곳이었나요?
권두승 : 학교에서는 평생교육본부장을 몇 년 했었고요. 마포구립청소년문화의집에서, 그곳이 예산이 30억 정도 직원이 25명 정도 되는데, 2년 정도 기관장을 했습니다. 2년 만에 전국 최고의 청소년문화의집으로 상도 받도록 만들었고요. 현재는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지원네트워크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현재 지자체의 청소년기관 및 도서관 7개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생교육 패러다임의 총괄적 발전방향
정성원 : 교수님께서는 우리 사회의 평생교육의 패러다임 발전방향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권두승: 평생교육의 뉴 패러다임과 관련하여서는 대학진학형 교육체제로부터 평생직업형 패러다임으로, 평생교육의 가치가 보완적 가치로부터 대안적 가치로, 교육주의방법으로부터 학습주의형 지원체제로, 수동형 청중으로부터 공동가치 창출자로서의 학습자 존중패러다임으로, 마지막으로 총체적 질관리 체제로부터 경험의 질관리 체제 중심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학진학형에서 평생학습형의로의 전환
정성원 : 패러다임 첫 번째로 제시하신 것이, 교육체제가 대학진학형에서 평생학습형, 학습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평생학습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인데 제대로 바뀌지 않고 있잖아요. 이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권두승 : 대학진학형 패러다임에서 평생직업형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의 핵심 골자는, 대학진학형을 강조하게 되면 인생이 18-19살 때, 어느 한 순간에 그가 보유했던 지식의 총량, 말하자면 수능 점수가 몇 점인지에 따라서 어느 대학에 가는 것이 결정되고, 어느 대학을 갔느냐는 것은 그가 무엇을 공부했느냐가 아니라 어느 학력을 가졌느냐가 되는 것이죠. 디그리오크라시(Degreeocracy), 자격주의에 빠지게 되고 학력 제일주의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학력 제일주의 사회에서 평생직업형 패러다임으로 가야 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일하는데 필요한 직무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이제는 학습 능력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평가해서 고용기회를 주어야 하고 고용가능성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내 인생이 20살도 되기 전에 내가 가졌던 능력에 의해서 평생이 좌우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직업사회가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얼마나 빨리 잘 습득하느냐에 따라서 사회 전체가 그에 따른 마땅한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 쪽으로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금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요.
패러다임 변화에서의 정부의 역할
정성원 :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예산이나 정책, 시스템 등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잖아요. 개별 개인의 노력 여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특히 각종 자원을 가지고 있는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밑바탕일 텐데요.
권두승 : 사회가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정부나 지자체는 사회가 잘 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촉진해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원하고 촉진해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만 정부나 지자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 것이고,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했을 때에는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GDP 3만 불, 5만 불 시대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거나, 촉진하는데 있어서 한계가 있는 것이죠.
평생학습 패러다임 중심으로 사회 전체가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으로 개인의 생애에 걸친 평생학습 기회를 개인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조장하고 촉진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진학형 패러다임에서는 한번 어느 직장에 들어가게 되면 그 직장에서 큰 문제가 없는 경우 평생 동안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평생직업형 패러다임에 있어서는 내가 직업사회가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도태되거든요. 이것은 이 사회가 위험사회(risk society)가 된다는 것, 국민 모두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직무에 필요한 직업 능력을 개발시키고 전환시키지 못하면 언제든지 직업에서 도태될 수 있고, 자기의 고용가능성이 상당히 저해되는 것이지요. 그러기 때문에 위험사회에 있어서 학습 관리망 체제 세팅은 정부와 지자체가 체계적으로 해야 할 임무라고 봅니다. 과거에는 사회안전망 개념이 강조되었잖아요. 소외된 자, 저학력자, 고령자, 저소득자, 다문화자 등에 대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줘서 그 사람들이 전체 사회에 포용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서 모든 사람을 위한 사회적 학습망으로 사회체제가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패러다임이 이렇게 변화되었다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그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학습망, 개인적인 평생학습 관리체제를 국가가 지원하고 촉진해줄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된다는 얘기입니다.
▲ 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권두승 교수
학교교육 보완을 넘어 대안적 가치로의 전환과 그 경로
정성원 : 패러다임에 대해 두 번째로 말씀하신 것이 평생교육의 가치가 학교교육의 보완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서 대안적 가치로 가야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어찌보면 원대한 구상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평생학습이 대안적 가치로까지 갈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 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권두승 : 이제까지 교육의 가치를 보면 학교교육 중심 사고가 지배적이었죠. 그러다보니 평생교육은 주변부이고 학교교육에 대한 보완적이고 보충적인 개념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발전하다 보니까 학교교육에서 배웠던 지식이 사회에 나와서는 쓸모없는 것도 있습니다. 이에 학교교육은 학습능력을 진작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하며, 평생교육은 이것과 더불어 전문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전문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개념은 학교교육에서 이제까지 뒤쳐져왔던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그런 보완적인 기능은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그것도 제대로 수행을 해야 하지만 주된 기능이 이제는 전문적인 직업능력 교육, 개인 개발 교육, 공동체 회복 교육 등에 더 많이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안전 밸브 역할로서의 평생학습
정성원 : 두 번째 패러다임과 관련하여 교수님께서 “평생교육은 새로운 위험 등을 줄여서 포용사회, 사회투자국가를 건설하는 사회안전망, 사회적 위험관리망, 국가안전망 전략 및 사회적 안전 밸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포부가 굉장히 크신 건지, 아니면 평생교육의 역할에 대해서 과잉해석을 하신 건지요.
권두승 : 아니요. 그것은 과잉이 아니라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여기서 포용사회라는 것은, 이를 테면 우리가 ‘쟤는 싫어, 뭐는 좋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배제하잖아요. 특히 저소득국가의 외국인이나 유색인종에 대해 배제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고, 저소득 계층에 대해서도 보다 덜 인정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러한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배려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 사회 전체를 공동체 사회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 사회가 위험사회로 가니까 위험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위험 관리망 체제입니다. 이는 소수만이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위험에 빠지니 국가 전체의 안전망, 세월호사건 이후에 나타난 국가 안전관리의 개념이 아니라, 전체 국민들에게 위험을 줄이자는 것이지요. 위험을 줄인다는 것은, 직업에서의 위험, 고용상실로부터의 위험, 심리적 상실로부터의 위험 등의 안전관리망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에 평생교육이 핵심적인 가치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것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평생교육은 주변부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생교육이 이제는 이 사회 전체의 핵심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성원 : 이제 평생학습이라고 하는 가치가 어떻게 보면 국가 운영, 사회 운영의 굉장히 중요한 원리로 작동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시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권두승 : 그렇지요. 서울시도 이번에 평생학습 마스터플랜을 짜는데 있어서 핵심이 사회 운영의 원리로서 평생학습을 강조했습니다.
공급자 중심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습자 중심의 자기 주도형 학습으로의 변화
정성원 : 패러다임의 변화 세 번째가 공급자 중심의 반복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의 자기 주도형 학습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첫 번째, 두 번째 패러다임의 경우 국가 역할 비중이 높았다면 세 번째 패러다임은 현장 기관들이 어떻게 잘 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은 기관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도전이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고민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에 대한 실제적 방안에서 많이 막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권두승 : 예를 들어 서울시가 요즘 추진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모두의 학교’라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라는 전제하에, 일방적으로 누군가 가르치는 시대는 지났다, 누구든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가르칠 수 있고 또 필요한 지식을 누구한테든 배울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죠. 가르치는 사람은 영원히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배우는 것이고, 가르치는 사람은 전지전능하고 배우는 사람은 무지하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것, 가르치는 자인 동시에 학습자라는 개념으로 가게 되면, 학습자들의 권리가 강조되어야 합니다. 학습자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 이를 테면 배울 수 있는 권리, 성장할 수 있는 권리,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이런 것들을 말하거든요. 그런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공급자 중심에 있었던 교육체제가 아니라 수요자 중심 교육 체제, 쌍방간의 상호 지원적인 교육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생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학습 중심 체제, 학습자 중심, 교육권으로부터 벗어나서 학습권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습권의 개념이 강조되면 학습자에 대한 교육주의적인 주입식 교육, 전달식 교육 등은 이제 별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탐구식 교육, 공유형 학습, 지식을 배운다는 것, 학습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들이 많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죠.
정성원 : 학습자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것은 학습자는 스스로의 권리 의식을 향상시켜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고 기관입장에서 보면 학습자가 단순히 수강생이 아니고 그분이 가지고 있는 니즈를 어떻게 해소시켜줄 것인가 하는 섬세함이랄까요, 이런 것이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이것은 마음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풀어내는 능력까지도 겸비해야 하니까 예전에 프로그램을 그냥 돌렸던 것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능력 등이 요구되는 것이죠. 그렇게 보면 기관에 있는 실무자들의 능력을 어떻게 신장시킬 것이냐는 것은 현장의 중요한 고민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개별적으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권두승 : 말하자면 학습자 중심으로 간다는 것은 과거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이죠. 프로그램 짜고 강사를 집어넣어서 학습하는 형식만 만들어주면 되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학습자들이 어떻게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찾아내서 그 프로그램을 학습자들하고 함께 하면서 거기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함께 만들어가는 형태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점점 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단순한 의미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라는 역할이 강조되어졌다면 이제는 프로그램 개발자인 동시에 학습 촉진자 역할도 해야 하는 거예요.
▲인터뷰 중인 권두승 교수(명지전문대학)와 정성원 관장(수원시평생학습관)
새로운 학습자 신뢰 시스템 수용 문제
정성원 : 네 번째 패러다임이 지금 나눈 얘기와 유사할 수 있는데요. “평생교육기관의 역할이 수동형 청중으로부터 가치공동 창출자로서의 학습자를 존중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함으로서 새로운 학습자 신뢰 시스템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새로운 학습자 신뢰 시스템이라는 것이 현재 작동되는 그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향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권두승 : 학습자 신뢰 시스템을 수용해야 한다는 말은, 과거에는 학습자를 컨슈머(consumer)로, 단순한 소비자로 본 것이에요. 그런데 클라이언트(client)가 되면 다르거든요. 나한테 고객으로 왔다는 개념이 되면 그 고객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를 통해 그 고객이 우리 기관의 충성 고객이 됨과 동시에 사회 전체에 유능한 인재로서 기능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것까지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 평생교육기관에서 학습자들을 소극적인 존재로 보던 것들을 이제 적극적인 존재로 봐야 하는 것이고, 그 사람들이 단순하게 학습자원이 아니라 그 기관의 중요한 성장 동력원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같이 전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되어야하겠다는 개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관장님이나 제 세대에서 학교 교사는 존중을 받았어요. 학교 교사가 존중을 받았던 이유는 전체 학부모들보다 교사의 지적 수준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평균이상으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사의 지적 수준, 사회경제적 수준이 학부모보다 낮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학부모들이 교사를 존경하는 것이 없어요. 단순히 하나의 직업인으로 보는 것이지요. 교사에 대해서 학부모들이 존경을 하지 않으니 학생들도 따라서 교사들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학원에 가서 맞으면 이해하는데 학교 가서 맞으면 큰일나게 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이제 앞으로 평생교육 장에도 그대로 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평생교육 장에도 이제는 보다 유능한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었잖아요. 과거에는 못 배웠던 사람들이 평생교육 장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보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더 많이 배우기 위해서 오거든요. 그럼 거기 오는 사람들이 평생교육사보다도 한 단계 레벨업 된 사람이거나 같고, 적은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무화(無化)된 개념이니까 말입니다. 그들에게 교육을 어떻게 제공해주어야 하는가를 보면, 단순히 소비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고객으로 보고 잘 관리하고 체계화하고 그 사람들과 더불어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그 속에서 지역을 형성하고 전체 학습 능력을 개발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하는 개념으로서 학습자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TQM에서 EQM으로의 변화
정성원 :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기관에 있는 실무자는 훨씬 더 전문성과 세밀함을 갖추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되겠네요. 패러다임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제시한 것이 총체적 질 관리, TQM(Total Quality Management)에서 EQM(Experience Quality Management)으로 가야 한다는 것인데요. EQM은 익숙치 않은 용어이기도 한데, 이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서 조금 상세히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권두승 : 앞서 제가 평생학습 패러다임으로 가야하고, 두 번째로 평생교육이 이제는 보완적 가치가 아니라 대안적 가치로 가야하고, 소비자 주권을 강조해서 학습주의 패러다임으로 가야한다고 했고, 학습자들이 이제는 수동형이 아니라 가치 공동 창출자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에 와야 하는 것은, 교육이라는 상품은 구매하기 전, 참여하기 전에는 그 교육 상품이 어떠한 것인지를 모릅니다. 그런데 휴대폰 같은 제품은 구매하기 전에 예상이 가능합니다. 갤럭시 6는 사양이 어떻고, 뭐가 어떻고 알 수 있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은 살 때는 이것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사잖아요. 그런데 교육프로그램은 들어가서 보기 전에는 그것이 뭔지를 몰라요. 그 강사와 교육을 접해보기 전에는, 그 프로그램을 접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들어가 봐서 자신의 기대 가치가 떨어지면 금방 탈락을 해버립니다. 그러다보니까 제일 핵심은 학습 소비자와 교육제공자가 만나는 접점, 그 접점의 질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접점에 있어서의 질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교육은 또 한편으로 감정 서비스에요. 지식노동자인 동시에 감정노동자이거든요. 교육이 이루어지는 접점에서 내가 얼마나 그 사람에게 감동을 받느냐, 동기가 촉진되느냐, 또 한편으로는 내가 충분히 능력을 더 개발해야겠다는 것을 인식하느냐, 이런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제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접점에서 학습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교육제공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경험의 질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에요.
이를 테면 MIT에서는 모든 강의 자료가 최소한 2~3개월 전에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오픈됩니다. 학생들에게 오픈이 되는 것이죠. 그러면 학생들이 이번 시간의 강의 자료를 다 가지고 있고, 이미 다 알고 옵니다. 교수가 다 알고 있는 자료를 그냥 읽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건 강의가 아닌 것이죠. 교육은 알고 온 사람들하고 상호작용을 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개발해가는 그런 교육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이런 교육들은 없었던 교육이잖아요. 그래서 이제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이 직접 이루어지는 접점에서 교육의 질이 보다 풍요로워야 되고 보다 양질이어야 하고 전달하는 시스템이 보다 체계적이어야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것이 제대로 되었을 때 교육이 살아나는 것이고 평생교육도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것이 많아지게 되었을 때 학습의 장에 사람들이 보다 많이 오게 되거든요.
특히 일반 성인들 같은 경우는 학습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경향이 많습니다. 이것을 고전적 조건형성이론으로 대입해 볼 수 있습니다. 파블로프의 개와 종소리, 음식 실험에서, 음식을 앞에 둔 개에게 음식은 무조건적인 자극이 되고 침 흘리는 개는 무조건적인 반응이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종소리를 부여하면 종소리는 중성자극이 됩니다. 그런데 나중에 음식물을 제거하고 중성자극인 종소리만 제공해줘도 개는 침을 흘리게 되잖아요. 이것이 파블로프의 조건형성이론인데, 이 때 종소리만 제공해줘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것은 종소리는 이미 중성자극이 아니라 조건자극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가 침을 흘리는 조건반응을 하는 것이죠.
이것을 성인교육의 장으로 가지고 오면, 성인들은 학교라는 중성자극이 과거에 불유쾌했습니다. 안 좋죠. 성인들에게 평생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왜? 내가 과거에 학교교육에 있어서 유쾌한 경험이 적었거든요. 그런데 유쾌한 경험이 보다 많았던 사람들은 교육에 있어서 성공을 했고, 보다 많은 교육을 받았고, 전문적으로 가버렸어요. 그런데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은 불유쾌한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도 불유쾌한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우연하게 평생교육의 장에 들어 가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만족을 주고 유쾌한 거죠. 그러다보면 만족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주어야만 평생교육이 활성화된다는 개념이에요.
이제까지 평생교육이 그러한 개념을 몰랐던 거예요. 이때까지 우리는 단순하게 교육을 도구적인 개념으로 사용했잖아요. 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직업을 얻는데 필요한 개념으로 봤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내 만족을 위해서 참여를 하거든요. 요즘 방송통신대에 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대학 졸업자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왜 가겠어요. 그런 교육 서비스에서 만족감을 얻기 위해 가는 것입니다. 평생교육의 장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많이 주어야 학습 전체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보거든요.
전문성과 세심함이 요구되는 평생학습, 현장 실무자의 고민 해결
정성원 : 교수님이 제시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교수님의 의견에 따르면 패러다임 변화에 있어서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도 있겠습니다만 EQM은 학습자와의 접촉면에서의 질 관리의 문제이고 이것은 기관에서 굉장히 세심하고 전문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잖아요. 학습자의 존중도 그렇고, 학습자 중심의 교육도 그렇고요. 이렇게 보면 기관에서 해결해야 할 몫이 상당한데 문제는 현재와 같은 처우와 조건, 시스템 속에서 해당 기관이 자기 힘으로 끌고 갈 수 있겠는가,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으면, 패러다임 제시만 가지고는 사실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 교수님께서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권두승 : 과거에 우리는 교육을 이야기할 때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강조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책임이 개별 기관과 교육 제공자, 전달자에게 가야합니다. 국가와 지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별 교육기관이 얼마나 학습자 친화적인 교육 체제를 구축하고 학습자들에게 질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줘서 만족감과 동시에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제대로 달성시켜 주고 네트워크를 촉진 시켜줄 수 있는, 그런 기능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이노베이터의 조건』 이라는 책에서 “앞으로 세계의 지식사회에 있어서의 교육기관은 책임을 이행하는 기관과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를 합니다. 책임을 이행하는 기관과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는 기관, 두 개만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기관은 책임을 이행하는 기관이고 이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기관은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는 기관이 되게 되고 그런 기관은 도태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개별 기관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고, 개별 기관에 있는 평생교육사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저는 이런 점 때문에 기관장의 교육경영 마인드와 평생교육사들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의지와 학습자 친화적인 교육 체제 구축과 경험 공유, 이런 기능이 훨씬 더 많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보고 또 그런 기능을 잘 수행하는 기관이 더욱더 활성화된다고 보거든요.
정성원 :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종의 매트릭스로 그리면, 정부의 역할, 지자체의 역할, 기관의 역할, 개인의 역할이 다 있을 것이고 현재의 자원과 능력 그리고 각각을 어떻게 지원해주면 좋을지 등이 한편으로 제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제대로 하는 기관과 못하는 기관, 즉 도태된다는 것이 단순히 시장경제 법칙으로 못하면 떨어져 나가라, 이런 것은 아닌 것이잖아요. 중요한 것은 이 기관들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할 것이냐 라는 것이 고려되고 고민되어야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 나오지 않을까요. 잘한 기관 한 두 개만 가지고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니까요. 그리고 이것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풍성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고민과 새로운 시도, 이런 것이 있어야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이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라는 긍정의 에너지가 생길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회의에 빠질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그렇고요.
권두승 : 아까 말씀드린 것에서 덧붙이면 개별 기관의 역량이 중요하다 보면 국가는 지원을 해주고 통제보다는 서포트를 해주는 개념으로 가야하고, 그 가운데 개별적인 역량이 뛰어나고 잘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해서 지원해주는 체제로 가야하고, 평가하는 것이 단순한 일자리 창출이라든가, 금방 겉으로 드러나는 가시적인 성과 이외에 또 다른 어떤 교육의 질까지도 같이 평가해서 전체적인 비전으로 가야하는 것이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현재 국가나 이런 곳에서 평가하는 개념이, 성과가 질보다는 양에 있거든요. 이런 성과관리를 지나치게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지치고 지쳐서 피로사회가 되요. 평생교육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많죠. 그러니까 이제 그런 지나친 평가관리주의에 매몰되지 말고, 교육의 가치를 장기적인 입장에서 봐야지요. 교육에 있어서 한편으로 양적 가치도 중요하죠. 취업을 얼마나 하고 졸업을 얼마나 하고 자격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습자들이 거기에 와서 얼마나 만족했고 행복해졌고 성장했는가, 이런 가치도 교육기관 평가에 있어서 중요하게 해주어야만 교육기관이 가시적 성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성원 :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회적 지위나 처우가 풍족치 못한 평생학습기관 실무자들, 하지만 요구되어지는 일은 점점 많아지는 기관의 실무자들에 대한 조언이랄까 힘이 되는 위로의 말씀이랄까, 해주시길 바랍니다.
권두승 :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은 일률적인 잣대로 모든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내가 어느 곳에 있든 내가 만족해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느냐 하는 것들이 그 사람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사회적 잣대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열정 페이인 거죠- 거기에 몰입해서 학습자들과 함께 나누고 성장했는가 이런 것들에 가치를 둔다면 평생교육사라는 직업은 참 의미있는 직업이, 재미난 직업이 될 수도 있거든요. 미국에서 자살율이 제일 높은 직업이 치과의사입니다. 왜이겠습니까. 돈은 많이 벌지만 극도의 긴장에서 치료를 하다 보니까 그런 문제가 생기게 되잖아요. 평생교육사는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그런 가치를 두고 일을 하다 보면 충분히 재미있는 장도 될 수 있고, 같이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충족시켜준다는 것이 다른 어떤 기회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가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겸손한 자에게 복이 있다고, 온유한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하는데 가진 것 아무것도 없으면 겸손해야하고 온유해야 해요. 평생교육사가 보다 겸손해지고 보다 온유해지려면 내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거예요. 저는 그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능력을 갖추고 제대로 된 일을 했을 때 사회도 그 사람에 대한 대우가 달라집니다. 내가 아무리 대우를 해달라고 주장해 봐도 하는 일이 별 볼 일 없고 성과가 없고 전체적으로 작동하는 기제가 형편없으면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나를 다르게 볼 것이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임파워링(empowering)을 하고 평생교육의 전체 파이를 키워나가는가 하는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것들 때문에 연구자이기 보다는 기관운영이 체질에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원 : 긴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답해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권두승 : 네, 저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인터뷰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정리_이보라(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