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思考>
교육 및 비영리단체, 교육 프로그램, 사회혁신 프로젝트, 지역 및 마을 운동 등 다양한 해외 사례를 소개하고 새로운 관점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다른 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팁 하나, 작은 실마리라도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
유럽 시민교육을 위한 네트워크
NECE(Networking European Citizenship Education)
흔히 말하는 “시민”단체에 몸담고 있다 보면 어떤 문제에 부딪히거나 도움, 참고자료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다른 단체, 다른 나라 사례를 찾아보는 일이다. 활동가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이런 리서치 활동이 큰 영감과 팁을 준다. 그 어디선가 누군가가 비슷하게 경험한 ‘선배’들과 ‘후배’들 덕분이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어른들의 말이 틀리지 않다. 같은 영역에서 일하는 선배들과 후배들, 동료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경험담을 나누다 보면 마음이 놓이고 위로가 된다. 공통 관심사가 결국 네트워크가 되고, 협의체가 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 되는 것을 쉽게 보게 된다.
시민교육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텐데, 국경을 넘어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네트워크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유럽 시민교육을 위한 네트워크 NECE(Networking European Citizenship Education, http://www.bpb.de/veranstaltungen/netzwerke/nece/)다. 국경의 개념이 거의 없이 하나의 화폐를 쓰는 공동체 유럽이라면 그 어떤 것도 가능해 보이긴 하지만 사실 유럽 내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각 나라의 태생으로 비롯된, 시민의식을 교육하는 시민교육을 위한 네트워크라니 매우 흥미롭다. NECE는 독일의 시민교육을 위한 연방기관 BPB(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http://www.bpb.de/)이 만든 것으로 물리적인 형태의 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포럼 등 일종의 여러 행사 등을 통해 교류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느슨한 협의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NECE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유럽의 시민교육을 장려하고 ‘유럽인’이라는 개념을 널리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는 데 있다. 주로 시민교육 관련자들, 시민교육에 대한 여러 접근법에 대해 여과 없이 알리고 오늘날 시민교육이 겪는 주제와 어려움에 대해 국경을 넘어선 토의를 장려한다. 또한 학계와 현장에 있는 활동가, 정치인들을 한데 모으고 좋은 사례는 공유될 수 있도록 한다.
▲NECE 홈페이지 갈무리
여러 활동 중 눈에 띄는 것은 매년 열리는 컨퍼런스다. 작년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열렸는데 주제가 “제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배우는 시민교육과 갈등조정”이었다. 2014년인 지난해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지 100년 된 해기도 하다. 컨퍼런스를 통해 시민교육 관련자들은 오늘날 유럽이 겪고 있는 유럽 내 갈등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집트 등 유럽 인근 나라들이 겪는 갈등까지도 함께 고민한다. 컨퍼런스에서 다뤘던 구체적인 질문들은 ①유럽 내 포퓰리즘에 대한 새로운 논란과 해결방법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②어떠한 시민교육 방법, 도구가 갈등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③권력구조를 분석하고 시민참여를 증진하기 위해 시민교육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④제도화된 불확실성이라 할 수 있는 갈등,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과연 우리는 어떻게 다룰까? 등이다.
올해는 그리스에서 열리는데 주제는 “그들과 우리: 상호의존적인 사회에서의 시민교육”이라고 한다(2015년 10월 22~24일 예정). 작년에 이어 유럽 내, 유럽을 둘러싼 여러 갈등관계에 대해 한 단계 심화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 한다. 자칫 외교, 정치문제로 국한되어 보이는 이러한 주제들이 결국은 공동체라는 개념을 넓게 가져가니 하나의 시민교육 주제로 접근이 가능하다.
▲2014 NECE 컨퍼런스 주최 및 참여단체들. 정부기관, 학계, 단체 등이 어우러져 있다.
NECE는 컨퍼런스가 열리는 시기 사이에는 포커스그룹이라 불리는 멤버들의 워크숍을 연다. 연간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주제 논의를 발전시킨다. 가령 유럽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인 유럽 내 이민자 문제 등을 다루기도 한다. 워크숍에는 실무자뿐만 아니라 학계, 정치인들도 참여한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결국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데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NECE는 연간 3번 정도의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뉴스레터에는 유럽 내 시민교육에 관한 활동가, 관련자, 조직들, 프로젝트 등을 소개한다. 또한 현재 활발하게 일어나는 주요한 사건에 대한 논란, 보고서, 발행물 등에 관한 소식을 제공한다.
다양한 소식 공유 이외에도 NECE가 주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데이터베이스(Database)다. 예를 들어, 어떠한 시민교육 분야의 전문가나 조직을 찾고 있다면 NECE 홈페이지 리스트 중에 쉽게 찾을 수 있다. 주제, 나라, 조직의 종류 혹은 전문가, 언어능력 등으로 데이터가 정리돼 있다. 인덱스에 따라 나온 리스트는 이메일, 개인홈페이지, 우편주소, 전화번호 등 구체적인 연락정보까지 담고 있다.
▲시민교육 전문가, 조직들을 찾을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http://www.bpb.de/veranstaltungen/netzwerke/nece/66798/database)
NECE가 다루는 주제, 활동들을 보니 새삼 “시민교육”이 다루는 범위는 결국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크기라는 생각을 한다. 국경을 넘어서 하나의 공동체로 유럽을 보고 공동체를 둘러싼 여러 이슈를 시민교육으로 풀어내려는 이들의 접근이 부럽다. 세계를 내가 몸담고 있는 하나의 공동체로 본다면 바로 세계시민교육이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여러 나라 사이에 둘러 쌓여있는 듯 하나 실제로는 섬과 같이 고립된 우리나라가 국경을 넘어선 시야를 가지기 위해서는 시민교육이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곧 아시아 시민교육 네트워크 등을 리드할 단체가 나오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글_황명화(세이브더칠드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