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경희대 최일선 교수 “노인 X세대의 니즈에 맞는 체계적 준비가 필요”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Mar 10, 2015

학계 인터뷰_최일선 교수(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노인 X세대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다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진시황. 당시 평균 수명기간 정도를 추측해보면 그리 일찍 하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강렬한 불로장생의 꿈에 비춰보면 49세의 나이는 너무 젊어보이기도 합니다. 평균수명 80세로 접어든 현재 시대는 어쩌면 진시황에게는 불로초의 시대로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진시황처럼 든든한 배경이 있는 사람이야 축복의 장수시대이겠으나 준비가 부족한 많은 사람들에게 장수가 곧 기쁨이 되는 시대는 아닙니다. 특히 2014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48.1%에 이르고 있습니다. 노인 두 명 중 한명은 빈곤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OECD 평균 11%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빈곤율이 높아도 너무 높은 상황입니다. 이에 따른 노인 자살률도 OECD 최고 수준입니다.

이런 데이터 앞에서 노인교육 활성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맥없이 물러나 호시절이 오기만을 기대하는 것 또한 난망한 일일뿐더러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비록 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노인교육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알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노인교육에 천착하고 계신 경희대 최일선교수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정성원 : 먼저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일선 : 저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0년 정도 기업체에서 일했습니다. 그 후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과 석사과정에 들어가 평생교육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에서 성인교육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석사논문의 주제는 문해교실의 노인학습자에 관한 것이었고, 박사학위논문의 주제는 미국의 대표적인 노인교육기관인 Lifelong Learning Institute(LLI)의 학습자이자 강사인 분들의 Peer Teaching(또래교수기법) 경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들어와서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으로 1년 동안 일하다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입사했는데 그때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위탁됐던 평생교육센터를 평생교육진흥원으로 바꾸는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평생교육진흥원 설립 준비 TF가 만들어졌는데 거기 참여하여 평생교육법 개정안 마무리 작업과 진흥원 설립 준비 실무를 담당하다가 평생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면서 진흥원으로 들어갔죠. 2년간 기획, 홍보, 국제 업무를 담당했고 경희대 교수로 부임한지 만 5년이 되었습니다. 올해부터는 경희대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에 평생교육전공을 신설했습니다. 수원, 용인 등 경기 남부 지역의 평생교육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전공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정성원 : 현재 교수님이 주로 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최일선 : 노인교육 분야입니다. 일본과의 비교연구도 하고요. 일본이 저에겐 일종의 현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노인교육과 일본은 연결된 주제입니다. 일본은 사회교육 역사도 오래됐지만 고령화도 앞서 있어서 노인교육에 대한 연구도 활발합니다.


노인교육 부실화 문제


정성원 : 교수님께 노인교육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노인교육이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고 빈곤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노인교육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도 한국 사회의 문제가 투영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을 인적자원의 관점으로만 보면, 노화라는 것이 젊은이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그래서 잉여자원으로 보고 투명인간 취급하게 되는 것이고, 그 결과 OECD 내 노인의 빈곤율이나 자살율이 세계 1위가 되는 것도 이런 것의 일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관점과 담론이 사회에 팽배하게 되면 노인에 대한 교육 자체도 결국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보거든요. 교수님께서는 노인교육이 부실한 것이 어떤 면에서 연유하게 된다고 보시나요.


최일선 :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고 전 세계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노인교육에 대한 관심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70년대 붐으로 일어났었습니다. 학회도 만들어지고 대학에 학과가 만들어진 곳도 있었고요. 60년대 등장한 평생교육론의 영향인데요, 교육이 평생 동안 지속되어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니까 당연히 노인까지 해야 한다 그런 차원이었죠. 그런데 80-90년대를 지나면서 노인교육은 동력을 잃었습니다. 노인교육이 평생교육의 완성이라는 논리적 정당성으로 시작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되어야 하는데 정부의 공적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렸죠. 그런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90년대 이후에 평생교육이 평생학습 논의로 바뀌면서 국가가 주도하는 평생학습 정책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유럽 통합의 중요한 수단으로서 평생학습 정책이 중요한 정책이 되었고, 사회적 통합의 차원에서 배제층에 대한 관심이 이루어지다 보니까 그런 와중에 노인이 부각되었죠. 2000년대 중반에 EU 등에서 나온 평생학습 정책 권고문 같은 것을 보면 노인에 대한 정책의 비중이 크게 중가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사회교육 전통과는 별도로 국가가 주도하는 평생학습 정책이 90년대 들어 강화되면서 노인교육에 관심이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90년대 이후의 이런 평생학습론의 배경에는 관장님 지적대로 인적자원 또는 생산성을 중심으로 평생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담론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그렇다보니 사회적 관심과는 정반대로 노인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약했고 노인교육은 여전히 부실한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인교육에 대한 학계의 논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정성원 : 현재 노인교육에 대한 학계의 논의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최일선교수2.jpg 최일선 : 작년 말에 우리나라 노인교육학계에 중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국노년교육학회가 창립됐습니다. 올해는 530일에 경희대학교에서 제1회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제가 학술위원장으로서 그 행사 준비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이 학술대회가 노인교육에 대한 논의를 집약하는 행사이니까 이 대회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기획 주제 한국노년교육학 연구의 진단과 전망, 지역사회의 노인교육, 종교기관의 노인교육으로 구성 중이구요, 사례 연구 주제로는 대학평생교육원에서의 노인교육, 종교기관에서의 노인교육, 성공적 노화의 사례연구, 노인의 자원봉사, 중장년의 생애설계 등에 대한 발표자를 모집하고 있는 중입니다.

국가 정책에 관한 연구도 포함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왜 노인교육이 약한가. 이건 정책적인 문제이기도 한데요, 그것도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있죠. 주관 부처가 교육부인가 복지부인가의 혼선 문제도 있고, 지자체의 노인교육기관 지원 부족의 문제도 있습니다. 지자체의 예산 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노인교육의 주종을 이루는 것이 노인복지관인데, 최근에 운영비 지원이 감소되어 굉장히 힘든 상황에 있습니다. 기관 자체적으로 외부의 펀드를 따오지 않으면 기존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운영하기도 어려운 곳도 많습니다.

더 크게 보면 근본적이고 이론적인 이슈들이 있는데 이런 주제를 이번 학회에서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예를 들어 노년기의 발달 양상이 어떠한가, 노년기에 지적 능력이 퇴화하는가, 학습능력은 어떠한가, 동기는 어떠한가 등 노년기의 학습과 발달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 간간히 있어 왔는데 이런 주제에 관한 발표도 포함될 것입니다.

또 노인교육도 굉장히 정치학적인 것이 있습니다. 거시정치학으로서의 국가 정책이나 집단간의 갈등의 문제도 있지만 미시적인 정치학도 있습니다. 노인학습자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배제가 일어납니다. 학습자 집단 안에서 경제적인 자본이나 문화적인 자본을 가지고 있는 층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문제들도 중요한 노인교육의 이슈이기도 합니다. 또 노년기의 역할이랄까 이런 논의들도 있고요. 크게 보면 사례에 대한 분석적인 연구가 모아질 것 같고, 그것이 지금까지 해왔던 많은 것들입니다. 그 바탕에 이론적인 논쟁 지점들을 담아내는 발표자도 물색 중입니다.


노인교육의 법률 체계의 문제점


정성원 : 노인교육의 공공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가정책 단위에서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중앙정부 측면에서 보면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인데요. 노인교육과 관련해서 법률적 문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최일선 : 노인교육과 관련된 법은 평생교육법과 노인복지법인데요, 둘 다 노인교육에 관한 내용이 명시된 조항은 없습니다. 평생교육법의 평생교육에 대한 정의는 학교교육을 제외한 모든 교육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넓게 해석하면 노인교육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노인교육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보니 노인교육 정책이나 사업의 근거가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육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평생학습 실태조사에서 노인교실이나 노인복지관이 평생교육기관에서 누락되고 개인에 대한 조사에서는 그 대상이 64세 이하로 한정되어 노인이 제외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교육부에서 추진했던 노인교육전문가 양성과정 지원사업이나 노인교육과정 시범운영 지원사업의 경우 5년만에 갑자기 중단되었는데 사업의 법적 근거가 모호했던 게 사업 중단 이유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인복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노인교육 프로그램의 양으로만 보면 노인복지관인데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인교육도 법적 근거가 불분명합니다. 굳이 찾자면 노인복지법이 노인복지관과 노인교실을 노인여가복지시설로 분류하고 이 시설들의 기능으로 노인교육을 언급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렇다 보니 노인교육과 노인여가의 구분이 안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실제로는 쓰이지 않는 노인교실이라는 명칭을 고수하고 있다 보니 현장에서 사용하는 노인대학이나 실버대학과 같은 명칭과 혼동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정책조정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여러 부처에 걸쳐있는 노인교육관련 정책의 협의·조정기구가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나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에서도 노인교육 관련 정책이 추진되고 있거든요.


노인교육에 관한 문제-범주와 단일성


정성원 : 노인교육 내용을 보면,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만을 위한 교육이라고 이해하기 쉬운데요. 이것은 잘못할 경우 노인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인교육이 물론 노인의 복지와 여가함양 이라는 것도 존재하겠습니다만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노인과 관련된 전반적 교육으로 작동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최일선 :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신 건데요, 노인교육이 무엇인가, 노인교육의 범주에 무엇이 들어가는가 라는 문제가 있고, 또 노인교육을 노인들만 모아서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라는 문제가 동시에 있습니다.

첫 번째는 범주 상 노인교육이라고 하면 노인들을 위해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실제 학계의 논의는 그런 노인교육과 동시에 일반인들의 노화, 노인, 고령화에 대한 이해교육도 노인교육의 영역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 노인전문가 양성과 실무자 보수교육도 노인교육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제가 박사과정 때 연구했던 사례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의 누구나학교와 비슷한 것인데요, 노인학습자들이 교사로 나서서 자신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을 동료들에게 가르치는 즉, 노인에 의한 교육도 노인교육의 중요한 범주입니다. 또 노인교육의 큰 영역중의 하나가 세대공동체 교육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와 손주세대, 청장년세대와 노년세대가 함께하는 것이죠. 이렇게 노인들을 위해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외에 이런 다양한 영역들을 포함을 해서 넓게 봐야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논의입니다.


두 번째는 노인들만을 모아서 별도로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것을 노인들이 원하는가, 입니다. 이것은 사실 복잡한 문제입니다. 개인의 기호도 다르고요. 어떤 경우는 노인들만 있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경우는 젊은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인복지관의 교육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보면 노인교육은 노인들만으로 구성된 교실을 연상하게 됩니다만, 노인교육기관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곳, 예를 들어 평생학습관이나 도서관 같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인 일반을 위한 교육에 노인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면 평생학습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프로그램 중 제목이나 참석자 요건에 노인이 명시된 것들만 골라보면 10% 내외인데 평생학습관의 실제 노인학습자 비중은 그보다 훨씬 큽니다. 일반 성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노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거지요. 외국에서는 아예 대학의 정규 교육과정을 노인들에게 개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멕시코 영화 스튜던트를 보면 70대 중반의 늦깎이 대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왕따를 당하는데 나중에는 손자뻘 급우들의 멘토가 되는 스토리인데요, 우리나라 대학에도 실제 이런 장면이 곧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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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평생학습관 정성원 관장()과 경희대학교 최일선 교수()


노인교육 시행 기관의 전문성 문제


정성원 : 지금 노인교육에 대한 개념, 범주를 말씀하셨다면, 이제는 노인교육을 시행하는 주관기관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같은 평생학습관도 일부 진행하지만 대부분 노인복지관, 사회복지관에서 주로 담당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 전문성을 보면, 노인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그것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수행하는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전문성이 참 중요할 텐데요. 그런 측면에서 평가 하신다면 어떤가요? 그리고 아까 노인복지관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측면에 처해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최일선 : 노인교육 프로그램들이 복지기관 쪽에서 많이 이루어지죠. 몇 해 전 한국교육개발원의 노인학습자 조사에서는 학습자들이 참가하는 교육프로그램의 90%가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이었다고 보고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복지기관의 노인교육프로그램은 출발 자체가 교육적인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기보다 학습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따라간 측면이 강합니다. 복지기관의 정체성이 노인의 교육이나 학습보다는 케어나 지원에 있다 보니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적극적일 수가 없습니다. 전문성의 측면에서도 사회복지사들이 그 일을 담당하는데, 개인적인 관심사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회복지사들의 정체성을 생각해 볼 때 노인교육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높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 노인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을 보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적극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고, 평생교육사 자격을 별도로 취득하는 사회복지사들도 늘고 있습니다. 사실 그런 분들의 노력 때문에 노인복지관의 교육프로그램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노인교육 프로그램이 점차 확대되다보니, 많은 노인복지관에서 자신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에 교육프로그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프로그램은 늘어나는데 지자체의 재정이 계속 악화되니까 지원예산은 줄고 지금까지 운영해오던 교육프로그램을 유지하려면 외부 펀드 등 공모사업을 통해서 따와야만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고요. 지자체에서는 기본운영비 정도만 내려주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사회복지사들의 업무 로드가 굉장히 큰데, 부족한 예산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야하니까 웬만한 열의를 갖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죠. 그래서 사실 노인복지기관의 사회복지사들이 전문성이 없다고, 제가 노인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뭐라고 비판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이정도로 해온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적인 토대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노인기관의 프로그램의 전문성이라든가 교육내용의 수준을 높인다는 것이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세대의 특징과 대안


정성원 : 노인중에서도 베이비부머세대는 전통적인 노인과는 다른 세대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노인은 저학력이라고 생각했다면 베이비부머는 고학력에 고소득자들도 있고 그에 따라 욕구도 다른 측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조금 준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일선 : 최근에 노인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이유 중 하나는 베이비부머세대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학력도 높고 일부는 경제적인 여유도 있는 이들이 노인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인에 대한 이해도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노화 또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근거는 질병에 걸렸거나 건강하지 못한 노인들인데요, 최근에는 보통의 노인들은 건강하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성공적 노화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독일의 발테스(Paul Baltes) 박사는 노화의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병리적 노화, 정상적 노화, 적정한 노화입니다. 병리적 노화는 하나의 유형에 불과하다는 거죠. 발테스 박사가 이상적인 유형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정한 노화인데요, 이런 노화는 질병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노년기에도 발달을 증진시키고 노화에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늙어가는 것을 지칭합니다. 발테스 박사는 이런 이상적인 유형의 노화 즉 성공적 노화를 위한 전략을 SOC라는 모델로 제시했는데요, 제 생각에 이런 종류의 이론이 등장한 배경이 베이비부머 즉, 건강한 노인세대의 등장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기에 노인교육이 출발할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좀 더 높은 수준의 노인교육에 대한 요구, 다양한 노인교육에 대한 요구 등이 대두되고 있고, 예전에는 여가 또는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들이 주종이었는데 최근에는 인문학 붐이 노인교육으로까지 연결되고, 아예 대학에서 노인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단지 평생학습관이나 노인복지관 같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비형식교육만이 아니라 대학과 같은 정규교육과정에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요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도 그런 것들이 변화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성원 : 저희가 작년에 시니어를 대상으로 2의 인생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했는데요, 참여했던 한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홍보물에 노인을 위한이란 표현이 아니라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이런 표현 때문에 왔다고요. 일종의 경로당이나 노인회관 개념은 싫다는 것이죠. 연령으로 보면 노인이지만 지향이나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보면 노인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데, 자신이 경로당이나 노인으로 묶여지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베이비부머세대는 말씀하신 것처럼 독특한 자기의 특징과 욕구가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현실적으로 반영해줄 수 있는 기제가 있느냐 라는 측면에서 아직은 대응이 늦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인교육이 기존까지는 여가와 복지에 방점을 찍었다면, 노인의 새로운 세대, 노인의 관점으로 보면 X세대죠.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능력을 기반으로 어떻게 사회에 공헌하게 할 것인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2의 창업을 하게 할 것인가, 그래서 새로운 지평들을 열어 놓아야 노인이 그저 늙은 사람들이 아니고 새로운 삶을 산다는 지평들이 확장되어야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노인 X세대의 문제에 대해 더 천착하고 새로운 직업과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들을 잘 만들어주는 것이 한국사회 노인교육의 측면에서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일선 : 맞습니다. 일단 경로당이나 노인이라는 말이 들어간 기관이나 행사를 싫어하죠. 그리고 강사 평가를 보면 자신이 노인이지만 어르신 강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강사를 선호하죠. 노화 자체를 직면하는 것을 싫어한다고나 할까요.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에 엘더호스텔(Elderhostel)이라는 유명한 노인교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여행과 학습을 합쳐놓은 것인데, 여행지가 학습의 장이 되고 머무르는 곳이 교실이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크루즈선을 타고 가는 비싼 프로그램도 있고, 방학 때 대학의 빈 캠퍼스와 기숙사를 활용해 거기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숙박을 하면서 근처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강좌의 주제가 다양한데요, 엘더호스텔에서 딱 한 가지 금지하는 과목이 있습니다. 노년학입니다. 물론 노년기의 건강에 대한 관심, 건강 강좌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을 보면 노화 자체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자신의 인생을 조망해보는 자서전쓰기도 인기 강좌입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좀 더 젊고,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강좌, 예를 들어 높은 수준의 학구적인 강좌나 자원봉사와 같은 적극적인 사회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강좌, 은퇴는 했지만 직업의 연장선상에서 뭔가를 안정적으로 하기를 원하는 분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필요합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퇴직 전 중장년의 노후준비교육과 연계돼야 합니다. 예비노인 교육이라고나 할까요.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나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노후설계서비스가 있습니다. 서울대에서 운영하는 제3기 인생 대학이나 방송대에서 운영하는 제2인생 대학도 있고요. 기업체에서도 몇몇 대기업 같은 경우는 퇴직 전에 노후 설계 프로그램들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재무 설계나 창업 같은 경우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실제 요구에 부합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시도들도 있습니다. 특히 희망제작소의 시니어공헌센터가 운영하는 행복설계아카데미 같은 경우가 관장님이 말씀하신 X세대 노인들의 요구를 많이 담았죠. 단지 어떤 스킬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은퇴에 대한 관점, 사회공헌에 대한 이해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개설 초기에는 강좌가 끝나고 자원봉사나 엔지오 활동으로 연계하는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수료한 사람들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처럼 자신의 활동과 사회적인 기여, 공익적인 사업이면서 개인적인 소득과 연결시킬 수 있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농사기술도 노후준비 프로그램에서 인기 있는 주제로 뜨고 있습니다. 과수를 기르는 것, 화초나 채소를 기르는 방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입니다. 방송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2의 인생설계 프로그램에서도 귀농, 농업기술, 식물재배 등 건강한 은퇴자들이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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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일의 연계, 조속한 성과에 대한 요구 문제


정성원 : 저희도 시니어교육에 관심이 있어서 작년에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시니어 소호 보급살롱 미타카, 시니어대락 등을 방문했는데요. 시니어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창업이나 재취업에 힘을 쏟는 곳이었습니다. 지금 평생학습의 중요한 방점 중 하나가 학습이 학습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과 어떻게 연계할 것이냐에 방점이 찍혀 있잖아요. 좋은 방향이기는 합니다만 학습을 한다고 해서 취업이나 창업으로 바로 연계될 수 없고, 굉장히 부단한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고 단련되어야 그나마 자립이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하잖아요. 일반 기업도 성공이 어려운데 요구는 그렇게 온다는 것이죠. 학습을 했으면 뭔가 빨리 성과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자칫 새로 성장하려는 싹 자체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일선 : 노후의 취업으로 연계되는, 노후에도 일을 통해서 성취를 계속 하고 싶은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실질적으로 소득과 연계 시킬 수 있는 요구도 많고 사회적 필요성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에 실업률은 점차 높아질 것이고,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사회가 됐으니까요. 일자리가 부족해서 청년들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 어르신들의 취업 여건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빨리 내놓을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연금을 받거나 재산을 갖고 있어서 일자리를 필요로 하진 않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생계를 위해서 일자리가 필요한 분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폐휴지를 줍는 어르신들은 일자리가 절실합니다.

이런 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사업으로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이 추진됐습니다. 예전에 취로사업이 발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20만 원 정도 지급되고 폐자원 재활용 사업이나 소외계층 돌봄 지원 사업, 초등학교 급식도우미사업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일자리사업이기도 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사업입니다. 또 어르신들에게 적합한 소규모 창업이나 식품제조와 판매 사업과 같은 사업들도 있는데요, 이런 사업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교육프로그램도 병행됐습니다. 잘 발전시킨다면 어르신들의 교육과 취업 창업을 연계시키는 모델이 될 수 있었을 텐데요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올해부터 20만 원씩 지급되는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됐잖아요. 그런데 정부의 복지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기초연금과 일자리사업이 중복되는 것으로 간주됐고, 우선순위에 있는 기초연금을 지급하는데 부족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자리사업 예산을 없애게 된 것입니다. 증세 없는 복지의 유탄을 맞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일과 연계되는 학습의 성과를 내는 사례들은 간간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노인학습동아리는 학습동아리에서 영상기술을 배워서 영정사진을 찍는 사업,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업, 홍보물 위탁사업 등으로 일정한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노인일자리를 늘리려면 제조업종 기업의 참여가 결정적일 것입니다. 제가 최근에 본 책 60세 이상만 고용합니다는 일본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계부품을 만드는 곳인데요. 이 회사는 노인을 일정비율로 채용했습니다. 지방에 있는 회사이다 보니 인력이 부족했고, 일주일 내내 가동해야하는데, 토요일 일요일에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어르신들을 토요일 일요일에 일할 수 있게 했습니다. 성공적인 사례가 되었지요.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노인 신입사원들이 겪는 시행착오가 눈물겹지만 사장의 의지가 분명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성공을 거둡니다. 이 회사에 대장장이 학교가 있다는데요, 분야별 숙련공(아마도 젊은 직원일 것입니다)이 직접 만든 교과서를 준비해서 노인들의 강의와 실기를 지도하는 배움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정성원 : 노인 X세대에 대한 이해와 관심, 연구 이런 것이 한국사회에 중요한 측면이 있겠다고 생각하며, 학계에서도 특별히 베이비부머세대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진행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인교육을 수행하는 노인복지관이나 사회복지관 쪽에서는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상대적으로 평생학습관이 교육적 관점은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노인복지관에 비해서는 노인에 대한 이해나 애정이 떨어지는 측면에 있습니다. 평생학습관에서 노인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일선 : 우선은 어르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지요. 연령이 몇 세 이상인가를 떠나서 직업에서 은퇴를 했거나 은퇴가 예상되는 분들입니다. 가정에서도 가사, 자식부양의 책무에서 벗어났거나 벗어날 것으로 기대가 되는 시점에 있는 분들이고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거기서 나오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사회나 자연에 대해서 관조할 수 있는 위치에 들 수도 있다는 점, 노인들이 학습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도 예를 들면 중장년층보다 느슨한 교육내용(여가나 교양과 같은)과 편안한 교육방식(강의나 답사와 같은)을 선호하는 점 등을 잘 이해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다양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연령이 많을수록 인생의 경험이 다양할 것이고 당연히 요구나 취향이 다양할 테니까요. ‘전형적인 노인이란 말은 모순입니다. 이렇게 보면 아동·청소년 교육에서 유행하는 소위 수준별 수업이나 맞춤형 학습은 노인교육에 더 적합한 교수학습이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비용효과를 생각하면 평생학습관에서 이런 방식으로 노인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운영하는 누구나학교 방식이라면 가능합니다. 제가 연구했던 미국의 LLI가 바로 그런 식인데요,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강사와 학습자를 모집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멍석만 깔아드리는 거죠.

한 가지 주의할 것도 있습니다. 학습자들이 신입생들에게 장벽을 만드는 현상입니다. 노인복지관에서 간간이 보고되고 있는데요, 먼저 학습한 사람들이나 학력이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배타적인 학습공동체가 형성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특히 학력이나 소득이 낮은 어르신들의 학습기회를 차단하는 높은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평생학습관은 공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은 인구 100만 대도시의 평생교육을 지원하는 센터입니다. 대부분의 노인학습자에게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먼 곳에 있습니다. 따라서 자체 프로그램 운영도 중요하지만 어르신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집근처에 있는 좋은 학습공간을 지원해주는 역할이나 그런 기관들을 연계하는 역할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정성원 : 오랜 시간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최일선 : 제게도 아주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정리_이보라(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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