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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관련 책을 읽으면서, 강의 등을 통해 우리는 많은 교육학자, 그들의 사상, 철학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저 막연히 알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학자나 이론, 철학적 배경을 모른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앎이 없으면, 스스로의 학습이 없으면 쉽게 한계에 부딪힙니다. |
듀이는 어떤 삶을 살았나?
사실 그의 교육실천과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 심리학, 미학, 정치학, 사회학을 폭넓게 인식하고, 그가 살아 온 삶과 그 속에서 펼쳐진 생애를 충실히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미 그는 위와 같은 학문 영역에서도 주요 인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학에서 바라본 듀이의 저작, 『경험으로서의 예술』(1934)은 새로운 예술론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은 그의 교육이론과 사상 그리고 그에 따른 실천이 그리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혁신학교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어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듀이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시대에 누구와 살았나?
듀이가 살았던 시대는 ‘전환기의 시대’였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고 있었고, 본격적인 산업화로 미국 자본주의가 만개하고 있었으며, 2차 이민자의 유입과 파업으로 사회의 큰 변화가 있었다. 이 와중에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미국과 세계와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었다. 교육에서는 진보주의 교육운동으로 근대 공교육에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시기에 자유와 활력이 넘치고 청교도적인 가치가 묻어나는 북부 버몬트 주 벌링턴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듀이는 소심한 성격에 책을 좋아하였고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식료품상이었던 아버지 일을 도와 용돈을 받았을 때, 그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책을 사서 보는 거였다. 후에 이를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하였다. 그는 뜨거운 교육열과 열린 종교관을 가졌던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개방적인 부모 밑에서 열린 사고와 경험을 갖게 되었고, 이른 나이에 버몬트 대학에서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성장기에서 특별하게 바라보아야 할 점은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와 교사로 재직했다는 점이다. 이 때 근무한 학교가 바로 펜실베니아 오일시티 고등학교와 사를로레 초등학교였다. 여기서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면서 기쁨, 열정, 보람, 절망 등을 느꼈다. 이 시기가 듀이에게는 교육과 철학을 실천적으로 결합하여 고민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런 지적인 고민 이후 본격적으로 철학을 공부하였고, 퍼스(Charles S. Peirce)가 있었던 존스홉킨스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 때 만난 그의 스승은 헤겔 철학의 대가 모리스(George S. Morris)였고, 여기서 쓴 박사학위논문이 “칸트의 심리학”(1884)이었다.
이후 미시간대학교, 미네소타대학교, 시카고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를 거치면서 철학을 중심에 놓고 정치학과 교육학이 연계된 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지속하였다. 연구를 하고 가르치면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받고 함께 실천하였다. 듀이 초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상가는 역시 대륙철학과 변증법의 대가 헤겔, 프래그마티즘의 선구자 퍼스와 제임스(William James)이었다.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생각에 영향을 준 사람으로 사회학자 꽁트(Auguste Comte)와 스펜서(Herbert Spencer) 등도 들 수 있다.
시카고학파를 주도했던 상징적 상호작용론자인 미드(George H. Mead)나 사회복지운동의 선구자 애덤스(Jane Addams) 등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듀이와 함께 시대를 변화시키려고 했던 매우 가까운 인물들이었다. 진보교육운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파커(Francis W. Parker)와 시카고대학교 초대 총장인 하퍼(William R. Harper)의 영향도 매우 컸다. 최근 포스트모더니즘은 물론 주요 근대철학, 정치학, 사회학, 교육학에서도 주목받는 로티(Richard Rorty),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아렌트(Hannah Arendt), 피터스(Richard Stanley Peters) 등은 후대에 듀이 사상과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물들이다.
듀이의 교육철학과 실험학교
듀이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시카고학파가 형성된 시카고대학교와 실험학교를 만들고 운영했던 1894년부터 1904년이었다. 1894년에 시카고대학교 초대 총장인 하퍼는 철학과 심리학이 함께 있는 교육학과의 학과장으로 듀이를 초빙하였다. 창조적인 분위기의 시카고와 창조적인 교육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지역사회와 학부모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실험학교’는 새로운 교육과 학교의 탄생을 세상에 알려주었다. 여기서 듀이는 교육을 철학과 심리학과 연결하여 교육의 이상을 추구하려고 교육실천에 뛰어들었다.
실험학교는 1896년 개교 당시 6세에서 9세까지 16명의 학생과 2명의 교사가 함께 시작했다가 이후 세 차례 학교를 옮기고 더욱 확장되어 1903년에는 교사가 16명, 학생은 100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7년 동안 듀이는 이곳에서 철학과 심리학에 기반 한 다양한 교육 문제를 다룰 수 있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문제해결(problem solving)’ 학습과 ‘프로젝트법(project method)’이다. 37세에 쓴 “나의 교육신조”(1896a)부터 『학교와 사회』(1899), 『아동과 교육과정』(1902)은 이 시기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다. 실험학교를 그만둔 이후 『사고하는 방법』(1910)과 『민주주의와 교육』(1916a)에서 듀이의 교육철학은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때 그의 나이가 50대 중반이었다.
실험학교 초기에 담긴 듀이의 교육철학은 진화론적 생물학과 기능주의 심리학을 기반으로 헤겔의 실험주의적 관념론을 드러낸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교육을 지속적인 성장과 통합의 관점에서 변증법적인 실험과 탐구를 통해 나아가고자 했다. 이후 듀이는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하면서 헤겔의 논리학을 재구성하고 퍼스(탐구의 과정), 제임스(경험과 의식의 흐름), 미드(사회적 자아)의 사상을 받아들이면서 프래그마티즘의 완성해가면서 교육철학을 정립해나갔다. 이러한 흐름은 독일 학파와 맞서는 시카고학파의 탄생에 크게 기여하였고 당대 사상가들로부터 극찬을 받게 되었다.
듀이는 실험학교 운동을 통한 교육이론 정립과 실천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사회 각 방면의 개혁을 위해 글을 쓰고 직접 실천하는 등 자기주장을 펼치고, 다양한 사회개혁 운동에까지 세세히 관여하였다. 사망 3년 전인 90세에 『아는 것과 알려진 것(Knowing and Known)』(1949)을 발간했고, 애덤스의 헐 하우스 운동을 함께하며 도시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싸웠다. 그 전에는 중국(1919), 일본(1919), 터키(1924), 소련(1928), 영국(1929) 등지를 돌며 전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듀이는 다양한 조직을 만들거나 이끌기도 했는데, 제3의 급진정당, 시민참여연대(People's Lobby), 독립정치참여연대(League for Independent Political Action), 사회연구를 위한 뉴스쿨, 미국대학교수협회, 진보주의교육협회, 전국교육협의회(National Educational Association), 미국교사연맹(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 등이 그것이다. 77세에는 자유당 명예 부총재를 맡았고, 78세에는 ‘스탈린에 의한 트로츠키 고발에 대한 조사 위원회’ 의장을 맡아 멕시코까지 가서 조사활동을 하는 등 1952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혼신을 다해 전환기의 삶을 살았다.
교육이론과 실천의 통합자, 듀이
이처럼 듀이를 단순한 철학자로 부르거나 학교를 설립해서 운영했던 교육가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철학과 이론을 교육적으로 정립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고, 이를 실천 속에서 구현해내고자 노력한 이가 바로 듀이이다. 교육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나 사회복지 등에서 지속적으로 실천을 해 온 인물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안겨 준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이론과 실천을 구분하는 것 자체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론과 실천의 구분 자체가 사회 계급 혹은 계층을 나누는 시발점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지배자와 피지배자, 빈자와 부자, 몸과 마음, 과학과 예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도 반대한다. 그는 철저한 반이원론자였다. 이러한 측면은 그의 사상을 이해할 때, 이론과 실천 양자 모두에 대한 검토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함을 반증한다.
듀이는 교육이 결코 교육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영역과 유기적으로 맺어져 있다고 보았다. 교육이 원시적이면서도 동시에 종합적인 영역임을 삶 속에서 그대로 드러내는 발상이다. 그의 심리학과 논리학을 보면, 인간 존재의 의식과 인식의 조건과 연계되어 있어 학습자의 지식 구성 및 성장 발달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한편, 그의 철학과 정치학은 교육 그 자체를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민주주의와 등가로 놓는 작업과 연결되어 있다. 나아가 그의 과학과 미학은 수업 그 자체가 예술이면서 과학임을 밝히는 증거가 된다.
그에 대한 전적인 이해는 여러 층위에 걸친 면밀한 검토를 통해 가능하다. 이를 유기적으로 잘 엮고 그 안에서 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발굴해야한다. 어느 한 주제를 말하고자 할 때도 시간의 연속선, 공간의 변화, 이론의 통합과 조준점, 실천의 국면 모두를 살펴보아야 한다.
글_서용선(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기획단 장학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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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엄태동(2001), 『경험과 교육』, 원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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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s, B., & Sumara, D., 현인철․서용선 역(2011), 『혁신교육 철학을 만나다: 복잡성 이론과 실천 교육의 뿌리를 찾아서』, 서울: 살림터.
Dworkin, M., 황정숙 역(2013), 『존듀이 교육론: 존 듀이가 쓴 교육에 관한 기록들』, 씨아이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