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파울로 프레이리④: 문제제기식 교육과 대화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Feb 24, 2015

<와 배움터>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관련 책을 읽으면서, 강의 등을 통해 우리는 많은 교육학자, 그들의 사상, 철학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저 막연히 알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학자나 이론, 철학적 배경을 모른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앎이 없으면, 스스로의 학습이 없으면 쉽게 한계에 부딪힙니다.
<와 배움터>에서는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교육 이론들을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짧지만 본 지면을 통해 함께 학습하기를, 학습의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만날 학자는 평생교육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파울로 프레이리입니다. 프레이리의 생애부터 사상의 핵심적인 주제(해방, 프락시스와 의식화, 대화)를 4회에 걸쳐 살펴보겠습니다.(편집자주)

 

프레이리 교육학의 특징을 3회에 걸쳐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다룬 내용은 프레이리의 생애와 교육학의 특성, 해방의 지향성과 인간화의 의미, 그리고 프락시스와 의식화의 문제 등이었다. 이번 회에는 이번 프레이리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 즉 방법론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침묵의 문화와 문제제기식 교육

 

프레이리의 방법론 하면 많이 떠올리는 개념이 문제제기식 교육이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페다고지’에 소개된 이 개념은 은행저축식 교육과 짝을 이룬다. 먼저 은행저축식 교육이란, 교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방식이다. 이런 교육에서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운다. 교사는 말하고 학생은 듣는다. 교사는 지시하고 학생은 따른다. 학생은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그대로’ 차곡차곡 자기 안에 적립한다. 은행에 저축하듯이 말이다. 이런 모습을 우리는 학교에서 흔히 목격한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교육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교육에서 학습자는 ‘조용히’ 주어진 지식을 쌓는다. 또한 학교와 교사의 권위에 길들여진다. 교사의 말에 순응하고 잘 따르는 학습자는 ‘모범생’이 된다. 프레이리가 보기에 이러한 교육 방식은 학습자를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교육 방식이다. 식민지 상태거나 독재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교육의 풍경이다.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을 풍경이기도 하다.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교육(즉 해방을 위한 교육)은 어떤 교육일까? 전 회에 살펴보았듯이 그런 교육은 인간을 대상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 만드는 교육이다. 학습자를 침묵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교육이다. 조용히 순응하는 교육이 아니라 시끄럽게 떠들며 질문하는 교육이다. 프레이리는 이러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방식을 문제제기식 교육이라 칭했다. 문제제기식 교육에서는 기존의 교육 틀이 깨진다. 여기에서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기존의 지식은 만고불변의 보편적인 지식도 아니다. 학습자도 단순한 지식의 수신자가 아니다. 학습자는 적극적인 지식 생산자가 된다. 자신들을 억압하고 있는 지식 생산자로서 학습자는 기존의 지식, 가치, 문화 등에 대한 비판하고 성찰하면서(즉, 문제제기 하면서) 자신들의 지식과 문화를 구성해 나간다.

 

대화의 방법론

 

교사는 문제제기식 교육을 어떤 방법을 통해 실천할 수 있을까? 프레이리는 그 방법이 바로 ‘대화’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대화란 단순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이 아니다. 대화는 교사와 학습자, 그리고 학습자와 학습자의 세계가 만나는 일이자,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 새로운 지식, 가치, 문화를 ‘함께’ 창조하는 생산적 과정이다. 프레이리가 활용했던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문해교육에서 활용되었던 ‘발견카드’의 방법의 대표적이다. 발견카드란 일종의 그림카드이다. 프레이리는 글자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그림을 학습자들에게 보여준다. 이때 그림은 학습자들에게 익숙한 사물이나 인물이다. 그리고 그 그림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한다. ‘화성’을 예로 들어 보자. 수원 시민에게 ‘화성’은 친숙한 장소일 것이다. 수원시민이라면 화성에 대한 저마다의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 화성 그림을 보여주면 수원시민들은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화성 그림은 학습자들의 화성에 대한 기억, 이야기, 의미들과 만나게 되고, 학습자들의 대화 속에서 또 다른 의미로 재창조 된다. 그리고 나서 그 그림과 관련된 글자, 예를 들어 ‘화성’이라는 글자를 배우게 되면, 이 글자는 학습자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이해되고 발견된 글자가 된다. 이렇게 발견카드는 서로간의 세계를 나누는 상징물로서 활용되었다. 프레이리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해방된 아프리카 국가(상투메프린시페) 문해교재에 담기도 하였다. 예컨대, 프레이리가 만든 문해교재의 순서는 함께 읽기, 토론하기, 쓰기로 이루어진다.

 

다음으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과도 유사한 문답법의 방법을 살펴보자. 프레이리의 저서인 ‘희망의 교육학’에 소개된 내용인데, 여기에서 프레이리와 농부들의 대화가 담겨 있다.

 

“농부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요?”
“그건,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거고, 어떤 것은 가질 수 없다는 것, 뜨거운 땡볕에서 일해야 하고요, 그리고 권리도 없고, 희망도 없는 것...”
“그러면 왜 농부는 이런 것들을 가질 수 없을까요?”
“그건 신의 뜻이니까요”
“누가 신인데요”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시지요”
... (중략) ...
“당신은 만약에 세아이 중 한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해 그 아이만 학교에 보내고 나머지 두 아이는 희생시킬 수 있겠습니까?”
“아니오”
“육체적인 인간인 당신도 그런 정의롭지 못한 일은 하지 않는데, 신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장내에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아니오, 신은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를 지배하는 사람들이 한 짓입니다”

 

이 장면에서 프레이리는 질문하고, 농민들은 대답한다. 프레이리의 질문은 농민들의 고정관념을 흔들고, 농민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숙명론적인 세계관을 넘어 냉혹한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현실에 대한 자각의 과정이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프레이리는 적절히 대화에 참여하면서 농민들의 각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교사의 역할과 권위

 

문제제기식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성인교육학에서 교사는 자기주도적 학습자의 학습을 도와주는 촉진자, 안내자, 상담자 등으로 그려진다. 성인교육학에서는 전통적인 교육학에 비해 학습자의 권한이 커진 대신, 교사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프레이리의 문제제기식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적극적이다. 프레이리는 교사 또한 대화의 한 주체로서 자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 이 때 교사는 자신의 신념을 숨기지 않고 학습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야 한다. 그리고 교실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야 한다(이런 의미에서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가르친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프레이리는 교사가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것을 경계한다. 중립적 태도란 현재의 억압적 상황에 대한 침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사는 자신의 신념을 숨기지 말고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고 프레이리가 교사의 권위적인 태도를 옹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레이리는 그의 저서 ‘문해교육’에서 성평등 의식을 매우 권위적으로 가르쳐서 오히려 학생들의 성평등 의식에 대한 반감을 높아졌었던 사례를 든다. 이 사례는 해방적 지식이라도 권위적으로 전달 될 때 어떤 일어날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교사는 자기 신념을 투명하게 보여주되,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과 신념 또한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한다. 또한, 학습자들과 ‘권위적 관계’가 아니라 ‘민주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프레이리가 미국의 성인교육자인 마일즈 호튼과의 대화를 담은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그가 보기에 교사의 권위는 바로 이러한 학습자의 민주적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단순한 교실 상황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교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획득되는 것이다. 교사와 학습자 사이에 대화란 결국에는 서로 간의 삶을 기반으로 한 소통과 성장의 과정과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4회에 걸쳐 단편적이나마 프레이리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보았다. 개념에 대한 효과적 안내에 주력하다보니, 그의 이론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의미나 한계 등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점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프레이리 교육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몇 가지 개념이라기보다는 교육자 또는 교육학자로서 프레이리가 가졌던 일관된 신념, 교육을 통해 세상을 보다 인간답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일 것이다. 이 희망에 동의한다면, 프레이리의 교육학을 만나는 일이 매우 반가운 일일 것이다. 프레이리가 여러 저서에 밝히고 있듯이 이론은 늘 새롭게 창조되어야 한다. 프레이리도 자신의 이론이 극복되고 재창조되길 바랐다. 프레이리 이론을 반갑게 맞이한 독자들에게 프레이리의 생각들이 이 땅을 인간답게 변화시킬 새로운 희망의 씨앗으로 움트고 싹트길 기대해 본다.

 

글_허 준(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파울로 프레이리①: 프레이리의 삶과 사상 /suwon/issue/76166
☞파울로 프레이리②: 해방의 교육학 /suwon/issue/77662
☞파울로 프레이리③: 프락시스와 의식화 /suwon/issue/78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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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heh2003 2015.03.01 17:54
    꼭 필요한 때에 좋은 글을 읽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단비를 기다리는 언 땅처럼 ..많은 도움주셨습니다. 작년에 휴먼 라이브러리가 붐을 일으켰을때 관련자료가 별로 없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었습니다. 그런데 호주의 Greg Watson 박사의 논문에서 프레이리의 이론을 휴먼 라이브러리의 이론적 배경으로 연결시켰는데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았었어요. 교수님의 글을 통해서 휴먼라이브러리와 평생교육의 관문을 통하는 문 하나를 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유익한 글들을 실어주시는 수원평생학습관에도 감사드려요. 황 희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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