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사랑과 연애③] 『사랑은 왜 불안한가』 하드코어 로맨스와 에로티즘의 사회학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Feb 10, 2015

<Book 너머>

우리의 일상을 감싸고 있는 이야기 중 한 가지 주제를 선정, 책과 함께 읽어 내려갑니다. 머릿속을 떠도는 상념, 한켠에 묻어두었던 고민일수도 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나 전혀 관심 없던 주제일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면을 통해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접근해보는 것은 어떠세요?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그 너머의 생각들을 길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편집자주)

 

[사랑과 연애]에 관한 세 번째 책

에바 일루즈 『사랑은 왜 불안한가』 (돌베개, 2014)

 

물론 지속적으로 논쟁거리를 던져주는 대상이기는 하지만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goolge books library project)’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미 구글은 천만권이 넘는 책을 스캔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던 거대한 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구글 라이브러리는 단순히 텍스트를 디지털화하는 매체 변환의 의미만을 지니지는 않는다. 구글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가 축적해온 텍스트는 해석을 요구하는 빅 데이터이자 동시에 롱 데이터로 변신하고 있다. 구글 라이브러리는 “한 인간의 삶보다 길고, 심지어 모든 국가의 생애보다 긴 기간에 걸쳐 우리 문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담은 초상화를 제공”(『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 p29)해준다.

 

이 데이터가 제공하는 초상화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2010년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엔그램 뷰어(Ngram Viewer, https://books.google.com/ngrams)’는 구글 라이브러리라는 빅데이터이자 롱데이터를 직감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공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로봇은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부지런히 읽어 우리에게 긴 시간 동안 “특정한 단어, 특정한 아이디어가 얼마나 자주 언급되는지를 도표”(『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 p34)로 보여준다. ‘섹스하다(have sex)’와 ‘사랑을 나누다(make love)’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빈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는 아주 흥미롭다.

 

사랑은 왜 불안한가 그래프.jpg

 

1800년대 이래 사람들은 성교라는 행위를 ‘사랑을 나눈다(make love)’고 우회적으로 표현해왔다. 성교라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섹스 하다(have sex)’는 늘 ‘사랑을 나눈다’는 우회적 표현에 비해 덜 사용되어 왔었다. 1970년대 이후 ‘섹스 하다’는 성교에 관한 직접적 표현은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1990년대 후반에 이르면 ‘사랑을 나누다’라는 우회적 표현보다는 ‘섹스 하다’라는 직접적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섹스는 사랑이라는 낭만적 감정의 종속변수에서 벗어나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변수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섹스는 사랑이라는 낭만적 감정의 그림자이기를 그만 두고 그 자체가 하나의 문제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사랑의 그림자로 기능하지 않고 독립변수화 된 섹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이미 불안해진 사랑을 더 불안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되었다. “사랑은 왜 불안한가?”라는 질문을 바꾸어 보면 “왜 섹스는 불안한가?”와 마찬가지이다.

 

「선데이 서울」 류의 섹스에 대한 고민은 섹스가 철저하게 사랑의 종속변수임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관계를 요구합니다. 그 요구에 응해야 할까요?”와 같은 고민은 철저하게 섹스는 사랑의 종속변수이자 증명이라는 인식틀을 따른다. 하지만 섹스가 사랑의 종속변수이기를 그만두고 독립변수가 되면 섹스는 사랑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그 자체가 독자적인 고민의 대상이 된다. 섹스가 독립변수가 된 사회에서, 섹스와 사랑 사이의 딜레마적 긴장관계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숨겨진 가장 절실한 사적 고민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감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http://holicatyou.com/)>의 게시판을 통해 섹스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게시판에 넘쳐흐르는 섹스에 대한 고민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어느샌가 섹스는 사랑에 종속되어 표현되는 행위가 아니라, 때로는 사랑을 결정하기도 하는 독립변수로 변화했음을 잘 보여준다.

 

37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2012년에 2012년에 이미 전세계에서 7,000만 권이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분석하는 에바 일루즈의 책 『사랑은 왜 불안한가』는 바로 사랑과 섹스 사이의 딜레마적 긴장관계를 분석한다. 사랑과 섹스의 딜레마적 관계를 일루즈는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 딜레마는 옳고 그름이라는 인식틀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 딜레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의 인식틀로 접근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일루즈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베스트셀러에 주목한다. 베스트셀러는 “지배적인 힘을 발휘해 제도로 자리잡았다거나 문화매체를 등에 업고 주류로 치고 올라올 정도로 새롭게 퍼져나간 가치관과 태도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사랑은 왜 불안한가』, p14-15)이기 때문이다.

 

섹스가 독립변수가 되었다고 낭만적 사랑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낭만적 사랑과 열정적 섹스라는 어찌 보면 동시에 결합하기 쉽지 않은 것에 대한 욕구를 모두 갖고 있는 게 현대인의 욕구이다. 이 딜레마 속에서 사람들은 사랑과 섹스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방황한다. “섹스를 위한 만남은 자유와 자율성이라는 이상적 규범을 중시하면서 일종의 암묵적 계약관계로 슬그머니 탈바꿈한다. 이 관계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양쪽 당사자의 자유를 늘 당연한 것으로 전제한다. 그리하여 섹스는 두 주체가 합의와 대칭성과 상호협력을 협성해야만 하는 무대가 되었다. 이 무대에서 양쪽은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만남을 끝낼 권리도 누린다. (…) 현대의 관계가 자유로면서도 계약적이라는 특징은 바로 이 순수한 관계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사랑은 왜 불안한가』, p53) 방황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낭만적 욕구를 충분히 누리고 싶은 인생을 위한 처방전”(『사랑은 왜 불안한가』, p42)이다.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 그레이는 섹스와 사랑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인물이다. 그레이는 섹스와 어떠한 감정도 결합시키지 않는다. 섹스는 순수한 유흥으로 바뀌고, 감정은 섹스라는 행위로부터 지속적으로 탈락된다. 섹스는 낭만적 사랑의 그림자와 같은 행위가 아니라 낭만적 사랑이라는 감정과는 별도의 행위로 독립된다. 당연히 섹스는 낭만적 사랑이 제도화된 형태인 현대적 연애와 그 연애의 결실인 결혼생활로부터 분리된다. 이러한 그레이 앞에 마주한 여성 아나스타샤 스틸은 BDSM(Bondage and Discipline, Domination and Submission, Sadism and Masochism: 구속과 순종, 지배와 굴복,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뒤섞인 섹스를 뜻하는 조어)라는 계약 관계로 응수한다. 아나스탸사의 응수는 포르노적인가? 일루즈는 포르노처럼 보이는 아나스타샤의 응수에서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애정관계를 풀어줄 빛나는 해결책”을 읽어낸다. 아나스타샤의 응수는 불안한 사랑, 섹스와 긴장의 딜레마를 빚고 있는 사랑에 대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당신의 사랑이 그리고 당신의 섹스가 살얼음을 걷고 있는 듯한 불안함을 유발하고 있다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그리고 아나스타샤의 응수를 분석하고 있는 일루즈의 『사랑은 왜 불안한가』를 손에 쥐는 것도 좋다. 물론 반드시 아나스타샤의 응수에 대한 일루즈의 해석과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열어 놓고 말이다.

 

글_노명우(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랑은 왜 불안한가.jpg

『사랑은 왜 불안한가』(에바 일루즈 저, 김희상 옮김, 돌베개, 2014)

 

<목차>

 

1. 베스트셀러에 내재된 사회의 잠재의식
2. 사랑은 왜 불안한가
3. 평등의 문제 또는 “빌어먹을, 그냥 나랑 자자고!”
4. 사도마조히즘BDSM, 사랑의 유토피아?
5. BDSM은 어떻게 자기계발 양상과 합치되었는가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사랑과 연애①]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suwon/issue/76149
☞ [사랑과 연애②] 지그문트 바우만 『리퀴드 러브』/suwon/issue/77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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