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연결된 다양한 움직임이 있는 곳 “백권학교”
100. 곳곳에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작년 가을쯤이었다. 백권학교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던 것이. 처음에는 ‘토론 수업을 하는 학교’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수원시민을 위한 100권을 선정하고 이 책들로 이루어진 여러 개의 토론클래스가 열리는 콘셉이었다. 그런데 책을 선정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고, 일독을 권하는 그림이 때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자기계발 포장의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또, 한 해 읽을 엄청난 양의 책을 미리 선정하는 방식이 이미 곳곳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때론 그것이 독이 되어 오히려 중압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쫓아가지 않는 삶을 살고, 표현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100을 선택하였다. 다만 책을 선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이와 연결된 다양한 사람들과 활동들이 함께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었다.
삶포세대라는 말이 번지고 있는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구조적인 관점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서 삶을 곱씹어 보는 작업도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고민의 지점에 책이 열쇠로 작용하길 바랐고, 좋은 책은 결국 삶과 이어지고 있음을 직접 깨달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쫒아가지 않는 삶을 살고, 담벼락에 욕이라도 하자는 ‘뭐라도 합시다’라는 책처럼 표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들이 모여 백권학교의 정신을 담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구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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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말보다 함께하는 소통으로 <함께읽기>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웃들과 함께 4명, 많게는 10명 정도가 하나의 함께읽기 모임원으로 구성되어 책을 낭독하며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책방 주인이 권하는 도서를 비롯해 시민들이 희망한 책을 고려하여 선정한다. 전문분야(경제, 법, 학술인문, 정치)의 경우 이해를 도모하는 책길잡이가 참여하여 소통에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이상적인 큰 담론보다 현실의 작은 담론으로 <나만의 일상기록집 만들기>
일상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관련 책을 읽고, 각자의 일상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드로잉, 손글씨, 녹취, 워드 등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기록하고, 이웃과 공유의 시간을 가지며 서로의 인생을 경청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이게 된 기록들은 이후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며, 출판기념회라는 작은 북콘서트도 진행할 것이다.
불편해도 괜찮은 것보다 불편하면 때론 표현하기로 <내 안의 따지스트 발견>
비평분야의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짧게 써보면서 생각을 표현한다. 합리적 사고로 비평하는 따지스트의 감수성을 길러주어 세상의 다양한 생각들을 확인하고, 나와 타인 그리고 삶에 대해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나를 불편하게 한 것들, 낭만에 대한 생각, 자기계발적 위로에 던지는 코멘트, 나의 노동과 우리시대의 차별 등에 대해 비평할 예정이다. 표현된 생각들은 이후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며, 출판기념회라는 작은 북콘서트도 진행할 것이다.
옳고 그른 잣대보다 서로 다른 옳음을 이해하고 관용을 베풀기로 <튜터와 함께하는 읽고 토론하기>
서로 다른 옳음을 이해하고 더 나은 변화를 상상하기 위하여, 읽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경제성장과 환경’, ‘말과 행위; 정치와 삶의 가능성’, ‘감정적 삶에 대한 내밀한 투시’라는 주제를 가지고 3개의 토론 수업이 진행된다. 사전에 미니토론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며, 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높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역할로 튜터가 함께한다.
☞박진우 튜터의 ‘경제성장과 환경‘
☞양만호 튜터의 ‘말과 행위; 정치와 삶의 가능성’
그럴 듯한 포장과 불필요한 소유보다 소박함과 심플함으로 <소박하고 심플한 우리들>
늘 무언가를 필요로 하고, 쫓긴다고 느끼는 내 안의 욕망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적당한 소유와 욕망을 배우며, 소박하고 심플한 삶을 위한 작은 힌트들까지 얻을 수 있는 책의 내용들을 함께 실천한다. 2015년 1학기는 자연과 여가를 재해석한 잡지 「어라운드」, 「킨포크」를 가지고 진행한다.
위인에 보내는 찬사보다 나의 일상과 창의성에 집중하기로 <수요일 아침 첫 생각 쓰기>
『아티스트 웨이』라는 한 권의 책을 가지고 책에서 제시하는 창조성을 위한 활동들을 워크숍 형태로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다.
함께 해냄을 축하하는 <책거리파티>
다함께 책을 읽어냄을 서로 축하해주는 날이다. 백권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이웃을 알아가기도 하고, 기존의 이웃과는 더 돈독해질 수 있는 네트워크 파티이다.
연결된 다양한 책을 통해, 책을 중심으로 한 실천을 통해, 시민의식을 소중히 키워나가고자 한다. 일방적인 강의 방식이 아닌 자발적으로 협동하며 이웃과 소통하는 것을 지향하는 수원시평생학습관 도요새책방은 백권학교를 통해 현실 속의 고민과 대안의 삶을 상상하는 곳으로 더욱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글_김정현(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