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교육빅뱅』교육, 자연과학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Nov 26, 2014

우리들의 서재

『교육빅뱅』(이철국 저, 민들레, 2014)

 

자연과학의 눈으로 교육보기

 

SF 영화 <인터스텔라>의 열풍이 거세다. 상대성의 원리, 양자역학, 중력의 법칙, 웜홀, 블랙홀 등 이 영화의 전반을 직조하고 있는 물리학 이론이 난해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우주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그리고 그럴듯한 픽션으로 엮어 냈다는 점 때문인지 영화에 대한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우리는 지상의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무한한 우주를 꿈꾼다. 우리의 인식과 상식적 사고로는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우주지만,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그리고 감독의 상상력에 힘입어,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우주여행을 한다.

 

이렇게 우리는 우주를 먼 옛날 우리 조상들처럼 신화의 언어나 문학의 언어로만 보지 않는다. 과학의 힘은 우주를 보는 우리의 눈을 바꿔 놓았다. 우리는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아름답다, 외롭다, 그립다” 라는 감정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저 너머에 있을 물리적 우주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많은 남자들이(물론 나를 포함해서) 천체망원경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로망은 무한한 우주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과학적 열망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이렇게 우리는 이미 세상을 ‘과학적’으로 보는데 익숙해 있다. 이 책의 저자도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우주선도 태양계 밖으로 보내는 과학의 시대에 왜 유독 교육을 외눈박이의 눈으로만 보는 것일까? 그리고 자연과학적으로 교육을 어떻게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학습과 삶의 경험들이 녹아 있다.

 

학습과 삶의 경험에 녹아 든 자연과학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러한 저자의 우주와 다양한 방식으로 조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교육자이자 자연과학 학습자로서 이철국 선생님의 삶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철국 선생님(동네에서는 ‘강아지똥’이라고 부른다)은 불어 선생님으로서 교사의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공동육아, 초등대안학교, 중등대안학교에서 교육자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나도 이철국 선생님과 처음 마주한 것도 대안교육 현장이었다. 내가 동네 사람들과 초등 대안학교를 만들어보겠다고 고군분투하던 시절, 이철국 선생님은 특유의 선비 미소로 묵묵히 우리를 응원해 주셨다. 선생님이 대표교사로 계시던 불이학교 학부모들을 설득하여 1년 동안 더부살이도 허락해 주시는 등 실제적인 도움도 아끼지 않으셨다. 그때, 아마도 이철국 선생님의 자연과학 공부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였을 것이다. 불이학교 학부모들과 함께 자연과학 공부모임을 열고 계셨고, 가끔 술자리에서도 상기된 얼굴로 우주에 대해, 인간의 뇌에 대해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놓곤 하셨다. 마침 동네에 ‘책바람’이라는 어른들의 독서 모임이 생겨 동네 사람들과 책읽기를 핑계로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도 이철국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이때도 이철국 선생님의 독서는 자연과학에 맞춰 있었고, 당시 책바람 멤버들(대부분이 직장인 남자들)은 이철국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을 읽으며 자연과학의 맛에 빠져들 곤했다. 이런 자연과학 학습에 대한 저자의 열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습이 삶과 결합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진지한 일이다.

 

둘째, 독자들은 자연과학의 눈으로 교육을 볼 때, 어떤 우주적(?)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자연과학적으로 교육읽기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이 중에 양자적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 깊다. 저자는 양자적 사고란 ‘이것이냐 저것이냐’라는 고전적 사고와는 달리 ‘이것도 저것도’라는 통합적이고 유연한 사고라고 말한다.

 

양자적 사고는 각각의 개별적인 부분을 전체의 일부로 보며 또 맥락의 중요성을 반영한다. 전적으로 객관적인 행동은 없다. 아이가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교사가 학생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략) 광자 곧 알갱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걸 알면 입자처럼 행동하고, 아무도 관찰하지 않을 때는 파동처럼 행동한다. (중략) 어른이고 아이고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서로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가?(112p)

 

이렇게 양자적 사고는 자연스레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 이해 문제로 이어진다. 메타포 형태로만 교육에 대한 자연과학적 이해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학은 실제적인 교육실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청소년의 뇌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뇌과학의 힘을 빌린다면 “청소년의 뇌를 뒤흔드는 카오스 같은 현상의 정체”를 살필 수 있다. 청소년기는 이성과 개념을 주관하는 전전두엽이 재편되는 시기로 청소년의 뇌는 ‘새판짜기’, 즉 재창조의 시기를 겪는다. 저자는 이런 십대를 위해 우리는 (어른들에게 익숙한) 이성이 아니라 (청소년의 뇌를 고려한) 정서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교육(대안교육)에 대한 상상력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교육에 대해 상상하면서도 갇힌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교육에 대한 ‘다름’을 특정한 형태의 교육으로 환원시키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그렇다. 우리나라 대안교육 생태계가 다양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인문,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아도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다. 특정 교육이념(예를 들어 발도르프교육)의 과잉을 목격하기도 한다. 지역과 소통하지 못하고 학교 울타리에 갇혀 또 다른 학교의 벽을 쌓고 있는 경우도 없지 않다. 새로운 교육이란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는 양자택일의 선택이 아닐 것이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 그리고 새로운 생성의 기운이 넘쳐나는 곳이 대안교육의 현장이어야 할 것이다. 자연과학과 조우하며 교육실천을 고민하는 저자의 글들을 읽다보면 새로운 교육에 대한 이러한 저자의 진지한 성찰과 만나게 된다. 저자의 자연과학에 대한 학습이 교육자로서의 실천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저자의 성찰은 가볍지 않다.

 

자연과학에 대한 두려움 깨기

 

자연과학은 그렇게 쉬운 분야는 아니다. 자연세계에 대한 관심과 지식에 자신감이 없다면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지레 겁먹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두려움도 어찌 보면 자연을 교과서로 만났기에 갖게 된 우리들의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늘 자연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의 법칙의 일부에 속해있다. 즉, 자연과학에서 다루는 문제들은 우리의 삶, 그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주요 과학 이론들을 중간 중간 쉽게 해설하고 있으니, 누구나 도전해볼만하다.

 

<인터스텔라>를 보게 되면 어디가 상상이고 어디가 과학인지 혼란스럽다. 어쩌면 자연과학은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키기도 하지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교육도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가 자연과학의 눈으로 교육을 볼 때, 우리의 교육은 보다 객관적인 형태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불확정성을 갖고 있듯이 언제나 우리의 교육은 재창조될 수 있는 무엇일 것이다. 무한한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듯, 자연과학은 우리 교육에 상상력의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글_허 준(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교육빅뱅.png

『교육빅뱅』(이철국 저/민들레/2014)

 

<목차>

 

머리말_다시, 교육과 교사의 길을 묻는다
1장 안녕한 교육의 출발, 아이
2장 부모로 성장하는 징검다리
3장 다 다른 아이들이 아름답다
4장 빛과 같은 아이들
5장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만나야 한다
6장 내가 되기 위한 뇌의 성장
7장 초신성 같은 대안교육
8장 교육에서의 자유와 가치
9장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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