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슬라하(Maslaha)> 공동의 선을 위하여
기존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기
“우리는 내셔널 갤러리와 초상화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여러 작품들을 보았다. 그리고 결국, 조셉프 라이트의 ‘An Experiment on a Bird in the Air Pump’ 라는 작품을 선택하였다. 에어펌프 안에 들어 있는 새 한 마리의 상징은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다. 새는 유리병 안에 갇혀 있고, 산소가 서서히 유리병으로부터 추출되고 있다. 새의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움, 절망과 무관심 등 각기 다르다. 갇혀 있는 새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고, 우리가 이 원작을 재창조하기로 마음먹었다.”
- Hannah Habibi Hopkin
▲An Experiment on a Bird in the Air Pump(1768, Joseph Wright)
「All we are」(http://www.allweare.org.uk/)는 9월 런던 사회혁신 페스티발인 The Unusual Suspects Festival에서 만난 프로젝트이다. 마슬라하(Maslaha)와 마일 엔드 커뮤니티 프로젝트(Mile End Community Project, 이하 마일 엔드 프로젝트)가 협력하여 1년 동안 마일 엔드(Mile End)지역의 소외된 청소년들과 진행해 온 이 프로젝트는 무슬림 청소년 범죄와 재범의 근본원인을 알아보고자 하였고, 예술의 힘으로 무슬림 청소년에 대한 영국사회의 고정관념을 깨고자 했다.
예술 실험
마슬라하와 마일 엔드 프로젝트는 새로운 방식으로 청소년 문제를 접근하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외 청소년들과 미술관을 찾아 간 것이다. 사실, 런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는 갤러리들은 빈곤한 마일 엔드 지역에서 거리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실 문화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더더욱 소외 청소년들과 멀리 동떨어져 있는 장소들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국립 갤러리와 초상화 갤러리를 간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자신이 속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갤러리에서 무슬림 청소년들은 조셉프 라이트의 「An Experiment on a Bird in the Air Pump」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은 한 과학자가 진행하는 실험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중간에는 새를 유리병에 넣어 산소를 서서히 펌프로 뽑아내고 있는 과학자가 서 있으며, 그의 주변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반응과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청소년들은 그 작품을 선택하고, 재해석하여, 자신들의 내러티브를 구성하였다. 청소년들이 이 원작을 선택한 이유는 유리병 안에 갇힌 새에 강렬한 느낌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작을 재구성한 사진 작품 중심에는 무슬림 청소년 한 명이 원작이 담긴 노트북을 한 손에 들고 있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곳곳에서 무슬림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 속의 유리병 속에 갇힌 새가 바로 청소년들 자신들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청소년들이 셀카를 통하여 나타낸 자신들의 모습은 사회편견과 고정관념 속에 갇혀 있는 듯하고, 이에 대한 답답한 감정을 보여 주고 있다.
“예술프로젝트 자체가 실험이었습니다. 청소년들도 실험이었고, 새처럼 그들의 운명은 아무도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오직 가능성만 존재할 뿐입니다.”
▲A Recreation of An Experiment by Joseph Wright
(2014, Maslaha in collaboration with artist Hannah Habibi Hopkin and the Mile End Community Project)
이 프로젝트는 예술을 통하여, 이미 영국사회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가능케 하였다. 예술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무슬림 배경의 소외 청소년들이 겪는 사회적 경험과 미디어를 통해 고정관념화 된 정체성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던 것이다. 예술은 상상력을 통하여 소외 청소년들의 새로운 정체성과 내러티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프로젝트 디지털 스토리 바로보기
청소년 범죄의 근본원인에 대한 탐구
많은 영국의 범죄 관련 사회 프로그램은 청소년 재소자들에 대한 멘토링과 “재활”에 초첨을 두었다면, 「All we are」 프로젝트는 무슬림 범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예방 그리고 무슬림 청소년들의 사회적 니즈와 연관되어 있는 그들의 행동의 근본 원인에 대한 연구와 활동은 적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청소년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진정성 있고, 돈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페라리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마약 딜러들은 항상 좋은 새 옷과 신발을 신고 있다. 나도 그런 것을 원한다.”
마슬라하는 무슬림 청소년 범죄의 원인은 복합적인 사회 경제적 문제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 사회경제적 불평등 : 2001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무슬림 남성들은 대부분 빈곤한 지역 출신인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배제 당하고, 참여의 기회가 낮다.
◦ 높은 실업률 : 2001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16~24세의 무슬림의 실업률은 28%이었으며, 31%의 취업연령 남성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었다. 2004년 수치에 의하면, 33%의 취업연령 무슬림은 자격증(학위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 정체성 : 자아적 정체성은 복합적이며 다양하다. 영국의 무슬림은 하나의 정체성으로 분류될 수 없으며, 다양한 종교, 민족, 사회계층, 문화, 가족배경과 사회경제적 위치의 특성을 지녔다. 2001년 폭동과 7/7 폭탄 사건 이후로 무슬림들이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은 이전보다 훨씬 어렵고 극심한 압력을 받는 과정이다.
◦ 시민참여에 대한 장벽 : 소외와 경제적/구조적 불평등, 참여를 위한 지원, 자원 역량이 부족하다.
◦ 시민권/참정권에 대한 박탈감 :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포럼이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무슬림 청소년들은 기존 무슬림 조직들과 리더들이 청소년 관점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치우쳐진 미디어의 영향으로 영국 정부의 국내/해외 정책에 대한 불신도 존재한다.◦ 청소년 범죄율 : 2012년 연구결과에 의하면, 자신을 무슬림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 재소자들의 수치가 2009년 13%에서 2011년 22%로 급증하였다. 무슬림 범죄청소년들은 재활기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슬라하의 방식
마슬라하는 영파운데이션에서 프로젝트로 시작한 단체로서 영국사회 속에서 무슬림 커뮤니티가 겪는 사회 불평등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기업으로,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회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특히 상상력과 예술을 통하여, 9/11 이후 고착된 무슬림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 인식과 태도를 변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아랍어로 “공동의 선을 위하여”라는 뜻을 지닌 마슬라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동을 바꾸고, 참여를 이끌어 내고 새로운 연결을 시도한다. 마슬라하의 프로젝트는 그것이 정신건강, 젠더, 교육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건,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만남을 연결하여 기존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이슬람과 페미니즘” 프로젝트는 서로 상반될 것이라 예상되는 두 단어를 배치시켜 많은 종교단체, 아티스트, 기자, 풀뿌리 활동가들과 여성주의 그룹들과 학자들을 만나게 하고,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생각의 틈을 줄이고자 하였다.
▲Islam and Feminism(http://www.islamandfeminism.org/)
또한 마슬라하는 영상, 애니메이션, 음악, 웹과 같은 창의적인 기술을 통한 접근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정책 또는 사회 프로그램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들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정의”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접근하여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사회변혁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글_임소정(스프레드아이/sojung@spread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