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평생학습의 든든한 진지가 되고 싶다” 학이시습 김영희 편집장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Sep 03, 2014

[인터뷰] 김영희 편집장(학이시습 출판사)

 

“평생학습의 든든한 진지가 되고 싶다”

 

몇 달 전, 저에게 생각지 못한 택배 하나가 왔습니다. 포장지를 열어 보니 책이었습니다. 『문해교육-파울로 프레이리의 글 읽기와 세계 읽기』. 번역을 맡은 허준교수님이 보내주신 듯 했습니다(발신자 이름은 따로 없고 출판사명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프레이리는 대학 때 처음 접한 이후 근 30년을 훌쩍 넘어 다시 접하게 되니 기쁜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보니 이런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웹 서치를 해 보았더니 평생학습의 활성화를 위한 일종의 전문영역 출판사였습니다. 게다가 출판사 내에서 독립된 브랜드를 사용하는 임프린트(imprint) 출판사였고 얼마 전에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읽기」 시리즈 100권을 뚝심있게 만들어 낸 출판사이기도 하였습니다. ‘학이시습’이라는 출판사 명칭 자체가 출판사의 지향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기에 평생학습 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성인의 독서량이 워낙 적고 출판계는 만성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데다가 평생학습이라는 제한된 시장 사이즈로 인해 자칫 단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렇게 평생학습의 생태계가 다양해진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진화란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라는 통찰을 빌리자면 평생학습계는 이렇게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학이시습> 출판사에서 편집장 역할을 맡고 있는 김영희씨를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정성원 : 편집장님은 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전공하셨던데, 다양한 활동 중에 어떻게 출판사 에디터를 하게 되셨는지,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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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 저는 학부에서 사범대 윤리교육과를 나왔고 대학원에서 교육학 중 평생교육을 전공해서 석사를 마쳤습니다. 보통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교사가 되거나 연구자가 되는 등의 진로를 선택합니다. 그런데 저는 관련 분야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평생교육은 평생 동안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갈구하고 이를 돕는 일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딱히 관련 분야가 아니더라도, 그 학문 분야를 연구하지 않더라도 이런 마인드와 배경을 가지고 내 삶을 꾸려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늦게 사회진출을 한 편인데, 출판 편집자라는 길을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가 첫 회사는 아닙니다. 첫 회사를 그만뒀던 때 <커뮤이케이션북스(주)>에서 ‘평생학습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라는 취지의 움직임이 있었고, 그때 제가 여기에 입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임프린트인 <학이시습>의 런칭이 같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것이 2009년 1월입니다. 올해 6년차가 되었지요. 
저희 회사의 운영 방식은 조금 독특합니다. <커뮤니케이션북스(주)>는 전문 출판 브랜드를 지향합니다. 사람들이 익히 들어 아는 출판사들은 규모가 크고, 일반적으로는 종합 출판을 지향합니다. 인문, 예술 등 모든 분야의 책을 출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희 회사는 각 브랜드들이 고유한 출판 영역을 가지고 있고, 해당 분야의 책들을 출판합니다. <커뮤니케이션북스(주)>의 전문 출판 브랜드로는 <커뮤니케이션북스>, <지식을만드는지식>, <학이시습>이 있습니다. 학이시습의 출판 주제는 ‘학습’입니다. 학습과 관련된 모든 영역의 지식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합니다.

 

정성원 :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전문성을 지향하는 것이고, 그중 하나의 브랜드가 평생학습을 전문적으로 출판 하는 <학이시습>인 것이죠. <학이시습>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김영희 : ‘학이시습’은 『논어』 학이 편에 나오는 첫 구절에서 따왔습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학이시습’이라는 말만큼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잘 설명하는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학이시습입니다” 라고 전화로 얘기하면 잘 못 알아 들으셨어요(웃음). 지금은 꾸준히 책을 낸 덕분에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학이시습>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 라고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정성원 : 2009년 런칭 후 지금까지 총 몇 종정도 출판을 하셨나요?
김영희 : 지금까지 총 50여 종, 157권정도 출판했습니다. 저희가 작년에 100권짜리 시리즈를 냈습니다. 그래서 권수와 종수가 조금 다릅니다. 따지면 거의 매달에 한 권 정도씩은 꾸준히 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성원 : 매달 한 권 정도의 발간 속도는 다른 전문 출판사들과 비교를 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김영희 : 평균인 것 같습니다. 
출판사 소개를 조금 더 드리면 저희는 전문 브랜드라는 특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학이시습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출판기획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원고를 받아서 출간여부를 결정할 때도 제일 우선순위가 전문성입니다. 또한 전문 기획위원들도 자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학 관련 서적을 내는 출판사들이 있죠. 그런데 저희는 더 특화한 것입니다. 학습이란 무엇인가, 배우고 가르치는 것, 성장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고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교육 패러다임을 넘어 학습 패러다임으로 조금 현상들을 다시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많은 교육적 활동들이 학교 외 나머지 영역에서 실천적으로는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으로 남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도 현장의 보고서, 자료집, 프로그램 운영집 등 온갖 자료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유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여기에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자료들이 있으면 그것을 다른 많은 사람들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학이시습을 운영하면서도 이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콘텐츠들을 출판하는 일이 차별화된 지점일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책들이 몇 권 있고,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성원 : 말씀 중에 기획위원을 언급하셨는데 카페(http://cafe.naver.com/learningbooks/18)에 나와 있는 기획위원의 명단을 보았더니 대체로 교수 학자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더라고요. 기획위원이 편집방향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현장의 실무나 활동가들이 거의 없구나, 너무 교수진 중심으로 학자 중심으로 기획위원이 편성된 것 아닌가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영희 : 업데이트가 안 된 부분도 있고요, 기획위원들은 편집의 실무보다는 기획 방향과 아이디어, 필자 발굴, 콘텐츠의 전문성 등을 판단할 때 도움이나 조언을 주고 있습니다. 모든 콘텐츠가 최종적으로는 필자와 회사가 협의해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고요. 기획위원들은 교수, 학자들이 대부분이지만, 평생교육 현장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또한 기업에서 교육 및 HRD 분야를 담당하는 일을 하는 분, 기업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분도 기획위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생교육 현장에 계신 분들이 기획위원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 조언을 꾸준히 구하고 있습니다.

 

정성원 : 저희 평생학습관도 자문위원회가 있어서 자문을 받는데, 자문위원회의 구성 현황, 어떤 분들이 자문위원이냐가 그 기관이 어떤 것을 자문 받으려고 하는지 유추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잖아요. 기획위원이라는 것이 편집 전체 방향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기획에 자문하는 영역이기는 해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될까? 학이시습 출판물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요즘 출판된 책들을 보면 현장의 목소리랄까 현장과 관련된 중심축이 아직은 부족한 것 아니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영희 : 아직 많이 이동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편 이런 것은 있습니다. 지금 기획위원장은 한림대학교 이지혜 교수님으로 가장 긴밀하게 기획 과정에 참여해 주고 계십니다. 잘 아시겠지만, 현장과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맥락과 상황을 두루 잘 알고 계십니다. 현장의 경우, 필요하면 관련해 전문가라고 할 만한 분께 자문을 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요. 또 한 가지, 현장에서 나온 콘텐츠가 많지 않은 이유는 책으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초반에 영역 확장을 해보려고 현장에서 나오는 콘텐츠들을 가지고 책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는데, 굉장히 많은 노력들이 들어가서 사실 다른 영역에 비해 권수가 적습니다. 지금도 늘 염두에 두고 기획을 하고 있지만, 원고가 나오고 책이 나오는 순간까지 몇 개월 안에 해결이 안 됩니다. 최소 2년 넘게 걸리는 상황이라 아마 그 결과물들은 차후에 계속 보시게 될 것입니다.

 

정성원 : 지금까지 출판한 157권 중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인가요?
김영희 : 혹시 책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이런 말씀을 하실 텐데요 한 권 한 권이 다 가슴에 와 박힙니다. 처음 기획 단계부터 필자를 만나 계약을 하고 원고를 집필하고 편집하고 그 마무리 과정까지... 하나의 드라마입니다. 기억에 안 남는 책이 없는데요. 그래서 ‘가장’이라고 하는 표현은 조금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학이시습의 대표적인 책들을 말씀드리면요.
학이시습의 정체성, 방향성, 지향성일 수 있는 첫 타이틀 『한국야학운동사』(천성호 저, 2009)입니다. 150년 한국 야학의 역사를 현장에 계시는 야학 교사가 쓴 것입니다. 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노고를 아끼지 않고 책을 쓰셨습니다. 『한국야학운동사』가 인상적인 것은 첫 타이틀이면서 역사를 기록한 역사연구물이고, 현장에 계셨던 분이 집필을 하셨다는 점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은 잊혔을지 모르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학교 밖에서 더 많이 공부했습니다. 그곳이 야학이고, 장소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의미가 깊고요. 역사 연구라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영역인가 봅니다. 역사연구물들이 잘 안 나오는데 교육학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그 긴 역사를 정리했다는 측면에서도 이 책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후 계속 역사연구물들을 찾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교육의 기원과 전개』(이정연 저, 2010)와 같은 책들을 지금도 계속 발굴하여 출판하고 있습니다.
또, 교육 철학이나 교육 사상 등 교육 이론을 언급할 때면 보통 고대부터 훑고 내려옵니다. 그런데 현대의 고전이 될 만한, 클래식이 될 만한 그런 원전을 계속 번역해 보자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실 너무나 유명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아는데 번역이 안 되어 있거나 잘못 번역되어 있는 경우들이 왕왕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책의 내용을 보고 잘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잘 번역해서 내보자라는 취지에서 시작했던 책이 『마인드 인 소사이어티』(레프 세묘노비치 비고츠키 저, 정회욱 옮김, 2009)입니다. 비고츠키의 책인데 굉장히 호평을 받았지요. 지금도 많은 분들이 이 책의 도움을 받고 계신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 외에 저희는 평생학습 평생교육적 관점에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내용을 기획하고 원고를 만들고 책을 내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책들이 다 그렇습니다. ‘학습다큐’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던 우리는 인문학교다(1, 2)(김준혁, 서인석, 송성호, 심한기 저, 2011)가 대표적입니다. 
작년에 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읽기」시리즈 100권입니다. ‘평생학습 전문 브랜드인데 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읽기를 내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평생교육에 관한 사고를 넓힌 것입니다. 외국인도 주요한 학습자이고,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배우는 것을 돕는 책을 만드는 일은 중요한 일이죠. 사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만한 읽기 책이 없어요. 한국어시험 교재만 있는 상황이죠. 문법책도 많고. 그래서 만든 거예요. 가장 쉽게 한국문화를 접하면서 한국어 문장을 통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저희에게 학습자는 모든 사람이에요. 모든 공간이 학습공간이고요. 학습의 관점으로 모든 현상들을 재해석해 다시 보는 것이고, 그렇게 기획하고 책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는 종이책을 넘어 오디오북, 전자책, 이펍전자책, PDF전자책, 앱북까지 지식콘텐츠를 다매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다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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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이시습 출판사의 첫 타이틀인 『한국야학운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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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이시습의 출판 도서가 모여 있는 책장(좌),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읽기」시리즈가 꽂혀 있는 책장 모습(우)

 

정성원 : 아무리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자본이라는 것이 투입되는 순간 이윤을 무시 못 하는 것이고 출판해도 적자는 안 나겠다 이런 것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잖아요. 그러면 이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혹은 성장시킬 수 있다는 판단들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나요.
김영희 : 저는 ‘학습’을 전문화한 출판, 블루오션이라고 봅니다. 사실 평생교육을 한정해서 보면 너무 좁은 영역인데 이를 확장해서 보면 블루오션이죠. 너무나 당연하다고 봅니다. 얼마만큼 확장할 수 있는지는 우리 모두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한정해서 보면 틀에 갇혀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장이라는 것을 많이 팔리는 것을 목적으로 본다면,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홍보를 열심히 하고 마케팅과 영업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이 그 책을 사는 것에 달린 것이겠죠. 그렇다면 전문 브랜드로서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은 독자들이 원하는 책, 교육과 학습, 성장과 변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 나한테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책을 저희가 많이 계속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면 얼마든지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원 : 학이시습의 출판의 기준이라면 무엇입니까? 
김영희 : 출판 기준은 명확합니다.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전체의 출판 기준이기도 한데요. 저희가 기획을 할 때도, 책을 편집할 때도 이 기준과 순서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첫째 전문성, 둘째 독창성, 섯째 소통성입니다. 설명을 조금 더 드리면 첫째 전문성은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이론들을 집필한 책이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현장에 계신 분들도 전문가이죠. 일정 정도 이상의 전문성-저자와 원고 내용 자체가-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런 전문성을 저 혼자 독단으로 결정할 수가 없으니까 기획위원이라든지 제가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판단하게 됩니다.
독창성은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책들과 얼마나 차별되는 독특한 점이 있느냐, 차별점이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소통성은 원활한 글쓰기입니다. 사실 이것은 제일 마지막 요소입니다. 소통이라는 것은 독자와의 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원고 쓰기, 글쓰기가 가능한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필자나 역자에게 먼저 출간제안서를 받고 있습니다. 아예 포맷이 있습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체계화되어 있고 프로세스가 잘 정리되어 있는 회사라서 책을 내고자 하는 분들께는 누구에게나 이런 과정을 거쳐서 출판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설명합니다.

 

정성원 : 세 가지 출판 기준을 말씀해주셨는데요. 그것과 연관된 것이, 이것은 하면 돈이 될 것 같은데 라는 고민이 학이시습의 자기 정체성과 대립되거나 했던 적이 있었나요?
김영희 : 지금까지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런 영역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참 알 수 없는 것이잖아요. ‘돈이 될 것이다’라는 것이지 실제로 그게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돼봐야 아는 것이고요. 그래서 우리가 가지는, 학이시습이 가지는 전문성과 정체성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그것이 지속적인 출판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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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정성원 관장(좌)과 김영희 편집장(우)

 

정성원 : 평생학습 학계나 현장을 어떻게 파악을 하고 계시는지요. 학계에도 여러 가지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기도 하고 현장도 다양한 형태로 변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출판 현장에서도 중요한 하나의 소스이기 때문에 출판사라고 하면 그런 분들과 혹은 현장과 소통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김영희 : 제 업무의 주요한 영역 중 하나가 기획이고, 예비 필자부터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예를 들면 시민단체 중에서도 저희가 책을 냈던 분들과는 정기적으로 가능하면 연락하려고 노력하고 평생교육학회의 소식들은 계속 관심을 가지고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위논문 같은 것들도 주기적으로 서치를 하고요. 제가 그걸 모르고서는 안 되겠죠. 그리고 저희 기획위원들과의 정기적인 미팅도 사실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죠.

 

정성원 : 평생학습 계에도 어떤 트렌드가 있다. 이렇게 보실 수 있는 게 있는지요.
김영희 : 제 입장에서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평생교육 학계의 트렌드는 글쎄요...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 하고 또 사실 그런 움직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 주제 자체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정책에 집중된 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공간이나 문화와 같은 방향으로 연구 주제 자체가 바뀌고 있고요. 사실 이것은 더 크게는 현재 사람들의 관심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비슷합니다. 학계에서 그런 관심들이 있으면 저희도 출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사실 저희가 몇 년 전부터 그것에 관심 있다 하더라도 학계에서 관심이 없으면 필자를 못 구하는 거잖아요.
어떤 측면에선 이제는 이런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평생교육 영역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과의 융복합이라고 해야 할까요? 학문적 결합들이 좀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좀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도 같고요. 저희도 출판할 때 교육학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들, 예를 들면 건축학과 학습이라든지, 예술과 학습이라든지 이런 식의 다른 분야하고 계속 연관 지어서 출간물을 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 중 하나로 저희가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영역의 책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정성원 : 2009년에 런칭을 해서 지금 6년차인데요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초기의 목표했던 것들이 어느 정도 성과 혹은 달성되고 있다고 평가하는지가 궁금합니다.
김영희 : 아직은 좀 미진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분명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도대체 이것이 어느 길로 갈까. 뜻은 광대하나 이것이 어느 길로 갈지 사실 처음 발 내딛는 사람으로서 앞길이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 속에 서 있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학습이라는 영역을 확장해 사람들에게 출판으로 보여줄 수 있겠구나. 이렇게 하면 지속가능한 출판이 되겠구나. 이런 것들은 좀 더 노력해 보면 가능하겠구나. 길이 약간씩 더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두려운 게 조금 없어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부터 시작해 고민도 많고 두렵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가면 된다, 우리가 가면 길이 된다, 그런 생각입니다.

 

정성원 : 끝으로 학이시습에서 나온 책 중 평생학습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김영희 : 다 읽어주시면 좋겠는데요. 다 읽으셔야 하는데(웃음). 제가 정말 어떤 마음으로 책을 편집하고 기획하느냐면요, 제가 대학원 때 목말라 있었던 것, 출판을 시작하면서 기획 아이디어만 있고 현실화시키지 못한 생각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역자를 만나거나 필자를 만나면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나와 있는 책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평생학습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 많은데 한 가지만 고르라고 하면  최근에 출간된 『성인교육의 의미』(에두아르드 C. 린드만 저, 김동진․강대중 옮김, 2013)입니다. 이 책은 한번쯤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전이라고 할 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평생교육학 분야에 주요 학자들이 많이 있어요. 타이틀들을 번역하고 계속해서 출간하고 싶은데 그중 인연이 닿아서 서울대 강대중 교수와 김동진 박사가 공역을 해서 책이 나왔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 책이 100년 전에 쓴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늘날 우리가 평생교육을 통해 지향하는 바와 유사하고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사실 평생교육 전공자들은 이 책을 한번쯤은 봅니다. 그게 이제 번역이 됐으니, 얇고요(웃음). 이런 것들이 보시면 지향하는 바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공식 인터뷰가 끝났음에도 ‘미모의 편집장’(카페에서 사용하는 닉네임)께서는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꺼냈고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저희 일행은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을 했습니다. 평생학습현장에 있는 일원으로서 실제로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터뷰 말미에 지면에 담았습니다.
기억은 기록에 의존하는 법인데 우리의 많은 스토리들이 저장되거나 기록되지 않아 잊혀진 희미한 옛 이야기로 남을 때가 많습니다. 어렵게 기록되었더라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출판물 형태로 변환되는 것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는 현상입니다. 그러기에 김영희 편집장님의 진심어린 조언은 우리 모두 깊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이시습>은 단순한 출판사가 아니라 평생학습의 든든한 후원자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지식공동체와 지식생태계의 허브역할’을 하고 싶다는 김영희 편집장님의 포부가 단순한 허언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학이시습>의 발전을 응원하겠습니다.

 

"일반 현장에서 단체들이 생산하는 많은 콘텐츠들이 있는데 대체로는 자료집 형태로만 한정해서 생각을 하는데 저는 그게 안타깝습니다. 정식 출간을 하는 출판물을 만드는 편집자가 되면서 느꼈던 것은 이런 자료들을 어떤 식으로든지 기록으로 남기는 일, 그럼 국립도서관에 들어가 영구히 보관됩니다. 평생교육의 역사가 기록으로 남는 것입니다. 이 영역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이렇게 많은 자료들이 나오는데 사실은 출판물이 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게 늘 안타까웠어요. 자료집으로 묶는 것에서 책으로 오는 과정이 사실 굉장히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이에요. 그런데 그걸 돕고 싶었던 거예요. 그게 저희의 전문성이에요. 제가 공부를 많이 한 게 아니지만 대략적인 맥락은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이런 콘텐츠들이 출판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면 기록으로 남는 것이죠. 제가 평생교육에서 기여하고 싶고, 이제는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정말 어려워요. 지치지 않고 이 과정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필자와 역자들을 돕고 지원하고 때론 ‘선생님 이렇게 갑시다, 저렇게 갑시다’ 아이디어를 내는 이런 일을 하는 게 전문편집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전문성을 갖춘 학이시습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볼 줄 아는 눈, 들을 줄 아는 귀, 소통할 줄 아는 입, 만들 줄 아는 손 등 이 모든 것이 전문성인 것이죠. 그래서 학이시습이 전문 출판 브랜드이고, 우리 편집자들이 전문편집자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랑 작업하셨던 많은 분들이 첫 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이 분야에서 책을 내는 일이 쉽지 않고 많은 분들이 많이 어려워하십니다. 제가 봤을 때는 다 전문가이고 모두들 책 한두 권쯤은 쓸 만하신데도 주저하고 어려워십니다. 저는 그것을 끌어내고 싶은 것입니다. 그게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데, 어려워하지 마시라고 도와드리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게 저의 사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말고 출판합시다! 책이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요. 그 책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데 학이시습이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학이시습과 자주 많이 만날 때 아마 평생학습이, 평생교육의 영역이 좀 더 재미있고 다이나믹하게 움직여지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제가 더 노력해야 하는 것 같고요. 학이시습과 같은 출판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든든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으로 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학이시습을 떠올려 주세요. ‘아, 그런 출판사 있어’ ‘언제든지 얘기해 볼만한 출판사가 있다’ 이렇게 든든하게 생각을 해주시면 전 정말 좋겠습니다."

 

글&인터뷰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정리_이보라(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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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지식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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