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잘 모르지만, 진짜 알짜배기 우리 기관만의 자랑거리를 '대 놓고' 말하는 코너입니다. 어떤 내용과 형식이든 모두 자유! 편하게 자랑할 수 있습니다. 뻔뻔하다고요? 한 번 읽어보세요. 넘치는 자랑 안에 우리의 생각을 이끄는 보석이 숨어 있답니다.(편집자주) |
일본인 친구에게 한국어로 <경기복지시민연대> 소개하기
안녕~ 루카씨
루카씨는 저에게 어떤 일을 하냐고 물었지요. 그래서 저도 ‘시민단체운동가’가 아닌 ‘시민단체활동가’라고 했어요. 영어가 짧아서 운동가와 활동가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어요. 나도 루카씨에게 자극받아 ‘운동가’보다는 자발적으로 성장하고 활동을 모색하는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오늘은 일상적 메일이 아닌 항상 저의 이슈를 궁금해 하는 루카씨에게 제가 활동하는 《경기복지시민연대》를 소개 할까합니다.(구글 번역기로 루카씨가 돌려서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여튼 한국어로 메일을 씁니다. 당황할 루카씨의 표정이 보이네요. ㅋㅋ)
《경기복지시민연대》라는 단체 이름이야 말로, 정체성이 너무나도 명확한 명칭이지요. 그래서 살짝 요즘에 새롭게 창립하는 단체들의 말랑말랑한 이름들과 대비해 보면 엄청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우리단체는 1999년에 태어났어요. 올해로 벌써 15살이 된 경기지역에 유일한 지역복지운동단체입니다. ‘지역복지운동’이라는 말도 쉽지는 않지요? 한국 사람들도 뭐하는 곳이냐고 되묻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복지증진을 위한 시민단체라고 보시면 되요.
한국에는 여러 분야의 시민단체들이 있어요.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여성, 환경, 평화, 법・행정, 언론 등 아주 다양한 단체들이 있지요. 그중에 우리단체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복지를 전문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의 삶에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복지정책을 제안하고, 모니터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특별히, 경기복지시민연대가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라면 2004년부터 시작한 ‘사회복지 예산분석 활동’ 입니다. 기존의 사회복지 정책은 권리적 관점으로 시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시민들을 바라보고 ‘불쌍한 사람에게 조금 나눠 준다’라는 인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어요. 지금도 크게 변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보편적 관점에 인식들이 조금씩 자라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관점은 복지에 대한 인식을 선별적으로 나눠 갈등을 만들고, 인권적으로도 보편성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했으나 그 동안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았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실질적으로 사회복지를 변화 시킬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 속에서 잘못 짜여 진 복지정책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예산을 (아주)일부 편성하고, 예산을 요구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지만, 우리가 사회복지 예산분석 활동의 필요성을 느꼈을 당시에는 시민의 세금을 받아 사용되는 예산임에도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모든 결정을 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예산을 편성했던 때였죠.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아요.)
사회복지 예산분석 활동은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와 교수들이 참여해서 현장성을 기초로 한 분석활동이었어요. 공무원만이 예산서를 보는 것이 아닌 일반시민들도 예산의 편성내용을 보고 흐름을 집어 비판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힘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단체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하기 위해 예산을 분석하여 비판적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다들 “어려울 것이다. 계란에 바위치기다”라고 하며 손사래를 쳤지요. 하지만 지금은 시민운동의 중요한 활동영역으로 자리 잡아 전국적으로 복지예산과 타 영역의 예산분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고, 주민들의 욕구를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이러한 활동이 느리지만 조금씩 우리사회에 고여 있는 물을 퍼내고, 단단한 옹벽을 한 번에 무너트리진 못하더라도 실금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곳이 시민단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15살이 된 경기복지시민연대는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어떤 사람들이 모여 콩닥콩닥 재미난 활동을 하는지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 더 궁금하다면 이번 가을에 루카씨가 가보고 싶다던 남이섬에서 우리 만나요. 거기서 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그때까지 전 영어공부를 많이 해야겠네요.
부족한 설명이지만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굿바이 루카
글_선지영(경기복지시민연대 사무국장)
☞ 경기복지시민연대 홈페이지 : http://www.kgwelfa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