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킨포크 KINFOLK」 자기 삶의 변화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소박한 힌트를 주는 매거진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Jul 22, 2014

우리들의 서재

「킨포크 KINFOLK」매거진 (킨포크 매거진 지음, 김미란 옮김, 디자인이음)

 

킨포크.jpg

 

웬만한 집엔 요리 책 한 두 권쯤은 있다. 누구나 한번쯤 요리 책에서 따라할만한 요리 몇 개를 골라내서 심혈을 기울여 시도해본 적도 있다. 한 가지 요리에 성공하면 자신감에 탄력이 붙어 마치 그 책에 등장하는 모든 요리를 해보리라는 투지를 불태우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새 그 요리 책은 집안 어딘가에 처박히는 신세가 된다. 우리 집에도 요리 책이 꽤 있다. 뒤져보니 하루 세끼 반찬 걱정을 덜어 준다는 요리책, 영양밥과 영양죽을 모두 해결해준다는 약속이 담긴 책이 서가에서 튀어나온다. 그 뿐만 아니다. 요리책으로 세계여행도 가능할 정도이다. 일본 요리책, 태국 요리책, 중국 요리책, 프랑스 요리책 전 세계 각국의 요리책이 책꽂이에 꽂혀 있다.

 

먹는 것,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사람은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먹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하지만 먹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면서도 생존 그 이상의 '어떤 기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생존 그 이상의 그 어떤 기대를 위해 우리는 보다 잘 먹기 위해, 보다 스타일 있게 먹기 위해, 보다 손님을 잘 치르기 위해 요리책을 사지만 요리 책에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가치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요리책은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요리책은 우리의 일상이 되지 못한다. 요리책에서 배워 한번 해본 음식은 마치 평범한 일상에 불쑥 끼어든 낯선 이벤트와도 같다. 그 불꽃놀이와도 같았던 이벤트가 끝나면 우리의 일상은 다시 그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아마 그런 이유로 요리 책은 서점에서 우리 집으로 이동했다가, 잠시 요리를 하는 부엌에 머물렀다가 최종적으로 서가의 구석에 처박히게 되었을 것이다.

 

요리 책을 손에 쥔 사람의 마음속엔 욕심이 있다. 손님들을 초대하고 요리 책을 손에 쥐었다면 더욱 그렇다. 집들이 앞두고 집안의 장롱을 바꾸는 엄마의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처럼, 손님 접대를 앞두고 요리 책을 손에 쥔 사람이 차려낸 식탁에선 그 집안의 일상적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요리 책은 그리고 테이블 세팅법을 알려주는 라이프스타일 잡지들은 어떻게 일상의 흔적을 지우고, 손님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까를 알려준다. 당신의 놀라운 감수성, 세련된 취향, 미각적 탁월함 등등을 손님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손님을 집에 초대했을 때 찾아온다. 썸타고 있는 이성을 자취방으로 초대하고 부랴부랴 서점으로 뛰어가 스파게티 요리 책을 사는 남자의 머릿속엔 분명 사심이 한 가득 들어가 있다. 이런 이벤트를 한번 치른다고, 아니 여러 번 반복했다고 우리의 삶이 과연 변화할까? 생전 먹어보지도 못했던 쇠고기 꼬리찜을 엄마가 요리책을 보고 손님상에 내 놓았다고 꼬리찜을 앞으로도 집에서 일상으로 먹게 되리라 기대할 수 없지 않은가? 데이트할 때 앞치마를 두르고 스파게티를 손수 만들어 포크에 말아 입에 떠먹여 주던 남자가 남편이 되었을 때도 동일한 행동을 유지할 확률 지극히 낮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다.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것도 겉치레로 혹은 남들에게 이벤트처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자기의 삶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다른 형식의 도움이 필요하다. 매거진 「킨포크(Kinfolk)」는 그런 사람을 위한 소박한 힌트를 제공한다. 이 매거진은 어느 날 이벤트처럼 개인의 일상으로 폭력적으로 파고드는 손님 접대를 위한 책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대안적으로 구상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한 책이다. 2011년 미국 포틀랜드 교외에서 작가, 화가, 농부, 사진가, 디자이너, 바리스타, 뮤지션, 요리사, 플로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발행하기 시작한 “작은 모임을 위한 안내서(A Guide for Small Gatherings)”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매거진 「킨포크」는 현재 12권까지 발행되었고, 전세계적으로 컬트적 현상이 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영어판 12권의 매거진은 모두 한국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킨포크」 매거진은 '매거진'이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잡지(매거진)와는 상당히 다르다. 질소를 가득 넣어 매우 커 보이는 과자봉지(형식)이지만, 정작 과자봉지를 열어 보면 형편없는 과자(콘텐츠)가 들어 있어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건 과자를 산 건지 포장지를 산 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어이없는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키고자 이렇게 말한다. "(과자포장용)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딸려 왔다고". 「킨포크」는 잡지이지만 광고가 없다. 이런 점에서 「킨포크」는 광고가 인쇄된 잡지를 샀더니 셀레브리티가 사는 법, 할리우드 스타처럼 먹는 법을 다루고 있는 내용이 딸려온 상업적 잡지와는 다르다. 「킨포크」는 포장지와 내용물의 차이가 가장 작은 잡지이다. 그리고 「킨포크」는 무수한 잡지의 주인공인 셀레브리티가 등장하지 않는다. 셀레브리티는 없지만 「킨포크」엔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사람이 처할 수 있는 관계의 3가지 형식에 따라 내용이 배치된다. 매거진 1권에 인용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다음과 같은 말은 「킨포크」의 구성 형식을 위한 지침이 된다.

 

소로는 이렇게 말했다. "내 집에는 세 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해, 나머지 하나는 사교를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그래서 「킨포크」는 인간에게 필요한 세 가지 관계 형식을 존중해 <홀로(Entertaining for One)> <둘이서(Entertaing for Two)> <그리고 여럿이(Entertaining Small Gatherings)> 나누어져 있다. 「킨포크」는 손님을 놀라게 해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혼자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과 복잡한 사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이 음식을 함께 먹는 이유"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하여 "복잡하다 못해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모임이라는 개념을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발견한다. "식탁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하나의 끈이 존재한다. 그 끈이 우리의 마음을 끌어올리고 잡아당기며 하나로 연결한다"는 것을.

 

물론 「킨포크」처럼 아무나 살 수 없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출발한 ‘간소한 삶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이기에 도시생활자가 「킨포크」의 삶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엄청난 통근 거리와 노동시간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킨포크」에 담긴 제안을 그대로 따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도 「킨포크」를 그대로 따라할 수 없다. 미국 포틀랜드와 우리가 있는 한국 그 사이에는 공간적 거리만큼이나 생활습관의 차이의 분명한 거리도 있기 때문이다. 이 잡지에 등장하는 요리는 요리책에 등장하는 요리와는 달리 소박하고 요리를 하고 나누는 스토리에 초점이 두어져 있기에 훨씬 일상적이지만, 기본적으로 서양 요리이다. 입맛이 토종이라면 「킨포크」의 메뉴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그런 점에서 「킨포크」는 해법이 아니라 그저 자극이자 출발점일 수밖에 없다. 「킨포크」에 등장하는 샌드위치 모임이 비빔밥 모임으로 응용되지 않는 한, 「킨포크」는 그저 도시생활자의 핫한 아이템이 될 뿐이다. 「킨포크」의 정신이 포틀랜드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로 옮겨올 수 있는 것이지, 「킨포크」에 실린 사진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템이 우리의 집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변화를 자극할 수 있는 간소한 삶에 대한 모티프가 아니라 그저 또 하나의 아이템 위주의 유행 라이프스타일로 전락한다면, 「킨포크」 매거진 역시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딸려오는 경우와 다를 바 없다. 「킨포크」의 매력은 감각적인 사진이나 편집, 삶에 밀착한 글에서도 오지만 조용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시대의 조류에 거슬러 올라가는 라이프스타일의 추구에 있다. 셀레브리티를 앞세운 라이프스타일 잡지들이 뉴욕의 핫한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잡지의 구독자들이 그 트렌드를 찾으려 한다면 「킨포크」는 멜빌의 소설 주인공인 필경사 바틀비처럼 핫한 레스토랑을 순례하는 도시생활자의 라이프스타일 흉내를 "안 하는 편을 택한다(I prefer not to)". 맛집 리스트를 구해서 맛집을 쇼핑하는 소비 행위가 요즘 도시 생활자들이 "I prefer"라면, 「킨포크」는 맛집을 순례하는 정보가 아니라 일상에서 때로는 홀로, 때로는 달콤한 둘 만의 시간, 때로는 가까운 사람(Kinfolk)과 음식을 함께 나누며 교류를 소중하게 여긴다. 「킨포크」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대량생산 음식을, 맛집 쇼핑을, 근사한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돈 주고 구매하는 것을 "I prefer not to"한다. 흔한 라이프스타일 잡지들이 초대한 손님들을 깜작 놀라게 할 비법을 "I prefer "한다면, 「킨포크」는 취향 경쟁의 비대칭성을 "I prefer not to"한다. 만약 「킨포크」에서 "I prefer not to"의 동기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킨포크」는 한 때의 웰빙이나 슬로우 라이프처럼 핫한 아이템으로 인정받았다가 또 다른 핫한 아이템에 의해 밀려나는 한 때의 유행과 뭔가가 다를 것인가? "I prefer not to"가 없는 「킨포크」는 위험할 수도 있다. 본래 alternative나 independent는 "I prefer not to"로부터 시작되지 않는가? 「킨포크」가 한국어로 번역출판 되고 대형 서점의 매대에 진열되고 상업용 잡지들이 「킨포크」를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이 잡지는 더 이상 그 자체로 ‘힙’하지는 않다. 더이상 ‘힙스터(Hipster)’만의 비법이 아니라면, 최소한 ‘대안적’이기라도 해야 한다. 「킨포크」가 결국 또 하나의 스타일로 소비될지, "I prefer not to"의 시발점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그건 전적으로 「킨포크」의 한국 독자가 누구이냐에 달려있다.

 

글_노명우(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킨포크vol.12.jpg   ◀「킨포크」 vol 12 표지 이미지(출처: yes24)

「킨포크 매거진」 (킨포크 매거진 지음, 김미란 옮김, 디자인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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