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을 보장하는 야간중학교
- 오사카 텐노지 야간중학교를 가다
1985년 유네스코 국제성인교육회의 ‘학습권 선언’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에 1985년 유네스코 국제성인교육회의에서 제창된 학습권선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학습권선언에서는 “학습권은 미래를 위해 놓아두는 문화적 사치품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욕구가 충족된 후에 행사되는 것도 아니다. 학습권은 인간의 생존에 있어 불가결한 수단이다”라고 하면서 학습권을 일부사람들에게 한정된 것이 아닌 ‘기본적 권리의 하나’라고 하고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학습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함과 동시에 학습권이라는 말이 가지는 무게가 전해지는 것 같아 학생들에게 반드시 읽게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학습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학습권을 당연한 것으로서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학습권이 모든 사람들의 권리라는 것은 학습권 선언뿐만 아니라 세계인권선언(제26조)에도 규정되어 있지만 시대적 제약이나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학습권을 누릴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학습기회의 보장으로서 일본에는 <야간중학교>라는 것이 있습니다. 오늘은 야간중학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문해교육과 야간중학교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8년과 1955년에 문해조사가 있었습니다．
1948에 이루어진 조사는 일본 전국을 대상으로 한 ‘일본인의 읽기 쓰기 능력조사’였고 1955년 조사는 ‘국민의 읽기 쓰기 능력조사’로서 1948년에 이루어진 조사에서 문해율이 가장 높았던 관동지방과 문해율이 제일 낮았던 동북지방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습니다. 청년들(15세~24세)을 대상으로 한 1955년 조사에서는 ‘높게 어림잡아 반수, 적게 보아도 10% 이상’이 읽기 쓰기 능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과 6년 후인 1961년, 일본에는 문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유네스코에 보고하였습니다.¹
1)모리 미노루 「문해교육・일본어학습 활동의 전개-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小林文人・伊藤長和・양병찬공편『일본의 사회교육・평생학습-풀뿌리 주민자치와 문화창조를 향하여』 학지사, 2010년, pp. 255-256.
그 이후 문부과학성에 의한 문해조사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문해율과 비문해자 수에 대한 통계가 없습니다. 1961년 당시 일본정부는 일본에는 문해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 비문해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비문해자들을 위한 운동이 일어난 것은 1960년대 이후로, 부락차별운동과 함께 일본의 문해교육 운동이 시작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야간중학교에 관한 운동도 일어나게 됩니다(야간중학교는 1940년대 후반부터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야간중학교는 중학교의 야간학급으로「학습지도요령」을 기반으로 국어와 영어, 수학 등의 교과를 가르치고 있으며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수업방법도 주간의 일반중학교와 마찬가지이며 여러 명의 학생들을 한사람의 교사가 가르치는 형식입니다.²
일본 전국의 8개 도도부현에 31여개의 공립 야간중학교가 있는데 2013년도의 학생 수는 약 1,900명으로 50세 이상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³ 이러한 공립 야간중학교 외에도 시민단체에 의한 자주야간중학교가 있습니다.
2) Ibid., p.258.
3) 일본 마이니치 신문(2014년 7월 3일자) 참조, 2014년 7월 7일 열람.
야간중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과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이 차이를 보이는데 관동지방의 경우, 외국인 학생들이 많은 반면, 관서지방의 경우 재일한국인과 일본인 고령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일본 전국에 공립 야간중학교 중에서 오사카 텐노지에 위치한 <텐노지 야간중학교>에 가 봤습니다.
텐노지중학교 야간학급(天王寺야간중학교)⁴
4) 오사카시립 텐노지중학교 야간학급 2014년도 학교 안내 및 교감선생님 인터뷰(2014년 7월 4일)참조.
중학교 야간학급은 의무교육을 받아야 할 때 전쟁이나 가난, 병이나 가정상의 이유로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곳으로 <텐노지 야간중학교>에는 현재 75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야간중학교의 경우, 수업료와 교과서가 무료이고 입학자격은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 의무교육연령(15세)을 넘은 사람 등으로 연령과 국적에 관계없이 입학할 수 있습니다. 입학은 4월과 9월에 연 2회 가능하며 입학 후 1년이 지나면 진급을 하게 되어 있고 재학연한은 3년이지만 최장 6년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텐노지 야간중학교는 1969년 6월에 개설되어 오사카후(大阪府)에 있는 11곳의 야간중학교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된 학교의 하나입니다.
학교는 5시 30분부터 시작되며, 5시 40분에 1교시 수업을 시작으로 40분 수업을 4교시까지 받게 됩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각 반별로 주간의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국어부터 사회, 수학, 영어, 이과, 음악, 미술, 보건체육, 기술가정의 중학교 9개 교과목을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배우게 됩니다. 총 14분의 선생님이 야간중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견학을 한 날에는 각각 국어와 영어, 가정, 사회, 미술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야간중학교 수업 모습(좌)과 학교 입구에 조각되어 있는 야간중학생 상(우)
예를 들어 국어수업의 경우, 한자의 뜻과 읽는 법을 배우면서 한자 숙어와 단어를 포함해서 배우고 있었습니다만, 전체적인 수업풍경을 보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대답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배우는 것에 열심인 학생들의 반응에 선생님들도 적극적이어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상호작용이 매우 활발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역동적이고 활기 있는 수업광경을 그대로 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수업 이외에도 민족클럽인 우리 마당에서 장고나 무용 등을 배우는 활동이 있다든지, 다른 야간중학교와 함께 학생들이 평소에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는 작품전, 운동회, 신입생 환영회 등의 활동들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으로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은 82세라고 하는데 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재일한국인이었습니다. 견학 중 만나게 된 한 일본인 어머니는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인해 잃어버린 학습의 기회를 되찾고자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60대의 재일한국인 어머니는 손자의 초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텐노지 야간중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면서 “공부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모두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하시며 학교에 오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하고, 자신이 야간중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도 응원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취재에 협력해 주신 교감선생님은 “야간중학교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되어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시며, 그것이 “교육의 사명”이라고 하셨습니다.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학습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텐노지 야간중학교는 초등학교, 중학교과정의 과목들을 배우는 곳으로 의무교육과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엄밀히 말해 평생교육시설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기초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코하마에서는 5개의 야간중학교가 하나로 통폐합되는 등의 움직임도 있었지만 교육재생실행회의에서는 야간중학교의 설치촉진을 제언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야간중학교와 같이 매일매일 수업을 하는 시설이 없기는 하지만 2007년 평생교육법이 개정되면서 문해교육이 평생교육의 영역으로 법제화 되고 문해교육을 통한 학력인정을 실시하고 있는 등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본의 야간중학교의 사례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학습이 우리 사회에서는 어떻게 제공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_김윤정(수도대학도쿄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