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평생학습동향리포트 와 「대놓고 자랑질」



남들은 잘 모르지만, 진짜 알짜배기 우리 기관만의 자랑거리를 '대 놓고' 말하는 코너입니다. 어떤 내용과 형식이든 모두 자유! 편하게 자랑할 수 있습니다. 뻔뻔하다고요? 한 번 읽어보세요. 넘치는 자랑 안에 우리의 생각을 이끄는 보석이 숨어 있답니다.(편집자주)

수원화성 팔아먹기《수원KYC》

 

어느 것부터 읽어야 맛있게 읽을 것인가? 하면서 차례를 훑는 순간 “수원화성 팔아먹기”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드디어 수원화성을 팔아야하는 지경에 이르렀구나! 하는 망연자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김선달의 후손이 수원에서 탄생했구나! 하는 어이없음, 누군가 한몫 크게 잡았겠구나! 하는 부러움, 오래 전부터 갖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쳤네 하면서 땅을 치는 졸부 근성... 그리고 수원KYC가 생소한 독자께서는 ‘큰일 낼 놈이군!’ 하면서 호기심도 일었을 겁니다.

 

《수원KYC》는 제법 명망 높은 시민단체로 여러 가지 큰일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보호관찰대상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인 「좋은 친구들」, 내 지역의 문화재·수원천·도시농업생태를 지키는 청소년 프로그램인 「청소년 문화재지킴이」·「청소년 수원천지킴이」·「청소년 도시농업생태지킴이」등과 지금 자랑하고 싶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알리는 「화성길라잡이」입니다. 화성길라잡이를 다르게 소개하면 수원화성을 팔아먹을 수 있도록 허가된 판매원이 수원을 찾은 관광객에게 발품과 입품을 파는 역사 깊고 걸쭉한 사업입니다.

 

화성길라잡이가 ‘무엇을 하건대 역사 깊고 걸쭉한 사업이냐?’며 대놓고 자랑질 하는 게 탐탁지 않은 분도 계실 겁니다. 수원화성이 1997년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후, 수원화성을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해설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꿰뚫은 수원KYC는 자체적으로 화성길라잡이 양성에 돌입합니다. 그 뒤 이제까지 화성길라잡이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수원시의 민간 관광대사로, 선조들의 얼을 후손에 되새겨주는 선봉으로 그리고 문화재를 지키고 가꾸는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화성길라잡이가 처음마음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는 것은 수원화성을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해설해야 한다는 처음마음보다 높은 목표가 있을 수 없음을 아는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작은 시민단체 수원KYC와 화성길라잡이의 반듯함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2000년에 1기로 시작한 화성길라잡이는 금년에 13기가 양성될 예정이고, 13기 화성길라잡이도 처음마음을 다짐하면서 수원화성 판매기법을 배우고 익힐 겁니다. 물론 13기도 수원의 문화사, 각 시대 성곽의 특성과 축성 과정, 정조와 그 시대의 정치경제, 혜경궁 회갑연과 을묘년 행사 등 수원화성을 판매함에 기본이 될 분야를 연구한 교수와 해당분야 전문가로부터 20여 강의로 채워진 빡쎈(?) 기본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또 6개월의 수습활동을 인증 받은 후 오롯한 화성길라잡이로 등단하게 될 겁니다.

 

정식 길라잡이가 된 후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매주 일요일 11시 그리고 오후 1시와 2시에 수원화성을 찾은 관광객과 성곽을 같이 걸으며 수원화성의 축성 배경, 건축미, 정조와 관련된 이야기 등을 해설합니다. 안내는 통상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성곽 5.7km를 모두 보려는 관광객 그리고 화성행궁까지 보고 들으려는 경우엔 훨씬 오랫동안 발품과 입품을 팔게 됩니다.

 

비교적 적은 인원의 관광객을 상대로 진행되는 화성길라잡이의 일요일 활동은 평일에 이루어지는 예약안내 인원와 규모를 감히 쫓아올 수 없습니다. 수원화성은 ‘우리 고장의 역사’와 우리나라 역사를 배우는 초등학교 4학년과 5학년에게 현장학습의 최적격 장소로 선정돼 있어 주중에는 수원에 소재한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인근 시흥, 군포, 안양, 멀리 서울에서도 찾아옵니다. 또 시쳇말로 단골이 있어서 화성길라잡이의 자세한 해설에 푹 빠진 학교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방문합니다.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 주신다 해도 수원화성에 관한한 화성길라잡이만 못하지 않겠습니까. 화성길라잡이 중에는 어렵다는 한국사능력검정 1급 합격자도 여럿이 있거든요. 

글 제목을 ‘팔아먹기’란 말로 꾸몄는데, 화성길라잡이는 몇 시간씩 입으로 품을 팔지만 절대 구전을 받지 않습니다. 막대사탕을 사먹는 나이만 되도 수원화성의 임자가 누구인지를 뻔히 알아 챌 터인데, 팔아먹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화성길라잡이는 ‘해설을 대가로 어떠한 보수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행동하는 자원봉사자입니다.

 

수원화성 그 자체는 가격 매김이 불가능한 매우 비싼 부동산입니다. 팔달산에 올라 한눈에 담아내는 수원화성이라는 하드웨어의 값어치는 그 속에 담겨진 의미와 그 시설물과 같이하는 이야기의 값어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목재 값과 돌 값에 불과한 하드웨어에 의미와 이야기를 붙여 수원화성 값어치를 수 천 배, 수 만 배의 높은 가격으로 올리는 게 화성길라잡이 사업입니다. 화성길라잡이는 수원화성의 겉모습을 단순하게 읊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있는 선조들의 마음과 숨김없는 자신감을 기록한 소프트웨어를 보여주는 전문가입니다.

 

듣고 보니 ‘팔다’라는 단어가 화성길라잡이와 어울리지 않으며,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속이거나 배반하는 짓거리인 ‘팔아먹다’도 화성길라잡이에게 부적합한 말이라 생각되지 않으시는지요.
그렇지만 관광객에게 수원의 역사와 수원화성의 정수를 몽땅 넘겨주는 말로 ‘팔아먹기’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은 없습니다. 천하고 교양 없는 듯해도 수원화성의 소유권이 관광객 자신에게 넘어온 듯 만족감을 주는 ‘수원화성 팔아먹기’는 진짜 적절한 말입니다. 화성길라잡이는 팔고 또 팔아도 화수분처럼 솟아나는 수원화성을 끈질기게 팔아먹을 겁니다.

 

화성길라잡이의 얼굴은 수원화성을 팔아먹는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있어 멀리서도 눈에 뜨일 정도로 환하게 빛나고, 양어깨에는 수원화성을 메고 다닐 수 있는 큰 힘이 개빗하게 올려져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수원KYC의 화성길라잡이는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드높이며, 수원의 품격을 보여주는 최고 품질의 자원봉사자입니다.

 

 

글_수원KYC

 

☞ 수원KYC홈페이지: http://www.swkyc.or.k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