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평생학습동향리포트 와 「대놓고 자랑질」

남들은 잘 모르지만, 진짜 알짜배기 우리 기관만의 자랑거리를 '대 놓고' 말하는 코너입니다. 어떤 내용과 형식이든 모두 자유! 편하게 자랑할 수 있습니다. 뻔뻔하다고요? 한 번 읽어보세요. 자랑 안에 우리의 생각을 이끄는 보석이 숨어 있답니다.(편집자주)

‘좀 다르게 가자’ 《은평구평생학습관》

 

본격적으로 자랑을 하라고 하니 신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난감합니다. 무얼 자랑해야 할까요. 아니 먼저 이 질문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은평구평생학습관>을 아시나요? 예상컨대 아는 분들이 아직 많지는 않으실 것 같습니다. 2010년 6월 문을 열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제 겨우 4년차. 그렇다면 신인의 패기와 풋풋함, 이런 것이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까요. 뭐 그럴 수도 있겠죠. 사실 우리 은평구평생학습관이 처음 동네에 자리 잡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신설 기관에 주어지는 기대, 기관의 비전과 역할에 대한 입장 차이 속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했고, 내부적으로 직원들 간에도 해야 할 일과 주어진 일에 대한 가치와 태도의 차이를 조율해야만 했습니다. 아, 이런! 자랑을 하려고 시작했는데 지난 세월을 되짚다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네요. 뭐, 어딘들 어려운 시절이 없었겠습니까. 다 그렇게 시작하고 견디고 버텨서 자리 잡는 거지요. 우리가 특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의 주제인 자랑으로 돌아오지요. 우리 학습관 11명의 직원도 다 잘났고(죄송하지만 사실입니다), 시원하게 창이 많이 난 학습관 건물도 제법 이쁩니다(다들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평생교육에 참여하는 은평 주민들, 활동가들도 모두 활기가 넘치십니다(딱 봐도 느껴집니다). 은평이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풀뿌리 시민사회의 역동이 살아있는 동네입니다. 최근에서야 조금씩 은평의 진가가 알려지고 있지요(늦었지만 다행입니다). 참으로 중요한 자랑의 포인트입니다. 북한산도 상쾌하고 불광천도 시원하고 골목골목 애 키우기도 괜찮은 동네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저기서 자립의 꿈을 키우는 청년들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고요. 하나하나 꼽아보니 자랑거리가 넘치네요. 그런데 이런 지역에 대한 자랑은 어디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아무리 늘어놓아도 흉잡히지 않을 자랑들 말입니다.

 

다시 우리 은평구평생학습관 이야기를 해볼까요. 우리 기관이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계기는 아마도 2012년 은평구가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평생학습도시 은평>의 큰 그림을 그리고 지역의 의제를 뽑고 실현계획을 세워 정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주도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 외부적으로 우리 기관과 직원들이 은평에서 해야 할 일과 나아갈 방향이 하나하나 정리되었습니다. 한편으로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궁금한 것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지금까지 평생교육은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주고 있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 ‘좋은 평생교육 기획이란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가?’, ‘지역의 고유성은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가?’ 이렇게 수많은 '어떻게‘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었던 그 때 우리가 읽었던 시는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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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민복

 

말랑말랑한 훍이 말랑말랑한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훍이 말랑말랑한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우리 학습관 「말랑말랑 워크숍」이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이 되기도 한 시어 ‘말랑말랑’은 ‘힘’이라는 단어와 만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막연하지만 교육을 경쟁의 무기로 삼고, 스펙을 쌓기 위해 내달리는 각박한 현장에 ‘말랑말랑한 힘’은 무언가 다른 파장을 일으킬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은 이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세상의 질서를 좀 다른 눈으로 보자. 지금껏 평생교육이 추구해온 방향과 질서도 좀 다르게 바라보자. 평생교육 기획자는 무언가를 주기 위해 열심히 만들고, 사람들은 무언가 얻기 위해 열심히 참여해왔다면 이 관계도 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쓸데없는 힘을 빼자. 뿌리와 방향에 대한 의심, 성과에 대한 의심을 하자. ‘왜 이것을 하는가?’ 수많은 ‘왜’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마을을 이야기하고 평생학습 생태계를 이야기하는 은평이 추구하는 평생학습은 좀 다른 것 같다고요. 그렇게 보셨다면 매우 감사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늘 ‘좀 다른 걸’ 고민하고 ‘좀 다르기’를 추구해 왔으니까요. 최근 몇 년간 마을과 생태계라는 개념이 많이 퍼지기는 했지만, 2012년 우리가 평생학습도시 은평 계획에 이 개념들을 담았을 때 새롭게 보인다는 평가를 꽤 받았습니다. 근데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이게 단순히 튀어보자는 전략은 아닙니다. 오히려 삶과 결합되지 않고 겉도는 평생교육을 사람들의 삶에 더욱 밀착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우리는 평생교육이 언젠가부터 사업의 수, 수강생의 수로 효과를 논하고 점점 강력한 교육으로 치달아 왔다고 보았습니다. ‘왜 하는가?’,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이런 맹목적인 치달음을 중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공공의 일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학습관의 평생교육사 실습과정 중에는 건축가 정기용의 마지막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함께 보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안성면 주민자치센터 건축을 의뢰받은 건축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은밀하게 주민들을 만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건축가가 물어봤습니다. ‘안성면사무소 지으려고 하는데 무엇이 들어가면 좋겠습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짓지 마라. 왜 돈을 처들여서 면사무소를 짓느냐?’ 건축가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도 짓는다면 무엇이 필요합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말했습니다. ‘해줄 것이여? 목욕탕이나 지어줘.’ 알고 보니 주민들은 각 집에 목욕시설이 미비해서 일 년에 몇 번 차를 대절해서 시내에 가서 목욕을 하고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건축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들이 건축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중략)...쓸 사람에게 물어보라.’ 결국 건축가는 면사무소 안에 목욕탕을 넣었습니다. 짝수 날은 여탕, 홀수 날은 남탕. 나중에 건축가가 혼자 조용히 면사무소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야 건물이 완공된 것 같다.’ 공공의 일이란 이런 겁니다.

 

건축도 평생교육도 공공의 일입니다. 정기용 건축가의 말을 조금 응용하면, 좋은 평생교육 기획이란 ‘그럴듯한 사업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하나씩 자신만의 잘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듯이 은평구평생학습관도 그럴 수 있다면 이런 재능을 가지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삶을 살피고 또 살피는 재능. 우리 학습관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병아리 단계라 턱없이 부족하지만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하지 않나요? 이런 것도 자랑이 될 수 있겠죠?

 

▲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 중 한 장면

 

쓰다 보니 자랑인지 독백인지 모를 요상한 글이 되었습니다. 자랑은 역시 어려워요. 쓸데없이 진지하게 흘렀네요. 마무리는 발랄하게 해보렵니다. 소설가 김중혁의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재능’이란,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우리 은평구평생학습관이 가지고 싶은 재능도 그렇게 얻어지겠죠. 수없이 많은 질문을 하고 또 하면서 흐르는 시간을 견디고 두려움을 견디고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얻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가끔 저희끼리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가만히 주어지는 일만 해도 월급은 나온다. 근데 그렇게 사는 거 참 재미없지 않냐?’ 좀 다르게 가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뭐라도 되겠지요. 혹시 관심 있으시면 함께 걸어 보실래요?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_은평구평생학습관

☞ 은평구평생학습관: http://edu.eunpyeon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