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장기–시니어, 그 가능성의 보고(寶庫)
공자님 말씀으로 이 글을 시작합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이 글의 출처가 『논어』 ‘위정’편이라는 것을 알진 못한다 하더라도 이 말의 뜻은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자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가이위사의(可以爲師矣). 직역하자면 ‘옛것을 익히고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면 능히 다른 이의 선생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른 이의 선생이 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지만 새로운 것을 깨우치기 위해서라면 옛것을 미루어 익히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깨침을 위해서는 꼭 옛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타산지석이라는 말도, 심지어 반면교사라는 말도 만들어지고 오랫동안 그 생명력을 이어 온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 일 것입니다.
신(新)이라는 한자에는 새로움, 변화, 혁신, 미래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신’을 위해서는 고(故)든 좌든 우든 가리지 않고 자기 발전의 숙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것이 자칫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히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대립과 소송입니다. 삼성은 지금까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급성장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움을 깨우치기’보다는 ‘새로움을 베끼기’에 가까웠던 것이었고 그것이 급기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에 반해 시민사회 섹터에서는 ‘배우는 행위’를 넘어 ‘노하우를 직접 가르쳐 주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윤추구를 위한 경쟁의 논리가 아니라 풍성한 사회를 위한 협력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저희 수원평생학습관을 찾아 오셔서 여러 가지 문의하시는 개인이나 기관분들이 계십니다. 당연히 저희도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다른 기관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설사 저희 기관이 조금은 색다른 그 무엇이 있다고 한들 그것은 오직 저희들만의 독창적인 무엇이 아니라 이미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기본 재료로 삼아 약간의 새로운 첨가물만 더해진 정도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그것이 카피라이트(copyright)의 깃발 아래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공공적으로 사용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저희들은 새로운 사업을 기획할 때 늘 연구 조사는 물론 기관 조사를 병행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저희 레이더망에 포착된 기관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 집중적인 괴롭힘을 당하게 됩니다.
2014년 저희 기관의 주력 사업 중 하나는 시니어 교육 및 사업입니다. 당연히 조사연구와 내부 논의가 이뤄졌지만 만족할만한 단계까지는 아직 멀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호 웹진 ‘와’게 게재된 다카하시 교수님의 인터뷰가 일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와 연계하여 벤치마킹의 대상지를 일본으로까지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국내에도 시니어와 관련한 사업과 축적된 자료가 있습니다만 저희들은 좀 더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 것입니다.
■가와사키시 사이와이구 시민관
가와사키시(川崎市)는 북쪽으로는 도쿄도와 남쪽으로는 요코하마와 맞닿아 있는 인구 130만 명가량의 도시인데 정령지정도시로 되어 있기에 자치권이 없는 7개의 행정구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곳은 사이와이구(幸区)에 있는 시민관이며 그곳에서 나카무라(Nakamura Takaaki) 관장님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이와이구 시민관은 시니어 사업과는 직접적 연관은 없으나 일본의 평생학습은 공민관과 분리해서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공민관이라고 쓰고 평생학습이라고 읽어도 무방할 정도이기에 체계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사이와이구 시민관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시민관은 각 행정구마다 1개씩 그리고 그중 5개 행정구에 분관이 설치되어 있는데 저희가 방문한 사이와이구 시민관은 1980년에 개관했으며 시설로는 대강당(연습실, 대기실), 회의실(대회의실, 규모별 회의실 4개), 실습실, 음악실, 요리실, 체육실, 어린이방, 시민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징 1) 취미교양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는다
지난 호 「와」 인터뷰 기사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만 일본은 버블 경제 이후 행정구역의 통폐합이 있었고 이는 공민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그 숫자와 직원 규모 그리고 예산까지 대폭 축소되는 유탄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지금 평생학습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중입니다.
사이와이구 시민관도 그 자장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화하게 되었고 그 일환으로 취미교양 프로그램 제공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상적으로 이용했던 시민들이 당연히 반발하고 저항하리라 생각했지만 나카무라 관장의 답은 의외였습니다.
“별다른 반발은 없었다. 다른 곳인 시민아카데미의 경우 취미교양 관련 프로그램 예산삭감을 하자는 안도 있었고 그에 따라 시민들이 서명을 하고 저항을 하기도 했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시민강좌와 관련해서 영유아 관련한 학급도 없애자고 하니까 없애지 말라고 운동한 곳도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이런 선택을 한 논리적 근거는 ‘그러한 취미교양 프로그램은 일반 문화센터도 많이 하고 있고 특히 이것은 공익이라기보다는 시민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그러한 역할은 이제 끝났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공익과 사익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만 그것은 그것대로 일본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오랜 기간 이어온 역사와 경험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바로 비교해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시민관에서 취미교양 프로그램이 없냐 하면 그건 또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많은 동아리들이 결성되었고 이제는 그런 동아리 중심으로 개별 강좌들이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아리별로 자기 특성에 맞게 다양한 모임과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특징 2) 시민자주기획과 시민자주학급 사업 전개
자주기획과 자주학급의 경우 둘 다 시민의 자발적 의지와 참여에 기반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내용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2003년부터 시행이 되었는데 시민들이 직접 1~2 페이지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설명회를 거쳐 일정한 심의회를 통해 최종 결정됩니다. 자주기획의 경우 단발성 사업이나 워크숍으로 이뤄지며 자주학급의 경우 단기는 5~9회 장기는 10~15회까지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강좌 형태를 말합니다. 이렇듯 운영기간의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지원액도 차등을 두게 되는데 자주기획의 경우 본인들이 필요 금액을 스스로 제시하지만 최대 1만 5천 엔(약 16만 원)까지 지원되며, 자주학급의 경우 단기는 7만 5천 엔(약 78만 원), 장기는 15만 엔(약 156만 원)을 정액으로 지원합니다.
이렇듯 기간이나 지원 금액의 차이는 있으되 사업 내용은 동일합니다. 즉 지역이나 사회과제의 해결을 위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관련 내용, 지역특성에 따른 평생학습, 문화, 예술, 시민네트워크 구축 등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제도가 처음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낯설어 하기 때문에 초기부터 활성화되기 어려울 텐데 사이와이구의 경우 오히려 제 고정관념과는 달리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정 반대다. 오히려 초기에는 공모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감소하고 있다.”
그러면 당연히 그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정년퇴직한 분들이 지역으로 돌아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세미나도 해서 지역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역량, 시민역량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에 대해 더 천착하기 위해서는 나카무라 관장 인터뷰 이외에 이 사업을 실행했던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심층 인터뷰가 필요할 듯하지만 그렇게까지는 깊이 있게 진행되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실 시민 스스로 지역의 과제를 찾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제대로 효과를 내었느냐의 결과치보다는 그런 시도를 하는 개인이나 모임에 더 큰 격려와 배려를 하는 것이 타당할 듯합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저희도 다시 한 번 시민기획사업에 대해 검토를 해 봐야겠습니다.
■시니어 SOHO 살롱 미타카
미타카시(三鷹市)는 도쿄도에 속한 인구 18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입니다. 그 지역에서는 법인세를 낼만한 기업이 없을 정도로 주로 주거지 역할을 하는 도시이기에 시니어들이 은퇴 후 지역에 돌아와서 마땅히 할 만한 일감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시니어들이 보유한 능력이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시니어 소호 살롱 미타카(이하 소호 살롱)>에서는 먼저 PC, IT와 관련된 교육으로 사람을 모으고 모아진 사람의 능력에 맞는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회원들에게 그리고 미타카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습니다.
▲시니어 소호살롱 미타카 대표 쿠보 씨
소호 살롱의 일반 현황
2014년 1월 현재 년 간 1만 엔을 납부하는 회원은 145명이고 회원의 평균연령은 65세인데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67대 33으로 남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연도별 회원수와 매출액 추이인데 지역의 작은 단체가 연간 1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내공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단체는 2004년도엔 일본경제신문사로부터 지역정보화 대상을 수상하였고 일본 경제산업부로부터는 정보촉진화단체로 선정되어 장관상을 받기도 한 만큼 대내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기도 하여 신뢰와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Seniors Teaching Seniors
‘시니어가 시니어를 가르친다’는 문장에는 별로 특이한 것이 없는 듯합니다만 저희가 1인당 3천 엔을 지불하고도 기꺼이 이 기관을 방문하고자 한 것은 바로 이 평범함 속에 녹아 있는 특별함을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 어떤 차별적 효과가 있을까
시니어는 육체의 노화에 따른 반응 속도 및 인지 능력의 저하가 발생합니다. 이것을 젊은이들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수긍하려해도 실제 생활에서는 공감에 기반한 이해를 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습득 시간도 매우 더디고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젊은 강사는 지치기 십상입니다만 답답하기는 수강생도 매 한가지입니다. 그래서 수강생은 눈치를 보게 되고 괜스레 주눅이 들어 결국 배움의 길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니어들에게는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는 이 동병상련의 긴밀한 유대정서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2) 특별한 방식이 있는가
그렇다고 공감대만 가지고 훌륭한 교육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작을 크게 한다든지, 글씨를 크게 쓴다든지, 수업을 천천히 진행한다든지 등등의 1차적 특징은 있습니다만 이런 것을 시니어 강사 개인의 스킬로 규정하지 않고 200만 엔(약 2,100만 원)을 들여 매뉴얼과 교재를 만들어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시니어를 위한 강좌에는 항상 메인 강사와 보조 강사가 동시에 역할을 나누어 진행하게 됩니다. 보조강사는 수강생의 진도나 이해정도를 체크하고 어느 정도 확인이 된 후에는 강사에게 신호를 주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하는 것도 다른 강의에서 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별한 방식이었습니다.
3) 어떤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강의를 하는가
소호 살롱에는 자격증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 자격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소호 살롱 자체적으로 만들어 시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자격증 시험은 연간 수차례 진행되는데 이 시험은 단지 PC나 IT 관련 스킬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에 대해 더 중요하게 체크를 합니다. 그리고 오직 이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소호 살롱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데 강좌는 이렇게 배출된 강사가 자체적으로 시행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무국에서는 오직 장소 사용료만 받을 뿐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강사에 따라 무료도 있고 유료도 있으며 수업내용이나 진행방식도 오직 강사에 의해 주도되게 됩니다.
각종 프로젝트
소호 살롱에서는 현재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타카시 학교 안전 추진사업(일명 School Angels), 시청 내 PC 헬프 데스크 사업, 유비쿼터스 사업지역 SNS, 고령자 무료 직업 소개사업, 기업 퇴직자 WEB 사이트 개발 운영관리, 학교 교정 녹화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가 실현되고 있었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스쿨 엔젤(이하 SA)사업이었습니다.
한때 일본에서 초등학생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에 전사회적으로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담당하려는 전문회사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문제를 기업에 맡길 경우 보통 1억 엔(약 10억 4천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미타카시와의 협의 속에 소호 살롱에서는 2천 7백만 엔(약 2억 8천만 원)을 받고 이 일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소호 살롱입장에서는 수익사업이라기 보다는 지역문제를 해결하려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진행을 한 것입니다.
SA는 등굣길 어머니들의 교통안전 업무와는 달리 아이들이 등교할 때부터 하교할 때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보는 일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해결하기 보다 일단 아이의 안전을 확보하고 문제해결은 경찰이나 관계기관에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특별한 스킬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급여가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밑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또 오랜 기간 SA 업무를 해 왔기 때문에 졸업한 아이들도 이분들을 보면 고맙다고 인사를 나누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서로 일상적인 안부와 교류를 갖는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SA에 참여했던 시니어들도 활력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지역활동에서의 주의 사항
열성적으로 설명하던 쿠보 대표의 음량이 마지막 부분에 와서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어쩌면 쿠보 대표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은퇴 후 지역에서 활동하려고 하는 시니어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한때 사회에서 어깨에 힘을 주며 살았던 분들이 퇴직 후 제대로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 매 한가지인가 봅니다.
- 옛 직책은 통용되지 않는다.
- 집에서의 여왕님도 통용되지 않는다.
- 예전의 경험을 이용하자.
- 타인에 대한 친절과 협조가 중요.
- 세대 간 교류를 즐기자.
- 허세 부리지 않는다.
■시니어대락
<시니어대락(大樂)>은 이제 만 10년 된 비영리법인인데 여러 가지 일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핵심 사업은 강사 파견입니다.
▲시니어대락의 켄조 후지이 사무국장님과
통역을 맡아 주신 수도대학도쿄의 김윤정 교수님
세계 최초 고령화 사회는 일본이며 이미 고령인구 비율이 26%를 넘어서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평생학습기관의 주 이용객이 40~50대 주부인데 비해 위에서 언급한 사이와이구 시민관의 경우 주 이용객은 60대 남성 시니어들 입니다. 그만큼 시니어 문제는 일본에서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만 그렇다고 정부에서 만족할만한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제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한편에서는 당사자들이 자구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곤란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강사진의 확보
강사 파견 사업의 첫 단계는 퀄리티(quality) 높은 강사진을 제대로 구축하는 일입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당연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니어 문제가 전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법인에서 강사 파견 사업을 한다는 내용을 확인한 후 아사히, 요미우리, 도쿄신문, NHK 등 각종 신문방송 매체에서 노출하기 시작하자 삽시간에 500여명의 예비 강사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판로 개척
첫 번째 산을 넘었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 더 큰 과제가 높여 있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명강사를 확보한다한들 활동처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오히려 내부의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판로를 여하히 만들어내느냐가 이 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관건입니다. 시니어대락에서는 먼저 강사 리스트를 잘 만들어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니어대락의 가장 큰 자산에 눈을 돌린 것입니다.
▲강사 소개서 자료집은 강의 주제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집을 평생학습시설, 기업, 복지관 등 수요처가 될 만한 곳에 집중적으로 배포를 하였고 이와 더불어 주요 고객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평생학습시설 담당자를 초청하여 직접 주제별 강연 시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보수 교육과 강사 파견 현황
모든 사람이 다 처음부터 능숙한 강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콘텐츠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도태되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시니어대락에서는 등록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월 스피치 강의를 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참가자 전원이 참석하는 3분 스피치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담금질 과정을 거친다 해도 실제 강사로 활동하는 건수가 아직 많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연간 약 300건 정도가 성사됩니다. 금액도 절대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추는 편이기에 수입 측면에서도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데 그리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모이고 논의하고 배우는데 열과 성을 다 하고 있습니다. 그것 자체로 이미 그들은 제2의 삶을 충실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타카야 생활공방
이곳은 재단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세타카야구(世田谷区)에서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감성을 높이고 일상생활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과 관련한 벤치마킹의 대상이 아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았는데 공간 구석구석 그리고 세심한 준비와 디자인 하나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생활공방>의 경우 일반 NPO 및 시민들에게 활발히 공간을 대여해 주고 있는데 위 사진은 그런 대여를 할 경우 필요한 각종 공구 및 물품들을 매우 세분화해서 준비해 놓은 모습입니다. 천장에 매다는 끈의 길이별 굵기별, 심지어 못과 나사의 크기별 두께별로 키트화 시켜 구분해 놓은 모습을 보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디테일에 무척 강한 일본인의 특질 그대로를 물화시켜 보여주는 오브제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분기별로 발간하는 홍보물도 시각적으로 매우 우수하여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자가 전해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습니다.
“저희는 디자인이 사업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보면 일본의 평생학습은 현재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진로를 어떤 방향으로 하든 그것은 오로지 일본의 판단과 선택입니다. 다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니 그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우리도 더 자극받고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세월 주민 스스로 모여 학습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통과 경험이 일본의 저력이고 자산이니 슬기롭게 헤쳐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도 일본에 더 관심을 가지고 배워야 할 점은 더 적극적으로 받아 안아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지면 관계상 자세한 내용을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좀 더 충실한 내용은 조만간 자료집으로 만들어 필요한 분들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낯선 이방인의 방문을 흔쾌히 허락해 주신 일본 각 기관의 여러분들 그리고 모든 일정을 조율하고 안내하고 기꺼이 통역까지 맡아 주신 수도대학도쿄의 김윤정 교수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글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 가와사키시 사이와이구 시민관: http://www.city.kawasaki.jp/saiwai/category/96-11-1-0-0-0-0-0-0-0.html
○ 시니어 소호 살롱 미타카: http://www.svsoho.gr.jp/
○ 시니어 대락: http://www.senior-daigaku.jp/
○ 세타가야 생활공방: http://www.setagaya-ldc.net/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상 이 곳 사이트에서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