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서재
『성인교육의 의미』(에두아르드 C. 린드만, 2013, 학이시습)
교육이란 무슨 의미일까? 특히 평생교육에서 말하는 교육이란 것은 또 무슨 뜻일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다보면 심각해질 수밖에 없고, 때로는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의미를 찾는 일’이라는 게 바삐 걷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당연하게 여겼던 현실을 뒤돌아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성인교육자인 린드만(Eduard C. Lindeman)은 그의 저서 『성인교육의 의미』에서 이런 문제를 풀어나간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이 늘 그렇듯, 20세기 초반에 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만만치 않은 무게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린드만은 성인교육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 있을까? 그 의미를 따라가는 일은 오늘날 평생교육 연구자나 실천가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모든 학습자에게 유익할 것이다.
린드만은 교육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의 통념을 흔드는 말로 ‘성인교육의 의미’를 풀어나간다. “교육은 인생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다, 교육은 삶 자체다”라고 그는 일갈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이 책 전체에 깊이 녹아 흐른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교육과 삶의 문제를 추상적인 수준이 아니라 삶의 각 장면(정치, 문화, 자유, 예술, 교육방법 등) 속에서 구체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인생을 준비하는 교육과 삶 자체로서의 교육은 어떻게 다를까?
린드만이 보기에 삶 자체로서의 교육은 멈출 수 없다. 그러기에 교육은 교과 학습 안에 갇혀서는 안 된다. 교육은 학습자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상황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은 기존의 지식과 관심, 그리고 가치 속에 스스로를 길들이고 가둬 놓는 일이다. 따라서 삶 자체로서의 교육에서 학습자는 기존의 지적 권위를 따르지 않는다. 학습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성을 발현하게 된다. 결국 배운다는 것은 지속적인 앎의 과정이자 새로운 지식을 구성하는 창조적인 작업이 된다.
린드만은 창조적인 작업으로서 학습이 결국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한 삶의 변화는 사회변화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사회변화는 사회체제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린드만에게는 사회의 속살도 중요하다. 권력을 잡는 ‘사람’들, 그리고 그 권력의 속성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린드만에게 사회변화란 마음의 변화이다. 그리고 사회변화란 권력이 ‘지배하는 권력’에서 ‘함께하는 권력’으로 바뀌는 일이다.
교육에 대한 이러한 고민들은 현대사회의 산업화와 전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형화되고 표준화되어 가고 있는 삶의 문제에 기반하고 있다. “동일한 일을 반복해야 하는 공장제 산업사회”는 우리의 자유롭고 다양한 자기표현을 억제해야 한다. 전문화사회에서 “전문가는 불확실성의 끈을 자른다. 그는 권위 있게 말한다. 우리는 그에게 결정을 위임하고, 그의 말에 따라 행동하며, 적응하게 된다.” 이런 산업사회와 전문화사회의 폐해는 우리의 창조적인 성장을 방해하고, 단조롭고 폐쇄적인 틀 속에 우리를 가두어 놓는다. 따라서 린드만이 꿈꾸는 교육은 산업화와 전문화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창조성의 회복을 통한 자유와 해방의 교육이다. 린드만이 말하는 창조성의 회복은 우리 삶의 다양한 장면에서 요청되는 일이다. 단조롭게 이루어지는 소비적 여가에서도, 개인주의적인 자기애에 갇혀 상실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이성에 대한 맹신 때문에 상실된 예술적인 감성에서도 우리의 창조성은 회복되어야 한다. 이런 창조성은 결국 우리가 산업화와 전문화가 만들어 놓은 일상의 한계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삶의 주체로 성장해 나갈 때 회복될 것이다. 창조성이란 기존의 낡은 방식이 아니라 늘 새로운 방식으로 성취된다. 따라서 끊임없는 주체의 성장은 창조성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이자 그 결과이다.
린드만이 말하는 창조성을 회복하는 교육으로서 성인교육은 개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집단이 한 개인의 창조성을 억압하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성인교육은 개인과 집단 사이의 조화를 도모한다. 이 조화는 개인의 성장이 집단의 성장을 촉진하고, 집단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을 자극하는 긴장관계를 통해서 성취된다. 따라서 “학습하는 성인이 자신의 지성적인 민첩함이 다른 어떤 가치 있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발휘되기를 희망한다면, 자신을 향상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집단 작업과 집단의 향상을 갈망할 것이다.”
이런 성인교육에서 승패를 가르는 논쟁보다는 서로를 일깨우고 성장시키는 토론의 방식이, 가르치는 교사보다는 학생들의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교사가, 기존의 지식 분류들을 담은 교과서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삶의 실제적 경험을 담은 교과서가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린드만이 말하는 성인교육은 삶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총체적인 교육을 뜻한다. 이점에서 린드만의 성인교육은 오늘날의 평생교육과 닮아 있다. 물론 린드만은 보편적인 의미에서 ‘성인교육의 의미’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린드만은 특정한 역사와 사회의 상황 속에서 성인교육의 의미들을 찾고 있다. 예컨대 린드만은 20세기 초반 산업화와 전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미국 사회를 특수성을 고려한다. 그리고 아동청소년기 보다는 주로 성인기에 이루어지는 교육의 의미에 천착한다. 이점에서 린드만의 관점과 우리에게 익숙한 평생교육 개념을 단순히 비교하는 일은 적절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드만의 통찰은 우리가 현재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도록 우리를 자극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학습하고 있는가? 우리는 여전히 미래 준비를 위해 시간을 학습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지적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세계에 대한 창조적인 이해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가? 우리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자기를 표현하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개인의 성장과 삶의 성장, 그리고 마음의 성장을 동반한 사회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런 모든 변화를 기꺼이 즐기고 나날이 변하고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러한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평생교육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평생교육이 우리 삶의 창조성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평생교육은 정말 삶의 주체로서 세계와 창조적으로 마주하도록 우리를 북돋고 있는가? 평생교육은 창조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혹시 평생교육 의미에 대한 성찰 없이 평생교육 확장을 위한 속도전에만 우리의 정신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는 와중에 정작 ‘평생교육의 의미’는 어디선가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평생교육이라는 말로 린드만이 말한 전통적 교육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린드만의 『성인교육 의미』에는 성인교육에 대한 린드만의 생각이 명쾌하게 담겨 있다. 린드만의 명쾌한 해답은 독자에게 안도감을 준다. 평생교육의 본래적인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독자라면, 바로 린드만의 책에서 그것들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린드만이 건넨 말을 듣고 현재의 모습을 뒤돌아보는 순간 우리는 당황하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배우는 일에 대해, 그리고 ‘평생교육’에 대해 의미 찾기를 그만둬 버린 게으른 우리의 민낯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린드만이 이 책을 쓴 의도를 간파하게 된다. 린드만이 던진 ‘의미들’이 현재의 우리의 삶을 흔드는 순간, 그리고 그런 흔들림으로 우리의 성찰과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 이 책에 담긴 린드만의 교육적 소망과 소명은 실현될 것이다. 린드만이 이 책의 마지막에서도 다시 한 번 강조하였듯이, “교육이 곧 인생”이니까.
글_허 준(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성인교육의 의미』(에두아르드 C. 린드만, 강대중․김동진 옮김, 2013, 학이시습)
<목차>
서문
01 학습자가 될 필요가 있는 이들을 위한 성인교육의 의미
02 지성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성인교육의 의미
03 힘과 권력의 사용과 관련된 성인교육의 의미
04 자기표현의 필요라는 관점에서 본 성인교육의 의미
05 자유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한 성인교육의 의미
06 창조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인교육의 의미
07 예술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성인교육의 의미
08 전문화 시대에 성인교육의 의미
09 공동 기획을 위한 원동력으로서 성인교육의 의미
10 방법의 관점에서 성인교육의 의미
후기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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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린드만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