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서울대학교 한숭희 교수 "시민교육, 클래스 중심이 아니라 새로운 포맷을 개발해야..."

글작성자 동향리포트 신청일 Jun 19, 2013

평생학습 관련 학계 인터뷰 - 한숭희 교수(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시민교육은 클래스 중심이 아니라 새로운 포맷을 개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슈&인물> 꼭지에서는 평생학습과 관련한 현안이나 혹은 평생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인물 등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 형식으로 글을 게재해 왔습니다. 그러다 이번호부터는 기존 방식의 글 외에 평생학습에 몸담고 있는 학자를 만나 평생학습 계를 차분하게 살펴보고 평생학습의 발전에 필요한 이야기를 들어 보는 새로운 기획을 시도 하였습니다.
학계는 일반적으로 평생학습이라는 필드에서 벗어나 있기에 평생학습의 농밀한 이야기나 현장의 생생함과는 거리감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체적 시각에서의 조망이 대표적입니다. 하루하루 업무에 매여 사는 현장에서는 쉽게 체득할 수 없는 냉정한 객관성과 너른 시야.
오랜 기간 연구에 매진해 온 분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끌어 낼 내공이 부족해서 걱정이긴합니다만 최대한 그분들의 눈과 입을 통해 평생학습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10년 모 신문사에서 <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을 선정한 적이 있는데 이런 류의 기획특집은 왕왕 특정 집단이 특정 기준을 잣대삼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마치 프로크라테스의 침대를 보는 듯하여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템입니다.
그러나 저의 개인적 취향 혹은 그 신문사의 기획의도와는 무관하게 교육계 분야에서 선정된 분이 오늘 저희가 만날 한숭희 교수(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이기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그 기사 중 추천 사유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평생학습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계속해온 전문가. 미래 학습시대를 설명할 수 있는 교육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탐구하고 있다. 관련 분야의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 왔으며 이 분야의 주요 저널 편집위원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파격적인 학습혁명을 이끌어 10년 뒤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정성원 관장(이하 정) : 교수는 아무래도 현장의 실무자와는 다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좀 더 폭넓은 조망 속에서 현장에 유용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있고, 한편으로는 학자 분들이 담론을 생성해내는데 현장과의 소통과 결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저희가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학계에서 조사, 연구, 공부하시는 분들의, 다른 각도에서 평생학습을 조망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실으면 평생교육 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교수님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한숭희 교수(이하 한) : 저는 근데 현장분들에게 도움이 안 될 거예요(웃음). 지금 학습도시에서 사용하는 개념의 학습 구조하고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직접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립니다. 사실은 오늘 도움이 안 되는 것에도 불구하고 오시라고 한 건 저는 관장님이 궁금해서였습니다. 지자체 위탁받는 게 쉽지 않은데 어떤 일들을 어떤 구조로 하고 있나 하는 점 등이 알고 싶은 거죠. 희망제작소는 나름 성공사례들이 있으니까 제가 얘기를 좀 듣고 싶어서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말씀드리면 될까요?

 

: 그럼 몇 가지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평생학습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에도 나와 있는 헌법적 권리입니다. 물론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적 책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시민적 권리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교육은 공교육 중심으로만 가있지 실제 성인대상 평생교육 관련해서는 시스템이나 예산 등등이 상당히 빈약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 네 없는 편이죠. 저는 평생교육을 이렇게 해석해요. 앞에 평생은 평생학습 할 때 평생이고 뒤에 교육은 필드로서 성인교육 할 때 교육이고. 말하자면 평생학습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실천하는 성인교육의 영역, 이렇게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과거에는 사회교육이 있었잖아요? 성인교육, 사회교육 이렇게 말할 때는 단지 필드만 얘기한 거였는데 그 필드 플러스 평생학습 이라는 비전이 앞에 붙은 거죠. 그러니까 평생학습이라는 비전이  학교교육중심에서부터 계속교육과 성인교육으로 연장되는 풀 스펙으로 간다는 뜻이니까. 풀 스펙으로 가기 위해서는 학교를 졸업한 뒤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보면 과거의 성인교육은 성인교육만 하는 것이었다면 이 평생교육은 성인교육이 학교교육과 연관성 속에서 어떤 비전을 갖고 책무성을 갖고 있는지, 교육의 총 연장 선상 안에서 기존 주어진 역할들보다는 교육의 프레임을 바꾸는데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는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북유럽이 중요한 이유는 그곳은 교육개혁을 성인교육이 주도하죠. 성인사회에서의 사회민주주의, 거기서의 일종의 조합이라고 하는 것들, 성인들이 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화 활동, 스터디 서클, 이런 것에서의 민주성, 통합의 문제 이러한 것들이 학교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거잖아요.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학교는 학교대로 그냥 정체되어 썩고 성인교육은 방치되어 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게 일종의 국가의 책무성이기도 하고 어떤 재원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관점의 문제라고 봅니다. 일종의 관점이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교육을 무엇으로 보고 있느냐라는 관점이 바뀌면 다른 것들은 순간적으로 따라 올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글로벌 경제라고 하니까 벌써 다 달라지잖아요. 기업 경영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어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 또 거기에서 분배방식 등등. 이런 것들이 상당부분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솔루션을 주기도 하는 것처럼 앞으로 평생학습이라는 컨텍스트는 과거 우리가 교육만 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정책이라든지 또는 자원 분배방식이라든지 또는 학습자를 선정하고 참여시키는 방식이라든지 하는 방식 전체가 달려져야 하는 거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교과부는 그걸 전혀 못했죠. 그걸 1세대라고 보면 평생학습이라는 2세대는 교육정책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교육부의 정체성과 역할이 필요한 이런 부분들이 될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학습사회라는 말도 일부러 쓰기 시작하고 있고, 비유적인 표현이기도 하지만 학습생태계란 말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도 결국 학습생태계가 어떤 관점 전환을 주고자 하나의 멍석을 새로 깔아주는거다 라고 보시면 됩니다.

 

심한 비유가 될 수 있지만 근대 사회가 형성되면서 사회학이라는 개념이 생겨났잖아요. 과거의 학문과 다른 사회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나타나서 근대사회 새로운 모습들을 조망하기 시작한 것처럼 평생학습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적어도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세기를 여는 것입니다. 교육방식은 물론이고 교육이 사회를 직조하는 어떤 구성방식까지도 다루게 만드는 그런 굉장히 충격적인 그런 변화를 가져오는 건데 그걸 우선 교육학자들이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평생교육이라는 연구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무주공산이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실천들이 나오는 것이니깐 사실은 전례도 없고 모범도 없고 자꾸만 외국에서 이론을 빌려오려고 하는데 그러기도 어렵고, 이건 해보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서 점점 지자체들이 그 중심에 서는 게 사실 놀라운 현상입니다. 외국의 어딜 보더라도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국가와 지자체가 이렇게 평생교육의 중심에서 서는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외국에서도 유심히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하고 말이죠. 우리는 지금까지 글로벌 경험에서 선례가 없었던 그런 경험들을 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은 지금 우리 카피하기 바쁘고, 얼마 전에 다녀온 독일에서도 한국사례에 목말라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학교교육이 국가에 의해 주도되었던 것처럼 평생학습 측면도 국가가 막 끌고 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평생교육법이 따로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은데 국가 예산이 적지만 배정되어 있고 말입니다.
이렇게 국가가 끌고 가는 게 물론 좋은 면이 있는데 평생학습 측면에서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시민단체도 그렇고 그 리소스에 그냥 목메고 그런 상황들이 많이 있고요. 수동적으로 우리가 끌려가는 측면이 있고, 그런 점에서 지금 지자체가 나서는 것은 일종의 분기점이라고 봅니다. 과거에는 국가가 주도하고 기초 지자체가 따라가는 형국이었고 그게 학습도시 정책이었는데 벌써 전체 지자체의 절반가량의 지자체가 평생학습도시가 되어 따라가고 있고 이제 점점 광역 시도진흥원이 생겨나면서 나름의 새로운 체계를 구축해 가고 있습니다.
가만 보면 시도지자체들의 평생교육진흥원들은 국가를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는 형태는 아닐 것입니다. 경기도도 국가와 사이가 좋아 같이 가는 모습이지만 그 형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이고요. 수원처럼 기초지자체지만 덩치가 큰 곳도 나름의 독자적인 활동영역을 구축할 것입니다. 그게 행정적으로 정책적으로 다변화로 나아갈 때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기대되고 저희로서는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현재 평생학습은 국가와 지자체가 주도하고 있고 그 평생학습의 중요성에 비해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평생학습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 관심 있었죠. 그것이 시민교육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요.

 

: 예전에 저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는데 참여연대 시절의 경우 시민교육이라는 게 있어도 참여연대 본류의 사업이라기보다는 부차적인 측면에서 진행을 했습니다. 참여연대처럼 그나마 상대적으로 자원과 상황이 좀 나은 기관에서 그런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었다면 평생교육적 관점에서 시민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는 단체는 별로 없었을 것 같습니다. 평생교육의 중요성에 비해 시민사회진영의 고민부재는 그래서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 사실 리쿠르트 방식으로 새로 멤버들을 데려오는 대부분의 창구가 교육이었어요. 관심이 없었던 거라 보기 보단 제가 시민교육 담당하는 실무자를 쭈욱 지켜보면 그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거예요. 교육에만 전담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다른데 돌려서 이슈 중심으로 치고 나가다 보니까 차분히 발전시킬 그럴 만한 여력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좀 상황이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 행정 사이드에서 보면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광역단위 그리고 기초자치단체 평생학습 진흥체계가 있는데 한교수님은 광역 단위를 허리라고 보시는 것 같은데 공무원 체계에서 보면 이것이 위계적 관계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 그게 위계적 관계가 아닙니다. 시도에 가면 본인들이 밑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게 교육청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 진흥원은 교육부 산하이고, 시도 공무원들은 문체부나 행자부 관계가 있어 예산 지원을 받을 때는 그렇게 할지 모르지만 어떤 위계적 지시를 받거나하는 관계는 아니고 제가 이해하기에는 독립성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국가 진흥원에서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입니다. 예컨대 국가 진흥원은 취약한 프로모션이나 학습계좌제 등을 통해 학점은행제처럼 인증체제에 관여한다거나 또는 학습도시에 대해 컨설팅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업무인 것이죠. 오히려 시군구로 내려올수록 구체적으로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지시받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오히려 바텀-업이죠. 그런데 바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개발을 잘 하지 않고, 한다고 해도 밖으로 잘 알리지 않고... 워낙 발로 뛰는 일이라 힘들기도 하고... 인력만 여유가 있다면 불이 확 붙을 텐데 그게 제대로 안 되서 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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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숭희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좌) 정성원 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우)

 

: 교수님 쓰신 글을 보니까 대학교의 경우 연구 중심의 대학과 교육중심의 대학 그리고  제3의 범주로 평생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으로 재편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을 하셨던데 이게 지금 지형으로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곧 가능해 질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 대학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서 어차피 문 닫는 대학은 늘어날 것입니다. 근데 그걸 왜 문 닫게 해요. 외국 같은 경우 대학을 크게 연구 중심과 교육중심으로 나누는데 연구중심도 마찬가지지만 교육중심의 상단부분은 그 안에 이미 평생학습의 기능이 들어있습니다. 미국 큰 대학들을 보면 나이트칼리지 영역을 가지고 있어요. 성인들이 저녁에 와서 배울 수 있게 하고, 게다가 일반 클래스의 30%는 대개 성인들입니다. 그리고 어떤 강의들은 성인들을 위한 특별프로그램들을 설치하고 있고요. 전체로 보면 우리가 엄청나다고 하는 하버드대, 옥스퍼드대도 30~40%는 25세 이상 성인들이 학습자로 점유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지금까지는 대학은 우리가 인생을 1기, 2기, 3기로 나누면 1기 중심의 대학이었습니다.  
1기는 취업 전, 2기는 취업하고 나서 은퇴할 때까지, 3기는 은퇴 후로 나누면 대게 1기 중심의 대학이었고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2기(보통 계속교육이라고 함)는 기업의 연수나 승급을 위한 교육인데 대개 이런 교육을 연수원에서 하고 있지만 형태가 약하잖아요. 대학이 더 경쟁력이 있지요.
외국은 대학에서 이런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우리 대학들도 이런데 눈을 많이 돌려서 연수하러 학생들이 대학을 오고 학위도 따 갈 것입니다. 이런 형태도 일종의 평생학습중심대학의 한 모형입니다. 제3기 대학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형태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대학은 비율로 볼 때는 60%가 2기나 3기의 대학을 담당하고, 수도권의 주요대학들은 1기 중심으로 가지만 3기 대학 형태를 가지고 갈 수도 있고, 또 어떤 대학은 전적으로 평생학습 중심의 성인교육으로만 간다 이럴 수도 있고 다양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의 대학 수요는 떨어지고 있지만 25세에서 70세 사람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고등교육의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방향은 맞는데 다만 총장이나 이사장들이 가치를 느끼고 의지를 갖느냐 안 갖느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 이것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갖는 흐름이 되기 위해서는 소위 메이저리티에서 움직여줘야 하는데 메이저리티에서는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지 않을까요?

 

: 주요대학에서도 많이 하고 있죠. 학위 형태는 아니더라도, 오래 됐는데 이대에서 성인대학으로 해서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게 하나의 샘플인데 사실 그걸 만들 때 사실은 굉장히 압력도 심했고 이대가 꼭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 했지만 지금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구중심 대학은 연구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그런 기능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반면에 교육 중심으로 가는 대학들은 거의 반반정도로 기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에도 그런 대학 많거든요. 연구 중심이라고 할 수 없는 대학들이 있고, 지방도 주요 국공립대학을 제외하고는 다라고 볼 수 있죠. 

 

: 교수님께서는 예전에 시민교육 관련한 공동연구사업을 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역사의 진전이랄까 이것이 결국 시민들의 의식수준과 결부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고 그래서 저희들도 시민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은 참 많은데 그것을 제대로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스럽습니다.

 

: 시민교육은 개념적으로는 평생학습과 통합하는 게 맞는데 시민사회단체 부설의 평생교육기관에서도 시민교육을 하지 않고 비즈니스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에 대한 철학이 없는 것 같아요. 시민교육은 클래스 중심의 교육으로만 갈 수는 없고 그건 필요하지도 않고 철저히 경험 중심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이나 행사가 교육의 장인거지요. 클래스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기보다 학습자로서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해방의 공간이 필요한 거고 결국 이게 시민사회활동과 분리될 수 없고 면적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지, 이것을 클래스로 성공시키는 것은 시민교육의 본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민주시민학교 등을 할 경우 참가자가 어떤 사람이냐면 대체로 그 기관의 멤버 아니면 귀동냥하러 와서 듣고 그냥 가버리는, 그야말로 호기심으로 왔다 지식 사냥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경우 클래스가 아무리 많아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시민교육에 대한 접근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순수하게 액티비티 중심으로 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이미 일반화되었지만 초기에 역사탐방을 기획했을 때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어떤 새로운 포맷이 나타났을 때 생소할지 모르지만 또 다른 학습 차원에서 그러한 것이 개발이 되어 보급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클래스 중심의 고민보다 새로운 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을 합니다만 현장에서 이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현장하니까 생각나는 게... 저희가 한 달에 한명 평생교육사 실습생을 받아 참여를 시키고 있거든요. 그런데 끝나고 마지막 날에 소감을 들으면 대체적으로는 자기가 배운 거랑 너무 다르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대학에서 어떻게 가르치는데 이렇게 다르다고 느낄까? 실습생은 아직 경험은 적지만 젊은 친구의 감수성으로 다양하게 접근해보고 시도해 볼만 것이 있을 텐데 오히려 저희 학습관에서 접하는 게 더 신선하다고 하는 말을 듣는 게 좀 이상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수원시평생학습관이니까 그런 것 아닌가요. 주로 어느 학생들이 오나요?

 

: 특정한 학교는 아니고 대부분 다 다릅니다. 당연히 이론으로 배운 것과 현장의 문법이 조금 다를 수 있는데, 배운 건 딱딱하고 재미없고 그러니 내가 계속 가야하나 이런 고민을 하다가 막상 와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또한 직접 시민들을 만나고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을 해보니까 그게 좀 신기한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하면 이론과 현장의 차이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요. 교수님은 현장에 소식을 어떻게 듣나요?

 

: 주로 사람을 통해 듣게 됩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보내주신 자료를 통해 알게 되는 것들도 있고요. 그러니 노력을 한다고 해도 자세한 건 잘 모를 수 있지요.

 

: 저희 기관에서 평생학습학회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학회지를 받아 보는데 저희에게 적실하게 다가오는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공감합니다.

 

: 학계가 반드시 현장의 갈증을 해갈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현장에서 갈증나는 것들이 피부로 와 닿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장과 담론을 생성해 내는 것들이 긴밀하게 현장과 소통하고 연결되어 현장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담론으로 생성되고 규정할 것들이 나오고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서로 따로 놀고 봐도 잘 모르는 얘기들이 많아 이 문제가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현장의 생생함이 담론으로 스며들도록 상호 소통, 연결이 되면 참 좋죠.
저희가 구로구랑 하는 게 평생교육 강사 인큐베이터입니다. 전적으로 구로구가 재정지원을 하고 일 년에 80명 정도 지역에 사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저희가 콘텐츠가 있고 이걸 딜리버리 할 수 있는 교수방법을 모를 때 그분들을 일반과정, 심화과정 2단계로 교육을 하고, 그 사람들을 주민자치센터에 배치해서 시범적으로 강의를 열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거기서 살아남으면 계속 강사를 하는 거고 못 살아남으면 어쩔 수 없는 건데 그분들께 제가 권하는 건 한번 될 만한 사람들끼리 학습협동조합을 만들어라, 요즘에 협동조합 많이 지원하니까 사회에 자기가 조금 투자를 하고 자기 회사를 만들어 해봐라 입니다. 실제로 현재 학습협동조합이 광주에서 시작하고 있거든요. 광주대학에 임형택 교수가 이사장으로 이미 시작을 했습니다.
2가지죠. 하나는 교수학습에 있어서 전문가로 양성하는 중간프로그램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그분들이 강사로 섰을 때 아무래도 수요처를 구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협동조합형태로 일을 시작해보면 어떤가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강사 수요는 많을 것입니다. 아마 현재 프로그램 수보다 배 이상이 늘어날 것이니 지금부터 준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평생학습 계에서 활동하는 평생교육사나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관점에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요?

 

: 없어요(웃음). 현장에서 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는 항상 현장의 변화를 보며 놀라고 있어요. 늘상 마음속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은 게 현장에서 실현되니까 그런 걸 볼 때마다 이게 꿈이 아니었네 라고 느끼는데, 다만 그게 수명이 길지 못할 때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생각한 사람과 현장에서 실제 실험 하는 사람들이 어떤 계기가 있어서 함께 코웍이 된다면 더 오래 가고 성과도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 아쉽긴 합니다. 현장에 계신 분들은 공부하는 사람들을 밑진다 생각하시고 연락을 주시면, 사실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풀립니다.
현장과 강단이 많이 괴리되어 있는데 근데 어떻게 보면 평생교육계 만큼 접합되어 있는 곳도 드물거든요. 제일 모범이 되는 사례는 복지나 상담 쪽이고 거기 못지않게 평생교육도 공부하는 사람들이 현장에 밀착되어 있습니다.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것도 있고요. 오히려 더 문제는 진흥원들이라고 봐요. 국가진흥원도 봉사하는 자세보다는 점차 관료화되어가는 느낌이 있고, 시도도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지나치게 관주도에 순응하는 형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위계질서가 아니고 협력적 관계니까 각 현장에서 요구를 하고 프로포절을 내서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숭희 교수는 <시민교육> 창간준비호에 다음과 같은 권두언을 썼습니다. 그 글의 일부를 이곳에 소개하며 첫 번째 학계 인터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행동하기 위해 학습했습니다.
바꾸기 위해 학습했습니다.
준비하기 위해 학습했습니다.
이제는,
돌이켜 이해하기 위해 학습해야 합니다.
의식과 생각이 나로부터 출발하도록 학습해야 합니다.
일상적 혁명 속에 나를 재위치시키기 위해 학습해야 합니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와 한배를 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의식으로, 그리고 의식은 결단과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이 일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꼼꼼하게, 그리고 시간을 들여서 직조해 내야 합니다.
시민교육 없이 역사의 발전은 없습니다.
항상 발전만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때는 원치 않게 한 걸음 물러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넉넉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학습의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글_정성원 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정리_유선애 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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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이 2013.06.19 18:41
    잘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 ?
    쉬었다가자 2013.06.20 10:38
    학습협동조합, 지식순환협동조합...다양한 논의들이 있는때 많은 생각을 해보게하는 인터뷰네요. 잘 읽었어요.
  • ?
    calvin 2013.06.27 23:39
    글 잘 봤습니다. 시간 내시기 힘든분인데 평생교육에 대한 말씀을 들으니 좋네요 한숭희 선생님은 평생교육계에 큰 학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앞으로 더 훌륭한 연구활동 기대합니다
  • ?
    수원시평생학습관 2013.07.05 10:12
    네, 그렇지요.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묵직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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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409
    라탄 미니전등갓 만들기
    기간 2023-09-21~2023-09-21
    시간 13:00~16:00 (약 3시간 소요)
    강사 김은숙
    장소 2관 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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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408
    칼라링수채화&드로잉스케치
    기간 2023-09-06~2023-11-29
    시간 매주 수요일 10시~12시
    강사 이정희
    장소 세류로 분당선 매교역 근처 작업실 (세부주소:신청자 개별연락/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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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1407
    커피향기 나는 기타교실
    기간 2023-07-01~2023-11-25
    시간 매주 토, 11:00~14:00
    강사 안수희
    장소 2관 304호 퉁소바위 음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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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1406
    퀼트로 소품 만들기
    기간 2023-07-03~2023-11-29
    시간 10:00~15:00 매주 월수
    강사 박순옥
    장소 2관 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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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1405
    커피&칼라링 수채화(수요반)
    기간 2023-07-05~2023-08-23
    시간 매주 수, 10:00~12:00
    강사 이정희
    장소 수원시 권선구 세류로 분당선 매교역 근처 (세부주소:신청자 개별연락/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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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1404
    자이언트 해바라기 만들기
    기간 2023-06-29~2023-06-29
    시간 10:00~12:00
    강사 민현숙
    장소 2관 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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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1403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지식 STEP!
    기간 2023-04-28~2023-04-28
    시간 15시 ~ 16시
    강사 윤가현
    장소 2관 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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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1402
    영어야 놀자
    기간 2023-04-29~2023-06-24
    시간 11:00~11:50 (토요일)
    강사 이다인
    장소 2관 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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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1401
    우화, 이젠 톡(talk)으로 만나요!
    기간 2023-03-29~2023-03-29
    시간 10~11시
    강사 김은주
    장소 2관 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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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1400
    신중년 포크댄스 모여라
    기간 2023-03-10~2023-03-31
    시간 매주 금요일, 10:30-12:00
    강사 이영관
    장소 서호초등학교 내 수원청개구리마을 2층 댄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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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1399
    MBTI를 활용한 자기 이해
    기간 2023-02-22~2023-02-22
    시간 14:00~16:00
    강사 박지현
    장소 2관 고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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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1398
    학습동아리와 함께 하는 현대낙화(인두화) - (2/20)
    기간 2023-02-20~2023-02-20
    시간 15시~17시
    강사 조혜성
    장소 2관 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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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1397
    이작가! 칼라링수채화(금요반/외부진행)
    기간 2023-03-17~2023-05-26
    시간 원데이) 매주 금요일:10시~12시
    강사 이정희
    장소 수원시 권선구 세류로 분당선 매교역 근처 (세부주소:신청자 개별연락/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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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1396
    이작가! 칼라링수채화(토요반/외부진행)
    기간 2023-03-18~2023-05-27
    시간 매주 토요일 10:00~12:00
    강사 이정희
    장소 수원시 권선구 세류로 분당선 매교역 근처 (세부주소:신청자 개별연락/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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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1395
    라탄 차롱 도시락 만들기
    기간 2023-02-23~2023-02-23
    시간 12:00~16:00
    강사 김은숙
    장소 2관 거북이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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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1392
    와펜으로 나만의 에코백 만들기
    기간 2023-01-13~2023-01-13
    시간 14:00-15:00
    강사 -
    장소 2관 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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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1394
    기(氣)체조. 통찰명상
    기간 2023-02-13~2023-02-27
    시간 매주 월,수,금 오후 7시~ 8시 40분
    강사 신 순 옥
    장소 2관 예체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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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1393
    학습동아리와 함께 하는 현대낙화(인두화)
    기간 2023-01-31~2023-01-31
    시간 10시30분~12시
    강사 조혜성
    장소 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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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1391
    민체 캘리그라피 기초 (저녁반)
    기간 2023-02-13~2023-02-13
    시간 월 19:00-21:00
    강사 허성희
    장소 2관 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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