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즐기는 나만의 커피, 조용미 쌤을 만나다

by 미디니 posted May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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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나서면 커피 전문점이 즐비하다. 커피 전문점 이용이 대중화 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겨난 탓이다. 커피 전문점의 표준화된 커피 맛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커피 또한 레디메이드커피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특정한 사람을 위해 맞춘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에 따라 미리 여러 벌 지어 놓고 파는 기성복처럼.

 

그래서인지 요즘은 나만의 커피 황금비율을 고민하던 즐거움이 다소 희미해졌다. 다만 다방이 유행하던 세대에게는 커피의 매력이 커피 · 프림 · 설탕의 황금비율에 달려있었다면, 커피 전문점이 유행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신선한 원두를 직접 갈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것이 커피의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커피의 맛이 더욱 다양해지고 세분화된 만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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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추출하기

   

담쟁이카페 바리스타 조용미 쌤은 커피가 그저 좋았고 좋아하는 것을 즐기다보니 일이 된 케이스다. 국내에 초창기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던 10여 년 전부터 커피 전문점 커피 맛을 집에서도 느껴보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았다. ‘왜 내가 만들면 이런 맛이 안 날까?’ 생각하면서 커피의 다양한 맛을 내보려하다 보니 머신에서 나오는 커피의 추출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잔 두 잔 맛보면서 자신의 입에 맞는 맛을 찾을 수 있었다고.

 

처음에는 아메리카노가 에스프레소를 희석해서 맛이 흐리멍덩해 진 것이라 생각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커피를 계속 마셔보면서 아메리카노가 오히려 에스프레소의 본래 맛을 살려주어 부드럽게 해주는 거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죠.”

 

처음에는 몰랐던 맛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이해가 된다. 익숙해지면 비로소 쓴 맛 뒤에 숨겨져 있는 구수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여유가 생겨 되돌아보았을 때에서야 쓰디 쓴 삶의 구수함을 음미할 수 있듯이.

 

조용미 쌤은 커피는 집에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마셔야 한다고 했다. 나만의 커피는 나만의 공간인 집에서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은 공간의 개념이 강해서 주로 누군가를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여유와는 거리가 멀다. 하기야 스터디카페 등 조용한 분위기를 콘셉트로 하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어떤 테마가 정해진 커피숍에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기는 어려운 일이다. 갑갑한 느낌이랄까. 더욱이 소란스러운 커피 전문점이라면 커피에서 풍겨져 나오는 맛 자체를 즐기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커피 한 잔의 여유라는 카피가 있듯 커피의 이미지는 대개 여유를 동반한다. 그렇기에 종종 우리는 커피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커피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가 아닐까.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의 중요성을 커피를 향유하는 데에서 느끼게 되다니, 뜻밖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한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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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프레스로 우유 거품 내기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연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혹은 어제는 진한 커피가 먹고 싶었는데 오늘은 연한 커피가 먹고 싶을 수도 있다. 저마다 선호하는 농도가 있는 것이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농도가 달라지는 커피. 그래서 그런지 수강생들 또한 커피에 대한 나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드립커피를 아침에 한번 내리고는 하루 종일 마신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커피믹스를 타먹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커피를 타는 방식 또한 개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담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따뜻하게 데운 잔에서 그 풍미를 더 발휘한다는 커피의 특성을 무시하고 그동안 나는 단순히 단맛과 쓴맛으로 맛있음을 논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냥 커피가 좋았어요. 물 보다 커피가 더 중요하다고 할 만큼 저에게는 커피가 일상의 한 부분인거죠. 집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커피 한 잔, 어떻게 하면 이런 맛이 나올까 저런 맛이 나올까 고민해보고 직접 만들어보는 게 더 없는 즐거움이었던 거예요.”

 

집에서도 손쉽게 다룰 수 있는 기구들을 사놓고도 선뜻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조용미 쌤은 집에서 즐기는 커피의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나누고자 했다. 꼭 대단한 기구가 있어야만, 혹은 비싼 도구가 있어야만 집에서 원두를 갈아 마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나만의 커피 만들기는 제법 쉬웠다. 나라별 커피 종류와 커피 분쇄도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직접 한 번씩 마셔보면서 체감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삶도 개개인의 재료를 어떻게 갈아 어떤 잔에 담느냐에 따라 달라지듯이 커피 또한 저마다 다른 맛을 풍겼다.

 

대개 커피 맛이 쓰다고 한다. 하지만 커피의 맛도 쓴 맛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수한 쓴 맛. 이렇게 두 가지의 맛이 혼재되어 있다. 커피도 쓴 맛, 신 맛, 단 맛, 짠 맛까지 있다고 한다. 이 맛들이 하나만 두드러지는 것 보다 네 가지가 적절하게 어우러졌을 때 맛있는 커피가 된다. 두 가지 커피를 섞어 마시는 게 좋은데, 대체로 서로 반대되는 맛을 섞어 먹으면 조화가 잘 이루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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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와 우유 거품을 부어 만든 카푸치노

 

단순히 팔고 사서 마시는 것이 커피라면 채만식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에서 주인공 P가 내뱉었던 말처럼 커피 또한 “‘레디메이드가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린 것정도밖엔 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고민해보아야 할 것은 비단 맛과 향만이 아니었다. 공정무역의 대상이 되는 품목 중 석유 다음으로 거래량이 활발한 커피는 작황 상황에 따라 가격의 폭락과 폭등이 심하다. 게다가 커피가 잘 재배되는 지역은 대체로 낙후된 지역이고 반면에 소비하는 지역은 선진국이다. 마시는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여유가 있는데 재배를 하는 산지 지역은 어린 아이들까지 고용될 정도로 가난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는 적정한 값을 주고 커피를 가져와야한다는 공정무역 커피 운동이 생겼다. 맛이나 향이 아니라 유통방식이 남다른 커피를 생각할 수 있는 태도 또한 커피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가져야하는 커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집에서 나만의 커피를 즐기는 법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강의였다. 정신장애인의 직업재활훈련을 하는 곳이기도 하면서 정식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기도 하는 담쟁이카페의 이야기를 들으며 커피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된 셈이다.

 

어떤 직종과 만찬가지로 바리스타 또한 커피 그 자체로 즐기기보다 단순히 일로 대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만드는 커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얼마만큼 자신이 만든 작품에 애정을 불어넣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때깔이 달라지는 것처럼. 진심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조용미 쌤은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다른 사람들도 여유 있게 각자 나만의 맛으로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넘어서 나만의 여유를 가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보길 바란다. 또한 조용미 쌤의 강의를 통해서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의 어떤 행복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_이미진 수원시평생학습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