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인천남구 박우섭 구청장 “행정을 평생학습 관점에서 재편한다면”

글작성자 신청일 Jun 0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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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장의 다양한 사업과 실험들이 낱낱의 개별적인 사례로 존재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사례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됨으로서 현장의 실천이 더욱 촉진되는 선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평생학습의 새로운 관점과 철학을 소개함으로서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나서도록 격려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것은 주로 학계에서 맡아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며, 현장과 학계의 길항작용이 있어야 평생학습의 건강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이슈&인물의 인터뷰는 주로 학자나 연구자에 집중되었습니다.

이제는 평생학습 현장의 정책과 시스템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시키고자 합니다. 평생학습의 하부구조격인 물적 자원과 구조가 우리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자체장의 철학과 정책도 우리의 시야 안에 포획하기로 하고, 그런 측면에서 평생학습에 대한 지자체장의 의지와 정책을 들어 보고자 합니다. 개별 지자체에서 진행되는 사업의 내용과 정책, 시스템이 타산지석의 자극제로 작용되기를 기대합니다.(편집자주)


지자체장 인터뷰_박우섭 구청장(인천남구)


행정의 모든 분야가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재배치 되는 시스템을 꿈꾼다


2013년 기준 171,342세대 418,066명이 살고 있는 인천 남구. 인터뷰 사전 정보 조사차 홈페이지를 살펴보았는데 좀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입학 년도가 72년인데 졸업년도는 94년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22년만의 졸업. 22라는 숫자 속에는 유신과 군사정권 하에서 겪었을 풍파가 지문처럼 남아 있는 듯 했습니다. 사전에 받아 본 자기 소개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미생물학자가 되겠다고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대학에서 세 번이나 쫓겨나고 숱한 경찰서 연행과 수배, 3차례에 걸친 구속과 3년이 넘는 도피생활 등 당시의 암울했던 험난한 저항의 여정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민주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연극을 했고 길고 긴 도주 수배기간동안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동료들과의 생활, 수배 중 비밀결혼과 아이들의 출산, 징역살이 등 철없던 학생은 삶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나아가 민주화라는 이상에서 사람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몸소 느끼며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주민 행복을 위한 책임과 소명의 목민관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문화운동을 꿈꾸던 박우섭 구청장


정성원 : 구청장님이 예전에 연극을 하셨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조금 독특한 이력인데요, 전문적으로 하신 건가요?


박우섭 : 상당히 전문적으로 했었습니다.(일동 웃음) 대학 때 연극반을 했고 연우무대라는 극단의 창립멤버로 활동을 했습니다. 803월에 드라마센터에서 황석영 작가의 장산곶매 중 앞부분을 각색해서 공연한 것이 최종 작품이고요. 사실 저는 문화운동에서 출발했습니다. 문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 혹은 세상을 바꾸는데 문화가 굉장히 주효한 기제라는 생각을 가지고 20대 후반에 치열하게 활동했습니다. 소위 문화운동 1세대라고 하는 임진택, 최희완 선배들과 같이 했었고요. 저희는 2세대라고 얘기를 하는데 박인배(세종문화회관 전 관장), 연성수, 김봉준, 황선진 이런 친구들과 같이 했었죠.


정성원 : 잠깐 활동하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그때 인생진로가 달라졌을 수도, 연우무대 창립멤버라고 하면 연극을 계속 하셨을 수도 있었겠네요.


박우섭 : 꼭 연극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문화운동을 했을 가능성이 많죠. 결국 제가 그쪽을 떠나게 된 것이 805,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나고 수배 돼서 도망 다니고 그러면서 문화 쪽과는 단절되어 버렸죠. 3년 동안 수배되고, 다시 나와서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이라는 공개적인 정치 운동 단체에 들어가면서 문화운동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잃어버렸죠. 저에게 남는 아쉬움입니다.(웃음)


박우섭구청장.jpg

박우섭 인천남구청장


방송통신대 교육학과 2014학번 박우섭


정성원 : 또 하나 이력 중에서 특이했던 것이 2014년도에 방송대 교육학과에 들어가신 건데요. 보통 정치인이 대학원에 간다면 행정학이나 경영학 분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에 견주면 교육학을 배운다는 것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우섭 : 제가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다녔습니다. 초기에는 생명과학, 생명의 기원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데모하고 그러다가 졸업을 못해서 22년 만에 졸업을 했지요. 그리고 국회 정책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습니다. 논문을 쓰지 못해서 졸업은 못했고요. 이후 구청장을 하면서 인하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과정에서는 도시계획 분야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공부를 조금 했는데 그것도 수료만 하고 논문을 못 써서 졸업은 못했습니다.

요즘은 평생학습에 대한 관심도 많고 평생학습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스로 평생교육사 자격증도 따고, 평생학습과 교육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방송대 교육학과에 입학했는데요. 공부는 잘 못하고 있습니다.(웃음) 한 학기에 2학점, 3학점씩 따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도 머리가 아픕니다. 6월 달에 시험을 봐야하는데 말이죠.


정성원 : 만약에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따면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우섭 :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딴 단체장이 있는지는. 일단 제 목표는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잡고 있습니다.


전임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회장으로서 이룬 성과와 아쉬움


정성원 : 올 초에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이하 협의회)2년 임기를 마치셨는데요. 2년 동안 이룬 성과 혹은 아쉬움은 무엇인가요.


박우섭 : 당시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회장을 뽑을 때, 사실 다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정되어 있던 분이 계셨는데 제가 경선을 하자고 요구해서 자천으로 출마했고, 현장에서 일종의 역전극을 펼쳐서 회장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협의회 회장이라는 명예나 다른 것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니라 제가 협의회 회장이 되어서 무엇인가 일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장이라는 역할을 통해서 평생학습도시들이 네트워크를 좀 더 활성화하고 다른 도시에서 잘 하는 것들을 서로 가서 배우고 가져오고, 또 우리가 잘하는 것을 내놓고 다른 도시들도 잘하도록 하고,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방정부들이 평생학습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지방정부 단체장들이 평생학습이 굉장히 중요하고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확산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각 지자체 평생학습 담당자들의 교육, 사례발표 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었고 단체장들도 잘 모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산재되어서 각자 일을 하다 보니까 모여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더라고요. 아주 대표적인 것이 대덕구의 배달학습제이잖아요. 전국적으로 거의 다 퍼져있는데요. 지금도 찾으면 어딘가에서 무엇인가를 잘하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서로가 잘 배워서 공유하면 도움이 되겠지요. 그걸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일반 국민이나 중앙 정부의 예산 짜는 사람들, 국회의원들에게 평생학습이 굉장히 유용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예산 대비 효과 측면으로 보면 평생학습이 가장 좋은 사업이다, 좋은 일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 쪽에도 예산을 세울 때 평생학습에 좀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성과는 있었죠.

사업을 진행하려다 못한 것이 평생학습주간을 설정해서 전국적이고 대대적으로 평생학습에 대한 캠페인이나 인식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결의까지만 하고 제도화까지는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얘기는 하고 있습니다. 평생학습주간을 같이 정해서 각 도시별로 평생학습주간에 평생학습에 대한 캠페인들을 공동으로 하자는 것이죠. 물론 지금 평생학습박람회를 하는데 평생학습박람회의 형태가 그렇게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그램을 전시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으로 평생학습의 필요성을 알리고 공유하는 평생학습주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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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2014년 관계자 워크숍(제공: 인천남구청)


단체장 선거 당시 평생학습 관련 공약


정성원 : 평생학습에 대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데 이번 선거 공약 중에 평생학습과 관련된 것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지금 어느 정도 달성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우섭 : 이번 선거 공약으로 학습편의점을 실현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학습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고 그럼으로써 프로그램도 다양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현재는 4곳을 만들었고 향후 점차적으로 늘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평생학습관을 세우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지역에 훌륭하신 분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해주어서 평생학습관을 세웠습니다. 이에 맞추어 과거에 평생학습 팀이었던 것을 평생학습관으로, 조직체계도 관장 제도로 평생학습을 독립된 부서로 세웠습니다.

평생학습의 외형적인 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내용을 좀 더 높여 갈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지난 번 저희가 남구평생학습협의회를 진행하면서 대학교 평생학습원장, 평생학습 관련 분들과 협의를 했습니다. 사적인 분야에서 해야 할 평생학습 프로그램, 대학에서 해야 할 평생학습 프로그램, 초중고등학교에서도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구에서 해야 되는 평생학습 프로그램 등이 있는데요. 조금 중복되는 것들은 특화시켜 나가고 꼭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는 것들은 서로가 협력해서 진행하고, 다양한 평생학습 요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자고 했습니다. 그게 다음 단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요.

또한 시민민주주의 교육에 대한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 인문학 교육까지는 상당히 요구들이 와 있는데, 인문학이 사회학을 포함하기는 하지만, 사회학, 사회적인 교육 부분까지 평생학습에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바른 시민의식, 민주주의 의식, 올바른 정치의식, 공동체를 유지시켜 갈 수 있는 인식들을 심화시킬 수 있는 그런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년 전에 협의회에서 독일과 덴마크로 해외연수를 갔습니다. 그 때 독일 에버트재단에서 하고 있는 독일의 정치교육을 봤는데 조금 부러웠습니다. 저희도 그런 민주주의교육, 정치교육이 필요한 시점이고, 그것이 되지 않으면 공동체가 될 수 없고, 지금 같은 잘못된 사회 시스템을 교정해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평생학습 예산과 인력 체계


정성원 : 구청장님의 평생학습에 대한 필요성과 가치, 의지가 구에서 실제로 집행된다는 것은 예산과 인력으로 나타나는 거잖아요. 평생학습에 투입되는 예산과 실제로 평생학습을 관장하는 조직 인력과 체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우섭 : 남구의 평생학습 분야 예산이 5억 원 정도 되는데 턱없이 부족하죠. 예를 들어 저희가 조금 무리를 하긴 했는데 이번에 학교 교육경비지원예산으로 25억 원을 세웠습니다. 어쨌든 평생학습은 남구 구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우리 공동체를 지탱하기 위한 교육을 하는 부분인데 교육경비지원예산의 1/5밖에 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죠. 다른 분야와 비교를 해본다면, 남구의 폐기물 처리 비용이 100억 원이 넘는데 우리 구민들의 지적인 향상을 위해서 쓰는 부분이 5억 원 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구민들로부터도 정확한 요구가 올라오지 않고, 더 확장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시스템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평생학습관이라는 외형적인 건물을 확보하고, 학습편의점처럼 곳곳에 학습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고, 평생학습관이라는 독립적인 조직을 만들고, 평생학습관장이 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부족한 것이 예산을 확대하는 것과 평생학습을 가장 우위의 개념으로 세워서 행정의 모든 분야에서 평생학습적 관점을 갖도록 하는 것까지는 못가고 있는 거죠.

제가 알기로 일본에 평생학습을 잘하는 도시는 모든 것이 평생학습으로 모아지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도서관 프로그램이고,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이고, 평생학습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평생학습관 프로그램이고, 이렇게 다 나뉘어져 있지요. 예를 들자면 우리가 민방위 교육도 하고 위생교육도 하고 여러 가지 교육들을 진행합니다. 그런 교육 내용 전체가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정리되고 모아지는 것들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런 것이 앞으로의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 남구의 평생학습 특징


정성원 : 각 부서들이 평생학습적 관점으로 일한다는 것은 굉장한 비전인 것 같습니다. 실제 현실에서 잘 구현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쨌든 리더가 그런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평생학습관 관장이 한명의 간부로서 간부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논의 결정 과정에 합류한다는 것도 굉장히 큰 시사점인 것 같고요. 행정 업무만 말단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특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까 학습편의점도 말씀하셨는데요. 남구 평생학습의 특징, 대표 상품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요?


박우섭 : 대표적인 상품으로 말씀드리자면 세종학 강좌가 있습니다. 이전에 한국학연구소에 계시던 박현모 교수 팀에게 남구 주민들이 세종실록에 나와 있는 세종의 리더십에 대해 강의를 받고 그 중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을 강사로 양성해서 그 분들이 다시 세종학을 남구 관내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유형이 학산학입니다. 일종의 지방향토사 같은 것을 일반 주민이나 자원봉사를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 교육하고 강사로 양성해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주민 참여예산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2~3년 동안 주민들을 교육하고 그 주민들이 강사로까지 이어지는 것들이 저희가 해왔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세종학, 세종 리더십 부분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자랑할 만한 부분입니다. 사실 예산이 좀 더 있어서 더 확산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확 키우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학산콜 같은 배달강좌제도 하고 있고요. 학산선비대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남구가 인천의 뿌리이거든요. 인천의 향교나 도호부청사, 학산 서원도 남구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학산선비대학을 통해 우리의 전통 고전을 적극적으로 교육하려고 합니다.


인천남구청_학산선비대학 성과발표회(2013.12).jpg 인천남구청_학산콜강좌 콘서트(2013.12).jpg

학산선비대학 성과발표회 모습()과 학산콜강사 콘서트 모습()(제공: 인천남구청)


정성원 : 빈집을 활용한 학습편의점이 눈에 띄던데요.


박우섭 : 빈집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고요, 빈집을 활용해서 학습편의점을 만들기도 하고 다른 유휴공간들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사실 빈집으로 학습편의점을 만든 것은 굉장히 성공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버려졌던 것이 배움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죠. 집 주인이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도움을 준 것이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던 버려진 공간이 학습을 통해 공간도 활성화하고 지역의 주민들에게 지적인 욕구도 충족시켜주는 그런 공간이 되는 것은 상당히 역발상적인 아주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정성원 : 공간을 활용한다는 것이 상당히 눈에 띄었습니다. 구에서 구매를 한 것이 아니고 주인이 무상으로 공간을 사용하도록 허가해주신 거죠?


박우섭 :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편의점뿐만 아니라 주인의 동의를 얻어서 어떤 때는 노인정으로 쓰기도 하고, 사회적기업의 사무실로도 사용하고,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마을 사랑방 같은 역할도 하고, 마을 계획을 세우는 공간으로 쓰고 있기도 하고,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남구에는 빈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빈집이 범죄 위험이나 안전 문제도 있잖아요. 저희는 빈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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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동 학습편의점 페루 정부 연수단 방문 기념 사진(제공:인천남구청)


벤치마킹 대상의 도시나 정책


정성원 : 재미있고 좋네요. 빈공간은 보통 문화 레지던시로 활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을 학습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구청장님이 보시기에 평생학습 활성화 측면에서 참조할 만한 국내외 도시나 정책, 벤치마킹할만한 것이 있나요?


박우섭 : 요즘 시흥시가 평생학습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예산도 있고요. 가스안전공사 건물을 다 사서 평생학습관으로 만들고 숙박도 할 수 있고 아이들 진로도서관도 만들고 굉장히 부러운 일이에요. 저는 평생학습에 대해 그 정도의 투자를 할 생각을 지방자치단체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하나 세우듯이 평생학습을 위한 시설을 갖춘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은 대전 유성구의 자원하고 연관되는 부분인데요, 유성구에 대덕연구단지가 있고 젊으면서 지적인 인재들이 많이 있는데 그 사람들을 자원봉사 형태로 평생학습을 이루어내는 사례가 굉장히 좋은 사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협의회 회장을 할 때 평생학습박람회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아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요. 어쨌든 우리가 많은 돈을 들일 수 없기 때문에 자원봉사 형태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적인 것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점에서 더 앞서가는 것이 수원시에서 하고 있는 누구나학교 사례이죠. 단순히 지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 삶 속에서 자신이 경험하고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가르쳐주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학교는 굉장히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학습의 중장기적인 비전


정성원 : 감사합니다.(웃음) 남구의 평생학습이 인문학까지는 왔는데 조금 더 시민교육 영역 쪽으로 확장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시민교육 영역은 남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잘 안되기도 하고 잘 못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남구 평생학습의 중장기적 비전이랄까요, 방향이나 바람은 어떤 것이 있나요?


박우섭 : 결국 평생학습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민들이 지혜롭게 공동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치의식, 민주주의의식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것이 꼭 교육만을 통해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사회시스템 전반 등과 연관이 있지만 그래도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회적경제를 얘기하는데 기업주나 그것을 하는 사람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확고한 인식 없이 진행하다보면 결국 꼭 탈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평생학습에서 담당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학, 정치학, 공유경제, 사회적경제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하고 그것은 사실 그렇게 인기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은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자나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이 커리큘럼을 잘 짜주는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커리큘럼을 개별 지방정부에서 짜려면 전문성도 부족하고 어려움이 있으니 커리큘럼을 제시하고 그것을 평생학습센터에서 원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지난 번 대학교 평생교육원 원장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농담반 진담반이지만 자신들의 적이 남구의 평생학습관이다, 왜냐하면 남구평생학습관이 생기고 거기서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니까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사람이 안 온다라는 거예요. 그럼 어떤 프로그램은 본인부담으로 운영하고, 어떤 부분은 무료로 해야 할까. 대학이 할 일과 지방정부가 할 일과 사적인 평생교육 기관이 할 일을 어떻게 잘 분류할 것인가. 이런 것을 좀 더 적극적이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지방정부의 평생학습이 중간적인 입장에서 코디네이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성원 : 기초단위에서는 인력도 부족하니 체계적인 커리큘럼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런 것을 역할분담을 통해 체계적으로 잘 하자는 취지로 광역단위 진흥원을 만든 거잖아요. 광역단위에서 전범이 될 만한 샘플을 잘 만들어서 기초에서 모델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은데 광역에서 잘 하지 않으니 기초 단위에서 고민인 거죠.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저희가 작년에 가와사키시 사이와이구 공민관을 방문했는데요. 그곳 관장님이 하는 이야기가 자신들은 시민들의 교양, 취미문화 쪽 프로그램은 안한다는 겁니다. 그런 것까지 왜 지자체가 부담을 해야 하느냐, 그런 것은 공공적 영역이 아니라 사적 영역이라는 거죠. 그것을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구청장님이 말씀한 대학영역, 사적영역, 지자체영역이 있으니까 지자체는 그런 측면에서 고민이 될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개인이 뜨개질을 하고 테니스 치는 것을 공공의 자금으로 갈 것이냐 이런 고민이 있을 수 있는 것이죠.


박우섭 : 우리도 조금 성숙되면 그런 고민들이 나올 것입니다.


정성원 : 구청장님의 명함을 보니까 착한 남구라고 되어 있는데요. 따듯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작아서 잘 안 쓰는 구호일 텐데요.


박우섭 : 지난 번 선거 때 구호입니다. 착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남구. 조금 논쟁은 있었어요. 요즘은 착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요.(정성원: 요즘은 나쁜 남자가 대세이죠.(웃음)) 단적으로 우리 사회에 전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저는 오히려 평생학습이나 사회적경제, 이런 것을 통해서 다시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성원 : 재선을 하셨는데요. 앞으로 얼마나 더 남구에서 활동을 하실지, 다른 역할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남구 주민들에게 어떤 구청장으로 이해되거나 기억에 남았으면 하시나요?


박우섭 : 조금 욕심인데요. 철학이 있는 구청장, 이런 이미지로 남았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약간 이상주의자이긴 한데 그래도 그 이상을 현실에 끊임없이 실현하려고 노력해왔던 그런 구청장으로서 남아주었으면 합니다. 잘 안되겠지만요.(웃음)


정성원 : 바쁘실 텐데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우섭 : 저도 평생학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장)

정리_이보라(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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