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이반 일리치③: 공생적 교육 체계, 네트워크 공부

글작성자 신청일 Jun 02,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댓글로 가기 인쇄

<와 배움터>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관련 책을 읽으면서, 강의 등을 통해 우리는 많은 교육학자, 그들의 사상, 철학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저 막연히 알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학자나 이론, 철학적 배경을 모른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앎이 없으면, 스스로의 학습이 없으면 쉽게 한계에 부딪힙니다.
<와 배움터>에서는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교육 이론들을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짧지만 본 지면을 통해 함께 학습하기를, 학습의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학자는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26~2002)입니다. 학교, 병원, 교회 등 제도화된 것들을 비판하고 소박한 자율의 삶을 추구했던 이반 일리치는 교육학자로만 불릴 수 없는 전인적 지식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 지면에서는 일리치가 생각하고 쓰고 주장했던 것 중 교육, 배움과 관련된 부분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의 삶과 철학이 오늘날의 평생학습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요.(편집자주)


지금까지 일리치의 학교화 사회에 대한 비판을 보았다. 그렇다면 일리치의 대안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말하면 그것은 주체적이고 참여적이며 분권적이고 해방적인 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일리치는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두 개의 제도 유형, 즉 조작적 제도와 공생적 제도가 있다고 전제한 뒤 그 중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영향력 있는 현 제도의 대부분이 조작적 제도인 것에 대한 반발을 뜻한다. 공생적 제도는 자발적인 이용이라는 점에서 조작적 제도와 구별된다. 전화교환망, 지하철망, 우편배달망, 공공시장, 교환소와 같이 고객을 유치하여 그들을 이용하기 위한 선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이거나 상하수도 시설, 공원, 인도 등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확인시킬 필요 없이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들을 말한다.


공생적 제도인 교육망이 필요


일리치는 학교에 의존하는 현재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공생적 제도인 교육망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인간과 환경 사이에 새로운 양식의 교육적 환경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고, 그것을 위해서는 성장에 대한 태도, 공부에 유효한 도구, 일상생활의 질과 구조가 동시에 변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구체적인 형태로서 아동의 자발적인 공부를 가능하게 하도록 네 가지 공부 자원(사물, 모범, 친구, 연장자)의 이용을 촉진하는 기회망(opportunity web)’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점은, ‘자발적인 공부라는 것이 텔레비전을 보고 따라 배우기, 직장 사내교육에서 집단으로 배우기, 성생활이나 예뻐지는 법, 비타민 등의 건강 지식, 요리, 놀이, 운동이나 헬스, 다이어트나 요가 등을 배우기, 평생교육, 심지어 홈스쿨이나 대안학교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일리치는 도리어 이러한 것들을 지구 전체를 하나의 학교로 몰아가는 학교화의 세계화로 보고 학교화 탈출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본다. 여기서 분명한 점은 일리치가 단순히 학교교육 개혁론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현대 문명 전체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포함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 왔다. 특히 일리치가 학교 없는 사회(1970)에서 학교화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web을 오늘날의 www의 원조로 주목한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그러한 web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타인과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러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지식을 교류하는 것이야말로 일리치가 비판한 학교화에 대한 대안이자 그가 대안으로 말한 문화 커뮤니케이션 조직 그 자체라고 보는 견해는 대단히 많다.(그런 점에서 일리치는 맥루한(Marshall McLuhan)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선구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는 특히 획일화 교육이 지배적이었던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회에서 그 획일성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인터넷이 강조되는 것과 함께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확립되지 못한 획일화 사회에서는 인터넷이 획일화를 극복하기커녕 더욱더 부추길 수도 있다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인터넷을 통한 아이덴티티 창조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그런 창조를 위해서는 종래의 학교와 학교화사회가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자발적인 공부를 가능하게 하는 네 가지 대안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일리치가 학교 없는 사회에서 제시한 네 가지 대안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첫째, 사물은 공부를 위한 기본 자원으로서 교육 소재라고 볼 수도 있다. 일리치에 의하면 일반적인 물리적 환경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수업 도구로 축소된 물리적 공부 재료도 스스로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물을 교육 과정의 일부로만 사용하는 것은 그것들을 일반 환경에서 제거하는 것보다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학생의 태도를 타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리치는 하나의 보기로 놀이를 들고 있다. 이는 학교의 수입과 위신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고 거기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해온 체육부문(축구나 농구 같은)의 놀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스포츠의 즐거움을 손상시키고, 학교의 경쟁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이용되어왔다. 반면 일리치가 말하는 놀이는 간단하고 값이 싸며, 상당한 정도로 놀이하는 사람 자신에 의해 조직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일리치에 의하면 교육적 목적을 위한 참고 서비스가 공식적 공부를 위해 사용되는 사물이나 과정의 이용을 쉽게 한다. 사물 가운데 어떤 것들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확보할 수 있고, 도서관, 실험실, 박물관 같은 전시실이나 극장에 보관될 수도 있다. 그밖의 것들은 공장, 공항, 농장에서 일상적으로 이용되고, 학생들은 견습용이나 휴식시간 중에 이용하게 할 수도 있다.


둘째, 모범과 관련된 기능 교환은 자신의 기능을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이, 그 기능을 배우고자 원하는 타인을 위해 스스로 모델이 되어 봉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기능 습득은 일리치가 말하는 통찰력 확보와 함께 공부의 가장 중요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 교환에 의한 기능 습득은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으나 지금은 이기심이 높아져서 자신의 기능을 남에게 나누어주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능을 갖는 사람은 그 희소성 때문에 이익을 얻는 것이지 재생산에 의해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는 기능을 갖춘 사람들을 부족하게 만든다. 교사에게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기술을 희소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일리치는 기능교사가 학생을 위해 봉사하도록 장려될 필요가 있고, 공중에 개방된 무료 기능센터를 만들어 기능 교환을 제도화하는 방법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센터는 적어도 특정 직업훈련에 들어가기 위해 기본적인 필요조건을 위해 산업화된 지역에 세워야 한다. 또한 특정한 집단에게는 기술센터에 다닐 수 있도록 교육용 통화상품을 주는 것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보다 더욱 급진적인 방법은 기능교환을 위한 은행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셋째, 친구와 관련된 동료 연결은 사람들이 탐구를 위해 동료를 발견하고자 희망하는 경우, 자기가 하고자 하는 공부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의사소통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일리치에 의하면 바람직한 교육제도는 각자에게 그가 동료를 찾는 활동을 특별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료 연결 네트워크의 작동은 간단하다. 먼저 이용자는 이름과 주소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동료를 찾고자 하는 활동을 서술한다. 그러면 컴퓨터는 동일한 서술에 흥미를 갖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그에게 보내준다. 컴퓨터를 이용할 수 없으면 공고 게시판이나 신문 광고란의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공적인 지원을 받는 동료 연결 네트워크는 자유로운 결사의 권리를 보장하고, 가장 기본적인 시민활동을 사람들에게 훈련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는 최근 우리 교육에서 시도되고 있는 재능 나눔(기부), 교육 멘토링 등과 같은 맥락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연장자와 관련된, 넒은 의미의 교육자를 위한 참고서비스는 주소와 전문 영역, 준전문영역, 프리랜스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과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일리치에 의하면 시민들이 공부를 위한 새로운 선택과 기회를 가짐에 따라, 지도력을 찾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는 증가된다. 그들이 타인에 의한 조작으로부터 해방됨에 따라, 타인이 평생 얻는 훈련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을 배워야 한다. 비학교화 교육은 자신의 교육적 모험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을 기꺼이 도와주는, 실제적 지혜를 갖는 사람을 찾는 것을 억제하지 않고 증대시켜야 한다. 학교교사가 자취를 감춤에 따라, 독립적 교육자라는 직업을 낳을 수 있는 조건이 생성된다.

이는 앞에서 말한 세 가지 교육적 교환이 정확하게 발전된 결과 생긴 것으로서, 그 세 가지를 충분히 이용하기 위해 부모나 기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교육자는 안내를 필요로 하며, 개별적 학습자는 도움을 필요로 하고, 네트워크는 그것을 작동시킬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먼저 부모는 그들의 아동을 자주적으로 책임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해 안내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부하는 사람은 그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경험 있는 지도자를 요구한다. 실제로 특별한 교육적 능력의 세 가지 유형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첫째, 앞에서 설명한 종류의 교육적 교환이나 네트워크를 창조하고 작동시키는 능력이다. 둘째, 이러한 네트워크의 이용에 대해 학생과 부모에게 안내하는 능력이다. 셋째, 지적 탐구의 어려운 여로의 수행에 대해 동년배 중 일인자로 행동하는 능력이다. 그 중 첫째와 둘째만이 독립적인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다. 즉 교육행정가와 교육상담자다.

이러한 종류의 독립된 교육전문직은 학교가 배제한 많은 사람들을 환영하는 동시에 학교가 자격을 준 많은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이다. 교육네트워크의 수립과 작동에는 기획자와 행정가를 어느 정도 필요로 하지만, 학교 행정을 위해 필요한 정도로 그 수가 많을 필요도 없고, 그런 유형의 사람들일 필요도 없다. 또 교육과정의 작성, 교과서 구입, 운동장과 시설의 유지, 학교간 운동경기의 감독도 포함되지 않는다. 또 교사의 시간을 엄청 뺏는 아동 관리, 수업 계획, 기록 정리도 교육 네트워크의 작동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 대신 공부망의 작동을 위해서는 박물관이나 도서관에서 기대되는 정도의 기능과 태도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주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사실 일리치의 대안은 박물관이나 도서관, 미술관과 같은 공공기관을 이용한 평생교육과 같은 경우가 가장 뚜렷하게 그 성과를 올리고 있고 또한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시민들이 자신들에게 흥미로운 주제를 스스로 찾아서 탐구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음악, 미술, 자연관찰 등을 통해 마찬가지로 주체적인 탐구를 할 수 있는 음악관, 미술관, 박물관 등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공공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에서는 특히 강조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도서관이나 서점의 역사가 일천한 나라이므로 그것을 이용한다는 의식이 국민적으로 빈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시민교육의 차원에서 그러한 공공시설을 이용한 주체적 학습의 풍조를 사회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그러한 공공기관을 이용한 주체적 학습의 최대 장애가 학교교육이고 교과서 절대주의에 입각한 획일교육이며 수험 경쟁을 통한 출세지향의 교육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리치의 교육적 대안에 대한 이상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개인과 제도가 그 교육적 가치에 대해 행사하는 통제를 제거하여 사물에 대한 접근을 개방할 것

2. 요구에 응해 기능을 가르치고 연습시키는 자유를 보장하여 기능의 공유를 개방할 것

3. 사람들을 위해 말한다고 주장하는 제도에 의해 점차 독점되고 있는 능력인 결사를 소집해서 개최하는 능력을 개인에게 돌려주어 사람들의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자원을 개방할 것

4. 개인에게, 그의 동료의 경험을 통해 배우도록 이끌고, 스스로 선택한 교사, 안내자, 충고자, 치료자를 믿도록 하는 기회를 부여하여, 기존의 전문직에 의해 주어진 서비스를 기대하도록 한 의무로부터 개인을 해방할 것

 

_박홍규(영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이반 일리치: 소박한 자율의 삶을 추구한 일리치의 삶과 생각

이반 일리치: 가치를 제도화한 학교화 사회

수강신청이나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여기를 클릭하셔서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하셔야 합니다.
회원가입 하신 분은 우측 상단에서 로그인을 하시면 수강신청 혹은 댓글을 다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