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칼럼] 화성행궁 앞뜰 미술관, 과연 성공할까?

글작성자 신청일 May 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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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앞뜰 미술관, 과연 성공할까?


지금 미술관이 지어지는 화성행궁 앞뜰에 무예24기 혹은 장용영 관련 시설이 들어선다고 상상해 보자. 무사 백동수의 후예들이 정조의 뜻을 지켜나가기 위해 수련하는 장관이 그곳에서 매일 펼쳐진다면. 지인들은 열이면 열 이런 견해에 동의를 표한다. 미술관이 5월 완공, 10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터에 소용없는 공상이란 건 잘 안다. 그냥 아쉬워서 계속 곱씹어보는 것뿐이다.


미술관 공사 가림막이 사라지면서 수원의 경관이 바뀌었다. 장안문 지나 행궁근처에 오면 미술관에 가려 서장대는커녕 팔달산도 전혀 보이지 않는 구간이 생겼다. 이전엔 팔달산이 시원하게 보이지 않았던가? 아쉬움 탓인지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다. 엄밀히 말하면 행궁도 복원된 장소요, 행궁 광장과 서장대 또한 복원된 장소이므로 이런 투정은 지나친 것인지도 모른다. 한 세대 전 수원의 모습을 기억하는 토박이들 가운데는 웬 배부른 소리냐고 퉁을 줄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복원에 복원을 거듭해놓고 뒤로 가는 모습을 보이는 걸 결코 잘 한다 할 수는 없을 터이다.


고풍스러운 궁궐과 현대식 미감의 미술관이 앞으로 어떤 조합을 이뤄낼지 지금으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멋진 조화 속에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는 낯간지러운 홍보 문구도,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흉물이 될 거라는 저주성 비판도 성급한 예단에 불과하다. 수원시민들이 우리의 행궁, 우리의 미술관이라는 애착과 시너지를 끌어낼 지혜를 얼마나 보태느냐에 달렸다. 19세기 파리 시민들의 미감을 거슬렀기에 손가락질과 조롱을 받았으나 훗날 세계 관광 명소가 된 에펠탑이 되지 말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현재 수원시가 책정해 놓은 예산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연간 30억 원 정도 투입해서 세계적 명품 미술관이 가능할까? 전체 예산 규모로 볼 때 미구(未久)에 이 예산이 몇 배 늘어날 가망도 보이지 않는다. 이 곳 아니면 볼 수 없는 작품을 이 정도 예산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기발한 기획과 획기적 운영으로 약점을 극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그러한 이벤트성 전시 운영으로 명품 미술관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고만고만한 작품을 내건 미술관은 지금도 포화상태다. 고작 그 정도 미술관을 만들자고 화성행궁 앞뜰을 내어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미술관 명칭에 아파트 브랜드를 붙이는 것도 모험이다.(미술관 이름 바로잡기 시민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모험이 아니라 어불성설이지만, 객관적 판단을 위해 모험이라고 해 두자.) 천운에 천운이 겹쳐 미술관이 명품으로 자리매김하면 천만다행이겠으나 비판과 조롱 속에 보통 이하 미술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세계문화유산 앞뜰을 내준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브랜드 명을 얹은 기업은 손해날 일이 없다. 애초에 미술과 관련된 브랜드가 아니므로 미술관이 제 자리를 못 잡더라도 이 기업의 브랜드가치가 떨어질 까닭이 없다. 수원시에 좋은 일 했다는 기록과 한번이라도 더 상품이름이 불리면서 브랜드를 알렸으니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터이다.


더 아쉬운 점은 이런저런 의문에 대해 수원시가 어떠한 답도,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경위로 그곳에 미술관이 들어서게 됐는지, 행궁과 미술관의 조합이 어떤 미학적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명품 미술관으로 비약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지, 아파트 브랜드가 왜 미술관의 이름에 들어가야 하는지 한 가지도 시원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먼저 시가 터놓고 숙의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할 사안이건만,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자꾸 외로 꼬아가는 시의 의도가 진심으로 궁금하다. 화성행궁 앞 미술관의 성공은 지지/반대 구도로 저급하게 풀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걸 정녕 모르는 걸까


_양훈도(한벗지역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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