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배움터>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관련 책을 읽으면서, 강의 등을 통해 우리는 많은 교육학자, 그들의 사상, 철학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저 막연히 알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학자나 이론, 철학적 배경을 모른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앎이 없으면, 스스로의 학습이 없으면 쉽게 한계에 부딪힙니다. |
, 그 이유를 조사해오라고 한 수업이 있었다. 이 수업은 하루 종일 여러 교과의 미션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펼쳐진 프로젝트 수업이었는데, 위 질문은 수학과 과학 선생님들이 내준 통합과제였다. 이 조사에 대해 어떤 한 모둠이 발표를 했다. 그런데 그 교실에서 웃음과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모둠의 학생들이 “두 가게 주인이 싸워서요!”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발표를 듣고 있던 선생님은 학생들을 진정시키면서 그 이유를 듣고 나서 웃자고 말했다. 이 때 이 모둠 학생들은 저간의 상황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실시한 도덕 수업과 사회 수업 미션을 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도덕 선생님이 내준 미션은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손을 붙잡고 느낌을 써오는 미션이었고, 사회는 큰 백화점이 들어서는 데 시장 상인들의 찬반을 물어오는 미션이었다. 이 모둠 학생들은 미션을 빨리 끝낼 요령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청과물 가게와 건어물 가게를 물색했고, 여기서 도덕과 사회 미션을 수행했다. 이 때 이 모둠은 두 주인이 큰 백화점이 들어서는 데 대해 찬반이 엇갈렸다는 사실을 파악하였다. 이런 근거를 기반으로 두 주인이 싸워서 가게가 떨어졌다는 다소 비약적인 결론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 내용을 발표한 모둠의 학생들이나 이런 정황과 맥락을 들은 학생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했던 경험 속에서 사고의 흐름을 나눴다. 식물이 성장하는 것처럼, 이 학생들도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지적·도덕적 성장이 이뤄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이론적으로 그리고 교육적으로 밝힌 이가 듀이이다.
방법의 철학과 사고의 탐구성을 강조한 듀이
반성적 사고로 잘 알려진 듀이의 탐구이론은 경험이론의 한 축으로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분야였다. 듀이는 흔히 경험 중심의 이론가로만 잘못 알려졌는데, 이는 그의 방법의 철학과 탐구이론에 대한 실천과 이론 모두를 간과한 일이다. 그는 방법의 철학을 통해서 사고를 인간의 모든 생활과 연결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학생들의 진정한 성장의 길로 방법론과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특정한 결과를 가져오는 요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안다면, 그 요인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 아닌지를 살필 수 있다. 이 때 우리는 진정한 '방법'을 가지게 되며,이 '방법'은 우리의 활동을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해 준다." (MW9: 152)
듀이의 방법의 철학에 대한 관심은 사고와 탐구 연구로 이어졌고, 『실험 논리학 논총』(1916b), 『경험과 자연』(1925a), 『논리학: 탐구 이론』(1938a) 등의 연구결과물로 제시되었다. 『사고하는 방법』(1910, 1933a), 『인간성과 행위』(1922), 『확실성의 탐구』(1929) 등도 여기에 해당되는 저작들이다.
듀이가 방법론으로서의 탐구를 강조하는 이유는 사회실천과 자연과학 사이의 균형을 가져오기 위해서이다. 학생들의 과학적인 절차와 내용은 물론 사회문화적인 실천들을 이 탐구를 통해 연결시키고자 한 것이다. 둘 사이에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은 탐구 논리가 고정된 것이 아니면서 지성이 발휘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우선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자연과학적인 방법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자연과학의 방법도 사회실천 속에서 인간을 위한 것이었을 때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그런 지성이 진정한 지성이 된다는 말이다.
방법론으로서의 탐구는 이전의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경험을 개척하는 도구가 된다. 경험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경험을 재구성하면서 ‘실험과 변화에 의한 미래지향적인 경험’과 ‘경험 안에서의 사고와 반성의 충만’을 가져오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인간성을 성장시키고자 한다면, 경험의 내용과 절차를 조종하고 그 방법을 형성하는 원리나 개념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탐구의 출발, ‘불확정적 상황’
듀이는 탐구의 주요 지점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불확정적 상황 : 탐구의 전제 조건은 의문을 갖게 하는 불확정적 상황, 곧 문제 상황에서 출발한다.
2. 문제의 설정 : 확정적 상황으로 가기 위해서는 문제의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
3. 문제해결을 위한 자료의 확정 : 설정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원인과 구성요소를 관찰하면서 여러 지각적, 개념적 자료를 얻게 된다.
4. 추론 : 수집된 제 개념의 의미와 관계를 다루면서 추리 작용을 통한 논리적 귀결을 얻는다.
5. 사실과 의미의 조작적 특성 : 사실과 의미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로서 이를 검증하고 증명해 나간다.
6. 상식과 과학적인 탐구 : 탐구 과정을 통해 상식과 과학적인 탐구 사이를 인식하면서 탐구를 마치게 된다.(LW12: 109-122)
이처럼 탐구는 ‘불확정적 상황(indeterminate situation)’으로부터 시작된다. 앞서 학생들의 어처구니 없는 결과 발표도 불확정적 상황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듀이가 말하기를, “탐구가 발생하는 첫 매듭은 어떤 상황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짐작된다는 사실로부터이다.”(LW12: 109)라고 한다. 불확정적이고 의심스러운 것은 경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일종의 ‘상황’이고, 그 상황이 여러 이유로 의심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LW12: 106). 그렇게 보면 탐구는 다음과 같이 불확정적인 상황에서 확정적인 상황으로 가는 과정이 된다.
"탐구라는 것은 어떤 불확정적인 상황을 확정적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도록 조정하거나 방향을 지시하는 하나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은 불확정적인 상황을 구성하는 특징과 그 관계 속에서 본래적인 상황의 요소들을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바꾼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확정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LW12: 108)
탐구의 또 다른 이름, ‘반성적 사고’와 ‘문제해결 과정’
앞서 학생들이 시장에서 겪은 경험은 어떻게 보면 사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보다 반성적으로 그리고 문제해결의 과정을 거친다면 이는 일종의 탐구가 시작된 것이다. 다시 말해 탐구는 ‘반성적 사고’와 ‘문제해결의 과정’으로 나타난다. 먼저 듀이는 사고와 관련하여 인류가 발전시켜 온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자연과학의 실험적 방법’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실험적 방법이 적용되는 사고를 ‘반성적 사고(reflective thinking)’라고 말한다. ‘실험적 지성(experimental intelligence)’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온다.
듀이가 바라본 사고의 의미는 ‘확신이나 의심되지 않는 것에 대해 능동적으로 불신하는 태도가 설정된 사례’이다. 살아가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커짐에 따라 의심이 확대되고 심화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새로운 사고 방법을 요구하게 된다. “사고는 필요한 경우에 지식을 산출하고, 사고의 목적이나 목표는 심리의 평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MW10: 328) 듀이는 이런 의심의 양적인 축적이 결국 사고 방법의 질적 전환을 가져온다고 본다.
로저스(Carl Rodgers)(2002)는 사고에 나타난 ‘반성’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 기준으로 제시한다. ‘의미 구성의 과정으로서의 반성’, ‘사고의 엄밀한 방식으로서의 반성’, ‘공동체 속에서의 반성’, ‘일련의 태도로서의 반성’이 그것이다(845). 반성의 의미가 경험의 공유, 과학적 탐구, 인격적, 지적 성장 등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조화의 과정을 거친 반성적 지식은 ‘일상 경험의 산물’에 해당한다. 이는 이론가들이 말하는 불가능한 채로 떠드는 그런 지식이나 실천이 아니다. 실제로 반성적인 지식이 없는 일상생활에서의 경험은 단편적이고 우연적이며 목적에 통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수와 장애물로 가득 차 있는 경험이 되어버린다. 반성적 사고를 통해 산출된 반성적 지식은 이런 점들을 조정하는 수단이 되고, 그 가치 또한 독특해진다.
반성적 사고가 문제들을 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문제해결의 과정은 문제를 둘러싼 구체적인 탐구가 전개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일단 불확정적 상황이 문제 상황이 되고, 통제와 변형의 과정이 문제해결의 과정이 된다. 실상 이 모든 것이 경험 속에서 이루어진다.
문제 상황은 자신이 가진 조건으로만 해결될 수는 없다. 자신의 사태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그런 소재를 통해서 사태가 해결되어간다. 문제해결의 과정은 문제 상황에서 실제 사실들을 구분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여기에서 정신 활동으로서 지성을 담당하는 반성적 사고는 ‘간접적인’ 반응 양식으로 존재한다. 즉, 반성적 사고는 간접적으로 반응하면서 문제의 성질을 규명하고,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할지 판단하게 된다.
문제해결의 과정은 기존의 문제를 대하는 흐름에 대해 비판하고 재구성한다. 듀이가 보았을 때, 전통적인 인식론은 문제를 해결하는 전체 과정 가운데 어떤 부분을 고립화시키거나 고정화시켜서 접근한다고 본다. 어떤 때에는 ‘감각적 관찰’ 작용을, 어떤 때에는 ‘개념적 추론’ 작용을, 어떤 때에는 ‘대상’을 그렇게 한다. 그러다보니 일련의 실험이 이루어지는 활동 가운데에서도 고립 상태는 이어지고, 거기에 따르는 단편화된 성격이 완결된 상태의 지식 활동에 기초가 되어버린다. 이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아니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문제해결의 과정을 통해 등장하는 지식은 상당한 수준에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 상태이고 나아가 사회적인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문제 사태’를 ‘해결의 사태’로 바꾸기 위한 탐구와 사고는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고, 이는 원자론적인 개인이 아닌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의 본성으로서 드러나는 이러한 능동성은 주변의 동료들과의 상호작용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
사고로부터 사회적 지성까지
반성적 사고를 발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탐구 과정에서 도출되는 속성이 바로 ‘지성’이다. 듀이가 말하고자 한 방법의 철학도 ‘지성에 토대를 둔 실험적 탐구’가 되고, 사고라는 것도 ‘지성이라는 행동과정’으로 나타난다(이군천, 2003: 57). 문제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변형하려고 할 때, 지성은 목적이자 수단이 되어 자유롭게 문제 상황에 접근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지성을 통해 ‘직접적인 행위’가 ‘간접적인 행위’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해결의 과정 속에서 지성은 전반적인 조건에 대해 검토하는 통로가 되고, 시험적이고 준비하는 행동으로 안내된다(LW4: 178). 이런 상황은 경험을 재구성하고 성장의 가능성을 현실화한다. 이 때 이루어지는 ‘반성적 사고’가 바로 자연스럽게 지성과 연결된다. 과학적이고 실험적인 접근인 반성적 사고를 통해 개인과 사회로 하여금 습관, 관습, 제도 그리고 신념과 새로운 조건들 사이의 능동적인 관계를 효과적으로 하면서도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도움을 준다.
결국 듀이가 말하는 사고는 지성으로 이어지고, 지성은 상식과 의사소통과 공동체 속에서 사회적으로 나타난다. 지성이 과학적이고 실험적인 접근이지만 사회생활 속의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탐구로서의 지성’이 듀이가 생각한 경험과 사고로부터의 성장이다. 왜냐하면 앞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듀이에게 인간의 모든 경험은 궁극적으로 사회적이기 때문이다(LW13: 22).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사회적일 수밖에 없고, 지성의 작동 방식도 실험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매트릭스 안에 있는 모든 탐구의 과정은 ‘사회적 관계’라는 특징에 의해 결정되고, ‘사회탐구’라는 명칭 속에 탐구의 실험적인 계속성이 이루어진다(LW12: 481-483). 지성을 사회 개조의 유일한 수단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김성수, 1993: 114).
우리는 묻는다. 학생들은 어떤 경험을 해야 하는가? 또 그런 경험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사고로 학생들의 생각을 이어나가야 하는가? 그 사고는 사회적 지성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인가?
<참고문헌>
김성수(1993), “인간성과 행위에 대한 듀이사상의 연구”, 『고신대학교 논문집』, 20, 93-117.
서용선(2012), 『혁신교육, 존 듀이에게 묻다: 듀이 실험학교와 우리 혁신학교의 이론적 연결뿌리』, 살림터.
이군천(2003), “J. Dewey의 교육철학에서 지성의 의미와 인간성에 대한 연구”, 건국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Dewey, J. (1916). “Introduction to Essays in Experimental Logic.” In MW10, 320-365.
Dewey, J. (1929). The Quest for Certainty, LW4.
Dewey, J. (1938). Logic: The Theory of Inquiry, LW12.
Dewey, J. (1938). Experience and Education, LW13: 1-62.
Rodges, C. (2002). Defining Reflection: Another Look at John Dewey and Reflective Thinking. Teachers College Record. 104(4). p.842-866.
글_서용선(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기획단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