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시민교육을 묻다④] 공생이 상생이다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Apr 0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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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思考>

교육 및 비영리단체, 교육 프로그램, 사회혁신 프로젝트, 지역 및 마을 운동 등 다양한 해외 사례를 소개하고 새로운 관점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다른 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팁 하나, 작은 실마리라도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공생이 상생이다


시민교육이 국내에서 안정화되고 정착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지난 3회 동안 시민교육의 정의와 목표 그리고 세대별 접근 방법 등 다양한 측면의 고민을 나누어 보았다. 마지막 회에서는 위의 질문으로 국내에 적용 가능한 여러 방법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한 명의 로빈후드가 아닌 다수의 토박이들이 필요


시민교육의 가장 큰 핵심은 바로 더불어사는 이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데 있다. 모든 스포츠에도 연습이 필요하고 실전을 위한 장이 필요하듯이 시민교육에도 시행착오와 실전을 위한 ()’이 필요하다. 이 장()에는 나 혼자가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목표(더불어 사는 좀 더 나은 세상)을 가지고 함께 고민한다. 일반적으로 해외의 경우 이 장()이 로컬(Local)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의 로컬(Local) 개념은 특수한 정치 상황으로 지역 감정이나 시골/지방이라는 조금 변색된 의미였다. 최근에는 해외의 로컬 개념과 비슷한 컨셉의 마을 공동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마을 공동체는 말 그대로 주민이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주민자치 공동체를 일컫는다.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소통을 바탕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과 활동을 공유하고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다. 이 마을 공동체는 도시 재생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려 최근 가장 핫한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지식공유 콘퍼런스로 알려진 ‘TEDx’2012년 올해의 연사로 꼽은 것은 인물이 아닌 시티 2.0’이라는 아이템이었다.(관련기사:/suwon/32095) , 도시를 재구성하는 아이디어이다. 한국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출범했고, 서울시도 도시재생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도시 재생이 아니더라도 최근 귀농한 젊은층들의 아이디어로 죽어가던 지역의 마을이 새롭게 활력을 얻기도 한다. 지역 농산물이나 특산품을 단순한 유통으로 납품했던 곳에서 그 특산품을 이용한 체험마을을 만들기도 하며(임실 치즈마을, 이천 부래미 마을 등), 유기농 영법이나 고부가가치 특산품의 개발은 로컬 푸드 활성화를 돕고 있다.


이런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는 시민 의식 함양에 아주 좋은 출발이다. 민주적 의사 결정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고 참여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좋은 시민교육의 현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활동에도 중요한 점이 있다. 지역 주민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로컬들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자립도는 굉장히 높다. 이는 일부 뛰어난 리더들의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속 가능했던 것은 바로 그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 즉, 개입과 감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마을 공동체는 온전한 시민 정신의 이 발현될 수 있는 공간이라 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다. 많은 경우 지역 자치 공동체들은 소수의, 일명 깨인 사람들의 주도로 이끌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기업이나 도시 재생의 개념을 배운 신지식인들’, 귀농한 젊은이들, 혹은 정부나 행정기관 등이 다수를 차지한다.


기찻길 마을_출처(부산일보).jpg

부산의 기찻길 마을(출처: 부산일보)


부산의 철도변 낙후 지역으로 꼽히는 기찻길 마을은 기찻길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대학, 기업 그리고 시민 단체와 부산시가 주최가 되어 마을을 바꾼 사례로 유명하다. 주변에 고층의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노인들만 남은 이 마을은 점차 낙후 되었다. 그러나 마을 미화를 위해 꽃 한 송이라도 사정이 허락한다면 심는다는 노인들의 자발적인 노력들이 주변에 알려질 즈음, 주민들은 틈만 나면 모일 수 있는 시간과 자리를 만들어 모이기 시작했고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이러한 노력에 마음이 움직인 부산시와 여러 대학교, 기업들이 작년 가을 한 날 한 시 마을 재단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선끌기 행사와 전시 행정이 될 수 있는 이벤트들의 함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들의 필요에 귀를 기울였다. 주민들의 필요로 선정된 몇 가지 항목들인 낡은 전기 설비 수리, 집수리, 단열 작업, 마을 단장 등에 모든 주민들과 이웃들이 매달려 마을 바꾸기에 매달렸다. 행정 주도형 마을 사업과는 달리 주민들이 주도하는 이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


얼마 전 평택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문을 연 매점은 동문과 학부모가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학교와 마을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아이들의 먹거리에 대한 염려가 많은 요즘 부모들이 직접 선정한 매점의 먹거리들은 아주 꼼꼼하게 살펴본 것들이 대부분이다. 학교 매점에서 판매된 수익금은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융합된 두 그룹인 교육기관과 마을 공동체는 이용자가 곧 수혜자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 역시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일어난 활동이다.


일본의 한 작은 도시인 네리마 구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마을 만들기를 진행하기 위해 2003년부터 3년에 걸쳐 70여 명의 구민들이 간담회에 참가해 의견을 나누었으며, 이 과정에는 전부 25번의 회의가 열렸다.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주민 수는 700여 명조례 제정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던 네리마 구는 지금까지도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천을 주민들이 조사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사업이나 도로의 폭을 넓히는 사업에 주민제안을 받기 위해 디자인 워크숍을 열기도 하는 등 주민들의 참여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위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도시 변화의 주체가 어떤 특정한 개인이나 외부인이 아닌 그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를 둔 지역민이라는 점이며 그들의 자발성이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탄생한 조직은 그 힘이 남다르다. 그 자발성의 이면에는 현상을 파악하고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시민 스스로의 자각이 필요하다. 물론 선구자는 필요하다. 리더도 필요하다. 그들은 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이끌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정착, 유지되며 지속될 수 있는 힘은 몇몇 소수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다.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내가 속한 작은 사회들의 필요를 보는 여러 개인들을 통해서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모이게 되고 스스로 움직일 때 사회는 미미하지만 시나브로 우리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으로 진일보할 것이다.


다양한 시민교육 콘텐츠 및 방법 개발 필요


또 한 가지 국내 정착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는 시민교육 주제의 다양성이다. 아직 국내의 시민교육은 시민사회의 기본적인 지식 전달에 집중되어 있다. ‘사회적경제’, ‘민주시민교육등과 같은 다소 무겁고 진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해외의 경우 시민교육은 십대들의 임신, 폭력, 중독, 환경오염, 에너지 등 우리들의 삶과 다소 근접한 문제들을 다룬다. 이를 두고 미국 캔사스 대학의 커뮤니티 연구 기관은(The Community tool box, the University of Kansas) 시민교육의 장이 될 수 있는 커뮤니티들이 목표를 선정할 때 전체를 위한 것(universal approaches)과 특정 타깃을 위한 것(targeted approaches)이 필요하다고 말한다그렇게 될 때 시민들은 단순한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로 적용 가능한 논의들을 이끌어낼 수 있고 변화를 위한 실천 방안들을 찾을 수 있다. 이 때 시민교육 주제 선정을 직접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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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홀브룩(출처: http://holbrook.wickedlocal.com)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남부지역 학교 시민교육 클럽(the South Civic Club)은 학생들이 매해 학교생활에 이슈가 되는 주제들을 선정해 시민교육을 받고 있다. 이 클럽에 속한 6학년 학생들은 그 지역에 있는 약물남용치료연합(The Holbrook Cares Substance Abuse Coalition)을 초대해 오남용의 폐해와 금지 약물에 대한 정보를 교육받았다. 오남용되고 있는 약물 중에는 무분별하게 학생들이 먹는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이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졌다. 실제 해외에서는 카페인 음료 중독이 질병이나 죽음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관련 정보를 학교나 가정으로 들고 가 공유하게 되고, 그 파급 효과 생각보다 크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라고 인식한 관심 주제들을 찾고, 직접 관련 기관을 찾아 교육을 받는 등의 적극적인 참여는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시민교육은 한 사람을 성장시키고 변화를 향한 내적 동기를 부여한다. 다양한 주제로의 접근과 나와 연관성이 있는 주제는 그래서 시민 교육의 성패를 가늠 지을 수 있는 요소 중에 하나라 하겠다.


세대 간 연합, 시민 교육 성공의 마지막 열쇠(key)


미국 위스콘신 주의 플리머스(Plymouth) 지방에는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센터가 있다. 비영리단체인 PIC(Plymouth Intergenerational Coalition)가 운영하는 제너레이션스(Generations)라는 센터인데 올 해 가장 훌륭한 세대간 커뮤니티 상을 수상하기도 한 곳이다.

이 센터의 취지는 아주 간단하다. 말 그대로 나이 든 세대들은 그들의 지혜와 삶의 노하우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세대들에게 전수하고, 젊은 세대, 청소년, 아이들은 다른 세대들에게서 삶에 필요한 기술들과 지혜를 얻고 건강한 어른들의 롤 모델을 얻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서는 잘 만날 수 없는 세대들과 함께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다른 세대의 이슈는 무엇이고 현재의 관심사는 무엇인 지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며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니스와 탁구 그리고 배드민턴을 믹스해놓은 듯한 피클 볼(Pickle ball)1분이면 규칙을 외울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경기인데 이 새롭고 신선한 게임은 남녀노소 함께 즐기기에 아주 적합한 운동이다. 이렇게 새롭게 개발한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즐기며 참가자들은 함께 운동하고 시간을 공유한다.

수채화에 재능을 가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 재능이 필요한 손주 세대들에게 무료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 노인 세대들은 자원봉사자 청년들에게 배우기도 한다. 또한 센터 내에는 가족 간의 보다 끈끈한 관계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하는 센터도 있는데, 이 역시 가족 안에서도 다양한 세대가 현존하며 겪게 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찾아 보완하는 데 초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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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션스 활동 이미지(출처: http://generationsic.iqprintmedia.com/)


한국의 시민교육이 정착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숙제는 바로 세대 간의 연합과 소통이다.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에는 65세 인구가 전체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애널리스 라일스 교수(코넬대, Law School)는 전세계의 고령화 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인데 이에 따른 민주주의의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에 따르면 노인 인구가 많아질수록 정치, 경제, 사회 각 영역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강해질 것이고 정치인도 이들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반면 청년 세대의 영향력은 작아진다. 노인층이 주요 사회·경제적 지위를 차지하다 보면 청년 세대는 무력감을 경험하고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청년들의 투표율 감소는 민주주의 훼손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라일스 교수는 해법으로 시민교육 강화와 세대 간 소통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민주주의 시민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 주인의식과 민주적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무엇보다 노인 세대와 청년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은퇴자들이 그동안 축적한 정신적 자산을 청년과 공유하며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자리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소개한 제너레이션스의 노인 멤버들은 센터 활동을 통해 자존감이 회복되고 누군가를 도움으로서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가족이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으로 소외되었던 한 청소년은 센터 안에서 만난 이들 때문에 나도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한다.

라일스 교수의 말대로라면 세대 간의 소통과 교류는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숙제이다. 국내에서도 세대간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과정과 개발 및 연구를 통해 시민 교육의 완성도 있는 정착을 꾀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이 있다. 완성된 한 명의 성인으로서, 그리고 그 성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는 존재로 자라기까지 그것은 한 개인의 노력이나 자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나라는 건강한 시민이 만든다. 그 건강한 시민을 만드는 것은 그들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나라의 앞선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결국 한 명의 건강한 시민은 온 마을과 온 세대 그리고 온 나라가 함께 가야 하는 긴 여정이 아닐 수 없다.


<참고>

¹ 몰랐지? 랜드마크보다 지역재생!, 한겨레 21 http://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38011.html

² 마을 만들기 조례 제정하는 데 주민 700명 직접 참여,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41364

³ www.ctb.ku.edu

⁴ 「고령화사회 청년들 정치 무관심민주주의 훼손 우려,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401027027


_김수향(더시안교육연구소)


☞ 시민교육을 묻다① 세대를 통해 전수되는 영국의 시민교육

☞ 시민교육을 묻다② 공교육과 시민교육

☞ 시민교육을 묻다③ 시민교육은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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