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사랑과 연애①] 『사랑의 기술』 사랑, 그 현실적인 문제에 관하여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Jan 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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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너머>

우리의 일상을 감싸고 있는 이야기 중 한 가지 주제를 선정, 책과 함께 읽어 내려갑니다. 머릿속을 떠도는 상념, 한켠에 묻어두었던 고민일수도 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나 전혀 관심 없던 주제일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면을 통해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접근해보는 것은 어떠세요?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그 너머의 생각들을 길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편집자주)


[사랑과 연애]에 관한 첫 번째 책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문예출판사, 2006)

 

사랑만큼 많은 유행가의 대상이 되는 주제가 또 어디 있겠는가? 가수 김현식은 ‘사랑 사랑 사랑’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웃고”라고 노래하면서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결론 내렸다. 심수봉은 “사랑밖에 난 몰라”라고 탄식했고,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슬퍼했다. 다 맞는 말이다. 사랑은 우리를 격정의 순간으로 데려가는 마법이기도 하고, 이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고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기도 하다. 사랑은 얻으면 온 세상을 다 얻는 것 같고, 사랑이 깨지면 마치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절망스럽다.

 

인생의 희노애락의 중심에 사랑이 있고, 사랑을 통해 우리는 기쁨과 고통의 롤러코스터를 탈 정도로 사랑은 한 개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랑은 친밀함이라는 매우 특별한 인간관계를 표현해주는 단어이다. 편안함 혹은 전폭적인 신뢰라는 울타리 속에 놓여 있는 친밀함이라는 감정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친밀한 인간관계는 한 개인의 정서적 안정감의 기원이다. 친밀함의 울타리에서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기분 좋음을 느낀다. 아무리 세상이 냉혹한 경쟁원리에 따라 움직여지고, 권력의 차이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한다 하더라도 친밀한 관계 안에서는 세속의 법칙은 작동을 멈춘다.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사랑이라는 친밀성만큼은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돈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희귀한 영역이다. 비틀즈의 노래처럼 Can’t buy me love, 즉 돈으로 사랑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친밀성 외부에 아무리 극심한 경쟁이 있어도 친밀성 내부에서 경쟁은 사라진다. 친밀성의 외부에서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사람도 사랑이라는 친밀성만큼은 권력으로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수많은 유행가들이 사랑의 위대함과 예외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다. 셀린 디온의 노래 ‘사랑의 힘(The Power of Love)’는 이런 점에서 사랑의 예외성에 대해 노래하는 유행가의 모범과도 같은 사례이다.

 

“난 당신께 꼬옥 붙어서
당신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느끼죠
따스하고 부드러운 당신의 목소리
당신은 저 버릴 수 없는 사랑이에요
난 당신의 여인이고
당신은 나의 남자이니까요
당신이 나를 향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드릴께요
당신 품에 안긴 내가 느끼는
감정은 주체할 수가 없어요
바깥 세상이 감당하기에
너무 어려울지라도 당신과 함께라면
모든 어려움도 끝나 버려요
내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더라도
내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하지 않아요
난 항상 당신 곁에 있으니까요
난 당신의 여인이고
당신은 나의 남자이니까요
당신이 나를 향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드릴께요
우린 제가 가보지 못한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고 있어요
때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난 사랑의 힘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요”

 

랑을 아직 이루지 못한 사람은 셀린 디온의 노래처럼 사랑의 힘을 얻게 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을 기다리며 사랑에 대해 고민한다. 사랑에 대해서 두뇌는 피곤함을 알지 못하고 고민한다. 심지어 인간은 상사병이라는 병에 이르도록 사랑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사랑을 기적처럼 얻게 되는 그 순간이 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사랑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치열한 사유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자의 것이다. 사랑을 이룬 자는 사랑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사랑의 힘이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시들고 마는 사랑이 깨지는 순간이 오면 그 때 사람들은 비로소 다시 사랑에 대해 고민한다. 즉 사랑은 언제나 부재하는 순간에만 성찰의 대상이 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을 통해 우리들의 사랑에 대한 이러한 습관을 문제 삼는다.

 

드물기는 하지만 사랑은 기적처럼 일어나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케미스트리(chemistry)라는 순간이 있기에, 사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돌연 찾아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이 발생하는 그 순간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기적처럼 발생하는 그 사건 앞에서 사람은 그 기적에 그저 순응하면 된다. 하지만 그 케미스트리의 순간은 불행하게도 오래 가지 못한다.


“두 사람이 친숙해질수록 친밀감과 기적적인 면은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 적대감, 실망감, 권태가 생겨나며 최초의 흥분의 잔재마저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 그들은 이러한 일을 알지 못한다. 사실상 그들은 서로 강렬한 열중, 곧 서로 미쳐버리는 것을 열정적인 사랑의 증거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기껏해야 그들이 서로 만나기 전에 얼마나 외로웠는가를 입증할 뿐이다.”(『사랑의 기술』 p17)

 

에리히 프롬은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케미스트리의 법칙을 냉혹하게 지적한 후에 사랑에 대한 우리의 습관적 사유를 바꿀 것을 권유한다. 즉 우리는 사랑이 부재하는 시간에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사랑 속에 있을 때 사랑이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의 기술』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기적적인 순간에 대한 책이 아니다. 『사랑의 기술』은 기적의 마법이 더 이상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일이 끝이 난 그 순간, 즉 사랑이 현실이 되어버린 순간에 대한 책이다.

 

대부분의 연애기법을 다루는 책에서 세상에는 오직 연인간의 사랑이라는 형태만 있는 것처럼 간주하지만, 에리히 프롬이 다루는 현실적인 사랑은 꼭 연인간의 격정적인 사랑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한편의 극에 자기에 대한 사랑이 있고, 자기에 대한 사랑에 대한 반대의 극에 형제애 혹은 인류애라 부를 수 있는 사랑이 있다. 자기애가 가장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사랑이라면 형제애 혹은 인류애는 가장 추상적인 인간 존재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은 이 극단적인 두 가지 스펙트럼 사이에서 움직이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기적 같은 연인간의 사랑으로 때로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때로는 육욕에 휩싸인 격정적인 에로스의 모습으로.

 

이 책엔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적 지침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그렇기에 사랑을 이루고 싶은 욕심으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겐 적절한 책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사랑이라는 현실적 조건 속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친밀성이라는 사랑의 조건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책이다. 사랑에 대해 성찰한다는 것은 아주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이 책을 이렇게 끝맺는다. “사실상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설교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 존재의 궁극적이고 현실적인 욕구에 대해 말하는 것이 때문이다”(『사랑의 기술』 p177). 사랑을 도덕적인 설교의 틀도 아니고, 동화와 같은 마법의 틀도 아닌 현실적인 틀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은 그래서 그 어떤 책보다 현실적이다.

 

글_노명우(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랑의기술.jpg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 저, 황문수 옮김, 문예출판사, 2006)

 

<목차>

 

머리말
Ⅰ. 사랑은 기술인가
Ⅱ. 사랑의 이론
    1. 사랑, 인간의 실존문제에 대한 해답
    2. 어버이와 자식 사이의 사랑
    3. 사랑의 대상
Ⅲ. 현대 서양사회에서의 사랑의 붕괴
Ⅳ. 사랑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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