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대놓고 자랑질」 <시흥시 천지인마을> 마을의 주체들이 풀어가는 고민 해결 과정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Nov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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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평생학습동향리포트 와 「대놓고 자랑질」


남들은 잘 모르지만, 진짜 알짜배기 우리 기관만의 자랑거리를 '대 놓고' 말하는 코너입니다. 어떤 내용과 형식이든 모두 자유! 편하게 자랑할 수 있습니다. 뻔뻔하다고요? 한 번 읽어보세요. 넘치는 자랑 안에 우리의 생각을 이끄는 보석이 숨어 있답니다.(편집자주)

 

도돌이표 되는 마을의 묵은 고민거리를 풀어내다 <시흥시 천지인마을>

 

생활쓰레기, 잘 버리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쓰레기를 잘 분리 배출하시나요? 재활용, 폐기물, 음식물 등을 제대로 분리 배출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쓰레기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처리방안과 제도가 생겨났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우리의 생활환경을 위해 우리는 쓰레기 분리배출을 배워야만 합니다. 그리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상당히 힘듭니다. 왜 이렇게 힘들어 졌을까요?

 

 

도시에서 아파트 단지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관리할 인력도 있습니다. 좀 잘 못 버려도 2차, 3차 처리시스템에 의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반주택단지입니다. 참 알고 보면 답이 없습니다. 그저 버리는 자의 시민의식과 시청소행정의 부지런한 처리가 답인 듯합니다. 쓰레기 처리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간, 주택간 쓰레기가 모이는 곳에 대해 실랑이가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기간과 장소에 대한 엄격한 준수가 필요한 지역입니다.

 

도돌이표 되는 고민

 

우리마을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마을은 정왕1동 일반주택단지로 주거를 목적으로 기획된 마을입니다. 마을주민은 거주기간이 짧은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 도심에서 밀려나 잠시 거쳐하는 내국인 등이 대부분입니다. 거주형태는 주로 3층 건물에 평균 15세대가 모여 사는 원룸형 입니다. 세입자에게 복비와 방세가 싸서 상당히 인기가 있는 지역입니다. 거주민은 인근의 시화공단에 일자리를 두고 출퇴근하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대부분입니다. 외국인이 70%이상 거주하며, 그들 중 한국계 중국인이 90%를 차지합니다.

 

생활쓰레기 실태는 무슨 쓰레기든 검정봉투에 담겨져 집 앞에 널브러지거나 전봇대 등 공동지역에 무분별하게 쌓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가 분리되지 못한 채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는 것입니다. 쓰레기 처리장 방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일반주택의 쓰레기는 거의 분리되지 못한 채 소각되거나 매립되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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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앞에 널브러져 있거나 골목 안 공공지역에 무단투기 되어 있는 쓰레기들

 

이런 현실에서 마을청소는 각 건물 청소업체의 노력입니다. 사설 청소용역업체인 이들은 아침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건물청소와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를 정리합니다. 동네가 가장 깨끗한 시간이 이때입니다. 이후엔 다시 원위치 되어버립니다. 이들은 항상 쓰레기하면 거품을 물고 이야기 합니다. 해결 방법은 무조건 단속하고 벌금을 지속적으로 물려야한다고 말입니다.

 

마을의 주택 운영시스템을 살펴보면 집주인 즉 건물주가 마을외부에 사는 관계로 건물을 관리하는 관리업체가 부동산과 겸업하며 성업 중이며, 관리업체가 고용하는 건물청소업체가 청소를 하청 받아 운영합니다. 이 시스템이 우리 마을의 특이한 시스템이 되어 마을의 모든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천지인마을>의 화두가 된 쓰레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마을에 ‘시흥시 평생학습과’가 마을만들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지역역량강화사업을 유치해 평생학습을 통한 조화로운 마을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시흥시 천지인마을만들기 사업”이 그것입니다. 이 사업은 평생학습 마을만들기 전문가 단체인 <평생교육실천협의회>가 위탁받아 ‘정이 가는 이웃 만들기’라는 부제를 달고 서로의 관계를 이어가는 프로그램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동네마당 “우리동네 문화놀이터” 프로그램은 영화 상영을 필두로 각종 체험, 문화공연을 통해 동네 공원 두 곳에서 주민들 간 서로 얼굴을 익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마을학교 강좌를 통해 주민들 간 인연을 만들어주고, 다양한 강좌로 마을살이를 의미 있게 하는 방법을 함께 하였으며, 특히 마을자치활동을 통해 마을활동가를 육성, 우리 마을 쓰레기 처리문제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마을자치활동으로 쓰레기가 화두가 된 것은 자연스럽게 활동가 회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을활동가 모임인 정일품(정왕1동을 품는 사람들의 약자로 2013년 12월 마을활동가 워크숍에서 작명)은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마을짓는아지트(정왕동 1610번지에 위치. 1층 다솔세무법인 대표가 마을활동을 위해 지하공간을 무상대여함)에 모여 회의를 합니다. 2년간 한주도 쉬지 않고 회의를 지속해 왔습니다. 지금은 22명의 회원이 평균 15명 정도가 참여하여 마을활동을 쉼 없이 논의합니다. 2013년 활동가모임이 시작된 7월 이후 무슨 내용을 회의로 다루더라도 쓰레기이야기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을의 쓰레기를 제대로 들여다보자고 결정하고 첫 번째로 계획한 것이 “동네한바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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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활동가 정일품 회의 모습

 

각 건물을 상대로 쓰레기가 어떻게 버려지는지, 위험요소는 무엇인지 등을 10개 항목으로 조사하여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두 번째로 시범지구를 선정해 배출되는 쓰레기양을 측정합니다. 쓰레기양은 건물 당 1주일에 약 75리터임을 조사하고 이를 해결할 비용을 산출합니다. 종량제 봉투값 건물 당 19,500원(종량제 봉투 50리터짜리 15장 가격), 음식물쓰레기처리비용 건물 당 9,600원(공동배출 처리비용_세대당 월 960원). 한 건물 당 한 달 처리비용은 약 30,000원이 산출되었고, 이를 10세대로 나누면 세대 당 3,000원이면 해결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처리시스템에 대하여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마을주체들을 찾아다니며 그동안 시도한 방법들과 실패사례를 들었고,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육 안 된다’, ‘벌금을 지속적으로 부과해라’, ‘검정봉투 원천봉쇄하자’, ‘무슨 조치든 시가 지속적으로 의지를 가지면 된다’, ‘거점수거방식은 안 된다’, ‘종량제봉투를 슈퍼나 편의점에서 포장지로 사용하게 하라’ 등등. 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쓰레기에 대한 그들의 견해가 나름 설득력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을활동가들은 이 말들을 토대로 우리가 왜 쓰레기에 집중하는가? 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쓰레기처리는 전인류적 환경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결론내리고 처리방법의 핵심을 재활용 쓰레기를 늘려 소각 또는 매립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마을의 특성에 맞는 쓰레기처리방식으로 “내 집 앞 공동배출 분리수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건물 앞에 공동배출 쓰레기통 3종류(재활용, 폐기물, 음식물)을 비치하여 주민들로 하여금 버릴 장소를 마련해 주고, 언제든지 정해진 장소에 공동배출하도록 유도하고 그 처리비용을 세입자가 부담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분리수거는 이미 마을의 건물 70% 청소를 담당하는 건물청소업체의 인력을 활용, 그 청소용역비를 현실화하여 지급하자는 것을 1차 분리수거의 핵심으로 결정했습니다.

 

거리 좁히기

 

마을주체들의 의견을 듣고자 2014년 1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합니다. 주민, 청소업체, 관리업체, 옷수거함관리자, 재활용자원수거자, 시관계공무원 등 80여명을 초대하여 마을의 쓰레기 문제와 처리방안에 대한 그들과의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을 거두었으나 “내 집 앞 공동배출 분리수거” 방식은 각 주체 간 이익관계가 얽혀있어 합의에 이르는 것에는 실패합니다. 정일품은 이후 이들과 다양한 방식의 간담회를 실시하여 거리를 좁히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집주인(건물주)과 세입자는 찬성, 관리업체는 관리비 수거불가 이유로 반대, 청소업체는 쓰레기분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반대 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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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진행된 타운홀 미팅 모습

 

이런 상황에서 대상지내 40건물을 대상으로 “내 집 앞 공동배출 분리수거” 시범구역을 3개월 간 운영해 보았습니다. 버릴 곳이 생기니 당연히 널브러진 쓰레기가 정리되고, 동네가 깨끗해집니다. 옆 블록의 건물주와 관리업체 등에서는 우리도 설치해 달라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음식물이 문제였습니다. 분리배출도 청소용역근로자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이 시범구역 운영을 통해 우리는 청소용역업체의 인센티브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범구역 운영이 끝난 지금 한 청소업체가 통 전량을 관리구역에 배치하여 지속적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내 집 앞 공동배출 분리수거” 방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이제는 쓰레기도 자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재활용 정거장사업, 착한 부동산, 착한 청소업체 등 사회적경제를 바탕으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업체 근로자를 중심으로 “마을환경감시단”이 운영되어 지속적인 단속도 병행합니다.

 

지난 8월 정일품은 마을포럼을 개최했습니다. 그 주제는 “주민이 만들어가는 마을청소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마을 쓰레기이야기를 발표하고, 타 마을의 쓰레기 이야기를 듣고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포럼에는 안산시, 화성시, 강원도, 제주시 등 각 지역에서 온 활동가 및 기업, 전문가, 공무원, 시민 등 약 1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일반주택단지의 쓰레기문제는 비단 우리 마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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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포럼 진행 모습

 

정일품은 우리가 마련한 생활쓰레기 방식이 절대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옳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공동배출 쓰레기통 설치를 위한 재원마련문제, 현실적인 처리비용 산출문제,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 쓰레기 처리방안,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좁히는 일, 이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내 집 앞 공동배출 분리수거 추진위원회” 출범 등 주민이 주체가 되어 문제해결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마을 쓰레기이야기는 이렇게 계속 될 것입니다.

 

글_한성근(시흥시 평생학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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