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by 누구나지기 posted Oct 21, 2014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등록일 : 2014-10-21 02:14:34 | 작성자 : 시민기자 이명선

나의 일주일 생활모습을 보면 오전에는 인터넷 강의나, 현장 강의를 이곳저곳 찾아가서 듣는다. 강의가 끝나면 오후 1시까지 출근하여 대부분 9시까지 근무를 하고 퇴근 한다. 그리고 늦은 밤까지 직업과 관련된 일의 연장 작업을 컴퓨터를 이용하여 하거나, 찾아오는 이 없는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린다. 그러면 늦은 밤을 넘어 새벽으로 이어진다. 그럼 내일도 오늘과 똑같은 모습이다. 그렇게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간다.

지금까지 나는 앞만 보고 왔다. 지금까지 나는 나의 구역을 벗어난 적이 별로 없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아는 사람 외에 만난 적이 별로 없다. 만난 사람과는 오랜 인연이 되나, 새로운 사람, 새로운 만남,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거부반응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흘깃거리지도 않았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처럼 살아온 개인일 뿐이었다

또한 자기애도 많지 않아 부족하고, 많이 못났다는 생각에 나보다 잘난 사람이 많은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 나를 소개한다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나의 정의를 내리라면 합당한 말이 없어 그 자리를 되도록 만들지도 않았다

30대에 새로운 인생이랄 수 있는 지금의 직업을 가질 때에도 많이 두려웠다. 호기심어린 눈망울의 아이들 앞에서 도망가고플 때도 많았고, 과연 나는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내 지식의 한계로 인해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잠자리에 들면 내일 어디로 도망갈까? 아니면 너무 많이 아파서 못 다닌다고 할까? 진짜 지구가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힘에 겨워했다. 단지 버틸 수 있던 것은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이제 십년을 넘어가고, 십오 년이 다 돼 간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디를 가든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가 따로 없는 모습이다. 그런 내가 싫어 나만의 틀을 깨고 싶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운명처럼 내게도 그런 날이 왔다

아주대에서 독서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보이기 위한 행복이 아니라 내 자신이 실제로 행복해지자는 말에 반쯤은 혼이 나간 사람이 되었다. 더욱 자신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몇 가지 조사해 오라는 숙제에 나를 제대로 보았다. 비합리적인 신념이란 말조차 생소했는데 선생님께서 내려주신 정의는 도덕적으로 맞지만 그 것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

머리에서 이건 나답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여전히 나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긴 했지만, ‘실제의 나만들어진 나사이의 충돌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200여 개가 넘는 감정 중에서 사용하는 감정이 5개 내외로, 감정을 통제하고 살았다는 지적에 느슨해지는 내가 꿈틀거렸다. 그런 시간이 이제 만 2년을 넘어섰다. 2년이란 시간 동안 내가 만난 사람, 장소, 환경이 그 앞의 시간동안 만난 사람, 장소, 환경을 훨씬 뛰어넘는다.

186014878354453ec3b993c_gd800.jpg 좌우지간 누구나학교(절묘한 조합)


오늘도 그러했다. ‘누구나 학교모임에 혼자 나가서 맘껏 나를 드러내고 왔다. ‘누구나 학교준비물중 하나인 재미나게 놀 수 있는 푼수끼, 누구나 함께 놀 수 있는 친화력을 애초에 갖춘 사람처럼 행동하고 왔다.
누구나 학교에서는 누구나! 누구나, 가르칠 수 있다. 나의 지식과 경험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누군가의 지식과 경험은 나에게 도움이 된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가 없다.

188028552154453ec594eba_gd800.jpg 누구나, 무엇이나


무엇이나! 모든 것, 강의의 소재가 된다.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지식, 재능, 소소한 일상, 경험, 재미 등 모든 주제가 강의가 된다.

내가 진작 누구나, 무엇이나의 의미를 알았다면 나를 옭아매는 것들에서 보다 더 일찍 자유로워졌을 것이다. 완벽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편해진 나를 들여다보고, 부족한 나 자신도 사랑해주었을 것이다. 나만 행복한 삶을 꿈꾸다 우리의 행복한 삶을 몰랐던 어리석음도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나 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하는 것의 근원은 욕심과 이기심 때문이라 한다. 나또한 나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더 큰 것을 놓치고 살았다. 나만의 지식으로, 나만의 돈벌이로, 나만의 부유함으로, 나만의 안락함으로 대체된 것들의 소중함을 모른 척했다. 결국, 개인의 행복이 실현되는 사회는 개인 각자가 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 얻을 수 있는데 나는 개인만 앞섰던 것이다

공동의 선이란 걸 나는 모르고 살아왔다. 아직도 마음속에선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공동의 행복이며, 공동의 선이냐고 되묻는다. 또한 여전히 바쁜 시간을 보내며, 나 살기도 빠듯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적어도 이 시간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나만을 위한 무식한 삶이 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62957285354453ec6b9c55_gd800.jpg 나도 할 수 있다


오늘 참여한 누구나 학교에서 나의 어쭙잖은 능력이라도 나만을 위한 수단이 아닌 함께 나누는 도구로 이용하고,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확신까지 챙겨왔다.

 

원본출처 : http://news.suwon.go.kr/main/popup/printView?idx=942918 [수원e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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