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독백이 난무하는 시대, 귀를 기울이면...「휴먼라이브러리 수원」①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Sep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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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브러리 수원」 1편
독백이 난무하는 시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틀린그림찾기’는 틀렸다

포털 사이트에 ‘틀린그림찾기’ 단어를 입력하여 보면 다양한 ‘틀린그림찾기 게임’이 쏟아져 나옵니다. 어렸을 적 한번쯤은 다 해 보았을 법한 아주 단순한 놀이가 이제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3D 형식의 게임 형태로 진화하였습니다. 눈썰미 좋은 친구들이 쉽게 끝내던 문제도 저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시력이 안 좋은 이유도 당시 눈에 너무 과도한 힘을 사용했던 때문이 아닐까 하는 비논리적 사유를 할 만큼 그 게임을 하고 나면 눈이 시큰 거렸던 기억이 나곤 합니다.
그러나 ‘틀린그림찾기’는 명백히 틀렸습니다. ‘틀린그림찾기’는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같지 않음을 기준으로 판정을 내리는 게임이기 때문에 ‘틀린그림찾기’가 아니라 ‘다른그림찾기’가 정확한 명칭인 것입니다. 이처럼 ‘다르다(different)’와 ‘틀리다(wrong)’는 확연히 다른 개념의 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일상사에서는 다반사로 틀리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단지 혼동하기 쉬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문제 수준이어서 국어 시험시간에 오답을 적어내는 정도라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지만 ‘다르다’와 ‘틀리다’의 오용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오해하는 일반적 사유방식은 결국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다양성 존중 측면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고 이것은 곧 편견의 숙주로 기능하게 되기 때문 입니다.

 

침묵의 나선이론이 의미하는 것

지금은 일부러라도 왼손 사용을 장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예전에는 왼손잡이의 경우 부모님의 심각한 골칫거리 중 하나였고 그래서 글씨를 쓰거나 밥을 먹을 때는 무수한 지청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굴곡진 근현대사 영향 탓인지 우리는 다수에 속해 있을 때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반면 튀는 행동, 개성, 주류에 반하는 그 어떤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하거나 낯설어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된 사회심리학적 메카니즘에 관한 이론 중에 ‘침묵의 나선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대체로 사회의 지배적인 여론이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 반대일 경우 침묵하거나 소극적으로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의 주도 여론은 나선의 바깥쪽을 따라 돌면서 더욱 확장되는 반면 소수의 의견은 나선의 안쪽을 따라 더욱 축소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는 “가장 나쁜 병은 나병도 결핵도 아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고,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나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 이론을 주장한 노엘레-노이만은 테레사의 이 말을 인용하면서 사람들이 ‘주류’에 속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설명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류 편입 욕구는 다른 측면에서는 소수에 대한 저항과 거부, 적극적으로는 멸시와 차별로 작용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는 단순히 서로의 같지 않음이라는 ‘다름’의 텍스트를 옳지 않은 그 무엇이라는 컨텍스트로 해석하는 왜곡된 서사 구조가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차별과 편견이라는 왜곡된 해석은 단지 개인의 심성이나 도덕 수준으로 폄하시킬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좀 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양한 기관, 단체와 함께 준비해 온 휴먼라이브러리

지난 2월 18일, 저희 학습관에서는 희망제작소, 국회도서관과 함께 휴먼라이브러리 창안자인 로니 애버겔씨를 초청하여 강연 및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멀리 덴마크에서 살고 있는 분을 굳이 한국으로 초빙까지 해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단지 휴먼라이브러리가 무엇인지 알고자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휴먼라이브러리의 정신과 철학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향후 시민교육의 관점에서 휴먼라이브러리를 재해석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학습관에서는 휴먼라이브러리의 원칙과 가치에 충실하면서도 수원시의 조건과 역량에 맞는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학습관에서 주도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학습관에서는 그저 운만을 떼었고 그것을 계기로 수원의 다양한 기관,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만나고 논의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자체적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원에는 전통적 의미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평생학습과 관련한 기관들이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시립 도서관 같은 공공행정 영역의 기관도 존재합니다. 전자와 후자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활동양식에 있어 일정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러기에 철학과 관점의 차이는 자칫 배제의 논리로 작동할 수도 있지만 이번 준비 과정 속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면서 함께 공공의 목표를 향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양자가 함께 공동으로 일을 도모한 전례가 흔치 않은 일이었고 그래서 상호 협력적으로 일을 추진한 이번 경험은 서로에게 유익하면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원 23개의 기관, 단체가 모여 지난 5월부터 준비를 해 온 행사가 9월 26~27일 화성행궁광장에서 펼쳐집니다. 성소수자, 새터민, 무속인, 조폭 출신 인권운동가, 병역거부자 등 이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에 시달려 온 다양한 28권의 사람책이 대출 준비를 마쳤습니다. 직접 육성으로 듣는 이야기는 활자화된 텍스트로는 경험할 수 없는 진정성과 공명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이 준비모임에서 좌장의 역할을 담당한 양훈도(한벗지역사회연구소 소장)씨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정성원: 어떻게 해서 참여하게 되었는지요.
양훈도: 휴먼라이브러리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지 생각해보면 사실은 어떤 소통의 형식들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말로는 소통 소통하는데 실제로는 소통이 아닌 거죠. 이를테면 독백만 난무하는 것 같아요. 자기와 같은 편끼리 만의 이야기, 그걸 넘어서서는 들으려 하지 않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소통의 형식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휴먼라이브러리는 알아갈수록 들리지 않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새롭고 신선하고 효과적일 수 있겠다. 규모면에서의 효과가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였습니다.

 

정성원: 휴먼라이브러리는 특정 기관의 단독 주최가 아니라 수원시 전체가 협력해서 하는 것이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데 수원의 휴먼라이브러리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요.
양훈도: 제가 처음에 이 회의를 하자고해서 왔을 때 놀랐던 점이, 양훈도선생님.JPG 20여개 기관에서 오셨는데, 그 기관들이 시민단체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서관처럼 시 산하의 기관만도 아닌데 다양한 기관, 단체들이 한꺼번에 네트워킹 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발성이 상당히 두드러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분과를 세 개로 나누어서 진행하는데 어떤 분과로 어떻게 가겠느냐는 결정에 대해 ‘우린 이걸 맡아 하겠다.’ 하는 것이 자연스레 나타났고 그러면서 저도 사람책을 섭외하는 분과를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시작 할 때는 ‘사람 책을 어떻게 선별하고 섭외까지 마쳐야 하나’ 라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시간도 촉박했구요. 그러나 놀랍게도 효율적으로 회의가 진행 될 수 있었던 것이 다들 깊이 있게 생각도 해오고 준비도 해오고. 알아서 적극 추천을 하고 소통도 잘되고 이렇게 수월하게 진행 될 수 있었던, 자발성이 아주 높은 것이 특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수원의 아주 소중한 자산이죠.

 

정성원: 28권의 사람책이 준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분들이 이렇게 사람책으로 나선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양훈도: 예 사실 나서기가 어려운 분들이죠. 다른 곳에서도 성소수자라던가, 새터민이라던가... 그분들도 나서기는 했지만 그러한 분들이 의외로 섭외가 잘되었어요. 대체로 그런 분들이 계시고 우리 수원에서만 특징적으로 이런 분이 섭외되었다 하는 것은 노숙인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노숙인도 다른 곳에 있긴 하지만 이번 참여하는 노숙인은 독특한 분들이 좀 계시는데요, 조폭출신의 노숙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노숙인 인권활동가로 활동하시는 분이시죠. 또 출판생활을 하다가 노숙 생활을 하신 분도 계시구요.
다음으로, 병역과 대학거부를 동시에 한 분도 사람책으로 섭외가 되었습니다. 수원평생학습축제가 26-27일 열리는데요, 하루는 병역, 이튿날은 대학거부로 날짜를 나누어 발표를 맡아주십니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 중에서 회복기에 있는 사람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계신 인쇄업체의 대표님이 나와 주시기로 했다는 점이 있습니다. 연극인들과 같은 문화예술계의 인사들도 좀 있습니다. 수원의 지동이라는 지역에서 문화협동조합, 예술조합 하고 있는 분들 말이죠. 그리고 전직 국회의원이나 시 의원 분들도 계십니다.

 

정성원: 휴먼라이브러리가 갖는 시민교육 방법론은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한 해석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떤 측면에서 바라봐야하고, 시민교육 차원에서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답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양훈도: 민주주의를 다시 바라 볼 수 있는 계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현대 민주주의가 고전적인 모델은 무너졌는데 새로운 모델은 사실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한 것처럼 지금은 공적 위기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왕은 죽었는데 신왕은 나타나지 않은 지금의 민주주의가 그런 식이라면 민주주의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재사유하고 하는 것이 새로운 화두 중 하나일 텐데요, 바로 이런 방식을 통해 사람들의 사이 그러니까 사람들 간의 소통, 사이, 차이 이런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계기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을 들리게 하는 방법, 그러한 목소리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로 어떻게 구성될 수 있겠는가 하는 상당히 여러 가지 함의를 참여자 분들에게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행사 참여자들과 사람책들 모두에게 성과를 다 던져 줄 수 있고, 그 성과가 교육 자료로서 시민 교육 자료로서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소수자를 바라보는 문제 혹은 편견이나 선입견을 넘어서 그런 근본적인 것을 넘는 함의가 있겠습니다. 여기 이런 논의를 하면서 초기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이건 교육이랑 어떤 방식으로든지 연결이 되어야만 합니다. 학교교육이든 사회교육이든 연결시켜서 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정성원: 휴먼라이브러리를 다른 지역, 다른 기관에서 하겠다고 하면 한 번 준비해본 입장으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양훈도: 이건 단순한 이벤트는 아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확실히 의미를 계속 생각하면서 왜 이러한 행사를 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게 최종 지점이 아니라 시작점이여야 하죠. 차별, 편견, 소수자, 차이, 민주주의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시작점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점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이기 보다는 이건 제가 늘 잊지 않으려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나름 자부할 수 있는 것은 네트워크를 잘하시면 훨씬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속성 문제도 계속 염두에 두고 시작 전부터 고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벤트 얘기를 드린 건 그렇습니다. 이게 이벤트로 끝나면 색다른 것을 찾는 하나의 행사 정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안하느니만 못하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양훈도소장님에 이어 실무 준비에 참여하신 분 중에서 3분을 섭외하여 간단한 방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참여자는 순수 민간단체와 공공행정, 그리고 교육분과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으로 모셨습니다.
• 참석자 : 김태희(수원시 교육청소년과 평생학습팀 평생교육사), 유주호(남문청소년모임 꾸나 활동가), 임숙자(수원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교육분과 공동위원장, 영통종합사회복지관 과장), 정성원(사회, 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_가나다순

 

정성원: 각 단체에서 휴먼라이브러리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유주호: 일단은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저희 <꾸나>에서 했을 때는 휴먼라이브러리가 아니라 ‘사람책 읽기’라고 했습니다. 정확하게 편견과 선입견을 깨는 프로그램으로 인식했던 것은 아니었고 타인의 인생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인생이야기를 들으면서 삶의 진로를 잡고 다양한 삶을 경험해볼 수 프로그램으로 인식했었습니다. 그 때 사람책으로 참여해주셨던 남문 근처 분들이 7-8명 정도, 인권활동가, 미술가, 동네슈퍼 사장님, 카페 사장님 등이 함께 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는데 ‘이렇게 즐겁게 살 수 있고 재미있게 동네에서 할 수 있구나’, ‘공동체라는 것에 대해 소소한 것들을 느낀 게 많다’라고 했습니다. 올해도 ‘사람책 읽는 남문’이라는 형식으로 진행 하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서울 사례를 봤을 때도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곳도 있고, 노원의 경우도 인프라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아이들이 직접 주체가 돼서 해보려고 했습니다. 저희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했다면 이번에 참여하면서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숙자 : 저는 수원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교육분과 공동위원장의 역할을 맡고 있고, 교육분과가 매년 민관공동사업을 진행하는데 올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1회는 ‘필우’ 동아리 한마당, 2회는 만석공원에서 누구나학교 프로그램을 수원시평생학습관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교육분과만의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교육은 사실 모든 연령대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교육 분과만의 고유사업이 없을까?’ 고민 하던 차에 휴먼라이브러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를 통해 새로운 교육방법이라든지 새로운 것을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것, 또는 각 기관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같이 하는 것에 대해 동의를 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휴먼라이브러리가 왜 필요한 것이고 수원시 안에서 어떠한 형태로 자리를 잡을 것인지 함께 고민하자, 일단 시도를 해보고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답을 얻자 라고 하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김태희 : 저희 시청 교육청소년과에서는 협력기관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시에서 TFT로 구성해서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 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포커스를 맞춰 참여하였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 방담회 (3).JPG

▲ 9월 11일 진행한 방담회 모습. 좌측부터 김태희 평생교육사, 임숙자 과장, 정성원 관장, 유주호 활동가

 

정성원 : 예전에는 휴먼라이브러리를 이론으로만 아는 정도였다면 4-5달간의 준비과정 속에서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 느낌이랄까요, 변화가 있는지요.
임숙자 : 각 분과위원이 속해있는 기관의 회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 편하게 적으시라고 하는 편견카드를 준비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휴먼라이브러리는 소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소한 것들이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본인은 “나는 사실 편견은 없어.”라고 했지만 “이런 것들도 편견입니다.”라고 이야기해보니 자신도 느끼지 못한 편견들이 있었습니다. 편견카드를 한두 개씩 적다보니 더 많은 것을 적게 되었고 ‘나도 이렇게 많은 편견들을 가지고 있었네’ 하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편견카드라고 하는 작은 것을 적으면서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끔씩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 무의식의 의견을 꺼내 ‘아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스스로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된 것이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김태희 : 저는 처음에는 소통에 포커스를 맞추는 상담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참여하면 할수록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또 사회적으로 책임감이 따르고 인간적으로 성숙됨이 필요한 사람들이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갔습니다. 그게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주호 :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예전에 진행할 때도 준비를 안 한 것은 아닌데, 소소하고 전문적으로 잘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많겠구나. 사람책을 인터뷰하고 서문을 9명 정도 정리했거든요. 그러면서 그분들과의 관계, 진솔하게 그것을 대표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잖아요. 자신의 이야기를 커밍아웃해서 이야기해준다는 것도 어렵고. 그런데 이분들에 대해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전달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필히 교육이 필요하고 추후에도 그 느낌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성원 : 유주호 선생님이 챙겨야할 일이 많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준비과정 속에서 가장 큰 어려웠던 점이라면 무엇이었나요?
유주호 : 사람책 발굴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평생학습관과 참여한 단체들이 사전에 편견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잖아요. 거기서 설문의 대표군이랄까 그것들을 뽑아내고 하는 과정 자체가 쉽게 쉽게 갈 부분들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설문을 기관 중심으로 받다 보니까 한계가 있잖아요. 연령별, 성별 등으로 나눈 것은 아닌데 이런 것들을 디테일하게 해봤으면, 다양하게 각계각층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연무중학교에서는 중학생 200명 정도 아이들에게 편견을 조사해주기로 했는데요. 이번과 연동해서 추후에 만들어보고 데이터화하고 이런 것이 수원이 휴먼라이브러리를 할 때 남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태희 : 저도 사람책 발굴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책이 다 유익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페이퍼 책과 사람책은 분명히 다른 느낌이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면에서 페이퍼 책은 나쁜 말로 하면 검열, 수도 없이 많은 점검을 하지만 사람책에 대한 제도 장치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것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임숙자 : 저희 교육분과가 한 달에 한 번 씩 회의를 하는데 TFT회의도 해야 하고 의견조율과 업무분담 이런 것들에 대해 역할들이 주어지다보니 아무래도 시간적인 부분에서 조율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행하면서 처음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방향으로 딱 맞춰지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좀 들더라고요. 다른 기관들과 취합하고 편견에 대한 리스트를 뽑아내면서도 우리가 의도적으로 한두 개는 그 안에 넣어서 시민들의 생각을 일깨워주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견카드를 리스트화 하는 과정에서 저희 기관 같은 경우에는 성소수자라든지 큰 편견들은 제쳐두고 좀 사소한 편견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수원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중에서도 본인이 꺼내놓지 않는 편견들이 있습니다. 이슈화를 시키면 예민해 질 수 있는 것들이랄까요. 예를 들면 병역 기피라든지 종교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한두 개씩 카테고리 안에 넣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것에 대해 사람들에게 당신은 편견이 없습니까?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이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성원 : 수원에서는 개별 기관들을 중심으로 도서관이나 <꾸나> 등 다른 변형된 형식으로 행사를 진행해 왔는데 이번에는 수원에 있는 여러 기관들이 함께 진행을 했잖아요. 이번 행사를 통해서 이런 행사가 앞으로도 수원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이것에 대한 기대나 예측을 해보신다면.
유주호 : 섭외를 했던 분 중에 아줌마가 있습니다. 그분이 활동하시는 지역이 서수원 호매실 지역인데 그분이 서수원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하면 소소하고 진짜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수원 차원의 진행을 하지만 중심을 잡고 수원시에서 잘 분화해내면 수원만의 휴먼라이브러리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인터뷰 과정에서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들 같은 경우는 청소년, 학교 이렇게 접근할 수 있는데, 이것이 개인, 기관이 하는 것도 있겠지만, TFT에서는 큰 원칙을 잡고 ‘사람책 읽는 수원’ ‘남문’ ‘학교’ ‘도서관’ 등으로 해서 잘 분화할 수 있게 잘 아우르고 가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습니다. 사람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깨는 부분도 있겠지만, 저희가 이전에 남문에서 연무중학교와 진행했던 ‘사람책 읽는 남문’이라는 프로그램은 화려한 역사가 아니라 동네의 역사나 살아가는 역사, 그 안에 사람이 있다, 그곳에서 사람책을 만나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수원만의 이러한 것이 있으면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것을 접목할 수도 있지 않나, 또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각 지역에 있는 단위들이 직접 할 수 있게 평생학습관에서 적극 추천도 해주고 길을 잡아주면 굉장히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 혹은 건의를 드립니다.

 

김태희 : 저는 강력하게 여러 기관이 모여 TFT 구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 만약 한 기관에서만 기획 한다고 하면 그 기관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을 것입니다. 가치관도 한정되어 있을 것이고. 이렇게 여러 기관이 다 같이 모여서 진행했기 때문에 더 많은 의견과 소통, 교류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숙자 : 저는 충분히 지속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번에 참여하는 기관들의 여러 가지 역량들을 봤을 때 이번 기획 프로그램이 평생학습 축제 안에 있는 휴먼라이브러리가 아니더라도 이 구성안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역량이 있다고 봅니다.

 

사람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휴먼라이브러리 행사를 통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의 궤적에 한번 접속한다고 해서 자신의 생각이 바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사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렇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것과 기꺼이 어깨동무 할 수 있을 때 우리 삶은 좀 더 풍부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목소리가 워낙 흠이 많은지라 라디오 DJ를 꿈꾸는 것은 언감생심이지만 제가 만약 스튜디오에서 여러분에게 지금 노래 한 곡을 들려 드릴 수 있다면 이 노래를 틀도록 하겠습니다.
자, 노래 나갑니다. 패닉이 부릅니다. <왼손잡이>.

 

를 봐 내 작은 모습을
너는 언제든지 웃을 수 있니
너라도 날 보고 한번쯤
그냥 모른 척 해줄 순 없겠니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치 않아
난 왼손잡이야

 

글&인터뷰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정리_이보라(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
한소정(수원시평생학습관 인턴)

 

▼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140918_휴먼라이브러리수원_서문_위.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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