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나가노현 <아치마을> 주민의 자치력으로 디자인하고 만드는 마을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Sep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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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현의 아치마을(長野県阿智村)

 

일본 중부지방에 나가노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나가노현은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만, 평생교육으로도 잘 알려진 지역입니다. 여러분들은 공민관이라는 일본의 평생교육시설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공민관은 지방자치체가 세우는 공립공민관이외에 시민들이 자주적으로 만들어 관리하는 자치공민관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가노현은 이 자치공민관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나가노현 중에서도 평생교육으로 유명한 아치마을(阿智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오늘은 아치마을의 평생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아치마을의 평생교육

아치마을은 인구 6,703명, 2,367세대(2014년 6월 현재)로, 굉장히 작은 지방자치체입니다. 이곳이 사회교육으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십 수 년 동안 아치마을을 이끌었던 오카니와 카즈오(岡庭一雄) 전 촌장의 독특한 철학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카니와 전 촌장은 평생교육사(일본에서는 사회교육주사라고 합니다) 출신으로 주민들의 자치력을 평생교육을 통해 양성하고 주민들의 학습을 독려하는 시책을 펼친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 특이한 것은 아치마을의 행정조직의 하나로 협동활동추진과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은 주민들의 힘을 어떻게 고양할 것인가를 의식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진과에서는 정주지원을 비롯해 자치회 지원, 마을만들기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는 일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속해 있는 직원 중 2명은 마을 교육위원회의 공민관 관련 일도 겸하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협동하는 데 있어 평생교육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아치마을에도 일본의 대표적인 평생교육시설인 공민관이 있는데 중앙 공민관 1관과  지구(地區)에 설치되어 있는 지구관 6관이 있습니다. 이 지구관에는 주민들로부터 선출된 전문부원들이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전문부는 학습문화부, 체육부, 홍보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각 부락별로 부락공민관(부락공민관은 시설이나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관과 함께 활동합니다)이 있어 삼층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치마을에서는 매년 2월에 평생교육연구집회를 개최하는데 마을과 관련된 7개-예를 들면 건강, 복지, 산업, 방재, 환경, 자녀양육, 자연·역사·문화- 과제를 중심으로 주민들과 연구자, 실천자들이 모여 과제를 공유하고 합의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한다고 합니다.

 

아치무라공민관 (1).JPG 아치무라공민관 (2).JPG

▲중앙 공민관 전경(좌) 중앙공민관 내 도서관 전경(우)

 

마을만들기 위원회

아치마을의 활동 중 유명한 것 하나로 마을만들기 위원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주민들 5명 이상이 마을을 위해 자신들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 활동을 마을이 지원해 주는 제도입니다. 현재 60여개의 주민그룹들이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공민관의 도서실이 있습니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공민관의 도서실이 생기게 된 것은 마을만들기 위원회의 활동의 결과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어두운 방에 책들이 꽂혀 있었는데 마을에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주민들이 모여 도서실 연구회를 만들고 마을만들기 위원회에 등록, 위원회의 돈을 사용해서 시찰을 간다거나 함께 학습을 하면서 도서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멤버들 중의 두 분이 도서관 사서 자격을 취득해서 사서로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들이 마을에 어떠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러한 활동에 대한 다른 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함께 생각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심포지엄을 연다든지 공민관에서 학습회를 연다든지, 다른 주민들도 그것이 마을에 필요하다고 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평생교육을 통해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을만들기 위원회에 속해있는 주민그룹들 안에서도 직접적인 평생학습이 일어나지만 다른 주민들에게도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평생학습이 일어나는, 중층적인 평생학습의 구조가 그 속에는 있는 것입니다. 물론 마을만들기 위원회를 통해 만들어진 것은 공민관 도서실 뿐만이 아니라 마을에 살고 있는 어머니들이 모여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해서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는 식당을 만든 것 등 더욱 다양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아치무라공민관 (3).jpg 아치무라공민관 (4).jpg

▲마을만들기 위원회 활동 모습. 오래된 길을 정비하는 그룹의 작업 모습(좌),

고령자 복지를 생각하는 모임이 주최한 심포지엄(우)(제공: 아치무라공민관)

 

지역의 과제는 자신들의 과제!

이번에 아치마을에 머물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만났던 주민들 누구나가 ‘지역의 일을 자신들의 과제로서 생각한다’고 하시는 분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함께 사는 사람들의 얼굴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대도시에 살다 보면 마을을 위해,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어렵고 지역의 과제를 좀처럼 자신들의 과제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인데, 이 곳 아치마을에서는 지역의 과제를 자신들의 그것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도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러한 ‘당사자성’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음으로써 마을이 더욱 좋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근원에는 주민자치가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민주주의와 주민자치의 의식을 주민들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지역의 과제를 자기 자신의 과제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주민의 자치력으로 마을을 바꾸자

한국에서도 마을만들기가 주목받으면서 주민의 자치력 증진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고 마을을 바꾸고자 하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민 개개인의 ‘평생교육력’을 향상시킴으로서 마을 전체의 자치력을 높이고 그 결과 마을을 바꾸어 나가는 아치마을의 평생교육 현장 어떻게 보셨나요? 한국의 마을만들기에도 응용 가능한 아이디어들이 더 많이 숨어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_김윤정(수도대학도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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