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퓨처스 프로그램(Learning Futures program)」
참여가 있는 학교 그려보기
「러닝 퓨처스(Learning Futures)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이 능동적, 적극적으로 또한 학교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배움에 참여하며, 보다 나은 결과물을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2008년 폴 햄린 재단(Paul Hamlyn Foundation)과 이노베이션 유닛(Innovation Unit)이 파트너십을 맺고 2년 동안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영국 전역에 있는 40여개 학교와 함께 ‘참여’를 증진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교수법과 배움의 방법들을 발전시켰으며, 잘 디자인된 도구와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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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vimeo.com/28194098)
참여는 배움의 전제 조건, 참여는 교육과 학교가 당면한 핵심 문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참여를 보장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참가자들은 그 일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 곳에서 성공을 바라기란 쉽지 않은 일. 학교 안에서의 배움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학생의 학문적 성취를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학생이 가질 향후 직업과 직장 생활, 지역사회에서의 성취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리라.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하는 것은 성공적인 ‘배움'의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다.
러닝 퓨처스 프로그램은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되었다. 이들은 영국의 학교가 당면한 상황을 두 가지로 정리하는데, 하나는 ‘눈에 보이는 비참여의 문제(Visibly disengagement)’이고 다른 하나는 ‘참여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문제이다.
영국에서는 24명 중 1명의 학생이 14살부터 학교에 가기를 그만둔다고 한다. <캐나다 교육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적 참여(intellectual engagement)’는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할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초등학교에서는 참여도가 60%였다면 고등학교에서는 40%까지 감소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이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비참여’의 문제로 모든 이들에게 참여의 기회가 보장되지 못하는 것, 한 개인에게도 전생애에 걸쳐 고르게 배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배움에의 참여는 빈부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더 가난한 가족일수록 배움에 참여할 기회가 적어지는 경향성을 보인다. 가난한 집안의 학생이나 배움에 대한 참여도가 높은 학생은 부유한 집안이나 배움에 대한 참여가 적은 학생과 비교할 때 더 높은 성취를 보이기도 한다.
또 하나의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참여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문제이다. 학교에서 배움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 체계에서는 문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 상황을 보면서 러닝 퓨처스 프로그램은 성공의 열쇠가 '학교에서의 참여'가 아니라 '배움에의 참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배움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고 평생토록 지속되기 때문에 학교에서만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러닝 퓨처스는 배움에 있어 깊은 수준의 참여가 언제 발생하는지에 대한 4가지 원리와, 참여의 수준을 더 깊게 만들고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4가지 접근법을 정리해서 배포하고 있다.
▲영국 전역에 걸쳐 40여개 이상의 학교와 함께 진행된 러닝 퓨처스 프로그램
높은 참여도를 보이고 있는 학생들로부터 발견된 4가지 원리
40여개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러닝 퓨처스 프로그램은 몇 가지 배움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된다.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배움의 결과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라는 점, 배움에 책임감을 갖는 것이라는 점, 학생들이 지닌 자유로움의 에너지를 배움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 학교 밖에서의 배움에도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높은 수준의 참여를 보였던 학생들을 관찰한 결과를 다음과 같은 4가지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1)장소성이 있는 배움(Placed)
학생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 관심을 갖고 연결되어야 하며 학교 밖의 관심사나 가족, 지역사회와 연결되어야 한다.
2)목적성이 있는 배움(Purposeful)
학생들이 실제적이고 지적인 가치에 반응하고 실제 전문가처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3)스며드는 배움(Pervasive)
시험을 넘어 삶에 스며들고 가족과 보호자, 동료들의 지지를 받는다. 개별적인 배움으로 지속될 수 있다.
4)원칙이 있는 배움(Principled)
학생들에게 열정과 도덕적 목적을 가질 것을 권한다.
▲깊은 수준의 참여가 일어나는 배움의 4가지 원리와
참여가 일어나는 학교의 4가지 접근법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다.
참여가 일어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4가지 접근법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학생들에게 더욱 요구되는 소위 ‘21세기 스킬’(협업, 정보에 대한 독해력, 적응성 등)을 습득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도 '참여형 학교(engaging school)'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4가지 원리를 구현하기 위한 실천으로 4가지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질문에 기반한 배움(Enquiry-based learning)
다양한 능력을 지닌 학생들과 함께 경계를 넘나드는 프로젝트(질문)에 기반하는 배움(Project-based learning or Enquiry-based learning)을 활용한다. 배움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배움이며 정보를 조사하거나 프로젝트로 확장되기도 한다.
2) 베이스 캠프로서의 학교(School as ‘base camp’)
학교는 최종 목적지라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면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베이스 캠프(Base Camp)의 역할을 한다. 학교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넘어 배움이 조직되는 기지로 학생들을 지역사회 공동체와 더 많은 현장으로 끌어 들인다.
3) 확장된 배움의 관계(Extended learning relationships)
배움이란 언제 어디에서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므로 학생들의 확장된 배움의 관계(extended learning relationships)에 대한 책임을 진다. 학생과 학생과의 관계,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 보호자와의 관계, 외부 멘토나 전문가들과의 관계를 통해 배움을 지속하는 상호 관계를 형성한다.
4) 배움을 위한 공동 공간으로서의 학교(School as Learning commons)
학교를 선생님, 학생, 지역사회가 책임과 권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배우는 사람들의 공동의 공간(learning commons)으로 전환시킨다. 학교는 사용자들이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공유하고 학교를 발전시키는 책임을 함께 지는 공동 구역이다.
▲러닝 퓨처스 프로그램의 교육 모델
이 접근법은 러닝 퓨처스 교육 모델의 핵심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단순히 학생들을 수업에 더 참여시키는 방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더 넓은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학교가 되도록 만드는 방식을 제시한다.
학교에게 던지는 질문: 참여가 있는 학교를 위한 학교의 전환과 변화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학교 방식의 교육이 당면한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규격화된 공간에서 공통의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것이 학생들 개개인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에 비효율적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한국 사회의 공교육 현장에도 러닝 퓨처스가 제안하는 원칙과 접근법은 굉장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러닝 퓨처스는 참여의 문제를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자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학교에 참여시키지?’라는 고민이 아니라 ‘우리 학교는 어떻게 학부모, 지역사회, 지역 업체, 다른 학교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나?’라는 고민이 올바른 고민이라는 것이다.
또한 40여개 이상의 학교를 관찰하며 배움에 대해 고심한 끝에 이들은 학교가 더 큰 야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참여의 모델'을 학교가 따라하는 수준이 아니라 학생들이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더 큰 수준의 관심과 야망을 가져야만 한다고.
글_이성은(다음세대재단 유스보이스프로젝트 담당자)
☞ 이노베이션 유닛 http://www.innovationuni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