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2

Standby 「인문학 학습모임」함께 모여 공부하며 작은 공유지를 만들어 나가다

글작성자 수원시평생학습관 신청일 Apr 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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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학습모임」 

함께 모여 공부하며 작은 공유지를 만들어 나가다

광교산 언저리에서 숨을 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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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주말 아침, 땀을 흘리며 광교산을 오르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즈막한 산길을 오릅니다.
그런데 원래 같이 등산을 하던 사람들이 아닌 것을 한 눈에 알아보겠는 게,  연령대의 다양함도 다양함이거니와 다들 제 각각의 속도를 가지고 있네요.
그 중 초반에 폭풍 수다를 내뿜어내며 선두를 내달리던 이모씨는 연속 계단 코스에 이르자 점차 조용해지며 점점 뒤로 쳐지고 맙니다. 준비된 등산객 김모씨는 이모씨의 짐 가방을 받아 본인의 짐 안에 꾸려 넣고 걸으며 선두에서 코스를 안내하고, 한모씨는 그 전날 다녀온 등산코스의 차이를 심도 깊게 설파하기도 합니다.
중반에 이르자 본인의 체력과 컨디션에 맞추어 속도를 내어 오르는 선두부대와 적당히 여유를 두고 걷는 중간 그룹,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간신히 오르는 몸치 그룹으로 자연스레 무리가 나뉩니다. 뒤늦게 출발하였으나 타고난 롱다리로 몸치 그룹을 따라잡은 김모씨는 가속을 내기보다 몸치그룹과 보조를 맞추면서 함께 걷습니다.
잠깐 쉬어가는 포인트에 다들 모여서 산 중턱에서 인기폭발 아이스 바를 하나씩 사 물고 갈증을 달래기도 하며 어찌어찌 목표한 XX봉에 이르러 함께 기념사진도 짜잔~하나 박습니다.
몸치 그룹에서 서로를 위로하던 이모씨와 유모씨 사이에는 엉뚱한 동지애가 불끈 솟고, 산에 오르는 게 일상인 유모씨는 오늘 따라 더 멋져 보이는 햇살 가득한 저수지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을 느끼며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다시 내려온 무리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같이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는 어느 날 <인문대학 독서 모임>의 한 장면 입니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가벼운(그러나 누군가에겐 버거운) 산행을 함께 하며 서로의 새로운 면모를 알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요.
강의실에서 서양고대철학자의 생각의 결을 더듬으며 읽는 것은 아니었지만 관심을 공유하고, 서로를 미세하게 조정해가며 조용한 우정을 나누는 과정이었기에 몸을 사용한, 보다 입체적인 인문학 공부의 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느덧 5기째를 맞은 「수원시민인문대학」의  후속 모임으로 결성된 <인문대학 독서 모임>은 십 수 명의 사람들이 모여 발제 및 토론을 통해 『피로사회』, 『자유론』, 『자유로부터의 도피』, 『역사에 대한 변명』, 『하이데거의 숲길』 등 고전철학, 역사서의 산을 함께 오르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서동은 교수님이 모임의 멘토로서 여러 산등성이를 함께 오르고 계시고요.

때론 엉뚱한 곳에 올라 “이 산이 아닌가벼~.” 하는 상황이 속출하지만 등반 코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특정 주제의 개별 모임이 새끼를 치기도 하고,  모임 분들의 엄청난 추진력(?)으로 1박 2일의 세미나도 계획 중입니다.

서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인문학 수업을 통해 만나고, 수업을 마치고도 느슨한 학습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 멋지지 않나요?

“낯선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우주”를 경험하라.

“공적인 삶의 장소에서 우리는 사생활과 정치적 삶의 비좁은 범위를 넘어서 
시민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다. 거기서 주어지는 창조적인 상호 작용이 없다면 
민주주의라는 사회적 직물은 곧 닳아서 누더기가 되고 머지않아 풀어 헤쳐지고 말 것이다.”
파커 j. 파머,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중

학습관의 인문학 모임 뿐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책 읽기 모임이나 함께 공부하는 작은 모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작은 공유지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여러 목마름이 모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적 private이라는 단어는 원래 priva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거기에서 ‘박탈당한’ 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고대에는 완전히 사적인 사람을 idiots라고 하면서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개인들이 사소하게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맺는 것부터 시작하는 연계의 중요함,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을 알고 있었습니다. 


N개의 학습공동체를 꿈꾸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무엇인가를 함께 공부하면서 생긴 관계는 단순한 친목 모임 이상의 활력과 삶의 풍요로움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에는 다양한 독서모임, 토론 모임, 인문학을 매개로한 학습모임들을 활동하고 있습니다. 함께 배움을 나눌 친구를 만나보세요.
  
인문대학 독서 모임
인문대학 3기 후속 모임으로 2013년 7월부터 함께하고 있습니다. 철학고전, 역사서 등을 함께 읽고 토론을 진행합니다. 

놀이 세미나 모임
인문사회학 세미나 후속 모임으로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경험을 나누는 자발적 모임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구상 중입니다.


글_이재은(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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