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by 제주대학교 김민호 교수 "지역에 밀착한 지역시민 양성은 시대적 과제"

글작성자 평생학습동향리포트 신청일 Mar 0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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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 관련 학계 인터뷰 - 김민호 교수(제주대학교 교육대학) 

지역에 밀착한 지역시민 양성은 시대적 과제


김민호 교수님과의 인터뷰는 지난 「와」 제50호에 게재된 다카하시 교수님 인터뷰를 사전 기획할 당시부터 내심 한 세트로 묶어 두고 있었습니다. 일본사회교육학회장과 한국평생교육학회장을 동시에 인터뷰하여 양국의 평생학습에 대한 이야기와 한일 교류에 대한 시각을 알아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평생학습의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좋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입니다.
게다가 김민호 교수님은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다는 정보를 확보하고 있던 터라 시민교육에 고민이 깊은 저희 수원시평생학습관으로서는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학자 중 한분이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 주신 교수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평생교육학회에 대한 소개 

 

정성원: 교수님을 뵙고자 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올해 1월부터 한국평생교육학회 회장님이 되신 것과 관련하여 학회장님으로서의 이야기와 두 번째는 학자 입장에서 평생교육, 특히 시민교육과 관련하여 교수님이 가지고 계신 생각들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먼저 평생교육학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민호: 한국평생교육학회는 1966년 결성된 한국사회교육연구회가 그 시작입니다. 한국교육학회라는 모(母)학회가 있는데, 산하에 교육심리연구회, 교육사회연구회, 교육철학연구회 등 하위 분과연구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과연구회 중에는 한국사회교육연구회가 가장 먼저 생겨났습니다. 황종건, 진원중 교수님 같은 원로 교수님들이 토대를 구축했고, 그러다가 학술 진흥차원에서 ‘학회’라는 이름을 넣어 1995년 한국사회교육학회로 바뀌었습니다. 그 당시 성균관대학교 손직수 교수님이 학회장이 되셨습니다. 그러다 2000년 김신일 학회장님 당시 학회 명칭을 ‘한국평생교육학회’로 바꾸었습니다. 이름이 바뀐 것과 함께 예전보다 참여하는 회원 수도 늘고 활동 영역도 넓어졌습니다. 학술 주제도 다양해지고, 정책연구 등에 많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초기에 가지고 있었던 사회교육의 정신이라고 할까요, 학교 교육에 접근이 어려웠던, 이를 테면 불우 청소년, 노동자, 농민, 여성, 노인 등 소위 교육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적, 학문적 관심이 다소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몇몇 학자들은 사회교육이라는 개념을 계속 가지고 가자고 이야기 합니다.

 
현재 학회 내에는 여러 성향의 학자들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사회교육의 전통, 소위 소외계층에 대한 학교 밖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국가인적자원개발, 국가정책의 틀에서 심지어 학교교육까지 포함해 평생학습의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인재양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시야를 넓혀가려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여기에는 폴 랭그랑(Paul Lengrand)의 ‘평생교육’ 개념의 영향이 있었고, OECD에서 교육 자체의 가치보다는 교육과 일의 연계를 강조하는 입장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재는 우리 학회는 일과 연결해서 인적자원을 개발하자는 쪽과 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자는 쪽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와중에 더러는 교육과 일의 연계에 집중적인 관심을 갖고 분가해 나가서 인력개발학회를 따로 만들기도 했고, 또 일부는 여성평생교육학회, 문해교육학회 등을 만들기도 하면서 학문적 분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성원: 사회교육연구회에서 평생교육학회로 이름이 바뀔 때에는 단순히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교육에 대한 기본관점의 차이로 내부 갈등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김민호: 네, 그렇습니다.

 

정성원: 현재 평생교육학회의 구성 멤버는 어떻게 되는지요.

김민호: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 수는 1,000명이 넘는 것 같고, 연회비를 내는 회원은 300명 가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교수 또는 대학원생,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진흥원, 여성정책개발원, 고용정보원 등 연구기관에 있는 분 등등이 계십니다.

 

한국평생교육학회 학회장으로서의 발전 방안 

 

정성원: 저희도 학습관 초기(2012년)에는 학회지를 받아보고 참조할만한 것이 있을까 생각해서 단체회원으로 가입했었는데 기대만큼 현장에서 적용하거나 참고할만한 것들이 사실 많이 안보였습니다(웃음). 새로 학회장이 되셨는데 발전방안이나 계획하고 계신 구상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민호교수 (1).jpg김민호: 지난 번 한국교육학회 뉴스레터 원고 청탁이 왔었는데, 그 때 제가 ‘시민참여교육 발전 방안’이라는 글 을 썼습니다. 시민참여교육이 평생교육법 상의  6대 영역 중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평생교육 전체 통계를 살펴보면 극히 적은 비율을 차지할 뿐입니다. 그런데 저는 시민참여교육이 우리 사회 현실 속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는 창의인재이니 행복교육이니 하면서 효율적인, 생산적인 인재만을 강조할 뿐,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시민, 공동체 정신에 대해서는 소홀하기 때문에, 저는 시민참여교육 쪽에 좀 더 관심을 갖자는 취지의 글을 썼습니다. 저희 평생교육학회에서도 시민참여교육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것이 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학회 구성원들과 같이 논의를 하면서 방향을 잡아가야 하겠지요. 워낙 성격이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만 하긴 어렵지만, 매달 있는 학술포럼이나 가을에 있는 정기학술대회, 한일교류 등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조금씩 실천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기존에 해왔던 일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말에 국제 교류에 대한 부분을 원로 교수님들을 모시고 정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일본과도 1년에 한 번씩 오가며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고, 세계성인교육협회(ICAE: International Council for Adult Education), 아시아남태평양성인교육협회(ASPBAE: Asia South Pacific Association for Basic Adult Education), 동아시아성인교육포럼(EAFAE: East Asia Forum of Adult Education) 등을 통해서 연결되는 부분도 있고, 또 워낙 평생교육을 주도하는 학자들이 미국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많다 보니까 미국과의 연계 부분도 있습니다. 김신일 교수님, 최운실 교수님, 故황종건 교수님처럼 세계성인계속교육학회(IACE) 주관의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 우리나라 평생교육을 대외적으로 알린 부분도 있습니다. 또 아직은 힘이 닿고 있지는 않지만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교육 원조 활동에서 평생교육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부분이 있으면 찾아보는 것도 국제 교류 관련 정리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또 우리나라 평생교육 담론이라고 할까요. 학자들이 발표했던 글, 학회지에 투고했던 논문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평생교육에 대한 논의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생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어떤 논문들이 나왔고 어떻게 실현이 되었는지를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담론과 정책에 대한 부분을 각각 하나의 책으로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년이 되면 폴 랭그랑이 제시한 ‘평생교육’ 개념 등장 50년이 되고, 내 후년이면 학회도 창립 50주년을 맞습니다. ‘한국의 평생교육 담론과 정책’을 책으로 정리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술지의 폐쇄성은 없는지 

  

정성원: 학회가 일반 시민이나 관계자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학술대회 혹은 저널일 텐데요, 학술대회의 주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김민호: 저희 학회 내에 학술위원회(위원장 서울대 한숭희 교수)가 있는데 이곳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제를 검토합니다. 위원장만이 아니라 그 분이 중심이 되어 학술포럼위원회(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학술포럼)와 주제의 중복 여부도 따져보고, 또는 학술포럼에서 발전돼왔던 주제를 할 수도 있고, 기획위원회의 생각도 확인하고, 학생위원회(대학원생이 참여)에서 의견도 듣는 등 그분들이 머리를 맞대서 1~2안을 마련해오면 그것을 이사회에서 논의해 결정합니다. 2014년도는 학술대회를 10월 20일 경 진행할 예정입니다.

 

정성원: 저널이 대중지가 아니고 연구자 중심의 전문적인 학술지인데, 평생학습계가 다양한 사람들로 양적으로 많이 팽창되어 있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담론이나 정책을 일관되게 리드하는 것에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도 아직 그 정도까지 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담론이나 정책 측면에서 학회에서 리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널이 전문 학술지이다 보니 일반 필드에서는 조금 어렵거나 혹은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는 것이 있습니다. 전문 학술지이기에 아무런 글이나 쓸 수는 없겠지만 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라는 부분에 있어서 평생학습 현장에 있는 분들이 많이 참조도 하고, 그러면 어떨까 생각하는 측면에서 보면 학술지이기 때문에 갖는 폐쇄성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민호: 사실 평생교육학회는 다른 학회보다도 현장성을 더 요구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평생교육학 자체가 아직 이론적으로 성장 중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학회 차원에서는 현장과 연계할 여력이 없었지요. 다만 우리나라에는 한국평생교육학회 말고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가 있습니다. 본래 이름은 한국사회교육협회인데, 1976년 황종건 교수님이 중심이 되어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한 동안 저널이 나왔었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현장에 계신 분들도 글을 실었습니다. 분과별로 이를 테면 농민교육, 노동자교육, 여성교육 등 현장 프로그램을 소개하거나, 어떤 현실적인 쟁점을 제시하거나, 현장 활동가들과 학자들이 토론한 글을 싣기도 하고, 아무튼 현장과의 대화는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가 주로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성원: 학회에 계신 분들이 다들 바쁘신 분들이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이를테면 현재 평생교육현장에서 제기되는 중요한 이슈, 개선해야 할 만한 핵심적인 이슈 이런 것들을 집중 연구하고 연구자 입장에서 제시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활동, 저널이 꼭 현장의 이야기만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흐름을 보면서 중요한 이슈는 꼭 다루어야겠다는 일종의 자원의 계획적 투입, 학회 차원에서 이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민호: 평생교육학회나 평생교육총연합회나 제 기능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요. 현장과의 관계는 총연합회의 몫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학회에 참여하는 분들 중에 총연합회에 같이 참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데요, 현장에 있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총연합회이기도 합니다. 거기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예전 사회교육협회가 평생교육총연합회로 변화했죠. 총연합회라고 한 이유가 대구영남지역협회, 충남지역협회, 경기지역협회 등 지역단위-전국이 다 조직되어 있지는 않지만-협회를 모아서 총연합회가 된 것입니다. 흥사단 대표를 하셨던 박인주 선생님이 총연합회 회장을 하셨고, 학자가 회장을 하기도 하면서 학자와 현장 대표가 교대로 회장을 맡아 총연합회를 활성화하자는 게 취지였는데, 글쎄요... 학자들이 총연합회에 관심을 갖고 가서 더 많이 듣고 배워야 하는데 그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김민호교수 (3).jpg

 

일본 평생교육 그리고 한일 교류에 대한 의견 

 

정성원: 지난 번에 일본의 다카하시 교수(일본사회교육학회장)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분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봐도 지금 청년기이기 때문에 역동성과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은 우리보다 역사가 굉장히 길지요. 교수님이 보실 때 일본의 평생교육에 대해 생각하신 것이 있으신가요?

 

김민호: 지난번 일본에 가서 발표를 한 적도, 공민관을 방문해본 적도 있습니다. 일본 측 대학 연구자들과 대학원생 발표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역사가 길기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연구 주제가 상당히 구체성을 띄고 있었습니다. 현장과의 연계성도 높고요. 그런 것을 학자들이 잡아서 연구주제로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좀 저렇게 되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민관이면 공민관 하나만 파고드는 학자들이 있고, 문해교육, 다문화교육 등 연구자로서 자기의 현장을 가지고 간다고 할까 이런 것이 부러운 점이었습니다. 우리도 차츰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원을 다닐 때 불만 중 하나가 그런 것이었습니다. 역사가 짧다보니 그 당시의 교수님들은 모든 것을 다 망라하셨습니다. 그러니까 거기서 공부한 우리들도 그런 경향이 조금 있고, 지역에서 대학교수를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다 불러서 쫓아다니다보면 그렇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게 됩니다. 그러다보니까 각론이 약화되고 전문성이 좀 떨어지고... 후배 교수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우리도 하나의 현장을 갖자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성을 심화시키자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우리나라도 조금씩 뭐 하면 누구, 뭐 하면 누구 이런 식의 전문화가 자리 잡아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논문도 구체화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다분히 이론적인 면이 있습니다. 현장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 현장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대한 관심이 크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은, 물론 그것도 기술적으로 중요한 사안이긴 하지만, 아직은 이론적인 정립 자체가 안 되다 보니 그런지 조금은 이론적인 측면에 관심이 많습니다.

 

정성원: 다카하시 교수님이 한일간의 평생교육과 관련된 교류에서 지금까지는 양국이 사례발표를 중심으로 했는데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동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일간의 교류와 관련해서 교수님은 어떤 방안이나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김민호: 그렇게 많이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지난 번 공동 연구한 것에 대한 발표를 들어봤고, 참여했던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주제를 가지고 두 분이 각각 연구하시고, 메일도 주고받으면서 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 쪽은 열심히 하는데 한 쪽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어찌되었든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아니면 한 주제를 가지고 한국에서도 발표하고, 일본에서도 발표하면서 양쪽의 시각을 보는 것도 의미 있고, 양국의 현장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동연구를 하더라도 보통 그렇게 됩니다.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사례 일본사례를 이야기하고, 비교하고 하니까 하나의 논문으로서의 가치는 있을 수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동북(東北)대학교에서 ‘지역만들기와 사회교육’이란 주제로 할 예정입니다. 양국의 관점이나 현장의 상황, 앞으로의 전망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관심 있는 연구주제 – 시민교육 

 

정성원: 이제부터는 학자, 연구자로서의 교수님께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께서 현재 관심 있는 영역이나 주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민호: 아까 필드를 갖자고 이야기했는데 현재는 시민교육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중 하나는 제가 박사학위 논문을 노동교육을 주제로 썼거든요. 우리사회의 변화에 노동자가 좀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그런 맥락의 노동교육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제주도라는 곳에 있다 보니 천착해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한국사회 현실에서도 노동문제에 대한 것이 터부시 되는 것이 있고, 사실 평생교육 영역 안에서도 거론이 안 되고 있고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에서 꾸준히 연구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연장선상에서 시민교육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루어봐야겠다. 우리사회를 변화시킴에 있어서 노동자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겠다. 국가나 자본의 힘이 강한 상황 속에서 시민사회의 영역을 키워야 하는데, 시민사회의 영역이 너무 약하니 시민사회를 키우는 것이 시민교육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이러면서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민사회도 시각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 도와주자고 이야기하고 있고, 기업들도 사회봉사나 각종 공익사업을 합니다. 이것을 소셜 캐피탈(social capital, 사회적자본) 차원에서 시민사회영역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제가 생각하는 시민사회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보면 국가나 자본의 힘에 대해서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능동적인 시민을 길러 내는 측면에서의 시민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소위 시민으로서 주체 형성, 이런 것에 더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능동적 시민을 길러내는 시민교육에 대한 연구는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이것이 당위적으로 요구된다는 차원에서 시민사회의 시민교육, 목표, 내용, 방법 등을 소개하는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현재 그런 능동적 시민교육이 이뤄지는 장(場)들을 찾아가서 그것을 이 세상에 드러내는 연구입니다. 이를 통해서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을 부추기고, 또 우리사회의 발전과 시민교육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 다른 관심은 지역사회입니다. 제가 제주에 살다 보니 부딪치는 문제가 지역사회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시민사회는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날까, 이런 부분들이 숙제더라고요. 이를 테면 지역사회는 각종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얽혀 있고, 한국 전체를 놓고 볼 때 익명사회라기 보다 대면사회이지 않습니까. 그 사회에서 사적 집단의 이해관계를 억누르고 공적인 관심을 표방하는 시민을 양성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공적인 판단을 해야 할 자리에 학연 지연 혈연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사회 내 시민사회 형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사회가 민주화 하면서 중앙 정부로부터 지방분권화를 이루었지만, 지역 내 민주화에 있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가지 못하고 지역사회의 기득권을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재편성되어가는 것입니다. 지역사회 안에서 과연 시민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시민교육의 과제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사회시민’이라는 개념을 논문에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시민성(citizenship)이라 할 때 대게는 국가단위 또는 글로벌 사회의 시민성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지역시민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주목하려 합니다. 사실 우리의 삶의 현실이 가장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지역사회이니까,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서의 자각, 의식을 강화하고 키워가는 것, 또는 이미 지역사회 안에서 시민의식을 키워가는 현장이 있을 텐데, 저는 학자로서 이런 지역사회를 찾아다니면서 시민의식의 성장을 돕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 사건 혹은 시민운동 등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생학습 프로그램의 왜곡과 불균형 문제 

 

정성원: 서두에 시민참여교육과 관련된 글을 기고하셨다고 했는데, 평생교육 6대 영역에 근거하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시민참여가 굉장히 낮고, 다른 것으로 편중되어 있는 것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런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어떻게 개선되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김민호: 주로 지역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취미교양, 문화예술, 체육,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한 직업능력개발 등이 많이 있는데, 이것은 각 개개인의 교양을 키우거나 개인의 경제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소위 시민, 시민성이라는, 시민다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질, 책임감, 권리 의식 등을 내용에 담아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다른 논문(평생교육학회지에 실었던 논문)에서 ‘지역사회 기반 시민교육의 필요성과 개념적 조건’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지역사회 시민이라면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하는지, 나름대로 정리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민으로서의 연대성-개인의 관심사만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자는 것, 수동적인 과거 동원 대상의 국민이 아니라 지역 현안에 대해 문제제기도 하고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나설 수 있는 주체성, 이것이 어떻게 보면 시민교육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자질, 과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지역사회로 내려가면 지역의 특수성이 포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역시민이라고 하면 일단 지역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역 지식(local knowledge)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시민이라고 할 때 서구적인 관점에서 시민을 자꾸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지역의 전통이나 문화에 대해 모르면서 시민으로서의 자질만 얘기하면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지역의 풍습이나 전통, 언어 같은 것들이 맞닿아서 자기 몸속에 체화하는 가운데 연대성과 주체성을 형성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역 지식에 대한 이해도 굉장히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지역 역사에 대한 역사의식도 포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시민교육에 대하여 

 

정성원: 얼마 전 일본에 가서 가와사키시에 있는 공민관을 방문했었습니다. 그곳 관장이 그  지역은 2003년부터 개인의 취미교양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일절 하지 않고, 공공적인 영역들에만 집중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취미교양 프로그램은 개인의 이익인 것이니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며 국가의 자본을 그렇게 쓸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저는 그것이 꼭 개인과 공공이라는 프레임으로 구분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만, 일본사회가 자치단체나 공민관이 통폐합되면서 예산 부족이 그런 결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취미교양으로 프로그램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서는 개선의 필요가 있고 시민교육 측면에서 보면 이것이 활성화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한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것을 어떤 관점과 방식으로 풀어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 많이 있습니다. 혹시 교수님께서는 현장에 있는 활동가가 시민교육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경우 어떤 조언을 해 주실 수 있는지요.

 

김민호: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평생교육 현장이라고 하는 것이 국가 영역과 자본의 영역, 시민사회 영역이 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평생교육 기관들 상당부분은 국가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고, 물론 시민사회에 위탁해서 하기도 하지만, 시민사회는 국가의 재원을 받아서 하기 때문에, 자율성과 국가의 지원 내지는 국가의 통제가 충돌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교육은 정치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교육을 한다고 할 때 그 공공성이 과연 무엇인지, 국가가 바라보는 공공성과 시민사회가 바라보는 공공성이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밀양의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국가가 바라보는 공공성과 지역주민이 바라보는, 혹은 거기에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바라보는 공공성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현장 평생교육기관이 과연 얼마만큼 자유롭게 교육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또 개발해나갈 수 있는지, 저는 이 부분이 제일 큰 문제이고 한계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풀기 위해서는-일본의 공민관이나 스웨덴의 스터디 서클도 그런 면이 있는데- 현장 활동가가 교육계획에 있어서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역의 현안을 교실 현장에서, 거기에 직접 관계된 사람이든 아니든 서로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도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찬반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 주민자치센터에서 왜 이렇게 오랫동안 갈등하는지 ‘강정 주민은 아니지만 제주도민으로서 얘기해봅시다, 이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봅시다’라는 것을 주민자치위원이 발의하거나 주민자치센터 공무원이 프로그램을 짜본다던가 하는 것을 상상하기가 조금 어렵지요. 이런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일본의 공민관은 그런 자율성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공민관의 사회교육주사가 자율적 영역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토론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스터디써클도 상당부분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참 어렵습니다. 공적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정부와 주민이 갈등할 여지가 있는데 그것을 대놓고 얘기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역 내 시민사회 영역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 소위 진보적인 성향의 도지사나 시장이 있는 지역에서나 공론화가 가능하고 운신의 폭이 조금 넓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단체장이 현장 활동가에게 정치적인 영역에 대한 자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주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시민교육 프로그램 편성이 쉽지 않다고 한다면, 시민교육을 교실 안에서 프로그램화 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떤 사업, 사건 등을 통해 시민의 능력을 형성하는 방법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안에 대해 교실 안에서 분석하고 토론하는 게 아니라, 직접 사업을 추진하면서 거기에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활동을 통해서 시민의 역량을 키워가는 것도 저는 시민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무형식적(informal) 시민학습입니다. 예컨대, 평생학습관을 찾는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돕는 일을 한번 해보자라고 할 때, 평생학습관의 활동가가 교육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그 활동을 지원해주고 나중에 그 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토의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면, 이것이 그 활동에 참가했던 분들의 시민의식 향상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나의 시민학습의 활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생학습관에 비해 시민단체는 조금 더 자유로울 것 같습니다. 회비에 의해서 운영되는 시민단체의 경우 정치적인 색깔의 교육프로그램을 짜는 문제, 또는 지역 현안에 대해서 시민운동으로 접근하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거기서 시민들의 변화를 기대하는 이 두 가지가 조금은 더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아까 예를 든 것이 밀양과 강정인데 현재 연구하는 부분 중 하나가 그것입니다. 밀양이나 강정 주민들이 지역 개발과 관련해서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법을 어겼다고 잡혀가기도 하고, 벌금을 내야하기도 합니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법을 어기면 안 되잖아요. 그래도 이분들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지역개발 반대운동을 하고 있거든요. 지역 주민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이 분들에게서 법을 어기더라고 막아야겠다, 우리의 생존의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이고, 재산권의 문제이고, 건강권의 문제이고, 환경 평등의 문제라는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민의식의 성장이 교실 안에서 제3자의 입장에서 다른 사안에 대한 토론을 통해 길러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직접 자기와 부딪치는 문제 해결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생교육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평생교육기관중심으로 접근 할 경우와 시민사회단체로서 접근할 경우에 교육방법상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성원: 아까 교수님께서 시민이라고 하는 것이 서구의 역사와 경험에 바탕한 개념의 측면이 강한데 그런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지역적 개념, 토대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구체적이지 않겠느냐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학자별로 혹은 사람별로 시민에 대한 개념 구성이랄까 스펙트럼이 다양하기도 하고 방법론 같은 것도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제가 아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혼란스럽다고 이야기한 것이 어떤 누군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우리가 합의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이랄까 이런 것을 정리할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교수님께서도 그런 문제를 가지고 연구를 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그런 케이스를 잘 찾아서 확산시키거나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자의 경우 시민교육이 왕성하게 혹은 단초로서 활동하고 있는 그런 기관이나 프로그램, 사업들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민호교수 (2).jpg 김민호: 저도 자료를 수집 중에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신문 스크랩 같은 것입니다. 얼마 전에 보니 서울시의회에서 어떤 의원이 민주시민교육조례를 발의했더라고요. 1월 7일자 신문에 나왔는데, 갈등해소방안, 토론기술, 정치참여, 역사, 전통성, 사회통합, 평화통일, 이런 것들을 한 번 교육해보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라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교육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제주도에서도 했던 적이 있는데, 아파트 시민학교는 아파트 단지별로 아파트학교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당시 아파트에 주목했던 이유 중 하나가 지역 주민들이 남녀, 연령, 경제적 배경 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간에 산다는 점에서 하나의 공동체로 묶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지역 주민을 한 공간에서 결합할 수 있어서 단지 내 여러 다양한 문화교육프로그램의 운영만으로도 시민교육의 효과가 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민주적 과정을 통해 꾸려나감으로써 주민들의 시민의식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일본의 마을만들기 사업처럼,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얻기도 하지만 지역주민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이런 프로세스 자체가 상당부분 지역시민으로서의 자질 함양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교단위에서도 재미있더라고요. 경기도교육청에서 민주시민교과서(인정교과서)를 만들어서 보급하는 것들도 있고... 참 어렵죠. 학자 입장에서 현장을 쫓아다니기는 어렵긴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시민교육의 사례들을 드러내고 교육학적인 용어로, 개념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학회지에 투고할 때 후배 학자들도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면 현장에서의 문제를 좀 더 발전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장과의 소통 방식 

 

정성원: 현장과의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민호: 제가 작년에 미국에서 안식년을 보냈는데, 가기 전까지는 천주교 제주교구에서 하는 이주민 지원 사업에 6년간 회장으로 참여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여성과 아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일종의 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미사하고 다과 나누고, 약간의 교육프로그램도 했지요. 이것은 제가 학자이기 이전에 천주교 신자로서 참여했던 부분이기도 하지요.  


그 이전에는 제주참여환경연대라는 시민단체 활동에 관여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처음 도입될 당시 민선 도지사 후보자의 교육 및 복지 관련 공약을 분석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었습니다. 거기에 참여를 하다 보니 시민단체와의 끈이 계속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아파트시민학교, 어린이 오름학교 등의 활동에도 함께 했고, 선거기간에는 지역 언론 감시활동도 했고, 나중엔 단체의 공동대표까지 맡게 되었죠. 그러면서 다른 시민단체의 활동가들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주도에 시민단체협의회가 있는데 YMCA나 YWCA, 여민회 등을 만나게 되었고, 지역의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모여서 이야기할 기회가 조금씩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단체의 고문으로 남아 있고, 활동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소공동체(basic community)입니다. 이 역시 성당과 관련한 것인데요, 교회가 대형화되다 보니 교회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냐 라는 우려에서 한 10여년 전부터 제주교구는 복음 말씀을 중심으로 친교와 나눔, 봉사의 삶을 살아가도록 신자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몇 가구씩 묶어서 소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교회의 소공동체가 지역사회기반 시민교육의 좋은 사례라 생각합니다. 남미나 필리핀에서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가 이야기한 문화서클이 바로 이런 것이지 않습니까? 우연히 성당에서 하는 소공동체협의회 회장의 책임을 지게 되었는데 그분들의 활동을 지원하면서 조금은 학자적인 시각에서 소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시민교육적 기능과 한계를 살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장 활동가들에 대한 당부 

 

정성원: 마지막으로 현장에 있는 관계자, 활동가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나 당부가 있다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김민호: 사실 시민교육의 성패는 현장 활동가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참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가 제주도에서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를 하면서 활동가들을 만나보면 의욕과 헌신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위해서 시민사회 외연 확장을 위해서 애를 많이 씁니다. 그런데 이것이 젊었을 때는 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분들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못하지만 기대하는 것이라고 하면,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소명의식-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런 것을 갖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1년간 미국에 안식년으로 가 있을 때 연구 주제가 미국에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학습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시민단체에 들어가서 어떤 사람은 계속 활동하고 어떤 사람은 그만 두는 데, 왜 그럴까, 그것을 활동가의 학습과 관련시켜 보려고 했습니다. 전문적인 역량이 있어도 그만두는 경우가 있고, 시민운동 의식이 부족해서 그만두는 것도 있긴 한데,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단체장을 맡고 있는 사람의 표현을 빌면, ‘사람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학습했는지의 여부였습니다. 실무적인 지식이나 전문성이 조금 부족해도 회원들, 그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사랑을 가지고 접근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 곳 활동가의 소개로 『패밀리 액티비즘(family activism)』이란 책도 보았습니다. 활동가가 지역 주민을 자기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걸 중시했습니다. 실제로 그 단체 활동가들을 살펴보고 대화도 나눠보니, 그런 사람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자기 일을 단지 직업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삶으로 인식하면서, 지역주민에게 다가가고 지역 주민이 다가오게 하는 다소는 영성적 차원의 접근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시민사회를 키워가는 데 경제적인 보상은 한계가 있고... 물론 우리 시민사회가 넓어지고 회원도 많아지면 조금씩 나아지기는 할 텐데, 경제적 보상을 기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야말로 성직자와 같은 자세가 없이는 곧 그만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활동가들도 때로는 안식년도 갖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성원: 장시간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민호: 저도 여러 가지 새로운 고민을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글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정리_이보라(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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