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욱 쌤의 생활 글쓰기

by 파란하늘 posted May 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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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모든 것, 마음에 담으면 '시'가 돼요

아픈 사람의 새벽



아픈 사람의 시간은 참 더디 간다

밤새 끄응 끙

몇 번을 까무라쳤다 깨어나도

새벽은 저 멀리서 놀며, 쉬며

다가오지 않는다.

도진욱 선생님의 시다. 누구나 학교 '생활 글쓰기'의 강사이다. 지난 달에도 한 번의 글쓰기 강좌가 열렸었다. 저녁 시간이라 참석자가 적었지만 그만큼 알짜배기 수업이었다. 강사의 자작시를 읽고 함께 자유로운 평을 하고, 느낌을 나누는 신선한 경험을 했다. 시를 통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학교를 통해서 글쓰기 강의가 어제 열렸다. 사실은 정제된 글쓰기라고 하기보다 생활 속의 단상을 적는 보통 사람의 강의다. 도진욱 선생님은 전문 작가도 아니고, 시인도 아니다. 그렇지만 시를 한 편씩 지으면서 삶의 재미를 느끼는 분이다. 그리고 글쓰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길 원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다.



"시를 쓰는 것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입니다"

긴 글을 점점 다듬고 정제하고 빼어나가는 과정이 시라고 한다. 놀라인 인식전환이다. 무언가를 많이 채워 넣어야, 혹은 분량이 많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내게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사실 많은 이야기가 없는 시에서는 오히려 상상의 즐거움을 준다. 생략되고 축약된 의미 속에서 나만의 관점을 부여할 수 있기에 즐겁다. 설명이 많은 시는 오히려 읽을 때 거부감이 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글을 많이 쓰고, 적게 쓰고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험이 중요하죠!!"

도진욱 쌤은 경험을 통해서 시어가 나온다고 말한다. 경험을 글로 담고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렵기도 한 시, 어떻게 하면 한 줄 시를 잘 쓸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시를 쓰는 것은 더더욱 특별한 사람의 일이라고만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일기쓰기를 통해서 감정을 표현하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일기는 글쓰기 훈련소일 뿐 아니라 감정을 해소하는 기능까지 한다. 일기의 유익은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서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일기 쓰는 어른을 요즘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일기가 모든 글쓰기의 시작인 셈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일기장을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설레는 마음으로 일기장의 첫줄을 적어내려가면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만 같다.

누구나 학교의 생활 글쓰기 강좌를 열게 된 도진욱 선생님은 문학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통신회사에 다니면서 글을 쓰는 멋진 분이다. 예전에 회사 사보에도 글을 쓰고, 여러 곳에 기고한 적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 매달 한 편씩 괜찮은 시를 써 내서 시집을 내는 것도 목표라고 하니 함께 응원하고 싶다. 한 달에 한 편의 시를 쓰는 것, 생각보다 괜찮은 도전인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 한 편씩 모아서 10년 안에 시집을 낸다고 해도 정말 해 볼 만한 일이다. 도진욱 쌤의 시집도 기대된다.

"시를 잘 쓰려면 많이 읽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시절 시를 좋아하여 무수히 많은 시집을 읽었다고 말한다. 1000권은 못 될지라도 꽤나 많은 시집들을 읽으면서 시 쓰기를 열망했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시가 좋다고 하여 시를 쓰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데 꾸준히 글을 써 온 성실함은 대단하다. 종이와 연필, 아니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어도 무언가를 끄적거릴 수 있는 시대다. 그렇기에 시를 쓰는 건 어쩌면 더욱 쉬워졌는지도 모른다.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많이 읽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새겨 들어야겠다.



"3학년 아이와 함께 시를 쓰고 있습니다. 가끔 생각나면, 떠오른 시상으로 서로 글을 짓죠. 좋은 글쓰기 교육은 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녀 글쓰기 교육에 대해서는 간단히 한 마디 하신다. 우리가 학교에서 억지로 써야 했던 독후감 혹은 대학 들어가기 위해서 써야 했던 논술은 모두 글쓰기와 멀어지게 만들었다. 즐겁게 글을 쓰고 내가 만들어낸 언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을 없애버렸다. 아이와 함께 밤에 자면서 혹은 여유있는 시간에 시를 지어보는 것도 참 기억에 남는 일일 것 같다. 시간과 목표를 정해놓고 열심히 쓰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자발적이 아닌 억지로 하는 것은 오히려 글쓰기에 역효과를 낳는다. 그냥 재미를 갖고 시를 써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고 말한다.



도진욱 쌤의 '생활 글쓰기' 강의는 어쩌면 배움보다 인식의 계기를 만들어준 시간인 것 같다. 아하! 라는 생각 말이다. 몰랐던 사실보다는 잊고 있었던 삶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거기다가 소수의 인원, 2명이 함께 들으면서 조금은 진지한 나눔이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바로 누구나 학교의 장점이기도 하다.



다음 달에는 어떤 주제로 생활 글쓰기를 이어나갈지는 모르겠지만, 글쓰기에 대해 큰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도진욱 쌤의 강좌를 기다려봐도 좋겠다.

 

 

_김소라 수원시평생학습관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