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힐링을 가능케 하는 우리들의 힐링캠프, 누구나학교
힐링 열풍, 누구를 위한 힐링인가
"힐링,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다." 작년부터 유행처럼 번진 이 단어는 우리사회에 그만큼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힐링’은 치열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현대인들의 마음을 단어 그 자체로 어루만져주었습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했고, 이해했고, 울고 웃으며 삶을 받아들이자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힐링 뮤지컬, 힐링 콘서트, 힐링 강연 등 힐링을 자처하는 프로그램과 힐링 전도사가 난무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덕분에 힐링했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또 다른 힐링을 찾아 나설 뿐입니다. 어느새 문화 유행이 되어버렸고,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려버린 음식처럼 진부한 키워드가 되었다는 조소 어린 소리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힐링이 진정한 힐링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힐링은 누구를 위한 힐링인걸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유와 성찰 그리고 소통
현재의 힐링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힐링의 방식에 있습니다. 힐링 강연에서 강연자는 대중에게 박수를 받으며 자신의 스토리를 전달합니다. 힐링 방송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의 상처를 다독입니다. 이런 방식은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렇구나, 그러면 되는구나’라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마는 우리는 그 사이 우리의 상처를 간과합니다. 그리고는 타인의 이야기에 집중한 그 순간 내 상처가 치유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상처는 가슴 깊숙한 곳에 존재하기에 개인의 가슴 속에서 아픈 이유를 찾아내야 합니다. 각각의 병에 맞는 치료약이 따로 있듯이 말이죠. 마음의 치료약은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깊은 사유와 성찰입니다.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고 난 후 나를 이해했다면, 그다음엔 상호간의 대화를 통해 소통을 해야 합니다. 혼자 끙끙 앓을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할 땐 직접 손을 내밀어보고 나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손을 함께 잡아보아야 비로소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공감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으니까요.
힐링이 되는 교육, 우리의 이야기
이제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을 이해하고 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개개인의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어야합니다. 자아성찰이 나만의 스토리를 내 안에서 가꾸어가는 것이라면 소통은 구성원의 스토리를 가꾸어 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런 자아성찰과 소통이 가능한 곳이 우리에게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바로 소통이 가능한 학습공동체, 누구나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학교, <누구나학교>입니다.
<누구나학교>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자신의 스토리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리고 그 진솔한 고민을 함께 나눕니다. 고민은 한 가지 주제를 담은 재능이 되어 전달되고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 또한 그 주제에 대한 자신들의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프로로서 강의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끼리 서로 아는 것을 배워간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교감을 통한 힐링이 가능한 것이지요. 실제로 <누구나학교>를 통해서 힐링을 할 수 있었다며 <누구나학교> 강의에 38번이나 함께 하신 정현희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어떤 계기로 <누구나학교> 수업을 이렇게 많이 듣게 되셨나요?
<누구나학교>를 통해서 수원시평생학습관에 자주 오게 되었는데, 올 때마다 평생학습관의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특히 <누구나학교>라는 프로그램은 수강을 하는 데에 부담감이 없었고, 구속감이 없어서 자주 찾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자유분방한 성향이다 보니 어떤 강좌를 들을 때에도 출석에 얽매이게 되는 수업보다 이렇게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강의를 듣는 것 자체가 취미 생활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하나씩 듣다 보니 이렇게 많은 수업에 참여하게 된거죠.
수업을 들으면서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셨나요?
수업이 가족 같은 분위기로 편안하게 진행되어서 좋았어요.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과 다양한 얘기도 도란도란 나누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죠. 강의 내용을 습득한다는 느낌보다 수업 주제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각자의 고민도 나누면서 힐링 받는 기분이었어요. 특히 털실코사지 만들기 수업, 퀼트 소품 만들기 수업 등 일상의 소품을 만드는 수업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줘요. 더군다나 주부들은 자기 계발에 돈을 선뜻 쓰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기본적인 재료값만으로도 저에게 투자할 수 있고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어요.
수원시평생학습관이나 <누구나학교>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수원시평생학습관은 건물에 들어섰을 때 정말 신선해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다양한 전시물들이 정감을 주고요. 인테리어 같은 데에서 이 기관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벽에 걸어놓고 붙여놓은 것들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면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오늘도 수업 가다 말고 <누구나학교> 숲 나뭇가지에 달린 전구 모양 장식을 구경하다가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누구나학교> 강의 중 가장 인상 깊은 강의가 있다면?
모두 다 재미있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콕 짚어내기는 어렵네요. 다만 아쉬웠던 강의가 있기도 했어요. 한 강의는 너무 회 차가 길어지다 보니 강사님께서 강의 방식을 조절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누구나학교>는 전문가가 가르쳐주는 수업이라기보다 아마추어인 사람들이 함께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공유하며 가꾸어가는 시간인데, 그런 걸 간과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 있어서 강사님들과 기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하지 않나 생각해요.
아쉬운 점이 있거나 수원시평생학습관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누구나학교>에는 주로 늘 오시던 분들만 오시는 것 같기도 해요. 아직 덜 알려져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좀 더 많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좋은 기회를 함께 누리고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시에서도 <누구나학교>를 벤치마킹해서 다른 시에서도 이런 문화를 만들어나가면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정현희님께서 누구나학교 카페에 올려주신 소양 2교 사진]
정현희님은 인터뷰 당시 춘천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계셨습니다. 먼 곳으로 이사를 가시게 되어 이제 찾아오지 못할 거란 사실에 못내 아쉬워하시더니 이사 가시자마자 <누구나학교> 카페에 들러 춘천에서의 근황을 들려주셨습니다. 소양강이 한눈에 보이는 집, 밤 12시쯤 강물에 비친 불빛과 소양교 야경의 아름다움, 춘천에 가면 꼭 방문해야 할 맛집 등을 이야기해주시며 <누구나학교>에서 느꼈던 행복함을 공유하고 계셨습니다.
<누구나학교>는 떠나는 순간 단절 되는 곳이 아니라 이렇게 지속적인 관계가 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에 뿌듯합니다. 이런 것이 힐링이 되는 교육, 힐링을 가능하게 하는 학교가 아닐까요. 제3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힐링입니다.
글_이미진 수원시평생학습관 인턴